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기 주민자치인문대학_6강 ‘마을순환, 마을책을 펼쳐보다’

9월 28일(목) 오전 10시, 제 8기 주민자치인문대학 6강과 수료식이 부평아트센터 세미나실에서 25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강의 주제는 ‘마을에 재생이 주는 의미_세월을 머금은 건축,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다’로 이의중 강사(건축재생공방)가 사례를 소개하고 이후 *사람책 방식으로 집담회를 진행했다.

*사람책: 개인의 경험과 지식을 함께 나누고 학습하는 방식

강사는 건축재생공방 소개와 건축재생을 시작하게 된 계기, 일본에서의 활동 경험을 이야기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마을 건축에 대해 이야기하는 순서로 강의를 진행했다.

건축재생공방과 아카이브카페 빙고

공간을 재생하는 일을 하고 싶어 1920년에 경에 지어진 신포동 소재 얼음 창고를 2015년에 직접 매입해 아카이브카페 빙고를 만들었다. 1층은 아카이브카페를 운영하고 있고 2층은 설계, 건축사무실로 사용했다. 카페 이름은 인천의 공간을 기억하고 회상하고 싶어서 아카이브 카페 빙고로 지었다.

빙고의 외관은 대지 17평, 건물 14평으로 다른 창고들보다 평수가 작고 좁은 골목길에 있어서 얼음을 보관하기에는 좋은 여건이었을 것이다. 빛이 잘 안 들어와 실제 여름에도 외부보다 5도씨 이상 낮은 편이다. 건축적으로 특이한 부분은 1미터정도가 화강석이고 입구가 작다.

동네와 건축을 돈으로만 봐야하는가?

건축재생을 하게 된 계기는 ‘재개발’과 관련이 있다.

어릴 적 잠실에 있는 저층 아파트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살고 있는 동네가 소중한지 잃고 나서 알았다. 대학 4학년 무렵에 재개발이 시작되었는데 건축과를 다니고 있음에도 그 전까지 건축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이런 일을 겪다보니 상실감이 느껴지더라. 내가 놀았던 공원과 단지 안 상가의 문방구, 분식집, 교회, 지하 태권도장도 등 유년시절의 큰 부분을 잃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 재건축을 계기로 어떤 건축을 해야 될지 고민이 시작되었다.

보존(保存)을 위한 건축? 보전(保全)을 위한 건축?

어떤 건축을 할 것인지 고민한 끝에 일본 교토에 갔다. 일본은 ‘복원’에 심혈을 기울이다 보니 오히려 사람이 살지 않는 건축물이 많더라. 일본은 건축 재생과 마을 부분에서도 선진사례로 언급되지만 그렇게 성공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모든 것을 지키기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쳐 사용하고 쓰면서 가꾸어나가는 것이 건축 재생의 의미가 아닐까?

건축할 때 건축물 하나의 질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력적인 마을, 도시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생각한다. 멋지고 화려한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그 마을과 잘 이루어져서 마을의 경관과 잘 어울리는 건축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말하고 싶은 것은 “역사가 있는 마을은 한 시대의 모든 것을 고정 해야 되는가?”이다. 그럼 정말 매력이 없어진다. 과거의 사건, 건축물도 역사지만 현재 우리도 역사다. 과거의 역사가 중요하니까 우리는 가만히 있고 후대에 원형 그대로 물려주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안일하다고 본다. 우리의 치열한 역사도 같은 역사일 것이다. 400년 정도 된 일본의 쿠라시키는 오래된 건축물을 고치고 다듬어 사용하기도 하고 지역과 어우러지는 신축 건물도 있으며 인근에는 산업단지도 있다. 70여년 전부터 마을 만들기 사업이 그런 방향을 갖고 왔다. 전통이 살아있지만 전부 전통만 있는 건 아니다.

쿠라시키에서는 쇠퇴했지만 마을사람들이 생활하는 곳을 재생하는 일을 했다. 공간을 고쳐서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게스트하우스를 만들었다. 기존 공간을 고칠 때 사무실에서 재생학원 2년 코스 수강생과 직접 청소하고 폐기물 치웠다. 또한 인근 초등생들과 흙벽 바르기 워크숍도 했다. 전문가가 하면 금액이나 시간이 적게 들지만 그 건물의 의미와 이야기, 가치를 함께 느끼고자 진행했다. 이 집은 주인에게 20년간 빌리는 것을 승낙을 받았고 집 주인이 직접 관리한다. ‘마을 집 트러스트’가 위탁받고 게스트하우스 관리는 집주인이 하면서 발생하는 소득을 얻는 방식으로 계약했다.

쿠라시키의 사례가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민간으로부터 시작해서라고 생각한다. 국토교통성과 구라시키 지원이 있었지만 처음부터 관주도로 사업을 내려온 게 아니었다. 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지역의 유지와 주민들이 민간 출자 목적회사를 만들었다. 그 이후 뜻을 같이 하려는 중앙정부와 시를 설득해 지원금을 받게 되고 지역에 마을금고 8개 MOU를 맺어서 입주하려는 젊은 사람들에게 저리로 대출해서 프로젝트를 함께 했다.

전체 비용 중 수리하는 비용 절반은 지원금이고 나머지 반은 입주하는 사람의 부담과 은행의 대출이 있었다. 철저히 민간에서 생각과 활동이 중앙정부의 지원을 끌어낸 사례이다.

인천에서의 활동

인천에서 살게 된 계기는 이곳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가치는 발견하는 자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카이브카페 빙고에 이어서 최근에 인천여관을 재생하는 작업을 했다. 루비레코드라는 회사가 지역에서 기억과 가치를 쌓는 일을 하고 싶어 하기에 기꺼이 참여했다. 다음프로젝트는 110년 된 화교협회건물인데 조선시대 청국 영사관 회의청으로 쓰이던 건물이다. 일반인들도 들어갈 수 있게 화교의 문화를 전파할 수 있는 기획행사를 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다.

재생건축이 마을에서 어떤 가치를 추구해 나가야하는지 강사의 경험이 담긴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1부 사례를 마무리하고 2부 사람책을 진행했다.

○ 일본에서 특수목적회사를 만들어서 활동했다고 했는데 한국에 와서도 유사하게 한건가?

클라이언트의 개인 의뢰도 있었지만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프로젝트와 목적회사를 통해 지원을 받는 방식은 일본에서도 특별한 케이스였다. 다만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동네건축을 할 때 단순히 집만 고치는 게 아니라 무엇을 담을 것인가를 생각하는 건축을 하고 있다.

관이 주도해서 하는 방식보다 관이 수용할 수 있는 민간으로부터 매력적인 발신이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하는 편이다.

○ 인천이 매력적인 많은 가치가 있다고 했는데 어떤 부분 때문에 인천에 자리를 잡았는지, 재생사업을 할 때 아직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은?

한국에 오게 된 계기는 3.11 지진 때문이었다. 귀국 당시 우리나라에 한옥 짓는 곳은 있지만 재생 건축 하는 데는 없었다. 이후 3여 년간 국토부에서 일을 하면서 전국 재생사업을 다 보게 되었다. 인천은 갖고 있는 가치에 비해 저평가 되어있고 속도가 느리다. 공부하고 배워가면서 저도 성장하지만 그것이 지역과 같이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 인천을 선택했다.

우리나라 재생사업 차이점 질문은 제가 주제넘은 말일 수도 있지만 작년 말 서울시와 국제토론회를 준비하면서 일본에 다녀오면서 느낀 것인데 일본의 재생사업은 우리나라처럼 돈이 많지 않다. 막대한 자본을 갑자기 쏟지도 않고 빨리 성과를 내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돈이 먼저 내려와서 사업이 급조되고 지역적 가치와 내용보다는 돈을 어떻게 쓰고 낼 수 있는 사업 효과등과 같은 사업 방식에 좀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

○ 일제시대 영향을 받은 근대건축물인데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봐야할까?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일본의 영향을 받은 근대건축물은 어떤 의미로 봐야하는가? 내가 생각하는 일제 잔재라는 것을 문화재적인 관점에서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우리는 이것을 좀 더 파헤치고 연구해서 후대에 남겨야 된다. 우리의 판단이 10년 후, 100년 후 옳은 판단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후대도 판단할 수 있도록 그 여유를 남겨야한다고 생각한다. 일제시대 건축물을 만지며 작업을 하고 있음에도 그런 생각을 갖고 건축을 하고 있다. 잔재라 없애면 다음 세대는 무엇을 보고 판단을 할까?

○ 지역 주민들의 삶의 모습이 관광화되어 침해받는 주거권, 생활권에 대해 재생건축가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광을 위해 지역을 만든다면 자체가 너무 허망하다. 역사와 생활이 있는 마을이어야 매력적인데 보여주기 식으로만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은 지속적이지 못할 것이다.

다만 그 마을의 삶과 사람, 이야기가 매력적이라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생활, 풍습이 매력적이라 보러 오는 건데 오지 말라고 할 수 없지 않을까? 갖고 있는 가치를 주민 스스로 알리고 방법을 고민하는 것은 주민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참여자들의 추가 설명

예를 들면 하회마을 사례를 생각하면 된다. 마을에서도 보여줄 수 있는 마을은 정해져있고 주민 개인의 집과 삶은 보장된다. 이것은 하회마을에서 주민들이 직접 그 방식을 선택하고 함께 정한 것이다.

강사는 마지막으로 마을의 매력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지켜나가야 할 가치를 고민하시길 바란다며 2부 사람책을 마쳤다.

이후 그간의 교육 사진이 담긴 영상을 함께 보며 수료식을 진행했다. 총 20명의 수료자의 참여자가 서로 편지를 주고받으며 수료증을 전달했다. 이혜경 지원센터장은 다양성이 공존해야 마을의 가치가 살아난다고 말했던 이의중 강사의 말처럼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이 그 가치를 지키고 만들어가고 있다며 수료식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다음 9기, 10기에도 만나 뵙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포틀럭 파티를 마지막으로 제 8기 주민자치인문대학 ‘마을의 순환, 마을책을 펼쳐보다’를 마쳤다.

글 교육담당 / 사진 홍보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