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탐방_ “주부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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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도 9단, 마음도 9단 “주부9단

윤미자, 김경자, 권영자, 노금임 님 외 8명

  나누는 것은 특별한 일일까. “주부9단”을 인터뷰하며 내내 들은 생각이다. “주부9단”은 남구 주안5동을 기반으로 주부들이 모여 만든 주민체험 나눔 동아리이다. 미추홀종합사회복지관에서 알게 된 인연으로 봉사만 할 게 아니라 한 달에 한 번 좀 쉬자는 마음으로 가게 된 나들이에서 시골 장터와 시장을 다니다보니 자연스레 어려운 이웃들이 생각났다고 한다. 제철에 나오는 식재료를 알뜰하게 사와서 음식을 만들어 나눔을 시작, 매달 새로운 반찬 또는 과일청, 김치, 장 담그기 등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을 찾아 나눈다.  인터뷰 약속이 있는 날은 “주부9단” 동아리 회원들이 모여 김장김치가 다 떨어질 때이니 열무김치를 담그는 날이었다.

동아리 이름 “주부9단”이 귀에 잘 들어옵니다. 어떤 분께서 동아리 이름을 지으셨고 의미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처음에는 동아리로 어떻게 모이셨나요?

– 제가 지어서 서류 올리는 동안에 가칭으로 정한 것이 붙박이가 되어버렸어요. 우리 회원들이 10명이 조금 넘는데, 40대부터 70대 중반 주부들이에요. 남자 회원들도 계시지만 그 분들은 후원 역할을 많이 하셔요. 주부이다 보니 30여 년 이상의 경력이 있어서 반찬 나눔과 특화 사업인 장 담그기에 비해서는 베테랑이라고 볼 수 있는데 엄마의 마음으로 나누는 것으로 10단보다는 조금 낮게 9단으로 했어요. (웃음)

– 저는 봉사활동이 많아서 한 달에 한 번씩은 좀 나가서 쉬자는 마음에 들어왔는데 어떻게 이상하게 들어가게 되어서 반찬 나눔 하는 주부9단이 되었어요. (웃음)

– 미추홀종합사회복지관에서 주안5동 주민들만 모아서 나들이를 한 번씩 갔어요. 강원도 정선 시장 등을 다니다 보니 반찬거리가 많잖아요. 이 젊은 언니가 이거 사다가 불우한 이웃과 나누면 어떨까 하더라고요. 넷이 시작하다가 우리 둘이 들어왔지요. 우리는 한 가족 같아요. 다섯이서 마음이 딱 맞아요. 한 번도 마음이 갈라선 적이 없어요. 사는 곳이 다 주안5동이고 관심사도 봉사로 비슷해요. 음식 하다가 고춧가루가 부족하면 집에서 가져와 등 이렇게 해서 솥단지까지 지금 거기 부엌살림 있는 것은 집에서 다 가져온 거예요. 사다 한 것이 없어요.

“주부9단” 동아리가 활동하는 주안5동은 살기에 어떤 동네인가요?

– 주안5동은 인구수는 조금 많지만 취약계층의 분포도가 타 지역보다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60대 이상의 노인층이 타 지역보다 많고 공단 지역도 있지만 시민 공간은 없어요. 그에 비해서 사회복지시설은 많아요. 문화센터, 노인복지시설, 주민센터, 사회복지관 등이 있지만 후원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서로 어렵다 보니 초등학생들도 한 부모 가정 비율이 높아요. 그렇지만 주안5동에 있는 자생단체들은 의기투합해서 무엇을 해보려는 시도를 잘 합니다. 각 단체에서 서로 힘을 합쳐서 일을 할 때 협력하는 것을 굉장히 잘 해요. 경제적인 효과를 보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살려고도 굉장히 노력하시고 착한 분들이 많이 사셔요.

“주부9단” 활동을 하시면서 힘드신 점과 반대로 보람된 점이 있으시다면.

– 지금 인터뷰하는 곳이 주방시설이 있어 요리교실 같은 프로그램을 했는데 쉼터로 바뀌면서 주방시설이 3층으로 올라갔어요. 그런데 재작년에 법인이 바뀌면서 3층에 도예공방이 생겨 갈 데가 없었어요. 회원들 집에서 하기에는 양이 너무 많아서 하기 어려워 조르고 탐색을 해 복지관 지하 주방을 토요일에 잠깐 쓰자고 하다가 그건 아닌 것 같았어요.

지금 일을 하는 옥상은 지붕만 있는 상태였는데 건축일 하시는 분이 주방을 만들어주시고 샌드위치 판넬을 만들어 주셨어요. 복지관에서는 전기 연결을 해주셨습니다.

그릇이나 주방집기가 없으니 집에서 안 쓰는 것들을 하나둘 모아 장만했어요. 장 담그기를 하다 보니 항아리가 굉장히 귀해요. 항아리 살 처지는 아닌 것 같고 알음알음 좋은 일 한다고 말씀드려 안 쓰는 항아리를 후원 받아 하나씩 모아서 이렇게 많아진 거예요. 마음을 합해 주위에 아시는 분들에게 자꾸 홍보하고 이야기해서 소식을 나눠요. 나눔을 할 때는 용기에 주부9단 스티커를 붙이는데 보시고 후원을 받기도 합니다.

어려운 분들은 복지관이나 다른 곳에서 삼계탕을 많이 드시잖아요. 하지만 치킨은 당신들이 사 드시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주변에 치킨집 하시는 분이 계시는데 복날에 치킨 한 번 쏘겠다 해서 몇 십 마리를 후원해주셨어요. 또 가을과 겨울에 노란호박이 많이 나와요. 그러면 호박죽 끓여서 복지관 식당 주방에 갖다드려 어려우신 분에게 나눠 드려요.

어르신들에게 갖다드리면 너무 좋아하셔서 그게 흐뭇해요.

– 우리가 가면 “아이고, 고마워, 수고해.”얼마나 좋아요. 언니 같기도 하고 나이가 비슷해도 너무 좋아요.

감사하다고 쪽지 편지 써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너무 감사하고 받기만 해서 미안하다고. 우리는 미안해하지 마시고 얼굴 자주 볼 수 있고 건강하시면 저희에게 도움이 되는 거라고 말씀 드려요.

우리가 용기를 쓰고 돌려 달라 말씀드리면 스티커 쪽지를 붙여서 감사하다고 하세요. 그런 분들 중에서 너무 받기만 해서 미안하다고 하시며 갚겠다고 하시는 분이 계세요. 시각장애인인 분이 마사지를 하는데 경기가 안 좋아서 출장이 없어 힘드심에도 불구하고 올해부터는 어르신, 복지관 대상자 등 한 달에 한두 번, 열 명 내외로 재능 기부하셔서 그렇게 갚고 싶다고 하세요. 그리고 왕 언니 따님이 미용을 하셔서 거동 못하시는 대상자들을 상대로 염색 해주신다고 해서 조금 더 발전적으로 가고 있어요. 추울 때 뽁뽁이를 붙여드리기도 했어요. 주부로서 만나는 분들을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처럼 해 드릴 수 있는 것들은 거의 다 하고 있어요. 요즘 텃밭을 일구고 있어요. 엊그제 감자도 심었는데 텃밭 수확물을 가지고 반찬해서 나누려고요. 작년도 그렇게 했어요.

동네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시다가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지도 못하고 차상위계층에도 힘든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을 어떻게 찾으시게 되셨나요.

– 처음에는 대상자를 발굴하는 것이 아니고 복지관에 계시는 분들의 명단으로 나눔을 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다니니 추천해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직접 찾아뵙고 처하신 환경을 본 다음 어려우시면 우선 대상자가 되는 거지요.

일단 대상자와 주안5동 주위에 다 아는 분들이잖아요. 주안 5동 분들을 대상으로 하니 이런 사람이 있는데 한번 가볼래, 그리고 그 분께는 내 친구가 이런 일을 하는데 상담 받으면 어때, 이렇게 연결해요.

진짜 어려우신 분들은 자존심 때문에 손을 내밀지 못하세요. 어디 손 벌릴 때도 없으시고 가서 이야기 하다보면 저희를 마음으로 받아들이세요.

집에 찾아뵐 때는 복지관 사회복지사 선생님을 대동해서 상담도 하고 우리가 마음만 가지고 말하는 게 그분들은 상처받을 수 있으니 관련한 교육을 받기도 했어요.

일방적인 도움을 주시는 것보다 소통하는 기회를 마련하셔서 초청행사도 하시고 같이 체험활동도 하셨어요. 도움을 받으신 분들은 어떤 변화가 있었고 “주부9단” 활동하시는 분들은 어떤 변화가 있으셨나요.

활동을 하다보면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도와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셔요. 우리는 재미있어요. 항상 웃고 떠들고 그래서 좋고 그래서 젊어지지요. 즐거워요.

– 처음에는 우리가 좋아서 했어요. 보여주기 위해 한 것은 아니에요. 단순하게 생각했고 나눔 하는 그 시간 시간이 행복했어요. 그렇지만 하다 보니 주는 것만이 다가 아니더라고요. 한번 주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1년을 하고, 지금은 4년 째 계속하지만 그분들과 소통하면서 당신들은 절대 외롭지 않다 그리고 우리가 관심을 항상 가지고 있다는 것을 표현해요.

 정신적으로 힐링이 되고 기쁨이 배가 되어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내 마음도 편안해지고 가족들을 위한 것 같아요. 주부로 스트레스를 풀 때가 없는데 너희는 출근하고 학교 가면 나는 복지관 간다라는 마음에 화날 일이 없어요. 요즘 제가 예뻐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웃음)

– “봉사하면 예뻐져요?”라는 질문을 많이 들어요.

앞으로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시나요.

– 앞으로도 꾸준히 활동을 하고 대상자도 늘려 나갈지 않을까 해요. 아직은 기반이 완전히 다져지지 않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에요. 꾸준히 나눔하고 장 담그기도 해마다 양을 늘리려고 해요.

– “주부9단” 2기 회원을 모집하고 싶어요. 운영체계도 만들고 대상자를 더 발굴했으면 하지요. 이런 일을 하다 보니 주변분들 중 무릎이 아프시던지 법적 갈등 문제 등이 있는 분들도 더러 있어요. 복지사각지대 분들을 발견해서 행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게 “어머니, 제가 이런 마음인데 말씀드리면 도움 드릴 수 있다.” 라고 말씀드리면 그분들이 마음으로 말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 사실대로 이야기해주세요. 지금 당장 어려워도 절차를 밟아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해드려요. 동사무소 사회복지과, 남구청에 그분이 혼자 다니시기 힘드시면 여기 복지관 또는 우리와 함께 대동해서 움직여요. 이런 절차를 밟아드리는 일도 공식적인 활동은 아니지만 한 두건이 있어요.

“주부9단” 홍보도 당연히 할 것이고, 한 달에 한 번 반찬 ․ 떡 나눔 이게 끝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거예요. 대상자 분들의 환경이 나아지시면 배려하는 차원에서 감사한 마음으로 인사드리고 또 다른 분들을 대상으로 나눔 해 드리는 식으로 계속 해 나갈 예정이고 교육도 받을 거예요.

마을공동체가 따뜻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랑과 관심인 것 같아요. 나와 더불어 산다고 생각해야 하는데 요즘 너무 이기적이잖아요. 주위에 관심을 가져서 쓰레기 하나라도 줍는 마음이 있어야 해요. 어르신들이 막 워커 끌고 다니실 때 답답할 때도 있어요. 근데 지금은 기다림이 되더라고요. 횡단보도 건널 때 힘드신 분들은 어깨 팔 한 번 거들어드리고 더불어 산다고 생각하고.

– 봉사를 하면서 어르신들과 많이 가까워졌어요. 길거리를 다니면서 인사하면 모두 어르신들 같아요. 어르신들이 조금 힘드시면 나도 모르게 옆에 가서 거들어 드리고 봉사하면서 하는 게 그것 같아요.

– 살기 좋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웃음) 지금 주안5동에는 젊은이들은 잘 모르지만 어르신들은 내가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인사하면 그것이 그렇게 따뜻한 것 같아요.

– 일단 나 먼저 마음을 열어야 할 것 같아요. 내가 마음을 열면 상대방도 자연적으로 알게 되어요. 다음에 만나면 “반가워요.” 하면서 말이 길어지지요.

  주부의 마음으로 시작한 “주부9단”을 인터뷰한 뒤, 돌아오는 길에 앞서 생각한 것은 나눔은 결코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거다. 집에서 담그는 김치, 밑반찬을 내 가족만을 위해 만드는 것보다 주변 이웃을 위해 더 만들어 나누는 것. 관공서 문턱이 높아 어려워하시는 분들을 위해 내 품을 팔아 도와드리고 주변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나눔이라는 “주부9단”의 실천이 아름답다.

글 홍보담당 / 사진 주부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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