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문화로 소통하다! – 주민들이 직접 만든 ‘열린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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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문화로 소통하다!

주민들이 직접 만든 ‘열린 무대’
  

“무대 위에서 위치 잡아보겠습니다. 자신의 악기위치를 확인하세요.”
플라스틱 통을 재활용해서 만든 타악기를 조심스럽게 무대 위로 나르는 사람들의 손길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첫 무대를 장식할 긴장된 모습의 예술단들은 타악 퍼포먼스를 통해 마을의 이야기를 들려줄 학익동 주민 팀 ‘학나래 두드림’이다.
분장실에서는 마을을 대표하는 다른 팀들의 분장과 공연연습이 한창이다.

오병욱 어르신(81, 남구 숭의동)과 엄만득 어르신(78, 남구 학익동)은 “이수일과 심순애 역할을 하면서 우리가 사는 숭의동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주려고 합니다. 열심히 연습했는데 주민들께서 재미있게 보시고 많이 웃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라며 대본 연습을 한다.
‘삼색공연-마당, 주민들의 무대를 열다’는 마을의 소소한 일상이야기를 다채로운 공연을 통해 소통하고 공감하며 교류하는 주민들의 열린 소통무대라 의미가 남다르다.

엄만득 어르신과 오병욱 어르신

지난 7일 오후7시, 학산 소극장에서는 남구학산문화원 주최로 자신이 거주하는 마을이야기를 주민들이 직접 무대에 올리고, 감상하면서 즐기는 마당이 펼쳐졌다.
비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애정 어린 관심과 참여로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 역시 지역주민들이다.
학산문화원 박성희 사무국장은 “삼색공연은 여러 가지 공연을 크로스해서 보여준다는 의미로 문화관광부에서 이 소극장을 생활문화센터로 선정했습니다. 이에 전문 예술가만이 예술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도 예술을 향유할 수 있다는 것과 주민들이 만든 작품들을 통해 이웃이 서로 교류하는 주민창작 마을예술제를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바로 주민들이 공연자가 되고 창작도하면서 주민들이 주도하는 마당 축제이지요. 오늘 공연을 통해 주민이 주인공인 만큼 문화로 소통하고 교류하는 무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가족과 이웃들이 주인공이 되어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이야기판은 서로 다른 리듬으로 조화를 이루며 신나는 하모니를 만드는 학익1동 주민 팀 ‘학 나래 두드림’의 신명나는 난타에 이어 숭의1동과 3동의 60대 이상 어르신들로 구성된 ‘학산 실버마을예술단’팀의 ‘숭의동109번지 이야기’로 이어갔다. 이 연극은 지역의 재개발로 인한 갈등과 사랑을 코믹하게 표현한 것으로 꽃단장을 한 이웃집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펼친 이야기무대는 남녀노소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나기순 어르신(82, 남구 학익동)은 “우리 동네사람들이 연극을 하니까 신기하고 재미있네요. 게다가 내가 아는 동네이야기라서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로 즐거워요.”라며 연극공연이 끝나자 신나게 박수를 친다.
“심순애 역할을 한 저분은 우리 윗집사시는 아저씨예요. 연세도 많으신데 연기를 아주 잘하시네요. 어쩜 능청스럽기도 하지…배우보다 더 잘하네요. 재미있게 잘 봤어요.” 정정분 어르신(73)도 한마디 거든다.

주민들의 화합으로 만든 열린 무대는 동네의 자랑과 정겨운 이웃들의 이야기를 노래로 전한 주안6동 팀 ‘음악놀이터’의 중창 ‘이웃사촌’과 이웃 간의 소통으로 정이 흐르는 마을을 욕쟁이 할머니를 통해 보여준 숭의4동 팀 ‘아름’의 연극‘너희 집 밥그릇이 몇 개냐?’ 그리고 마지막 팀인 용현5동‘우리 동네합창단’의 ‘잘했군! 잘했어!’ 등으로 각 지역의 예술동아리활동을 하고 있는 주민들이 문화예술로 하나 되는 마을공동체를 만들어갔다.

제물포시장, 숭의 시장, 수봉공원 주변의 마을 이야기 등 동네 구석구석을 이야기의 배경으로 드러내며 주민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삶의 이야기들은 흥겨운 노래와 함께 잔잔한 웃음과 감동 속에 따뜻하게 그린 공연은 이웃과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공감’ 그 자체였다.
“친정엄마께서 배우가 되어 연극 공연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놀랍고 감동 받았습니다. 저 연세에 저렇게 열정이 있는 줄 몰랐거든요. 다들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이 동네에 살지는 않지만 공연을 보면서 공감 가는 부분도 많았고 동네를 잘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사랑이 넘치는 공연이었고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배미영 씨(41, 중구 송월동)는 꽃다발을 들고 무대로 향한다.

‘이웃 간의 정’ 또는 ‘이웃사촌’이라는 단어가 조금은 어색한 요즘, 생활예술로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주민들의 열린 공연은 이웃과 함께 마음과 정을 나눌 수 있는 따뜻한 시간을 선사한 소통의 시간이었다.

박영희 I-View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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