밈(meme), 문화적 유전자로 성장하는 주민자치회

연수구 송도2동 주민자치회 회장 이승원

생물학적으로 우월한 유전자(gene)가 세대 간에 전파되듯이 문화적으로 우월한 밈(meme)이 사회적으로 전파

‘문화적 유전자’라고 불리는 (meme)은 영국의 생물학자 도킨스의 저서《이기적 유전자 The Selfish Gene》에서 소개된 용어로 인간의 삶을 규정하는 다양한 문화적 요소들이 유전자의 자기 복제적 형태를 띠며 전파된다는 즉 ‘모방의 학습’을 거쳐 뇌에서 뇌로 개인의 생각과 신념을 전달한다는 것이다.
최근 ‘밈’이라는 단어가 화제이다. 가수 ‘비’의 과도한 퍼포먼스를 흑역사로 놀리는 <1일1깡>을 비롯하여 ‘지코’의 <아무 노래 챌린지>, ‘김영철’의 <사딸라> 등 유행 콘텐츠를 따라 하면서 즐기는 이른바 ‘밈’ 문화가 단순히 유행을 모방하는 수준에서 나아가 대중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재창조하면서 가치를 부여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주민자치또한 일상의 문화콘텐츠로 만들어 자치의 파도에 올라타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의 일을 주민 스스로 결정하고 집행하며 책임지는 진정한 주민자치 실현을 실천 목표로 삼아 주민의 대표기구인 주민자치회가 앞장 서야 할 때이다. 그러한 실천의 중심에는 주민 누구나 참여하여 주민자치 활동과 계획 등 자치활동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주민 공론장인 ‘주민총회’가 있다.

  2019년 인천광역시는 주민자치회 시범실시를 위해 10개 군·구 154개 읍·면·동 중 18개의 읍·면·동을 선정하였고 연수구 송도2동 주민자치회는 연초부터 주민자치위원 역량강화, 마을의제 발굴 및 워크숍 등을 통해 마을축제와 함께 어우러지는 성공적인 주민총회를 수행하기 위해 1년간의 바쁜 일정을 소화하였다.

주민자치위원 모집 홍보, 동 자치지원관 교육 (7회), 주민자치위원 역량강화 교육, 찾아가는 주민설명회, 마을의제발굴 워크숍(2회), 타시도 사례 벤치마킹(4회), 청소년 주민자치회 운영, 민·관·학협의체 구축, 24개 아파트협의체 구축, 온라인플랫폼(MOVILL) 전자투표 시행, 찾아가는 사전투표(상가,학교,아파트), 120인 숙의원탁토론, 정책마켓 운영 등의 프로그램들을 통해 주민총회를 입체적으로 구성하였다.

내가 사는 마을, 내가 직접 만들어 갑니다!

  발굴한 총 49건의 제안사업 중 행정의 검토를 거쳐 20건의 사업을 투표에 부쳤으며 만14세 이상의 유효투표 주민 29,678명 중 15.1%인 4,483명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찬반투표 제안사업 3건과 동 참여형(2억원) 6건, 동 계획형(3천) 3건의 사업을 확정지었다.

또한 마을축제 ‘어울림한마당’이 주민총회 당일 함께 진행되어 다소 딱딱할 수 있는 총회장의 분위기를 한껏 북돋아 주었다.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발표회를 비롯하여 관내 학교 동아리 공연, 외국인을 포함한 지역 주민들의 무대, 관내 상권·학원 연계, 평생학습동아리 체험부스, 인천환경단체 홍보부스 등 주민총회 행사장을 찾아준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볼거리도 마련하였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학습하는 죄인

‘시행착오’는 학습 양식의 한 가지로, 시험과 실패를 거듭하는 가운데 학습이 이루어지는 일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행동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를 수정해 나감으로써 점차 최적의 방법을 적용하는 것으로 ‘인천형 주민자치회’ 추진에 있어 주민 주도의 자치활동 강화 또한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주민자치회 학습 과정에도 수준이 존재한다. 하버드 대학교의 경영학과 교수인 크리스 아지리스에 의해 널리 알려진 단일순환학습(Single-loop learning), 이중순환학습(double-loop learning), 그리고 삼중순환학습(triple-loop learning)의 학습이론이 바로 그것이다.

단일순환학습(single-loop learning)이란 어떤 행동을 하였는데 의도한 결과를 얻지 못하고 실패하자, 그 실패의 원인이 된 행동을 수정하는 가장 초보적인 학습을 말한다. 예컨대 주민자치회가 주민총회를 실행함에 있어 오직 주민총회라는 결과물을 염두에 둔 단편적인 사업을 하는, 즉 시간에 쫓겨 소수 주민자치위원들만의 의견을 바탕으로 한 마을의제 발굴이 이뤄지고 숙의 대상인 주민들의 참여가 적을 경우 마을의 문제 해결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반면 이중순환학습(double-loop learning)은 어떤 문제의 근본원인이 되는 기본 가정과 신념 체계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것을 변화시키는 학습이다. 즉 주민자치회가 기존의 규범, 절차, 정책, 목표 등에 의문을 품고 이를 수정할 때 발생하는 학습으로 조직의 지식기반이나 역량을 확장시키기 위한 학습을 의미한다. 비근한 예로 현 제도상 주민자치회 시범동의 사업 예산은 주민참여예산에 의존해야 하는 한계가 있는데 어떻게 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에서 출발한다고 할 수 있다. 마을기금을 통해 필요할 때 수시로 마을이 결정·집행하고 사업기간이 꼭 4월에서 10월이 아닌 일 년 중 어느 때든 상관없을 수는 없는지…

마지막으로 삼중순환학습(triple-loop learning)을 살펴보자. <마음의 생태학>이라는 책의 저자인 그레고리 베이트슨은 삼중순환학습을 ‘학습을 성찰하는 과정’으로 설명하였다. 어떻게 학습하는지를 학습하는 메타 학습을 뜻하는데 이런 성찰적 학습을 통해 개별적 가정과 신념을 담아놓은 개인(주민자치위원)의 고유한 사고의 틀 혹은 인식의 틀인 정신모형이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도 톰 크루즈 주연의 <제리 맥과이어> 영화가 가장 이해하기 쉬운 사례일 것 같다. 잘 나가던 스포츠 에이전트인 주인공이 어느 날 그가 관리하고 있는 선수의 아들에게서 ‘Fuck you’라는 욕을 먹는데, 이유는 그가 선수의 건강은 고려치 않고 오직 선수들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겼기 때문이다. 그 사건을 통해 스포츠 에이전트는 오직 많은 돈을 버는 역할을 수행해야 된다는 지금까지의 신념에 의문을 품고 그는 회사를 떠나 홀로서기를 시작한다. 제리 맥과이어가 선수 아들에게서 ‘Fuck you’라는 욕을 먹는 순간을 삼중순환학습의 전환시점으로 보면 될 것 같다.

내가 스스로의 선택을 통해 변화하는 순간, 타인도 변화를 시작한다.

필자의 경우, 송도2동 주민자치회의 시범 동 활동은 많은 것을 학습하고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고 그러한 경험을 통해 지속가능한 주민자치 활동에 대한 수많은 의문과 해결 방법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주민자치회에서 직접 실행하는 민간경상보조금은 약일까 독일까?‘, ’무보수 명예직인 주민자치위원의 참여는 어느 수준까지이어야 하나?’, ‘마을활동가는 항상 노력봉사하는 존재인가?’, ‘주민자치회의 권한은 어디까지?’ 등등….

나아가 ‘내가 마을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주민자치

위원은 무엇을 지향해야 되는가?’ 라는 질문을 떠올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며 새로운 신념을 갖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면 주민자치에 대한 정신모형의 변화를 촉진하게 될 것이고 우리가 사는 마을은 분명 달라질 것이다. 이제부터 ‘1일 1자치’를 경험 학습하며 풀뿌리 민주주의가 밈(meme)이 되는 시대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