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탐방_계산동 책 읽기 “술독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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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마을을 지키는 어른 같아요

  웹진 <인천, 마을을 잇다>는 “남구 말벗독서동아리”를 시작으로 인천 마을 안의 학습소모임을 소개하는 글을 싣고 있다. 마을학습소모임은 동네 주민들이 모여 스스로를 살피고 이웃의 목소리를 듣는 작은 움직임이다. 배움의 목적이 호혜와 평등에 있기에 마을학습소모임은 마을공동체가 한 뼘 자라기 위해 필요한 모임이다.

  배움을 전제로 한 만남은 풀뿌리를 잇기 위한 과정 중에 하나임으로 그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잘 알려지지 않지만 저마다의 개성을 갖고 모임을 꾸준히 하는 곳을 찾아 인터뷰를 한다. 인터뷰를 통해 마을학습소모임의 모습을 비추어 내가 서 있는 곳을 알고 더 나아가 함께 걷는 곳을 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자 한다.

 책읽기모임인 “술독모임”은 계산동 일대에 사는 분들을 중심으로 한 마을의 책모임이다. 2016년 계산동마을학교 “함께 만드는 어린이 배움터”에서 주민독서학교로 만든 모임인데, 마을학교 참여 학부모는 물론이고 비혼인 사람들을 포함하여 어느 분이라도 함께 할 수 있는 열린 책읽기 모임이다.

지난 2월 15일, 술독모임에 함께 하는 분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동네에 처음 생긴 “동네책방 산책”에서 만나 편하게 들은 술독모임(이윤정, 최혜랑, 임현하, 민수경, 홍지연)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최혜랑 : “술독모임”에 다른 회원에 비하여 성실하게 참여하지는 못했어요. 초반에 저는 마을 사업을 준비했던 운영진으로서 책을 매개로 몰랐던 사람들이 모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가끔씩 올 때마다 놀랐어요. 만날 때마다 많은 것을 나눌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책모임이 저녁 8시에서 10시까지 하는데 저는 오는 날도 있고 못 오는 날도 있었습니다. 책을 못 읽었어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자리면서 마을 주민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임현하 : 저는 여기 모임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했었는데 깊이 들어간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술독모임”은 소수 정예로 하고 나이 40이 넘다보니 책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자리가 별로 없어서 책 소모임을 통해 힐링이 되는 느낌을 받아서 좋았어요.

이윤정 : “술독모임”은 학습동아리로 지칭하기보다는, 책을 통해 생각을 공유하고 고민을 나누며 지역에 거주하며 소통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마을사업으로 들어갔던 거예요. 작년 일 년을 보내면서 책을 통해서 순수한 책모임으로 결합하면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들을 알게 되어서 올해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홍지연 : 마을학교는 어린이 대상인데 부모들이 모여서 평가를 하다가 어른모임을 한번 해보자는 부모님이 있어서 거기 계신 다른 엄마들도 할 수 있겠다는 제안을 통해서 술독모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도 한 달에 두 번씩 부담 없이 참여해야지 했지만, 반신반의했어요. 인원이 적으면 힘이 빠지는데 이 모임은 꾸준히 인원이 증가해서 13명 정도이고 절반이 빠져도 7명이 가능해서 꾸준하게 잘 되고 있어 좋았어요. 마을학교를 하면서 엄마들은 오리엔테이션이나 평가회 할 때만 봤는데 아쉬움이 많이 해소되었고요. 아이가 없는 마을사람들, 부모님이 아니라도 올 수 있는, 책모임에서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길이 열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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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독모임”이라는 이름을 어떻게 지으셨나요?

최혜랑 : 술독모임은 “술술 읽는 독서모임”의 뜻이고요, 술은 별로 못 마셨어요. (웃음)

홍지연 : 책모임마저 술독을 하냐고, 술항아리 또는 단지가 생각나잖아요. 술을 먹기 위해서 책 읽기 모임을 하는데 해석을 잘 해 놓았구나, 멋진 이름을 만드신 것 같고요. 우리 멤버 중에 이 모임에 술을 많이 먹는 줄 알고 왔는데 술을 많이 안 마셔서 실망해서 모임에 나가신 적도 있어요. (웃음)

  “술독모임”은 작년 6월부터 진행되었다. 먼저 동네에 포스터를 활용하여 마을학교 안에 책 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렸고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홍보를 했다. 6월 전부터 참여하실 분들의 뜻을 들을 기간을 가지고 첫째 주에 모였다. 모임 진행을 어떻게 하고, 책을 선정하는 등 준비를 하고 매달 격주로 만나 한 달에 두 권씩 책을 읽었다.

마을학교 안에 프로그램으로 소개했지만, 참여하신 분들의 계기를 듣고 싶습니다.

민수경 : 저희 아이가 해서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학교 도서관 봉사를 하게 되었어요. 봉사하면서 이런 독서 모임이 있으니 한번 해보라고 제의를 하시니 망설여졌어요. 전 동화책 밖에 안 읽어서 하니 상관없다 하고 같이 책 읽고 이야기하는 자리이니 책을 좋아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했어요. 모임에 참여해 보니, 너무 좋았어요. 책을 읽지 않아도, 이야기만 들어도, 많이 들어도 좋더라고요. 결국, 신랑에게도 권유해서 부부가 같이 나오게 되었어요. 주변에 아는 언니도 소개했는데 하나 같이 다 좋다고 하세요. 저랑 같이 오는 언니도 교대 근무를 하더라도 일정을 빼서라도 책 읽기 모임에 참여하기도 해요. 갑자기 회식이라도 잡히면 책 다 읽었는데, 하고 아쉬워해요.

임현하 : 저도 도서관 봉사하면서 책모임을 접했어요. 나이가 드니까 책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경우가 있고 사는 이야기, 남편 흉 등만 이야기하는데 이 모임에서는 책을 통해 공감할 수 있는 게 있어서 지금은 여기저기 홍보하고 있어요.

 책을 고를 때에는 편하게 읽고 함께 읽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것에 의지를 밝혔다. 미리 읽지 않아도 그 자리에서도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첫 책으로 선정한 것은 한국 에세이 <나는 천천히 울기 시작했다, 강광석 외, 봄날의책>이었다.

민수경 : 저는<피드백 이야기, 리처드 윌리암스, 토네이도>라는 책이 기억에 남아요. 이 책을 읽고 아들한테 접목시켜서 실천했는데 작은 피드백에도 아이가 영향을 받더라고요. 성별 때문인지 몰라도 남자아이라서 고집이 더 많이 생기고 분노가 표출되었는데 이걸 읽고 제가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잘 이야기하니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임현하 : <소년이 온다, 한강, 창비> 와 <거짓말이다, 김탁환, 북스피어> 두 권이 기억에 남아요. 아줌마들의 입장에서는 언론에서 이야기하지 않는 한 역사적인 사건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저도 그러고 살았는데 아이들 위주로 책을 읽고 취미생활로 책을 읽다가 다른 분들이 권해서 읽은 책을 통해 몰랐던 사실들과 이게 그냥 지나가야 할 문제는 아니다 하여 다시금 제가 관심이 생겨서 책을 읽고 인터넷을 많이 찾아봤어요.

홍지연 : 열 세권의 책 중에서 모임에서 읽지 않는다면 안 읽었을 책은 정유정의 <종의 기원>이었어요. 추리 쪽은 별로 안 읽어서 도서관에서라도 스스로 뽑아서 빌리지 않았을 거에요. 무더운 여름에 에어컨 틀어놓은 카페에서 <종의 기원> 같이 섬뜩한 이야기를 했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여느 책 읽기 모임이나 학습 소모임과는 달리 “술독모임”은 단체 카카오톡방이 없다. 이윤정 님의 말을 빌리자면, 굳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메시지라는 게 확 열려 있어서 내가 답을 하던 안 하던 간에 나의 심경을 글의 흐름들 속에서 나를 표현해야만 하는 것이 불편했다. 못 오면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것이고, 사전에 알릴 때 일정이 안 되면 이번 모임은 참석 못해요, 라고 말씀해주시는 분들도 충분했다. “술독모임”을 하면서 참여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는 카톡방이 너무 많다, 일회성이 많다보니 성의 있게 뭔가를 읽고 작성하는 것이 잘 안 되어서 필요하면 나중에 만든다고는 했지만 안 만들어졌다. 대신 모임을 기록으로 남겨 자료집으로 만든 <계산동 마을학교 이야기>에 일 년 동안 읽은 책 13권을 추렸고, 읽은 책들의 분야도 나누어 정리해 실었다. 책을 읽은 후에 소감도 적어 일곱 명의 글도 함께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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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책방 산책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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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을 확장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신가요? 다른 지역 학습소모임과 함께 한다면 책 읽는 것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올 것 같아요.

이윤정 : 저희들끼리 의논을 한 적이 있어요. ‘모임이 지속되어 참여인원이 늘어난다면 10명 넘는 사람들이 전원 참여하는 것은 힘들겠다. 참여 인원이 8인 이상이면 팀을 분할하였으면 좋겠다. 소모임 단위가 술독 1, 술독 2 등. (웃음) 새로운 모임을 만들어가는 형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책모임이 확장되어 마을의 행사로 이어져 작가와의 만남을 기획했으면. 만들고 싶다는 희망사항이 있어요. 다른 지역과의 연계는 아직까지 생각하지 못하고 있어요.

홍지연 : 저는 이 책모임이 좋은 이유는 계획이 없어서 좋아요. 우리가 되게 바쁘잖아요. 이 모임에서 오로지 계획이라는 것은 어떤 책을 읽을 지에만 집중이 되어 있어요. 자연스럽게 일 년 동안 책을 읽다보니 우리 작가도 만나볼까, 라는 그런 마음이 자연스레 들어서 참 좋았어요. 일이 되어버리면 힘들어지거든요. 여기 “술독모임”은 모든 것이 마음에서 나와 되게 좋은것 같아요. 집중된 한 사람의 제안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제안을 해주셔서 좋아요.

임현하 : 오히려 책모임은 사람들이 많으면 참여도가 낮더라고요. 목소리 큰 엄마들만 남아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독서모임은 소모임이 책임감도 있어요. 모임 할 때 나 빠지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도 들고요.

책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윤정 : 사람마다 다르지 않을까요. 굉장히 다를 것 같아요.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러 가지 역할을 하다 보니 나를 되돌아 볼 시간이 없어요. 고민을 할 시간이 없어요. 주어진 것만 빨리 처리해야 하는, 기계처럼 살아가는……. 책을 읽고 고민해보는 시간, 소설을 읽던 에세이를 읽던, 문장과 전체적인 내용에 고민을 하게 됩니다. 일상으로부터 여유로워진 나를 찾게 되고 다시 충전을 하는 일종의 휴식처 역할을 합니다. 읽고 같이 나누는 시간을 통해서 나누는 수다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공간이 되기도 하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시간이 되니, 여러모로 나를 갈무리하는 시간입니다. 책 읽기는 어디서 해도 좋은 게 아닌가 싶어요.

최혜랑 : 미역불림하면 막 커지는 그런 느낌이에요. 혼자 읽는 것은 마른 미역이라고 하면 모임을 하다보면 이 책이 가지고 들어올 때만 나갈 때랑은 전혀 다른 책이 되고요. 책을 읽는 것은 마음을 나누는 것이고 독서모임이 좋은 게 사람 자체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아요.

 여기 계시는 분들의 연락처도 사실 잘 몰라요. 하지만 그 분이 한 이야기나 어떤 생각을 가진 그 순간, 그런 게 기억에 남지요. 그리고 독서모임을 하면 내가 생각하는 것이 전부 다가 아니구나, 우리가 나이를 먹다보면 자꾸 까먹거든요. 와서 듣다보면 다른 관점이 있고 아름다운 생각을 접하면서 나는 정말 조그마한 사람이구나 그리고 이런 것에 둘러 쌓여 있어 행복하구나 라고 낭만적으로 생각하고. 그리고 여기는 조금 불성실해도 크게 누구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어떨 때는 모임에 빠질 수 있다는 것에 위로를 받을 수 있어요.

임현아 : 책의 매력은 재미인 것 같아요. 재미가 없으면 안 읽게 되잖아요. 원래 취향은 스릴러, 추리소설을 좋아해요. 하지만 독서모임을 하면 항상 저희 신랑과 아이들이 물어봐요. 혼자 읽으면 되지 모여서 뭐하지. 하지만 저는 책을 읽고 오면 설레요. 어떻게 이렇게 쓸 수 있지, 함께 책을 읽고 와서 맞장구를 치지요. 한마디로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것이 굉장히 매력이지요.

민수경 : 제가 책을 읽고 좋아하는 이유는 책마다 강력한 힘이 있고, 책 하나하나마다 힘 자체가 다르다고 생각해요. 매력도 다르고요.

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술독모임”의 이야기는 더 이어졌다. 저녁 8시에 시작해서 10시까지 이어지는 소박한 동네 책모임,

“집에 있다가 헐레벌떡 안 와도 되잖아요. 슬리퍼 끌고 오고, 집에서 한두 가지 과일을 챙겨와 꺼내놓고 나눠 먹는 게 좋아요. 이 모임은 저녁 먹고 빨리 가야지, 라는 마음이 생기고 억지로 간다는 마음은 없었어요.”처럼,

또는

“거리가 조용하고 동네책방 산책만 예쁘게 불을 밝히고 있어요. 우리가 더 좋은 사람인 것 같고 우리가 마을을 지키는 어른 같고. 좋은 일하고 헤어지는 듯한 것도.”라는 말이 잔잔히 펴진다. “술독모임”의 바람은 여성 또는 엄마, 학부모 모임이 아니라 부부가 같이 오는 모임, 기혼자만 오는 것도 아니고 20대, 그리고 동네 어르신까지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글 홍보담당 / 사진 술독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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