마을정책 듣다_근대건축물과 마을의 준비

마을정책, 듣다

근대건축물과 마을의 준비

송월동 애경사 문제와 관련한 지면 공론장

 

     애경사가 지난 5월 말, 허물어졌다. 단 몇 시간 만에 사라진 애경사는 그렇게 백년의 역사와 함께 무너졌다. 애경사의 마지막 모습은 비단 애경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천 근대 건축물 중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건축물들 역시 애경사처럼 허물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애경사는 일제 강점기에 지어졌다. 비누공장의 효시인 애경사는 1912년 송월동에 자본금 30만원으로 일본인 ‘오다’에 의해 합명회사로 설립되었다. 1054년 애경그룹 창업주인 고 채몽인 회장이 인수해 애경유지공업(주)를 설립해 비누를 만들었고 1962년 서울 영등포로 회사이전까지 비누를 만들었던 곳이다.

    근대산업유산으로 인정을 받기에 충분한 역사적 사료와 배경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애경사가 허물어진 까닭은 중구에 부족한 주차장시설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비단 애경사만 철거한 것이 아니라 한국 근대 산업사의 문화유산 중 이미 중구 신흥동 조일양조장 건물과 신포동 동방극장 건물 역시 철거하여 주차장으로 사용 중이다.

    시민단체와 애경사를 지키고자 했던 이들은 기자회견을 비롯, 1차 작업을 한 애경사 건물 2층에 올라가 시위를 하는 등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2차 철거 과정에서 애경사 철거를 찬성하는 송월동 주민들과의 의견충돌이 불가피했다. 송월동 주민들의 입장은 그동안 방치되었던 건물은 쓰레기 더미가 쌓여있는 등 안전상의 문제를 들어 주차장으로 만드는 것이 지역에서 살기에 효용이 있다는 것이다.

     <마을정책, 듣다>에서는 애경사와 같이 지역공동체 내에 있는 오래된 근대건축물을 어떻게 바라보고 보존해야 하는지 또는 동네에 사는 주민들이 생각하는 오래된 근대건축물은 어떤지 직접 듣고 의견을 모아 작은 공론장을 만들어 보고자 한다.

    애경사 철거에 관한 의견과 마을에 있는 근대 건축물을 간직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듣기 위해 정희석(잇다 스페이스) 대표, 장회숙(도시자원디자인연구소) 공동대표, 송월동 동화마을 협동조합(김재기, 권오동, 신원철, 장영훈)과 인터뷰를 했다.

   정희석(잇다 스페이스) 대표는 중구 싸리재길에 있는 옛 소금창고를 살려 전시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장회숙(도시자원디자인연구소) 공동대표는 애경사를 비롯, 인천 근대산업유산과 관련한 연구를 꾸준히 해 왔다. 그리고 송월동에서 애경사 철거를 찬성했던 주민인 송월동 동화마을 협동조합 분들(김재기, 권오동, 신원철, 장영훈)이다.

  같은 질문을 했고,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서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공의 영역에서 갈등을 조정할 수는 없을까, 지역 공동체 내에 유산을 어떻게 보존하면 좋을지 의견을 들었다. 인터뷰 내용은 아래와 같다.

정희석 님 (잇다 스페이스)

애경사 철거에 관한 생각은.

너무 미안하고 속상했다. 이런 상황을 빨리 몰랐다는 게 나 자신에게 속상했다. 비행기 타고 출장 갈 때 일어난 일을 페이스 북을 보고 바로 소식을 접했다. 지역사회 안에서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한다.

애경사 철거 문제를 찬성하는 주민들의 입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어느 시각에서 말하는가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한다. 우리네가 봤을 때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지만 ‘틀리다’의 개념이 아니라 인천 중구와 시의 생각이 다르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다름”이 서로 공존해야 한다고 본다. 다양성의 존중인데,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시에 이의를 제기하고 서로 조율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합당하고 명확한 명분을 제시하여 이게 왜 보존되어야 하는지 데이터를 제시해야 한다. 싸운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 있게 머리를 맞대고 토론해야 한다. 명분을 만들고 실천을 하고 나서 제안하며 취합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지역공동체 내에 있는 근대건축물을 어떻게 살려야 할까.

개인의 힘보다는 공공의 영역에서 보존해야 할 것을 논의해봐야 하는데, 그동안 애경사 창고가 비어 있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왜 비어있었는지도 알아봐야 하고 역사적 가치를 발견해 나가는 것도 할 일이다. 자칫 딜레마에 빠질 수 있는데 10명에서 100명, 1,000명이 모여 이념과 철학을 갖추고 자산화하며 실천하는 과정을 공공의 힘과 영역에서 해야 한다.

장회숙 (도시자원디자인연구소 공동대표)

애경사 철거에 대한 생각은.

처음에 철거를 하려고 포장을 친 걸 알고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침에 애경사와 관련하여 인터뷰를 했는데 인터뷰 하는 날 헐리기 시작했다. 헐리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올렸는데 문화재 위원과 인천시 정무부시장이 와서 중단하라 했고 시민단체와 방안을 생각해 보자 하는 사이에 헐어버린 것이다.

인천의 근대 산업단지가 조성되어 있던 곳이 바로 애경사 근처이다. 기반시설로 철도가 있고 바다가 있어 운송체제도 있고 공업용수가 있으며 창고까지 있었다. 인천에서는 근대산업 유산에 대한 연구가 없다.

애경사 철거 문제를 찬성하는 주민들의 입장은 어떻게 생각하나.

철거를 찬성하시는 분들은 당연히 찬성하실 거다. 문제는 문화로 밥을 먹고 사는 이들이다. 동네 주민들에게 지역 자산에 대한 교육을 한 적이 없다. 마을의 정체성은 마을의 자산이 무엇인지 알고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역 주민들을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지역공동체 안에 근대 산업 기반 등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우선하는 것은 이론적인 자료들이 먼저 필요하다. 인천의 대다수 마을이 공장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이 연관성을 조사해야 하는데, 인천과 관련한 수많은 책이 나왔지만 인천산업에 대한 책은 나오지 않았다. 공장은 도시 재생의 키포인트이다. 공장과 철도 등. 공장은 허물어버리면 그만이지만 문화 사업으로 연결되면 지역을 먹여 살릴 수 있다. 주민들도 알았다면 철거에 찬성하지 않았을 것이다.

인천에 대해서는 외부에서 관심이 많다. 서울, 경기 지역 등 경기연구원에서는 인천과 경기도에 남아있는 철도 경인선, 수인선 등 산업유산에 대한 연구를 한다. 경기에서는 관심이 많지만 인천은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애경사가 사라진 것은 가슴을 칠 일이다. 그런데 왜 중요하지도 모른다. 도시 재생 건축이라는 것은 공학적인 요소로 접근이 필요하다. 공학적인 것을 왜 천시하는가. 건축은 건축학도가 보고 도시설계학자가 보는 것이다.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많이 받아들여야 한다.

동화마을 협동조합 (김재기, 권오동, 신원철, 장영훈 님)

애경사 철거에 대한 생각은.

애경사 관련하여 민원을 많이 제기했다. 애경사가 화재가 난 적이 있다. 나무 목재가 다 타고 뼈대만 앙상한데다가 비도 샌다. 방치된 상태에서 고물상이 있었다. 잡동사니들을 다 태우고 저녁에는 개를 잡아 보신하기도 하고. 심지어 사람들이 숨어서 살거나 청소년들이 위험한 장난들도 했다. 이 모든 것을 주민들이 다 겪고 살았다. 중구청과도 많이 싸웠다. 이 삼 년 전에는 복합문화센터를 만든다 하여 좋았는데 주차장으로 허가가 난 거다. (권오동)

백 여년이 넘은 건물이라면 문화재를 미리 만들어놓았으면 그런 불상사는 안 났을 것이다. 가만히 있다가 뭐 한다고 하면 나서면 어떡하나. 생활권에 있는 분들이 아닌데 여기에서 산다면 그런 이야기가 가능한가. 없는 사람들이 소유했다면 벌써 팔리고 헐렸을 거다. (김재기)

그동안의 주민 고충을 파악했다면 그렇게 따지지는 못했을 거다. 너무 일방적이다. (장영훈)

지역공동체 내에 있는 근대건축물을 어떻게 해야 할까.

시민단체가 발목잡기만 해서는 안 된다. 미리 의논을 하는 게 좋지 않겠나. 무조건 안 된다하고 연기만 시킨다. 주민들 중에서는 일제 잔재의 건축물 같은 것을 철거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근대건축물 때문에 높은 건물을 못 짓게 하는 것은 안 된다. 보존가치와 역사적 교훈도 중요하고 개발도 필요한 거다. 문화재구성위원회에 교수, 기자단, 주민, 담당 공무원 모두 다 골고루 섞여서 이야기를 해봐야 한다. 기자는 객관적 관점에서 이야기할 수 있게끔 하고. 통합적으로 의견이 올라가고 소통해야 말이 없다.

대화를 먼저 하고 처음부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시민단체는 공무원들이 예산을 세우고 실행하기 전에 개입해야 한다. 예산 배정할 때부터 데이터를 뽑아서 미리 확인하고 타당성이 있는지 대화를 해야 한다. 이것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판단을 하고 움직여야 한다. 먼저 주민들과 상의해보고 해야 한다.애경사를 보존하기 위해 시민단체에서 애경그룹에게 제안을 해서 보존할 수도 있는 거다. 애경산업이 큰 회사인데 지역에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옛날 경험을 재현해서 관광객들이 올 수 있게 지역을 위해 힘을 써 달라고 제안할 수도 있는 것인데. 주민들이 못하는 일을 대신 해주는 게 시민단체 아닌가. (신원철)

   앞서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하면서 가장 많이 등장한 말은 “서로”, “미리”, “이야기 또는 상의”였다. 주요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으로 감정의 골이 깊어있었지만, 각기 다른 입장에서도 서로 미리 이야기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결론은 같았다.

   마을은 서로 다른 입장과 견해를 가진 사람들의 삶이다. 부대끼며 살며 날을 세우기도 하지만 함께 살아야 하기에 서로가 다르지만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단히 필요하다. 특히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과 도시이기에 갈등이 생길수록 충분한 이해와 공론의 장이 열려야 한다. 애경사 철거 문제도 개인 특정이나 사사로운 이익 때문이 아닌, 마을공동체의 문제로 봐야 한다. 주민들의 이야기와 시민단체의 이야기 그리고 전문가의 의견을 묻고 답할 수 있는 광장을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소통과 협치를 주장하면서 곁에 있는 이웃의 말을 가만히 귀 기울여 들어보는 일이 평소에 있었는지 나 자신에게도 묻는다.

   애경사 철거문제 논란 후 지난 6월 29일, 인천시는 2018년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인천근대 건축물을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시는 전수조사를 한 뒤 보존 가치가 있는 건축물은 2015년부터 시행된 건축자산법에 의거하여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해 건물관리비용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근대건축물을 보존하기 위해 대안과 준비 과정이 있어야 하며, 그 과정 속에는 지역 각 주체들의 상호 인식과 협의 과정이 선결되어야 한다. 근대 건축물 역시 마을에서 품어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사진제공 :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