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마을활동가 교육과정

어르신 마을활동가라고 들어보셨나요? 인천에는 어르신 마을활동가라는 이름으로 마을을 기록하고 다니시는 평균연령 70대 초반의 어르신들이 계십니다. 놀라우시지요?

4월 어느날, 마을공동체만들기 지원센터와 노인인력개발센터 사이에 의미있는 업무협약이 있었답니다. 지난 웹진에서 한차례 소개드리긴 했지만 한번 더 말씀 드릴께요. 업무협약을 맺기 까지 양 기관 사이에 이런 고민이 있었습니다. 70년이라는 삶의 경험은 다양하면서도 깊고 농밀한 무게감이 있을텐데, 왜 어르신들의 사회에서의 역할은 쓰레기 줍기, 학교앞 교통관리, 종이가방 만들기 같은 부차적인 것만 하셔야 할까. 이 분들의 삶을 녹여낼 수 있는 사회적 역할을 만들어 낼 수 없을까? 말입니다.

그래서 두 기관이 ‘어르신 마을활동가’라는 사업을 준비하며 어르신들이 사회에 의미있는 역할을 하시면서 자존감의 회복과 동시에 삶과 마을에 대한 의미를 재발견 하시고, 또한 객관성 보다는 주관성을 강조하여 어르신들의 삶의 경험과 지혜가 직접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어요. 또한 스스로가 어떤 역할을 발견하고,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며 사회로부터 신뢰를 받게 되었을 때 그에 따른 사회적/경제적 보상을 받는 것은 마땅하다는 믿음 역시 실현해 보고 싶었지요. 그렇게 추진된 결과가 앞서 말씀드린 ‘어르신 마을활동가’사업 이랍니다.

모두 20명의 어르신이 이 사업에 참여하시게 되었어요. 구체적인 역할은 ‘마을기록활동’이랍니다. 마을의 다양한 장면을 사진으로, 글로, 시로, 그림으로 기록하시고, 이렇게 8개월 동안 누적된 기록들을 엮어 기록집, 책으로 만들어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이를 위해 4월 말부터 지금까지 총 13차례 과정에 참여하시며 꾸준히 역량을 키워오셨답니다. 13차례의 교육 과정에는 마을공동체만들기 지원센터가 제공한 ‘비폭력대화’워크숍과 미추홀구 숭의동에서 왕성히 활동하고 계시는, 마을활동가로서는 선배인 어르신들의 공동체, 말벗독서동아리 활동가들과 함께 주인공원 및 숭의동 탐방 실습, 스마트폰 활용 교육 등이 있었지요.

그리고 5월 말, 모든 교육이 끝났고 드디어 마을현장에 나가셨습니다. 20명의 어르신들이 4개조로 나뉘어 함께 회의하고, 기록활동을 하고, 정리하는 작업까지 진행하신답니다. 벌써 첫 번째 기록물이 각 조별로 나왔는데, 이걸 어쩌지요? 삶이 경험이 묻어난 농후한 글, 생생한 언어로 표현하신 시, 눈이 번쩍 띄게 한 켈리그라피, 멋드러진 구도의 사진 등 읽고 바라보며 뭉클해지는 결과물이 나와버렸습니다. 너무 기대하면 큰 부담을 드릴까봐 내색하지 않으려 했는데, 바라보다 뭉클해 버렸지요.

이제 시작입니다. 노인인력개발센터도, 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도 어르신 마을활동가들을 통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마음껏 다니시고, 대화하시며 하고싶으신 대로 하시라고 자율성을 드렸답니다. 비가 오면 실내에서 쉬셔도 되고, 날이 너무 더우면 시원한 곳에 찾아가 회의하셔도 된다고 말씀드렸지요. 표현 방식도 자유롭게, 꼭 주관적으로 기록해 달라고 부탁드렸어요. 이렇게 말씀드리니 기대가 되시지요?

이런 형태의 어르신들의 역할이 좀 더 일반화 되면 좋겠습니다. 스스로 의미있다 여기는 일을 하시며 적절한 보상을 받는 사회, 그리고 그런 일들이 사회로 환원되어 마을과 사회, 그 안의 사람들도 그 덕을 볼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르신 마을활동가 한분한분의 의미 역시 참 중요하고 무게가 있습니다. 응원해 주시고 좋은 마음으로 바라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특히, 어느날 어르신 3~5명이 함께 다니시며 사진을 찍고 인터뷰를 하는 모습을 마을에서 발견하신다면 시원한 음료 한캔, 따뜻한 말 한마디 더해 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이 글을 읽어 주시는 분들, 기꺼이 그리 해 주시리라 믿고 미리 인사드리며 마무리 하겠습니다. “따뜻한 환대 고맙습니다.”

글·사진 마을생태계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