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자가 그려진 집에 산다”…인천 중구 동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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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자가 그려진 집에 산다”…인천 중구 동화마을
저층주거지 관리사업 끝낸 동화마을과 시작한 수봉영산마을
2014년 04월 25일 (금) 13:45:33 김원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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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일 오전 인천시 중구 송월동의 동화마을에서 유치원생들이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다. ⓒ
신창원기자
 
 

[인천뉴스=김원빈기자] 23일 오전 10시쯤 인천시
중구 송월동의 동화마을. 어릴 적 동화책 속에서 봤던 주인공들이 마을을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봄 날씨에 마을은 체험학습하러 온 여고생들과 유치원생, 일반 여행객 등으로 활기를 띠고 있었다.

마을 상인들도 장사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마을은 얼마 전까지만해도 이렇게 아름다운 마을이 아니었다.

송월동의 시작과 쇠퇴

마을 자체가 낙후되고 지나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는 데다가 담벼락이 무너지고 지붕에 비가 새 장마철에는 집이 1~2채씩 무너졌으며 곳곳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는 등 열악한 환경이었다.

이 지역은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살기 시작했다.

“그땐 집이고 뭐고 아무것도 업었어. 피난민들이 다 집 짓고 살기 시작한 거지.”

한국전쟁 때 옹진군에서 어린 딸을 데리고 피난 와 60여 년째 이 마을에서 살고 있는 나복순(94) 할머니는 어렴풋이 당시 상황을
기억해냈다.

현재도 폐가로 남아 있는 집 중에는 당시 피난민들이 주변 소나무를 베어다가 막 지은 집이 남아 있었다.

이후 인천의 중심지였던 중구는 인천시청을 중심으로 전성기를 맞이했지만 부두와 선착장이 매립되고 철도와 고가차도가 들어서면서 단절됐다. 이후
쇠퇴하기 시작해 시청사까지 이전되자 이 마을은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했다.

도시가 침체되면서 젊은 사람들이 신도심으로 떠나 마을은 생기를 잃고 점차 고령화돼 갔다. 경제력과 능력이 없는 노인들은 집을 보수하거나
다시 짓지 못한 채 낙후된 집에서 그대로 살아갔다.

점차 주민들의 주변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인천시와 중구는 신도심 중심 정책을 하고 있었으며 부동산 침체와 재정난,
고도제한 등으로 쉽게 사업을 할 수가 없었다.

   

빈민촌에서 동화마을로 탈바꿈

이에 따라 구는 처음에 화훼마을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처음 주민들의 반응은 무관심했다. 주민설명회를 열었지만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아
가가호호 방문하기 시작했다.

각 집 앞에는 주민들이 플라스틱 등을 주워다 화분을 만들어 늘어놨고 배관과 계량기 등 보기 흉한 것들이 많았다.

구는 이러한 것들이 주민들이 담장이 무너지거나 지붕이 새는 것을 대비해 화분으로 장치를 해 놓은 것을 알고는 주민들의 담장을
정비했다.

담장을 정비하면서 ‘기왕이면 벽화마을을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전국의 벽화마을 사례를 보면 2~3년이 지난 뒤에는 더 보기 흉해질 것을
알았던 터라 특색 있게 스토리가 있는 동화마을을 만들기 시작했다.

담벼락이 정비되고 마을이 점차 깨끗해지니까 주민들의 관심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동화 ‘헨젤과 그레텔’을 그렸는데 이후에는 주민들이 나서서 ‘내 집에는 노루 그려 달라’, ‘심청이 그려 달라’, ‘호랑이 그려
달라’ 등의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또한 보기 흉한 것들을 정비하면서 입체조형물도 생겨났다. 계량기는 깡통로봇으로, 도시가스 관은 연필로 변신했다.

이 사업은 지난해 4월부터 시작해 같은해 12월에 완료됐다. 이후 주민들의 삶은 변화의 움직임을 보였다.

밝고 생기를 띠는 동화마을

“거리가 깨끗하니까 주민분들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게 됐어요. 또 예전에는 세수도 안하시던 분들이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할머니분들은 화장도 하고 나옵니다.”

이 마을 사업을 총괄했던 윤수용(55) 중부발전기획단장이 변화된 모습을 설명했다.

이후 관광객들이 물이나 아이스크림 등을 찾기 시작하자 주민들이 간소하게 장사를 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북적이기 시작하면서 주민들은 점차
생활이 좋아졌다.

“낙후된 집을 깨끗하게 만드니까 젊은 사람들도 많이 오고 너무 좋아요. 이렇게 해준 사람들 너무 고마워요.”

이 마을에서 와플을 팔고 있던 70대의 한 할머니께서 매우 흡족해 했다.

   

“주말에는 사람들이 도로를 가득 메워. 또 주말에는 차가 못 들어오게 해. 차이나타운에서 여기로 오는 사람들도 있고 여기서 차이나타운으로
가는 사람들도 많아졌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꼴이야.”

이 마을에 살면서 심심풀이로 슬러시를 팔고 있는 양재근(53)씨 또한 반응이 좋았다.

“이 동네는 거의 노인들만 있었는데 주말에 애들 비비고 댕기면 참으로 신선하고 희망적이야. 어린 아이들 보면 기분이 좋아. 친손주 생각도
나고….”

동네 주민 김(77)씨 할머니도 희망적인 분위기를 반겼다.

“나는 저쪽에 살아. 저기 골목길로 들어가면 사자그려져 있는 집.”

양씨는 한 골목을 가리키며 집에 그려져 있는 그림으로 집 위치를 설명했다. 벽화가 그려지기 전 집이 허름했던 주민들은 자신의 집을 부끄러워
했었지만 지금은 ‘여기가 우리 집이야’라며 자랑하고 다닌다.

‘원도심 활성화’ 성공 사례일까? 남겨진 숙제들

중구는 송월동 동화마을을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창출해 낸  저층주거지 관리사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고 있다. 과연 그럴까.

사업 추진 당시 구는 구의회 의결 없이 예산을 선 투입했다가 몇 달 뒤 인천시 돈을 받아 메꾸는 ‘선 공사 후 계획’ 등 편법과 예산
전용으로 말도 많았다.

일부 주민들과 지역 문화예술인들은 “행정기관이 추진하는 벽화그리기는 주민들의 삶과 장소의 역사성을 단절시킨 화장에 불과하다”며 반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구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업을 강행해 동화마을이 완성된 지금, 이곳에 사는 대다수의 주민들은 ‘관광객들이 하나 둘씩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그런데 동화마을 골목 안쪽에는 허름한 집들이 훨씬 더 많이 남아 ‘민낯’을 드러내고 있어 ‘저층주거지 관리사업 성공 사례’로 보기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

사후 관리도 숙제다. 철원 월하리마을, 안동 신세동 마을 등 문체부가 2009년~2012년 조성한 마을벽화들이 자치단체의 비용 부담에
난색을 표해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시와 중구는 올해 벽화 작업 등에 39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중구는 동화마을을 송월동 전역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수봉영산마을의 저층주거지 관리사업 계획

남구 숭의동에 위치한 수봉영산마을도 원도심 저층주거지 관리사업으로 환골탈태를 노리고 있다.

수봉영산마을은 기존의 자치조직을 중심으로 주민협의체를 구축해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협정에 의한 계획관리 및 운영을 하고 있다.

또한 계획 수립의 전문성 및 실현화 방안 마련을 위해 전문가를 두며 장소성 강화 및 사업실현의 가능성 제고를 위해 자문그룹을 활용하고
있다.

해당 공공기관인 남구는 공공시설 설치를 지원하고 사업을 실행하는 주체이며 행정, 예산, 제도적지원 방안을 마련한다.

이 주민협의체는 지난해 10월20일 구성됐으며 주민대표 8명, 인천시 원도심 저층주거지 관리사업 자문위원 4명, 시의원 1명, 구의원
3명, 남구 행정공무원 4명 등 20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구역의 면적은 60,758㎡로 현재 460가구, 1,437명이 살고 있다.

한편 원도심 저층주거지 관리사업이란 노후주택 밀집지역 또는 안전에 취약하거나 정비구역이 해제된 지역을 대상으로 기반시설을 정비, 개량하고
공동이용시설을 설치하는 등 주민들의 주거여건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현재 주민협의체는 ▲안전시설 설치(CCTV, 보안등) ▲나대지 매입후 쌈지공원 조성 ▲공동이용시설 조성(리모델링) ▲소방도로 개설 검토
▲도로정비 및 도시가스 설치 ▲은영빌라 위험지역 개선 ▲걷고싶은 거리 조성 ▲도로개선 검토 ▲공가매입 후 공동시설 활용 ▲공공텃밭 조성을 구상
중에 있다.

주민협의체의 워크샵 또는 회의 장소로 이용되고 있는 건물(옛 경기슈퍼)은 추후 5차 워크샵을 통해 용도를 정하고 6월쯤에 공공시설로
리모델링될 계획이다.

남구의 한 관계자의 따르면 현재까지 워크샵은 지난 1월 4차까지 진행됐으며 5차 워크샵은 5월 초쯤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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