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기 주민자치인문대학 ‘마을, 민주주의 학교’ 2강

[2강] 협치, 보다 넓고 보다 깊게!

1강은 거버넌스의 개념과 단계에 관해서 살펴봤다. 또한 시민의 아이디어로 새로운 해법을 찾은 사회적 난제를 거버넌스를 통해 어떤 문제를 해결했는지 살펴봤다. 2강은 현실에서 거버넌스가 어떻게 작동하고 어디까지 발전해 가고 있는지, 생각하는 것만큼 쉽고 아름답게만 펼쳐지지 않는다는 것도 사례로 살펴보고자 한다.

거버넌스는 전통적인 정부체계, 수직적이고 위계적인 체계에서 폭넓은 이해관계자, 전문가집단, 시민을 아우르는 체계라고 볼 수 있다. 거버넌스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고 나아가 바뀌어야 한다. 정부는 예산, 권력등 상당히 많은 자원을 갖고 있는데 예산만 지원하는 수동적 기관이 아니라 영역과 공간을 뛰어넘어 사회혁신을 할 수 있도록 구조적 틀을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민들을 인정하고 열린 마인드로 가는 게 중요하다.

최근에 살펴본 유럽의 10개 나라 20개 도시 77개 지역, 복지혁신 사례를 연구한 윌코프로젝트(WILCO project)에서 도시들은 수직적 모델에서 다양한 층위를 가진 거버넌스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시 안에서 수평적 통합, 이해관계자와 시민이 이끌고 서비스 생산자 사이에서 동등한 연대를 이끌어내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 우리나라는 시민과 정부가 함께 미래를 형성해가는 파트너로는 보기 힘들었다. 공공기관의 자유게시판도 다른 나라에 비해 발달해있는데 그것이 높은 수준에 시민참여로 보기 어렵다. 올린 제안에 관한 피드백이 없는 경우가 많아 수직적인 관계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작은 부분이라도 정부가 시민을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해가는 태도를 갖고 제도 변화가 만들어지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초기에 사회혁신수석이 신설되었다. 1년 만에 없어졌지만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도 있고 정부안에 제도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혁신과 관련한 기구가 행정안전부산하에 꾸려져있다. 행정과 부딪히다보면 사실 답답하다 생각할 때가 많다. 사실은 그게 개별공무원의 잘못은 아니라 제도, 법에 근거해서 움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 중요한 것은 개인을 욕하기보다 제도를 바꿔야한다. 인사고과에 시민들과의 협력, 혁신적인 실험을 허용하고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행정의 혁신을 이끌어내기 쉽지 않다. 아직까지 크게 성과가 나지 않지만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랜비 포 스트리츠(주민협의회와 지역재생)

시민들이 정부와 함께 거버넌스를 맺는 과정은 오래 걸리는 일이다. 실제 지역에서 시민과 정부가 같은 테이블에 앉아 머리를 맞대고 일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꾸준함이 있고 정부가 자세를 바꾸면 이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그랜비는 리버풀 안에 작은 동네다. 리버풀은 항구도시로 과거 유럽인이 미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리버풀을 거쳐 가야 한다고 한다. 세계 최초 증기선, 세계 최초로 도시 간 철도가 놓인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다양한 인종이 모여들어 살았던 곳이다. 아프리카 흑인을 끌고 온 곳이라 영국 내에서 흑인들의 공동체가 크게 형성되어 있는 곳이다. 산업화 이후 항구가 쇠퇴하고 실업률이 늘면서 인종갈등으로 인해 폭동이 일어났고 점차 사람이 줄어들고 빈집이 늘어났다고 한다.

1993년에 더 이상 지역이 소멸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는 주민들이 모여 그랜비 주민협의회를 만들었다. 당시 100년 가까이 된 건물을 정부가 없애고 새로운 건물을 지으려고 했다. 주민들은 오래된 건물을 보존을 요구하고, 주민공동체와 함께 빈집활용 방법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전체길이는 1km가 채 안되고 차가 2대 정도 지나다닐 수 있는 4개 거리에 있는 집을 철거하지 않기로 시의회가 약속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고 한다. 정책이 바뀌면서 철거를 하려고 하면 맞서 싸우는 지난한 과정이 반복되었다.

밀고 당기는 지난한 과정이 있었다. 약속은 받아냈지만 보존방식으로 개발이 이뤄지지 않다보니 사람들이 자꾸 빠져나가고 황폐화되었다. 주민들은 아직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작은 실천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교외에 꽃을 심기 시작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에 유리가 깨졌는데 철판을 대놓다 보니 흉물스러웠는데 그곳에 그림을 그렸다. 또한 거리 시장을 열어서 1월을 제외하고 매월 1회, 거리시장을 열었다. 여전히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어 세계각지의 음식을 맛보고 악기를 전시하고 체험할 수 있다.

1993년에 시작해 2011년도에 공동체토지신탁을 꾸린다. 토지에 대한 권리를 정부로부터 저가로, 공짜로 받아서 그 자산을 주민이 스스로 관리해보겠다고 했다. 2개의 주택조합이 참여하면서 구역 안에 있는 110채를 되살리기 시작했다. 주택조합은 영국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인데 집을 지어서 저렴한 가격에 저소득층을 위해 제공하는 비영리집단이다. 허물지 않고 13개는 공동체토지신탁이 권리를 받아서 직접 리모델링해서 되팔거나 세를 주었다. 그 중 2채는 집으로 쓰기 힘들어서 공동체가 함께 쓰는 공간으로 꾸몄다.

시로부터 4개의 빈 가게를 받아서 사회적 경제 모델로 수익을 창출해보려고 한다. 지금은 공공의 자금이 많이 들어갔는데 수익모델을 만들고 있다. 여전히 실업문제가 심각하니 청년들에게 지역 재생과 관련된 직업훈련, 리모델링 기술을 가르치고 시도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하는 과정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의 성과는 시민들을 조직한 것이다. 시민들은 스스로가 힘을 모았다고 이야기한다. 시민들이 행정과 같이 일을 해나가는데 있어 공동의 목표가 있어야한다. 비전을 만들때 우리가 마을을 가장 잘 안다는 자부심이 중요하다. 공무원은 순환보직상 지역과 분야 업무에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주민들은 이런 걸 바랄거야, 가정과 추측하게 일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그 지역에 오래 산 시민들이 전문가 아니겠나.

독일 함부르크시의 ‘장소 찾기’ 프로젝트
(시민 스스로 난민들의 새 터전을 결정한 사례)

독일 함부르크시는 국제공항이 있는 곳이고 난민 문제가 심각하다. 메르켈총리가 비교적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해 난민에 포용적인 정책을 하고 있기 때문인데 문제는 난민들이 특정적인 장소에 모이게 모이면서 주민들과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함부르크 시장이 2개의 지역 대학과 리빙랩을 만든다.

시장이 제시했던 것은 지금 난민이 거주하는 곳을 벗어나 고르게 퍼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시민이 직접 결정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그래서 MIT 미디어랩이 개발한 시티스코프 플랫폼이라는 기술적 장치가 동원되고 시민들과의 워크숍을 했다.

우리나라도 도시계획을 할 때 시민들을 초대해서 공청회를 열지만 전문가들이 전문적인 용어로 설명을 죽 늘어놓는다. 그 이후에 의견이 있는지 묻는 방식인데 이것은 정보가 대칭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함부르크시 워크숍에서는 레고블럭 위에서 색깔 조명을 비춰서 지리정보 기술, 증강현실기술을 적용해서 난민들이 살게 될 거주지를 표시했다. 난민의 거주공간을 나타내는 블록은 다른 위치에 놓게 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예측하게 했다. 중요한 것은 도시설계를 잘 모르는 시민도 참여하고 상호작용을 하는 것, 이해당사자가 모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평등한 토대를 제공했다.

석 달 정도 34번의 워크숍을 진행했다. 시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유인물도 보내고 온라인 플랫폼도 만들었다. 매회 다른 주민들을 불러 모았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을 위해서는 주말, 주중 저녁에 시간을 분리해서 진행했다. 워크숍이 한번 끝날 때마다 주민들이 같이 합의한 장소를 시에 제안했다. 모두 161곳 지역이 제안되었다. 모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시에서 검토를 간단히 하고 전문적인 검토를 거쳐서 6곳이 정해졌다. 실제 난민주거지가 건설되었다. 10곳은 후보지도 남겨뒀다.

이런 워크숍이 아니었다면 행정에서는 이런 지역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난민문제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인데 독일이라고 해서 왜 안 민감하겠는가. 주민들이 스스로 결정을 하다 보니 난민을 포용하기가 좀 더 쉬워진 것이다. 시민들이 같이 결정한 사항이기에 갈등이 불거질 요소가 좀 줄어든 것이다.

[핀란드 실험하는 정부]

실험하는 정부 홈페이지 메인화면

핀란드에서 2017년-2018년 말까지 2년간 실업자들에게 기본소득 실험이 있었다. 실업자 2천명을 뽑아서 매월 74만원씩 2년간 지원한 것이다. 실업수당은 고용을 하고나면 지급이 중단된다. 그러다보니 저소득 일자리에는 취직은 안하게 되고 실업률이 여전히 높은 상태로 유지되더라.

이것을 깨보기 위해 취업을 하더라도 그대로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예로 매월 150만원의 급여를 받더라도 기본소득을 매월 지급하면 실업률이 줄어들지 않을까? 라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하게 된 것이다. 용률이 높아진다면 기본소득으로의 실험 지속에 관한 과정이 또 필요할 것이다.

2017년도에 대한 분석이 발표되었는데 실제 고용률은 늘지 않았지만 실업수당을 받은 사람들의 삶의 질이 높아졌다는 다소 정성적이긴 하지만 잠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2018년도는 올해 말에 결과가 나올 것이다.

왜 세금을 가지고 실험을 하냐는 비판적인 목소리다 있다. 그렇지만 핀란드 정부는 오래전부터 정책수립방법을 개선하고자 했다. 행정은 어떤 사업을 할 때 설문조사도 하지만 추측하는 경우가 많다. 설문조사와 실제 해보는 것은 다르기에 실험적이면서 구체적인 근거에 기반한 방법을 찾아왔던 것이다. 실험을 적극적으로 해서 데이터를 가지고 정책을 수립해보자는 방향을 수립하게 되었던 것. 그 일환이 기본소득 실험이었다. 여전히 핀란드에서도 논란은 많다.

실험을 할 수 있는 토대

중요한 것은 이런 정책 수립 방향이 옳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에 실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시민들이 실험을 해볼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시민이 미세먼지 관련된 해법 아이디어를 동네에서 실험하고자 한다면 돈도 필요하고 사람도, 행정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그럼 정부가 만든 공간 그 안에서 시민과 자원들이 모여 실험한다.

헬싱키의 어떤 연구원은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이 테스트와 시제품 제작을 거쳐 확산이 이뤄지는데 유독 정부만이 그렇게 하지 않는 다는 것은 괴상한 일이다. 그러한 경향이 정치를 근거에 반하도록, 아주 이론적으로 느리고 추측에 기대게 만든다.”고 말했다.

정부도 물론 시범사업 같은 것은 한다. 그것과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은 굉장히 다르다. 시범사업은 어느 정도 시행을 앞두고서 거의 결정된 상태에서 약간의 보완을 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면 기본소득 실험은 해도 될지 말지, 예상했던 효과가 나지 않으면 하지 않을 수 있는 실험이다.

청동검을 만들 때도 여러 화학적 물질을 섞어 단단하고 오래쓸 수 있는 최적의 비율을 찾아야 된다. 결국 넣어보는 수밖에 없다. 비율을 찾는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실패했다고 봐야할까?

3강 민주주의, 새로운 실험에서는 시민과 의회의 정책결정 사례, 디지털 민주주의 플랫폼에 대해 학습하고 토론한다.

글 공동체자치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