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탐방_”중앙시장마을협동조합”

2018 2월 마을탐방인터뷰

나와 이웃이 사는 중앙시장이 소중해요

 

<중앙시장마을협동조합> 지윤숙 님 인터뷰

 

“<중앙시장마을협동조합>은 2013년에 생겼어요. 저는 여기에서 미싱가게를 사십 년을 했어요. 지금은 마을에서 협의체를 만들어 생산까지 하는 곳도 있고, 북한이탈주민들이 미싱을 하는 곳도 있지요. 협동조합이 생길 때, 동네 사람들을 모아 협의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처음이라 잘 모르니 장회숙 선생님이 계셔 많은 도움을 받았지요.” <중앙시장마을협동조합> 지윤숙 님의 말이다.

“중앙시장은 가구‧혼수‧이불‧한복 등 혼수의 거리나 다름없어요. 2013년 마을공동체 시범사업으로 한 초례청에는 참 많은 아이디어가 있었어요. 아예 혼례청 자리를 마련해서 사람들이 와서 한복도 입어보고 문화를 느끼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이런 문화를 자라는 아이들에게 체험하게 하는 게 좋잖아요. 예를 들어 함을 싸는 방법도 다 있어요. 패물만 넣는 것이 아니라 보자기에 오곡주머니도 넣고 매듭을 묶지 않고 땋아서 하는 방법 등 옛날에는 소창으로 싸서 첫 아기를 낳으면 그 천으로 기저귀를 만들어 썼어요.”

2013년 마을공동체 시범사업에 참여하면서 <중앙시장협동조합>이 준비한 것은 초례청이다. 신부 혼례복부터 혼례상 차림상, 시모들 옷까지 소품을 마련했다. 결혼기념일에 밖에서 식사 한번 하는 것보다는 혼례복 입고 기념사진을 찍는 것은 어떨까 하는 마음도 있었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들 중 늦게 만나 사시는 분들은 무료로 혼례를 해 드렸다.

“요즘 결혼이 이벤트화 되는데 전통 혼례를 하게 되면 뜻이 하나하나 남달라져요. 합혼주와 기러기의 의미 등을 배워서 알게 되면 좋겠어요. 지금처럼 연애해서 결혼하는 것이 아니었던 옛날에는 장모님도 신랑자리를 처음 보는데 다리가 혹여나 불편하지는 않나 볼 수 있게 하는 게 있었어요. 신랑이 들어올 때 바닥에 콩을 깔아서 일부러 넘어지게 하는 등 바짝 잘 일어나서 어떻게 하는가를 보는 재치가 있단 말이에요.

지금이라도 다시 할 수 있게 초례청 준비를 해 놓았어요. 어디 행사 있는 분들이 다 구비하려면 돈이 많이 들어요. 그러는 것보다 빌려주고 상차림까지 해 주면 좋잖아요.”

작은 마음들이 모아지고 커 져서 맨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나중에는 그것들이 커지는 감동도 있어

초례청으로 결혼의 의미를 갖고 손님들을 불러다가 동네에서 잔치하는 식으로 주변 식당에서 음식을 나눠 먹으면 좋겠다. 떡도 동네에서 하고 하면 금방 이익은 안 돌아오지만 오신 분들에게 중앙시장을 소개하고 이불이나 각종 상품을 구경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없어 아쉬움이 남았다는 지윤숙 님은 마을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을 이야기해주셨다.

“작은 마음들이 모아지고 커 져서 맨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나중에는 그것들이 커지는 감동도 있어요. 요즘은 자기만 알잖아요. 옆집에서 무슨 일이 생겨도 관심 있게 들여다보지 않으려는 게 문제예요. 내 주변이 좋아지면 나도 덩달아 좋아지는 거잖아요.

중앙시장이 더 관심을 갖고 해야 할 부분이 있어요. 이 앞에 뉴스테이로 2,500세대가 들어온다 해요. 시장은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해요. 지금부터라도 다른 재래시장으로 가지 않게 여기에서 잘 준비해서 재미있는 것들도 생각해 내고 해야 하는데 재개발만 해서 나갈 생각만 하시는 게 안타깝습니다.

공부하면서 천안과 수원의 사례를 봤는데 아무리 다녀도 우리 동네가 제일 좋아요. 우리가 보물을 지니고 있는지 잘 몰라요. 나 혼자 하기에는 너무 힘들어요. 누가 나 같은 사람이 두 사람만 더 있으면 할 텐데, 동네에서 이게 안 되더라고요. 마을 활동이 당장 댓가나 이익이 나오는 경우가 없잖아요.“

지윤숙 님은 다른 곳에서 성공하는 사례가 많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사례를 통해 주민들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갖고 곁에서 응원하고 교육하는 마을활동가들이 먼저 다가섰으면 한다. 동네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큰 것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을 때 일깨워주었으면 한다.

<중앙시장마을협동조합> 일을 하면서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드셨을까.

“책임감이지요. 조합원 분들이 출자금을 냈잖아요. 사업을 하니 자부담을 하는데 이익 발생이 없었어요. 그래서 힘들게 왜 하냐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하지만 마을협동조합이 지금 당장 눈앞의 이익이 아니라 더 큰 이익 창출의 기회를 마련하는 거잖아요. 눈으로 보면 할 게 정말 많은데, 놓치는 것은 아닐까 해요.”

2017년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다. 이번에는 옛날 교복을 무료로 빌려서 사진도 찍고 자연스레 중앙시장과 배다리를 둘러보는 체험을 기획했다.

“동구에 사시는 분들 가운데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집안형편이 어려워서 교복을 못 입어보신 분들이 많아요. 형들은 교복 입고 학교 다니는데 당신은 힘들게 일하고 그렇게 사신 거지요. 그래서 이제야 나도 입어보게 되는구나 하시면서 교복을 입고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옛날 생각도 나시고 해서 옛 학창 시절 교복입기 아이디어는 정말 괜찮았어요. 체험하는 분들이 사진을 찍어서 저에게도 보내주실 때 보람이 있었지요.

전에는 배다리 헌책방 거리에 사시는 할머니를 모시고 온 손주가 있었어요. 이 학생이 우리 할머니는 학교를 못 다니신 분인데 교복을 빌려주실 수 있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할머니는 여학생 교복을 입으시고, 아버지도 입고 그 학생도 함께 입고해서 배다리 헌책방 거리에서 딱 찍으니 정말 멋있었어요.

중앙시장 뿐만 아니라 배다리 헌책방에 오시는 분들이 교복을 입고 체험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있어요. 교복뿐만 아니라 소품에도 신경 써서 가방, 모자, 반장 선도 표시 등을 준비했어요. 단추도 사다가 제가 일일이 달았어요.“

마을에서의 마음도 자꾸 허물어지면 모래성이기 때문에 없어지기 쉬워요

옛 학창시절 교복체험을 하면서 즐거워했던 주민들의 추억도 쌓이고 마을협동조합 일을 하면서 다행히도 마음에 맞는 사람을 얻었다.

“우선 나부터 혼자 할 수 있는 것만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동네 사람들과 천천히 살살 하다가 마음을 하나 얻어 놓은 게 동구밭 청년몰 회장님이 나와 마음이 맞아요. 청년몰에서 하는 행사에 초례청과 옛날 교복 체험을 할 테니 같이 하자 제안했어요. 청년몰에 다 빌려주었지요.

마을에서의 마음도 자꾸 허물어지면 모래성이기 때문에 없어지기 쉬워요. 바닥이 든든하고 단단히 중심을 잡아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었어요. 그래서 조금씩이라도 해 나가야 한다고 봐요.

제가 작은 울타리를 참 좋아하는데 나무를 주워서 동네 주차장 옆에 하나 만들었어요. 올 봄이 되면 정리해 흙도 모아서 꽃을 심으려고 해요. 지원금을 받아서 할 생각을 하지 말고 내 형편껏 할 수 있는 만큼은 내가 해 보자라는 마음이에요. 내가 혼자 하는 것을 보면 주변 분들이 나도 이렇게 저렇게 한번 해보자 할 수 있잖아요. 꽃을 보면 지나다니는 분들도 보기 좋고요. 자투리땅이 생기면 이웃이 하는 것을 보고 차차 함께 하다보면 언젠가는 뜻을 같이 모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요.”

한 자리에서 40여년 가게를 지키면서 보는 중앙시장 만의 매력이 무엇인지 여쭤보았다.

“인천에 동네가 다른 곳은 점점 발전하지만 중 동구가 제일 오래되었고 어찌 보면 낙후되었어요. 여기 시장의 매력은 지금도 옛날에 왕성하게 장사하시고 활동하셨던 분들이 아직도 남아 계신다는 거예요. 지금은 장사도 잘 안 되지만 제가 다니면서 늘 말씀드리는 것이 또 할 수 있다 다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씀 드려요.

수요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하는데 한꺼번에 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되어가는 거라고 봐요. 중앙시장도 다시 살릴 수 있는 희망이 있어요. 어느 동네에 가 봐도 역에 가깝고 조용한 시장 분위기가 없어요. 다시 한 번 힘 모아 해보면 되는데 재개발만 원하시는 분들이 더러 계셔요.

어떻게 되었든 간에 시장이 빨리 움직여서 할 수 있는 것을 준비해야 한다고 봅니다. 식당과 먹을거리가 생기면 주민들이 멀리 안 나가요. 크지도 않고 아주 작지도 않은, 장사하고 뭘 하기에 딱 좋은 곳이에요. 어디를 다녀 봐도 이렇게 좋은 조건이 없어요.”

사람들을 다 떠나보내고 하는 것은 내 것이 아니에요.
내가 여기 있을 때 하는 게 이게 내 것이고, 우리의 것이지요

마을협동조합 일을 하면서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한다. 일부 어떤 분들은 송월동 동화마을처럼 벽에 그림만 그리는 것이 마을활동이라고 편견을 가진 분들도 계셨다. 지윤숙 님은 “사람들을 다 떠나보내고 하는 것은 내 것이 아니에요. 내가 여기 있을 때 하는 게 이게 내 것이고, 우리의 것이지요. 재생사업이든 뭐든 간에 그냥 주어지는 것은 절대 없다고 봐요. 마을협동조합에서 작은 일이라도 자꾸 하다보면 주민들이 단합하여 금세 살게 될 거예요. 그렇게 하다보면 더 넓고 큰 것도 함께 할 수 있다 생각해요.”라 말씀하신다.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중앙시장에 작은 변화들이 생긴다. 청년몰에서도 애써 시장을 살리려고 하고 시장 내 빈 공간에는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모여 작업을 한다. 젊은 새댁에 오래된 점포를 얻어 접시에 그림을 그리는 등 다양한 주체들이 움직인다. 자주는 못 가보지만 장사가 안 되고 힘들어도 우리도 열심히 해 보자는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중앙시장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자리매김하면 좋을까.

“우선 보면 빈집들이 많아요. 빈집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생겼으면 합니다. 오래된 건물이 많은데 집수리를 좀 해서 보기 좋고 깨끗하게 해 놓으면 여기 역도 가까우니 학생들이 들어와서 살 수 있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고물상 옆 큰 건물이 있는데 아파트 같은 큰 건물에 사람이 살지 않아요. 이런 빈집을 번듯하게 해 놓고 하면 그런 것을 먼저 해야 할 것 같아요. 할 것은 많지만 우리네가 어디 가려고 하면 집안정돈부터 하잖아요. 우리가 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문가들이 와서 도와줬으면 해요.”

동구 특성상 어르신들이 많이 사시니 이불 빨래도 할 수 있는 큰 빨래방을 하고 싶다고 말씀하신다. 협동조합에서 지원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공동으로 운영하고 싶다. 옛날 중앙시장에 빨래터가 있었다고 한다. 동네 빨래방을 만들어 어르신 일자리 창출도 하고 중앙시장에 아직 남아 있는 솜틀집에서도 이불을 만들어 판다. 동네에 미싱할 줄 아는 분들이 많으니 이분들과 함께 빨래부터 수선, 새로 만드는 것까지 할 수 있는 그런 시장이 되었으면 한다.

지면을 통해 꼭 이야기해주고 싶은 말씀을 청했다.

“주민들이 재개발이나 정치적으로 하는 것에 현혹되지 말고 나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재개발이나 재건축보다는 내 것을 사랑해야지 옆 동네에 들어서는 몇 층 아파트가 뭐가 중요해요. 내 자리가 중요하지, 중앙시장을 사랑해줬으면 해요.”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작은 일을 한다. 작은 일을 하는 이웃을 보며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선뜻 함께 한다. 같이 해서 서로 가르쳐 주고 하면 할 수 있다는 소소한 성공을 쌓아간다. 옆 동네에 들어서는 고층의 아파트보다 내가 살아온 이야기가 담긴 중앙시장을 가꾸어 간다. 작은 것으로부터의 시작이다. <중앙시장마을협동조합>이 꾸준히 활동해 다시 한 번 중앙시장의 활기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홍보 담당/ 사진 중앙시장마을협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