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마을정책_”마을과 만나는 60시간”

마을정책 , 듣다

마을과 만나는 60시간

(사범대학생과 마을공동체의 접점 찾기)

이종원(대학생)

 

 

최근에 마주했던 두 가지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소한 제안을 해보고자 한다.

1.

내가 재학 중인 사범대학의 졸업 조건 중에는 ‘교육봉사 최소 60시간’이라는 항목이 있다. 사범대학교 학생의 교육적 지식을 활용하여 지역의 학교나 공공기관에서 일련의 활동을 해야 한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지역 내 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학습을 보조하거나, 야학에서 강의를 하기도 한다. 필자 같은 경우에는 인천 지역의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초·중학생들의 지도를 맡았었다.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교육봉사 시간을 채우는 것이 원칙이지만 정보가 부족한 학부생들이 직접 교육봉사 할 곳을 정하는 것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다.

봉사처에 찾아가 봉사를 문의하는 과정 역시 지난하다. 봉사활동 신청서에 실무담당자의 동의와 기관의 사업자등록번호가 기재되어야 하며, 이는 학과의 절차를 거쳐 승인을 받아야 한다. 봉사를 마친 이후에는 가까운 시일 안에 봉사기관장의 직인이 찍힌 확인서를 발급받아 제출해야 하는데, 기관 입장에서는 그에 대한 공문을 만드는 추가적인 행정업무를 해야 한다. 학생으로서 당연히 요청할 수 있는 일이지만, 일련의 과정을 학생 혼자서 진행하기에는 봉사기관의 눈치가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제도에 대해 기관의 실무자가 아무런 지식이 없어 일일이 설명을 해야 할 때에는 더욱 더 그렇다. 교육봉사가 필요한 곳과 사람들을 알고 있더라도 그 곳이 일련의 행정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다면 봉사시간을 인정받지 못한다. 필자는 한 마을공동체의 커뮤니티 센터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동화구연을 지도할 기회가 있었으나, 그 기준에 부합하지 못해(민간 기관에서의 봉사는 시간을 인정해주지 않는다) 아깝게 봉사를 포기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요즈음 학교에서는, 교육봉사자가 필요한 일련의 기관들을 미리 모집하고, 학생들을 그 곳에 매칭 시켜주는 방식으로 이러한 번거로움을 해소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 단조롭다. 학교, 아니면 지역아동센터, 가끔 야학. 과연 지역에 교육적 수요가 필요한 곳이 단지 이 세 곳뿐일까? 사범대학생이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범위가 그렇게 고정되어 있을 이유는 없다.

2.

화제를 돌려 필자가 지역 언론 매체의 기사 작성 차 인터뷰했던 한 마을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 마을은 재개발 예정지로 지정 된지 10년도 더 되었지만 아직까지 별 다른 소식이 없다. 집을 팔고 마을을 떠나는 사람들은 많지만 주거가 아닌 투기 목적으로 빈 주택을 재구입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집들이 많아졌다. 어둠이 짙게 깔리면 빈틈은 각종 쓰레기와 범죄 현장들로 채워졌다. 심지어 다른 마을에서 공가(空家)가 많은 그 동네로 찾아와 쓰레기를 무단 투기 하고 가는 현장도 몇 번 포착되었다. 부담은 오롯이 남아있는 자들의 몫이 되어 버렸다.

이에 골머리를 앓던 몇몇 주민들은 합심하여, 거리를 청소하고 치우고, 자주 쓰레기가 버려지는 구간에 텃밭과 화단을 조성하여 쓰레기 무단 투기를 방지했다. 갈라지고 부서진 담벼락을 보수하고 새로 칠한다. 어두운 거리를 밝히는 순찰활동도 하고 있다. 공공기관에서 지원받은 금액으로 마을의 공가 하나를 전세로 얻어 사랑방을 만들기도 했다. 사랑방에서는 주민들의 휴식 뿐 만 아니라, 구청의 강사를 초빙하여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들도 진행하고 있다. 전국에 이러한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마을을 만들어가고 있는 공동체들이 여럿 있다. 각자의 유형은 다르지만 취지는 비슷하다. ‘함께’의 힘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고자 하는 것.

가장 중요시하게 생각했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고 나면, 이후에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앞서 이야기 했던 마을의 한 주민분과 만나서 나눈 이야기가 생각난다. “모임을 좀 확장하고 싶어요.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활동들을 도와주거나, 함께 힘을 합해 새로운 활동을 모색해 나아갈 수 있는 젊은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들끼리 활동을 지속하려니 점점 지쳐가고 있어요. 여기서 한 명이 갑자기 빠지면 마을에 부담이 되니까 그만둔다고도 못하겠고……. 우리들은 늙어서 활동에 한계가 있어요.” 이 마을뿐만 아니라, 대부분 마을 활동은 40대에서 60대가 주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양한 세대가 고루 분포하기 보다는 중·장년층에 편중된 모습이 두드러지는 것이다.

물론 마을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세대기이에,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실행하는 주체가 된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세대가 어우러져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고 서로의 의견과 실천들이 물처럼 순환하는 마을이라면 더 건강한 모습이지 않을까.

3.

한 가지 실험을 제안한다. 인천지역의 교대 및 사범대의 학생을 모두 포함하면 700명 가까이 된다. 이 학생들이 교육봉사 차원으로 다양한 마을공동체에 투입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대학교와 학생은 지역과 연계된 다양한 경험을 통해 교육관의 성숙과 흥미로운 연구의 재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점차 교육적으로 지역사회와의 연계성이 강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학생과 학교 모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꽤나 괜찮은 접근이다. 단순히 마을공동체의 업무를 파악하고 보조하는 역할에서 더 나아가 직접 자신의 전문적인 지식으로 교육적 기획을 해볼 수 있다면 학생 입장에서는 소중한 경험일 것이다. 마을 공동체 입장에서도 학생들과 함께 함으로써 새로운 시선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더불어 일회성의 봉사 및 프로젝트가 아닌 지속적으로 마을과 학생이 관계 맺을 수 있는 방안 또한 찾게 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 실험에서 중요한 것은 제일 중요한 것은 공공의 센터 역할이다. 공공은 대학과 학생, 대학과 마을 그리고 마을과 학생간의 중간 가교 역할을 수행하여 불필요한 행정 업무를 최소화 시키고, 각 주체가 자유롭게 교류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학생들이 마을과 접점을 찾을 때 지치지 않게 가이드라인과 멘토를 지원해주고, 분기별로 컨퍼런스나 오픈 테이블 형식의 회고하는 장을 만들어,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각 주체가 얻은 성과와 고민들에 대한 내용들을 공유하고 의미를 창출해 나아가면 좋겠다. 이를 통해 나온 내용들은 지역적으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기관들에게도 의미 있는 자료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졸업을 위해 의례해야 하는 교육봉사지만, 나름의 재미와 의미를 더해 훈훈한 추억으로 60시간을 채울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