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한 행정의 역할


연수1동 행정복지센터 동장 하인순

주민편의를 위한 행정의 역할을 주로 해왔던 동사무소가 최근 행정복지센터로 그 역할과 기능이 달라지면서 대민행정에 다양한 변화가 있어왔다.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의 최종목적이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공동체 가치회복에 있다는 것을 전제로 봤을 때 공동체란 무엇이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또한 행정분야에서는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행정의 최일선에서 소규모 마을자치를 이끌어가고 있는 동장으로써 주어진 주제에 대해 다소 버거운 부담감으로 원고요청을 주저하였다. 돌이켜 지난 3년 가까이 동장의 소임을 가지고 이 마을에서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니 지역주민과 지역환경 개선을 위해 두드러지게 한 것이 없어 너무 부끄러웠고, 이웃 간에 소원해지고 와해해가는 현상이 유난히도 심각한 이 마을에서 과연 동장으로써 주민의 행복과 소통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나 되려 반성문을 쓰게 된 것 같아 송구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한 행정의 역할은 우선적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마을을 지키고 가꾸고자 하는 스스로의 의지로 구성된 공동체 구성이 가장 먼저 시급하다. 그런데 이 공동체 구성과 활동은, 지금까지는 어느 누가 어느 날 갑자기 앞장서서 만들어진 후 어떤 소정의 성과를 얻고 나면 자연스럽게 없어져 버리는 그러한 형태의 일시적인 공동체에 불과했다.

그러한 몇몇의 리더가 앞장서서 만들어지는 공동체는 절대 지속가능할 수 없음을 이곳 주민들은 많은 시간들을 통해 경험한 바 있다. 이곳 연수1동에서도 예전에 함박마을과 새말마을 등 마을사업을 위해 몇 년간 활동한 공동체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 맥이 이어지고 있지 않다.

이렇게 마을공동체의 맥이 이어지고 있지 않은 것은 물론 많은 주민들의 삶의 터전에 대한 다양한 변화와 함께 활동 목적이 끝나 해체된 이유도 없지는 않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을을 사랑하는 주민 스스로의 의지가 결핍된 것에 큰 이유가 있다고 본다.

날로 인심은 각박해지고 밤낮없이 분주히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살아갈 수 있는, 흔히 생계형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이곳 함박마을만 봐도 예전에 상상도 못했던 외국인 마을로 자리잡아가면서 이웃 간에 소원해진 것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생활문화가 첨예하게 다름에도 불구하고 거의 말 한마디 통하지 않아도 거주가능한곳이 함박마을이다. 이렇게 소통이 부재한 가운데에도 별반 불편 없이 살아가고 있는 동네에서 주민편의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위해 사전 주민설명회 참석요청을 부르짖어도 내 마을의 일이 아니고 우리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주민이 대다수라서 마을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리라 기대하기가 쉽지않은 게 이곳의 현실이다.

그래서 마을의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고 모두가 하나가 될 수 있는 공동체 형성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 정치적 이념과 사리사욕이 배제된 마을의 문제를 고민하고 논의하고 결정해서 합의점까지 도달할 수 있는 구심점이 절실함에도 모이기를 꺼려하고 그 누군가에게 맡겨버리면 된다는 생각들이 아직까지 대다수이기 때문에 공동체 구성이 힘든 건 사실이다.

우리 행정의 역할은 이렇게 중단된 마을공동체를 복원하고 활력을 되찾게 해주는데 주력해야 하며, 협치를 통한 파트너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산적해있는 민원을 처리하고 해결해주는 것이 그간의 주된 행정 역할이었다면 이제는 주민 스스로가 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고, 구성된 공동체 활동이 원활하게 지속될 수 있도록 행정파트너쉽을 발휘해서 같이 고민하는 가운데 중요한 역할을 해 나가야 주민자치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단적인 사례로 지난해 마을로 찾아가는 2018 인천 마을공동체 대학에 합류하여 마을의 문제를 가지고 논의하고 토론하는 교육을 이수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기지만 여하튼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해 참여하여 마을의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마을의제발굴과 계획수립에 고민하는 주민들의 생각을 듣고 이해의 폭을 넓히는데 무더운 여름의 열기를 쏟아부은 기억이 있다. 그 이후 수료한 15명의 마을주민들은 스스로가 주인이 되어 머그미 마을공동체라는 이름으로 연수1동의 마을공동체를 구성하였다.

참여했던 주민들은 관심을 갖고 함께 시간을 내어 준 동장으로부터 많은 힘을 받은듯했다. 그 결과 주민들 스스로 마을가꾸기 기획과 열정이 지금까지도 식지 않아 올해는 1단계 사업을 기획하여 공모사업에 신청한 후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물론 지역주민들이 제안한 사업들이 실행되기까지 많은 행정적 착오가 있고, 뒷받침이 안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실행이 어려운 사업도 있고 다소 무리가 되는 경향도 없지 않다. 그럴 때마다 행정적인 절차의 하자로 주민과의 마찰과 갈등이 계속되는 것이 일상이지만 수용하고 설득하고 귀담아 듣는 행정가의 자세도 겸비할 필요를 느낀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사는 마을에는 조금만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살펴보아도 할 일이 너무나 많다. 건물 간 높이 쌓은 담장만 헐어도 친밀감 있고 살가운 이웃 간의 훈훈함을 느낄 수 있는 동네로 바뀔 것이고 예전에 했던 반상회만 다시 하게 되도 답답한 마을일을 서로 마주보고 의논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도시에 살든지 한적한 시골동네에 살든지 공동체 형성이 필요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지만 공동체를 이어가는 것이 쉽지 만은 않기 때문에 누구나 앞장서려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스스로가 주인이고 공동체의 리더라는 의지가 필요하며 행정가는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해 리더에게 자존감과 용기 그리고 끊임없는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짐을 가득실은 수레를 한번 상상해 보자. 공동체가 수레라고 가정했을 때 바퀴가 잘 맞물려 돌아갈 수 있도록 여러 가지가 고려되어야 하는데 행정가의 역할은 수레가 목적지를 향해 굴러갈 때 여기에 필요한 행·재정적인 지원과 지속적인 관심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결론지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