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기 주민자치인문대학 ‘마을, 민주주의 학교’ 1강

마을활동의 가치와 철학을 학습하고 토론하며 네트워크를 하는 주민자치인문대학이 4월 11일(목), 11기 첫 강의가 열렸다. 5월 9일(목)까지 총 5회에 걸쳐 운영되며 윤찬영(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현장연구센터장)과 거버넌스를 통한 국내외 사회 혁신을 학습하고 토론한다. 또한 4강(5월 2일)은 이완기(인천햇빛발전협동조합 사무국장)과 김숙현(연수구 송도그린워크 1차 입주자 대표)과 ‘에너지 주권과 마을의 변화’를 주제로 소규모 포럼을 연다.

[1강/여는 강의] 마을, 민주주의 학교

전통적인 통치방식, 즉 정부운영은 보통 대통령에 의해 수직적·위계적으로 꾸려져왔다. 공무원은 그 결정에 따르고 시민들에게 정책결정사항이 전달되고 집행되는 방식이었다. 최근 ‘협치’가 이슈다. 우리나라에서 ‘협치’라는 말이 쓰인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11년도,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후보가 보궐선거에 당선되면서 민관협치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4년에는 지방선거에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민주당 인사를 부시장으로 앉히겠다고 하면서 ‘협치’를 이야기했다. 당시 협치라는 말은 다양한 의미로 쓰였다.

대안으로 시민, 특정이슈와 관련된 이해당사자, 야당의 인사가 국정운영에 참여하는 등의 새로운 것을 통칭해서 거버넌스라고 한다. 협치는 일본식의 부자연스러운 표현인데 거버넌스라는 표현이 익숙하지 않을까. 거버넌스, 주민자치, 분권이라는 흐름의 배경은 정부와 시장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사회적 난제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가난, 계층간 불평등, 만성질병, 최근에 저출산, 고령화, 지역소멸,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예산도 많이 투여하고 정책을 개발했으나 풀리지 않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시민의 역량과 연결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시민들의 교육수준은 높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필요한 정보도 얼마든지 얻고 멀리 떨어져있는 외국에 있는 사람과도 사례와 경험을 나누며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처럼 정부와 시장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고 시민들의 역량이 높아지면서 과거에는 당위적으로 시민의 의견을 들어야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정부와 시장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니 시민들의 지혜와 경험을 빌려 해결하려는 시도, 실험을 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입정책과 탈원전에 관련해 숙의 공론장이 열렸다. 기대했던 만큼의 명확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좋은 시도였다고 볼 수 있다.

[무엇을 협치의 대상으로 삼을 것인가, 얼마나 많은 권한을 누구와 어떻게 나눌 것인가?]

이처럼 시대가 변하면서 거버넌스의 역할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그만큼 논란도 있다. 무엇을 협치의 대상으로 삼을 것인지, 얼마나 많은 권한을 누구와 어떻게 나눌 것인지.

아렌슈타인은 연방정부의 도시재생 정책을 보면서 시민참여의 수준을 연구했다. 조작부터 진정한 시민참여까지 8단계로 구분했다. 제도화하기 위한 연구였고 현실을 8단계로 구분하는 건 쉽지 않지만 우리 지역과 행정, 기관과 제도에서의 거버넌스가 진정한 시민참여가 맞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민원을 받아들이거나 정보를 제공해주는 수준을 넘어 권한 위임, 시민들이 기구를 만들고 다른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높은 수준의 시민 참여라고 할 수 있다.

[사회혁신]

주로 해외에서 내렸던 정의인데 사회혁신은 시장과 정부가 그동안 많은 노려을 기울였음에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을 시민들의 새로운 아이디어, 관계를 통해서 풀려고 하는 새로운 흐름을 말한다.

문제를 풀기위해서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존의 방식으로만 바라보면 문제 해결이 어렵다. 쓰레기 문제를 바라볼 때 쓰레기로만 바라보면 양을 줄이거나 할 수 없다. 자원이 될 수 없을지 발상의 전환을 하면 어떻게 하면 잘 분리할 수 있을까. 새롭게 활용할 수 있을까 라는 새로운 접근을 통해 문제를 해결에 가깝게 갈 수 있다.

얼마 전 영국에서 외로움 장관을 임명했다. 한 달이 지나도록 아무하고도 말하지 못한 사람의 비율 조사를 한만큼 사회에 외로운 분들이 많은 것이다. 노인 케어도 마찬가지다. 노인을 복지 수혜자로만 바라보게 되면 공간, 예산, 케어문제로 걱정만 늘어간다. 노인이 서로가 서로를 돌볼 수 있게 된다면, 그들의 경험과 지혜를 발휘해 수혜자가 아닌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커뮤니티케어(지역사회의 힘으로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자신이 살던 곳에서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돌봄 시스템)의 출발이다. 사회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1. 무하마드 유누스와 그라민은행

“가난한 이들에게 담보 없이 적은 자본금을 빌려준다면 이들도 자립을 할 수 있지 않을까?“

1970년대 미국에서 공부한 방글르데시의 무하마드 유누스 교수는 고국으로 돌아와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본금을 빌려준다. 당시 동파키스탄으로부터 독립해 정치적으로 불안정하고 큰 홍수가 벌여졌다. 가난 문제를 극복해보고자 시골마을로 갔더니 동네 여성들이 고리대금업자에게 돈을 빌려 대나무 재료를 사서 가구를 만들어 파는 모습을 보게 된다. 돈을 갚아야하니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돈으로 사람들에게 빌려주게 되고 거기서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후 방글라데시 대학과 함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마을 은행이라는 의미의 그라민 은행을 설립해서 무담보로 돈을 빌려주기 시작한다. 법인을 설립하고 정부의 정식 인가를 받아서 660만 명이 대출을 받고 그 중 97%가 여성이었다. 2006년도에 노벨평화상을 공동으로 수상한다. 지금은 이제도가 전 세계에 퍼져있다. 오래된 사례지만 사회혁신의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그라민 은행이 정착되기까지 주민들과 관계를 맺고 신뢰를 쌓고 컨설팅을 하는 과정은 있을 것이다. 이런 게 사회혁신이다.

2. 서울시 금천구 독산4동, 민간인 동장과 마을의 문제 해결 과정

단독주택, 빌라에 사는 주민들이 가장 해결하고 싶은 심각한 문제를 물어보면 대개 주차문제, 쓰레기 문제를 말한다. 서울시 금천구 독산4동은 25개 자치구 중에 아파트 비율이 6번째로 낮은 오래된 주택가가 많은 동네다. 그만큼 쓰레기, 주차문제가 심각했다. 당시 전국최초 민간인 동장이 임명됐다. 취임을 하면서 적극적으로 지역의 문제를 풀어보고자 나섰다.

정부의 통치체계가 위에서 결정되면 그것을 집행하는 말단기구가 주민센터다. 그래서 뭔가 기획할 수 없다. 기획해도 쓸 수 있는 예산도 없고 주민들과 직접적으로 마주치는 곳이지만 지역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의지가 없었다고 한다.

민간인 동장은 먼저 동장실을 없애고 그곳을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때 주민들이 말한 문제가 주차와 쓰레기였다. 주민자치위원회와 불법주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차위원회가 머리를 맞대어 거주자우선주차제을 없애고 낮시간에 빈 공간을 사람들이 주차할 수 있게 했다. 낮 시간에 누구나 주차할 수 있게 야외주차장에 센서를 달고 주차장이 비어있는지 차있는지 집계를 해서 전광판에 표시하도록 했다. 예산이 많이 들었다.

이런 문제를 푸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전문가, 다양한 이해관계자, 시민, 행정을 한 팀 안에 꾸리는 것이다. 대개 행정에서 하는 주민의 참여를 독려하는 수준의 공모사업은 지원금은 대지만 그 이외의 것은 잘 하지 않는다. 행정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도 많다. 민간인 동장이 들어서다보니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직원들도 참여했다. 실태조사를 시간대별로 하고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주민설명회를 열어 취지 설명하고 주민들의 의견도 듣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홍보를 통해서 알리는 사업도 많이 했다. 지금도 이 프로젝트는 형태를 달리하면서 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는 재활용시설이 있지만 주택가는 그런 시설이 없다보니 서울에서 곳곳에 재활용할 수 있는 재활용정거장을 마련했으나 이용률이 높지 않았다. 문전수거를 막지는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굳이 쓰레기를 가지고 재활용정거장으로 가지 않았다. 문전수거를 금지하지 못한 이유는 민원때문이었는데 당시 동장은 도시광부(분리수거를 도와주며 일정정도 수당을 받는 활동가)를 모집했다. 그리고 몇 개월 뒤 문전수거 금지 공지했다. 실제로 실시됐을때 많은 민원이 있었지만 주민들의 의견은 둘로 나뉘었다. 불편하다는 입장과 동참하자는 입장, 동장과 공무원이 쓰레기를 치우는데 솔선수범하고 주민들과 회의테이블을 만들며 지금은 재활용정거장이 안정된 사례가 되었다. 이 사례가 서울 전 지역으로 확산되지 않았다. 여전히 동장들에게는 어려운 일일 것이다.

사회혁신이라는 것이 하나의 지역에서 일어난다고 해서 다른 지역으로 쉽게 확산이 되지 않는다. 확산을 위해서는 또 다른 고민이 필요하다. 주민자치, 도시재생 등 정책이 시행되거나 물리적인 환경을 변화시킬 때 중요한 것은 시민들과 공유되지 않은, 준비되지 않은 시범사업 형태로 한다거나, 하드웨어를 구축하는데 집중하는 방식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들에게 권한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전문가, 행정과 시민이 동등한 권한을 갖고 지역사회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고 동참하는 것, 우리도 이런 식의 자치를 실행해야하지 않을까?

2강은 ‘협치, 보다 낮고 보다 깊게’에서는 거버넌스를 위한 정부의 역할과 시민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지역문제 해결 사례를 만난다.

글 공동체자치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