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인문학] 나 꿍꼬또! 기싱 꿍꼬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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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꿍꼬또 기싱 꿍꼬또”


요즈음 방송 예능프로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애교멘트’가 있다. 얼마 전, 가끔 시청하는 SBS의 ‘불타는 청춘’이라는 프로에서도 40대의 여배우가 혀를 꼬며 그 멘트를 하는 것을 보았다.

   “나 꿍꼬또! 기싱 꿍꼬또!”

똑바로 다시 말하면, “나 꿈꿨어 귀신 꿈꿨어”라는 말이란다. 애교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지만, 방송에서 반복하여 떠들어대는 그 멘트는 더욱 듣기 싫은 말이 아닐 수 없었다. 더군다나 유행이라면 조금의 주저도 없이 덩달아 따라하는 우리 대중의 정서로 볼 때, 앞으로 한동안은 방송에서 들려 올 터여서 유행이 제 풀에 끝날 때까지라도 아예 그런 방송은 시청치 말아야겠다는 마음마저 든다.


                             

▲동구청은 만석동 괭이부리마을에 아이와 부모가 함께 하루를 머물 수 있게 하는 “옛 생활 체험관(쪽방 체험관)”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가 ‘가난마저 상품화한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고 계획을 취소했다. ⓒYTN

얼마 전, 동구의회 ‘조례심사특별위원회’에서는 동구청이 발의한 ‘옛 생활체험관 설치 및 운영 조례(안)’을 부결시켜 동구주민은 물론 관련시민단체와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당연히 부결의 원동력은, 생활관 설치 첫 대상지인 괭이부리마을의 주민들이 제기한 “주민들의 이해와 동의 없이 계획된 생활체험관은 가난을 상품화하여 결국 주민을 구경거리로 전락케 하는 개발의 일방주의적인 발상”이라는 공감대였다. 그렇다면 동구청은 왜 주민들의 이해와 동의도 없이 그런 조례(안)를 기획하고 그것을 실행하려고 했을까?

전문가는 아니니, 그저 기억으로만 살피면 소위 ‘마을 만들기’라는 ‘개념 혹은 논리’가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받고 ‘실천 과제’로써 정책화되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박원순씨가 서울시장에 당선된 이후부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혹자는 그를 ‘아이디어 뱅크’라고 했듯, 그는 시장이 되자 지역사회의 실천적 정책으로 적잖은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그 중 ‘마을 만들기’는 마치 유행처럼 전국적으로 퍼져버린 ‘지역사회 발전 패러다임’이 되었다.


그 때문에 어떤 지역사회나 관계된 단체들은 그로 인해 결과적으로 주민 다수가 동의하고 인정하는 발전모델로써의 성과를 이룰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라고 하고, 어떤 지역사회나 관계된 단체들은 그것을 위한 진지하고 철저한 준비도 없이 그저 유행만을 따른 나머지 어쩌다 ‘마을 깨기(?)’를 초래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동구청의 ‘옛 생활체험관 조례(안)’은 일정 유행만을 따른, 그래서 ‘마을 만들기’의 일부 사례에서처럼 외부(지)인들만을 위해 ‘관람마을’을 향하게 하는 이정표가 되어 주었을 것이 뻔하다.



  

▲동구청이 말하고자 했던 ‘마을만들기’는 무엇이었을까? <옛 생활 체험관> 이슈 이전에도 괭이부리마을은 ‘도시재생 우수사례’ 지역으로 올 1월 국토교통부 장관이, 3월 대통령 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이 다녀간 바 있다. 동구청에서는 “공존과 상생의 문화를 위해 취약계층 주거를 지원하는 실태를 확인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기 위한 방문”이라고 소개했으나, 정작 마을에서는 “독단적인 행정에 의한 보여주기 사업 속에 공동체가 망가지고,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만일, 동구청의 조례(안)이 그 당시 통과되어 지금 괭이부리마을 안에 ‘옛 생활체험관’이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는 중이라면 과연 이 시간 주민들은 어떤 마음이 되어 있을까?

   “유행은 유행일 뿐이다.”

제발, 그러기를 바란다. 혀 꼬인 애교멘트 “나 꿍꼬또 기싱 꿍꼬또”가 필히 유행이라면 이제 곧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을 것이다. 아니 꼭 그렇게 되길 바란다. 그렇지만, 유행이라서, 유행이기 때문에 버려지거나 잊혀지는 것이 정말 싫다면 그렇다면 이제 혀를 똑바로 하여 “나 꿈꿨어 귀신 꿈꿨어”라고 정확히 말해야 한다. 아니, 기왕이면 “나 꿈꿨어 돼지 꿈꿨어”라 함이 더욱 좋을 듯하다.

혀 꼬인 말이기에 유행으로 지나쳐가길, 더욱이 ‘귀신 꿈’이기에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동구청의 조례(안) 같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오늘도 그 누군가가 계획하고 있는 ‘마을 만들기’가 혀 꼬인 그래서 유행만 일거라면, ‘귀신 꿈’이라면 그런 ‘마을 만들기’ 역시도 그랬으면 참 좋겠다.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이상선 (만석동 행복주거문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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