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인터뷰_얼굴 있는 먹을거리를 통한 공동체의 회복, 마을공동체와 지산지소

○로컬푸드 운동과 지산지소는 왜 필요해졌을까?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음식과 재료가 있다. 특히 교통과 유통이 발달한 요즘 시대에는 접근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면서 한 사람이 접할 수 있는 먹거리는 이전보다 더욱 세분화되고 다양해졌다. 지구 반대편에서 생산된 먹거리들을 우리의 식탁에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정말 풍족해진 세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먹거리가 우리의 식탁으로 오기까지의 경로가 멀어지고 많아진 만큼 음식과 소비자의 심리적인 거리도 함께 멀어지게 되었다. 가령 음식 재료를 장만할 때 ‘수입산’이라는 글씨를 보게 되면 소비자는 100%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까? 유통업자들은 안전하다고 계속 말하지만 아무래도 소비자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불안함이 남아있다.

‘로컬푸드’와 ‘로컬푸드 운동’은 그러한 문제들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로컬푸드에 대한 정의는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공통점을 뽑아낸다면 ‘가까운 거리’, ‘지역 내 생산품’이 될 수 있다. 지역 안에서 생산된 생산물인 로컬푸드를 섭취하자는 운동이 로컬푸드 운동이다. 일본에서 진행된 지산지소 운동 역시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그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로컬푸드 운동, 지산지소, 100마일 다이어트 운동 등 이런 경향을 나타내는 용어들은 다양하지만 앞으로 서술할 내용과 가장 가까운 의미라고 판단되는 ‘지산지소’라는 단어를 통해 로컬푸드 운동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지산지소의 장점.. 마을공동체의 관점에서

지산지소는 여러 장점들이 있다. 먼저 소비자는 보다 신선하고 맛있는 농산물을 소비할 수 있게 된다. 생산자들은 지역 농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지역 안에서 교류를 함으로써 지역 내에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서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지역의 경제 주체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추가적인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환경적으로도 유통 경로를 단축시킴으로써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을공동체의 관점에서 보면 지산지소는 지역네트워크를 강화시킬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다. 같은 지역 안에서 마을들이 생산품을 통해 교류의 장을 열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긍정적이다. 또한 가까운 거리, 같은 지역이라는 요소들이 심리적인 거리를 줄여 상품에 대한 신뢰,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신뢰를 형성하게 만들어 각 마을들이 지역공동체를 단단하게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인천의 지산지소는 어떻게 되고 있을까?

그렇다면 인천의 마을 속에서 지산지소는 어떻게 펼쳐지고 있을까.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강화군의 사회적기업인 콩세알을 찾아가서 서정훈 대표를 인터뷰했다.

서정훈 대표는 “먹을거리를 지역 안에서 나누는 활동들은 이미 산지에서도 시도하고 있다”면서 “협동조합을 설립하기도 하고 다양한 단위에서 로컬푸드 소비를 실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지역 안에서 먹거리를 소비하자는 운동이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실현하기에는 여전히 힘든 점들이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인터뷰에 의하면 강화군에서는 쌀, 고구마, 순무 등이 대표적인 지역 농산물로 생산이 되고 있다. 문제는 판매이다. 판매 경로를 찾기 쉽지 않아서 일시에 대량으로 생산되는 농산물들이 원만하게 소비가 되지 않는다.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는 양은 충분히 많은데 그것을 소비해줄 대상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애로사항이다. 생산자들이 직접 협동조합을 설립해서 지역 안에서 판매를 해보기 위해 뭉친 적도 있었지만 큰 빛을 보지는 못했다.

서정훈 대표는 소비자들의 성향도 지산지소 실현에 크게 영향을 주는 요소라고 보고 있다. 서정훈 대표는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실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물품과 먹을거리”라고 말하면서 “소비자들이 현실적으로 생활 전반에 걸쳐서 다양한 식품 및 공산품들을 소비하길 바라는데 현재 강화에서 생산되는 품목들은 쌀, 고구마, 옥수수, 순무 등이라 신선하고 맛있지만 다양화 된 느낌은 아니다”라고 상황을 파악했다.

정리하자면 인천 안에서 농산물을 생산하여 판매하고자 하는 생각들은 이미 존재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실현시킬 판매자-소비자 간 판로나 네트워크가 약하고, 산지의 생산 현황과 소비자의 성향이 달랐던 것이 지산지소를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지산지소를 지역 속에 잘 담으려면..

서정훈 대표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산지소를 실현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두 가지를 제안했다. 첫째는 완주의 사례처럼 행정과 관련 기관, 주민들이 전부 나서서 지산지소 운동을 전개하는 것이다. 수익성만을 바라보고 하는 것이 아니고, 지역 예산도 투입이 되어 종사자들이 계속 산지 상황을 파악하여 소비 그룹과 연결시키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에는 어느 한 단체나 공동체가 아니라 행정과 지역사회까지 함께 참여하는 전지역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는 ‘공동체 CSA(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이다. 공동체 CSA는 소비자가 생산자에게 농산물 구매의사를 밝히고 주문을 하면 생산자가 농산물을 수확하여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소통을 하는 방식이기도 하고, 신선한 지역 먹거리을 보장받을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정훈 대표는 “인천 도시의 소비자들이 원하는 모든 품목을 충족시켜주는 것은 힘들더라도, 강화 지역에서 생산되는 물품들은 우리가 책임진다는 차원에서 공동체 CSA방식도 지산지소를 펼치는데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의견을 말했다.

서정훈 대표는 현실에 대한 이해와 생산자·소비자들의 요구와 입장에 대한 세밀한 분석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만 지산지소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정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강화군과 다른 인천 지역들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이 무엇인지도 조사해봐야 하고, 과정과 틀을 만들 때도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지 말고 창조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지산지소는 얼굴 있는 먹을거리, 관계의 연결고리

마을공동체의 입장에서 지산지소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에 서정훈 대표는 ‘얼굴 있는 먹을거리’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미 쓰이고 있는 표현이지만 역시 장점을 표현하는 데에는 이 표현이 가장 잘 들어맞는다. 서정훈 대표는 “요새 소비자의 욕구는 다양하기 때문에 지역 안에서 100% 모든 것을 다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가급적 지역 안에서 해결함으로써 먹을거리의 이동 경로를 단축하고, 교류 활동을 통해서 서로 얼굴 있는 먹을거리, 생산자를 기억하는 먹을거리를 만들어나가서 심리·사회적인 거리를 단축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인터뷰를 마쳤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면, 우리는 현재 식탁에 올려져 있는 음식 재료들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는가? 확장시켜보면 그 음식 재료를 생산한 사람과 지역을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과도 연결되어 있다. 만약 생산자를 잘 알고 있다면, 또 그 생산자가 나와 같은 지역 안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레 믿음이 생겨날 것이다.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직접 만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 계속해서 집담회 등 소통의 장이 필요하다. 또한 소통의 장에 참여하는 생산지의 주민들을 통해 희망도 엿볼 수 있다. 그들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서 농산물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알아줬으면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방문해서 체험하는 등 교류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신뢰가 쌓일 수 있다”고 말한다. 지속적인 소통의 장과 필요한 시간, 그것을 원하는 주민들의 입장을 통해 인천의 지산지소가 발현될 수 있는 희망을 살펴보게 되는 것이다.

고향에 있는 부모님 혹은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보내주신 음식과 각종 재료들을 받을 때면 괜히 더 반갑고 따뜻한 정을 느끼게 되는 것처럼 지산지소를 통해서도 그런 기분을 조금이나마 맛보자고 하면 너무 큰 욕심일까. 음식을 먹을 때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것, 따뜻한 마음에 괜히 한 번 웃게 되는 것. 그것이 지산지소를 통해 펼쳐질 수 있는 우리 마을공동체들의 모습이다.

글 사진 홍보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