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대로운 대안, 도시농업] 싹트고 있는 국내 도시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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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 트고 있는 국내 도시농업[기획연재] 도시의 새로운 대안, 도시농업 ④

김갑봉 기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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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호] 승인 2008.08.13  01: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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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 비해 많은 사회적 인프라가 집중돼 있어 살기에 편하다고 하는 도시는 사실 산업화, 근대화 등 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심각한 교통문제, 먹을거리의 안정성 불안, 쓰레기 문제, 아토피, 도심 열섬화, 사회적 소외 등 삶을 둘러싼 온갖 문제로 신음하는 곳이다. 이에 많은 이들이 도시가 살고 싶은 곳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지속가능한 도시 모델의 대안을 고민하고 연구한다.

이에 <부평신문>은 도시의 새로운 대안으로서 도시농업이 지닌 가치와 그 필요성을 짚어보고, 앞서가는 도시농업의 국내외 사례를 통해 도시농업의 가능성을 엿보고자한다. ‘도시의 새로운 대안, 도시농업’이라는 주제로 8번에 걸쳐 격주로 지면에 연재할 계획이다. 참고로 이 글에서 ‘도시농업’은 ‘도시생태농업’임을 미리 알려둔다. 도시농업은 그 자체가 생태적일 수밖에 없어서다.

*이 기사의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ㅣ연ㅣ재ㅣ순ㅣ서ㅣ
1. 왜 지금 도시농업인가?
2. 도시농업의 가치와 효과
3. 도시를 살리기 위한 ‘운동’ 도시농업
4. 싹 트고 있는 국내 도시농업
5. 도시농업, 일본은 지금 – 상
6. 도시농업, 일본은 지금 – 하
7.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해 – 토론회
8. 도시의 대안, 도시농업으로 가는 길


1. 전국귀농운동본부의 ‘도시농부학교’

   
▲ 2008 도시농부학교에 참가한 수강생들의 얼굴 표정이 진지하다.

도시농업을 활성화하고 보급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이 국내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귀농운동을 전개해온 전국귀농운동본부에서는 농산물의 주된 소비처인 도시에서 농업 체험과 관심이 증대될 때 농업이 살아날 수 있다고 보고 지난 2005년부터 도시농부학교를 진행하고 있다.

귀농운동본부가 도시농업위원회를 꾸리고 도시농업을 확산시키기 위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이와 관련 귀농운동본부의 박용범 도시농업 간사는 “귀농운동본부 창립 10주년을 맞이해 토론회를 열었다. 농업을 살리기 위해 10년간 귀농운동을 열심히 전개해왔지만 결론은 지난 10년 동안 국내농업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였다. 농업의 중요성을 인구가 집중돼 있는 도시에 확산시켜야 농업이 국민적 관심을 갖게 돼 농업이 살아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고 도시농업을 보급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후 귀농운동본부는 남양주, 안산, 군포시 등에 직접 도시텃밭을 마련해 시민들에게 농(農)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으며, 상자텃밭을 만들어 학교나 유치원에 보급하고 있기도 하다. 참고로 농(農)이라고 표현한 것은 도시농업에서 ‘농’은 산업적 의미의 농업, 직업적 의미의 농사 외에 흙, 재배, 공동체, 자연 순환 등의 의미가 담겨 있어, 이를 더 의미 있게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도시농부학교는 도시농업을 더 체계적으로 보급하기 위한 일환으로 지난 2005년부터 매년 실시되고 있다. 도시농부학교의 문을 두드리는 계층은 다양하다. 주말농장에서 혼자 해보다 안 돼 찾은 사람,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 취미삼아 배우러 오는 사람들까지, 이들은 두 달여 동안 이론과 실습, 직접 재배 등의 교육과정을 통해 농사짓는 법을 배운다. 물론 농사법은 유기생태농업 방식이다.

처음 한 달은 일주일에 세 번씩 이론과 실습교육을 받는다. 파종시기와 재배법은 물론, 흙 살리는 법, 퇴비 만드는 법 등을 한 달여 동안 배운 뒤 귀농운동본부에서 운영하는 도시텃밭을 보급받아 직접 재배하는 법을 배운다.

2008년 5기 도시농부학교에 참여한 김충기씨는 “농부학교를 듣고 나면 왜 유기농업이 중요한지, 흙을 살리는 것이 왜 그리 중요한지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며 “몰랐던 부분도 새롭게 알게 되고, 도시텃밭과 상자텃밭에서 유기농업으로 짓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도시농부학교의 한 기수 수강생은 대략 40명 내외에 불과하지만 매년 도시에 도시농업 전도사를 보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도시농부학교를 다녀온 이들이 도시 곳곳으로 스며들어 도시를 살리기 위한 도시농업을 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2. ‘농업’시민운동 일구는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 김진덕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이 텃밭에 쓸 거름을 만들고 있다.

‘도시농업은 도시농업을 통해 도시를 변화시키기 위한 농업시민운동이다’라는 관점을 가지고 출발한 곳이 있다.

87년 6월 항쟁 이후 여러 영역에서 시민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됐다. 참여연대나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함께하는시민행동 등에서 볼 수 있듯이 90년대는 주로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의 시민운동이, 97년 IMF외환위기 이후로는 사회복지영역에서의 시민운동이 한 흐름을 형성했다.

그 후로는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 자전거도시운동본부, 녹색교통 등 자신이 직접 발 딛고 살아가는 도시의 문제, 공간의 문제를 의제삼아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시민운동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식량자급률이 25%대에 불과함에도 국내 농업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고령화 된 농민만의 몫으로 남아 있다. 농산물의 주된 소비처인 도시에서 건강한 먹을거리의 생산과 농업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인천에서 농업시민운동을 벌이겠다는 단체가 출발을 알렸다. 바로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가 2007년 4월 발족한 것.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역시 도시농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단체다.

도시에서 생태농업을 통해 환경과 농업의 소중함을 체험케 하고, 나아가 로컬푸드운동의 확산과 도시에서 공동체 복원, 그리고 도시농업을 통한 새로운 사회복지 모델 창출을 목표로  설립됐다. 현재 이 네트워크에는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인천지부, 인천연대, 부평노인복지센터, 청소년인권복지센터 등이 함께하고 있다.

발족 이후 부평구 십정동에 위치한 도시텃밭을 운영하면서 매년 봄 회원을 모집해 텃밭을 보급하고 있으며, 도시농부학교처럼 생태농업 교육을 실시하고 월 1회 텃밭 공동체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에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국회에서 도시농업과 사회복지 연계방안의 가능성에 대한 토론회를 진행한 바 있다. 이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도시농업이 현 수급방식의 사회복지 모델을 생산형 사회복지로 전환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김진덕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도시에 지렁이 분변토를 이용한 유기 순환구조를 도입시키기 위해 지렁이 분변토 상자를 꾸준히 보급하고 있다”며 “경로당이나 어린이도서관 같은 곳에 상자텃밭을 보급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아파트나 어린이집, 유치원 등의 옥상에 텃밭을 보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3. 도시농업을 통한 자활, 시흥시 ‘연두농장’

   
▲ 연두농장이 운영하는 ‘연두텃밭’에 체험나온 가족들이 감자를 캐고 있다.

경쟁에서 밀려난 이들이 다시 자립할 수 있도록 자활을 돕는 여러 기관들이 있다. 시흥시에 있는 ‘연두농장(대표 변현단)’ 역시 그 중 하나다. 하지만 자활을 위한 과정과 모습이 여는 기관과는 다르다.

연두농장은 변현단 대표가 지난 2005년 10명의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여성들과 함께 자활영농사업단을 꾸려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것으로 시작됐다. 도시의 삶에서 밀려난 이들이 농사를 통해 경제적 자립을 이루고, 삶의 가치를 찾아나설 수 있는 장이 마련된 것이다. 지금까지 20여명이 거쳐 갔고, 현재 10여명 정도가 함께하고 있다.

변 대표는 “연두농장의 자활은 경쟁에서 낙오된 자들이 다시 경쟁구조 속에 들어갈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곳이 아니다. 우리의 자활은 그들이 낙오될 수밖에 없었던 그 경쟁구조의 삶이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립하게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연두농장에는 몇 가지 약속이 있다. 삶 속에서 농(農)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에 이를 실천하기 위한 약속들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것, 검소하고 소박한 생활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유기 순환농사를 짓는 만큼 일상생활도 순환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변 대표는 이렇게 소개했다.
“제가 원래 농사짓던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함께 시작한 10명의 아주머니들도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이런저런 사연이 많았던 사람들입니다. 주경야독이 이런 거구나 했어요. 낮에는 일하고 저녁에는 생리학, 유기농 등을 공부하며 지지고 볶고 살았습니다”

이렇듯 연두농장의 식구들은 단순히 농사만 함께 지은 것이 아니다. 서로의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보듬고, 아픔을 나누며 공동체를 꾸려왔던 것이다. 어느덧 연두농장은 들어오고 싶어 하는 곳이 됐고, 연두농장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도 자신이 연두농장의 성원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도시 삶의 낙오자들에게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이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서로 누가 생산한 것인지, 누가 먹을 것인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사회에 얼굴을 아는 생산과 소비의 관계, 이른바 로컬푸드는 이미 시흥에서 진행되고 있다.

연두농장에서는 제철 야채가 노지에서 자라 인근 소비자에게 팔린다. 또 채소 중 일부는 하우스에서 재배돼 판매되고 있다. 소비자는 부천과 시흥 등 인근 지역 주민들이다. 제철 채소인데다 유기농법으로 재배되고 있어 인기가 높다.

시흥시 계수동에 있는 연두농장은 6600㎡(2000평) 규모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물왕동 4950㎡(1500평), 연성동 2640㎡(800평)의 도시텃밭이 있다.

연두농장은 자활 외에도 도시민들에게 앞서 얘기한 농(農)의 삶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옥상텃밭과 텃밭상자를 보급하는가하면, 도시 인접지역에 도시텃밭을 활성화하기 위해 단순한 주말농장 분양에서 벗어나 ‘연두텃밭’이라는 이름으로 도시텃밭을 일반인에게 분양해 생태농업에 대한 교육은 물론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4. 아이와 농작물이 함께 크는 ‘인천예지유치원’

   
▲ “가지야, 사랑해” 인천예지유치원의 한 어린이가 자신이 키운 가지에게 마음을 담아 전하는 말.

“이 옥수수는 우리가 키우는 거구요. 이름은 개똥이에요”
“얘는 수박이구요, 쟤는 가지에요.”
“선생님. 저 오늘 나무젓가락으로 참외밭에 있는 벌레 잡았어요”
“허수아비를 세워줘요”
“감자에게 잘 자라라고 노래를 불러줘요”
“시금치한테 편지를 써요”
“제가 키운 쌈인데요. 진짜 맛있어요”
“선생님. 오늘은 언제 텃밭에 올라가나요”

동화 속에 나오는 얘기가 아니라 실제모습이다. 인천시 남동구에 있는 예지유치원(원장 유재을)의 학생들이 늘 하는 얘기다. 이처럼 예지유치원 옥상에는 아이들이 직접 씨를 뿌리고, 재배하고 수확하는 옥상텃밭이 있다. 살아 있는 교육이 유치원 옥상에서 이뤄지고 있는 셈인데, 아이들이 제일 좋아한다. 유치원 옆에 있는 건물도 영향을 받아 옥상텃밭을 만들었다.

유재을 원장은 “저는 비록 농사를 짓지는 않았지만 어릴 때 시골에서 자란 영향이 몸에 체득돼 있는 것 같더라고요. 콘크리트 구조에 늘 갇혀 사는 것이 오늘날 아이들의 현실인데, 교육적 차원에서라도 자연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체험케 하는 것이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만들게 됐습니다”고 말했다.

옥상텃밭인 만큼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330여㎡(60평)정도 되는 옥상텃밭에서 영그는 아이들의 심성과 교육적 효과는 대단히 크다. 씨앗을 심어 싹을 틔우고, 싹을 틔우면 다시 옮겨 심어 열매를 맺고 다시 씨앗을 거두는 자연의 순환구조를 아이들은 직접 체험하면서 배우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쌈(상추)을 안 좋아하던 아이들도 자신이 키운 쌈과 고추를 된장과 같이 먹는다. 인스턴트식품을 즐겨먹던 아이들도 자신들이 키운 오이, 가지, 쌈채, 옥수수, 감자는 맛있게 먹는다. 옥상에서 재배된 갖가지 제철 야채와 채소는 아이들의 점심이나 간식용 먹을거리가 되고 있다.

아토피의 공포 속에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유기농업으로 재배되는 야채를 즐겨 먹게 하고, 환경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산교육이 자그마한 330여㎡(60평) 텃밭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에 교육뿐 아니라 부모를 대상으로 한 교육도 예지유치원은 실시하고 있다.

유 원장은 사실 10년 전에 이 같은 경험을 체험한 바 있다. 유치원 운영 경력이 23년인 그는 유치원 마당 한쪽에 벼와 가지 등을 심었는데 아이들의 반응이 너무 좋았던 것. 그러다가 이 궁리 저 궁리하며 공부도 하다가 귀농운동본부의 도시농업위원회를 알게 돼 지난해 지금 모습의 옥상텃밭을 만들게 된 것이다.

유 원장은 “사실 옥상텃밭에서 재배하는 것으로 아이들의 끼니가 충당되지 않습니다.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그 효과는 상당히 커요. 때문에 옥상텃밭은 더욱 보급되고 장려돼야 한다고 봅니다. 유치원뿐 아니라 학교에 이르기까지 매우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리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시행 가능한 것이 바로 옥상텃밭인데요. 제도적 뒷받침이 있으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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