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석동 괭이부리마을, 누가 이렇게 망가뜨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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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석동 괭이부리마을, 누가 이렇게 망가뜨렸나?

공동체에 대한 무지와 ‘보여주기’, ‘생색내기’식 욕심이 그 원인

15-03-15 23:31ㅣ 민운기 스페이스 빔 대표,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간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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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부리마을 주거환경개선사업의 겉과 속 
 
지난 주 토요일(3월 7일) 오후 “인천이라는 지역 사회 곳곳에 만연하고 있는 독선적 권력과 맹목적인 이윤의 논리에 의해 왜곡되고 멍들어 가고 있는 우리의 도시에 대해 인문학에 바탕을 둔 논리적, 조직적, 지속적 대응 및 대안 제시 활동의 필요성을 느낀 주체들의 자발적 연합체”인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의 발족식을 겸한 포럼을 갖기 위해 많은 참가자들이 만석동 괭이부리마을 ‘기차길 옆 작은 학교’에서 모였다.

그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첫 출발지를 이곳으로 정한 이유는 지난 2011년 시작하여 만 4년째 진행해오고 있는 만석동 괭이부리마을 주거환경개선사업을 동구청이 “대통령직속기구인 지역발전위원회로부터 ‘주거환경개선 우수사례’로 선정되었다”며 성공적으로 몰고 가고 있는 것에 대해 이는 사실과도 다르고 실제 상황 또한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그 이야기도 듣고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면서 향후의 바람직한 활동 방향과 형태를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포럼 주제도 “만석동 괭이부리마을 주거환경개선사업의 겉과 속”이라고 정했다.

행사 전 사업지인 마을 둘러보기를 마치고 꽤 너른 1층 공부방에서 적지 않은 참가자들이 빙 둘러앉아 행사를 진행했는데, 탐방 때 듣고 본 마을의 이야기와 모습 및 포럼의 발제와 이어지는 토론 내용보다도 더 괭이부리마을 주거환경개선사업의 현 단계 결과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게 된 분을 만나게 되었고 그 사연을 접했다. 다름 아닌, 행사 중간에 동네 할머니로 짐작되는 분이 들어와서 한 쪽에 조용히 앉아서 ‘남의’ 얘기에 끼지도 못하고 듣고만 계시다가 한 시간 남짓 지났을까, 행사에 방해 될까 조심스럽게 자리를 뜨는 것이었다. 나중에 들으니 동네에 말벗을 하던 친구 분들이 새로 지은 임대주택으로 모두 떠난 후 홀로 남아 적적하여 이렇게 ‘사람’이 있는 곳을 찾아오신다는 것이다.
 

괭이부리마을 주거환경개선사업의 애초 발표와 참담한 결과 
 
지난 2011년 인천시와 동구는 만석동 9번지 괭이부리마을에 기존의 전면철거 방식이 아닌, ‘주민 참여’와 ‘민ㆍ관 협의’에 의해 “공동체를 보존하고 원주민 100% 재정착”을 위한 개발임을 내세우며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시작하였다. 그 첫 단추는 임대주택(일명 ‘보금자리주택’) 건설이다. 마을의 한 구역을 철거하여 98세대 규모의 저층 아파트를 짓고 애초 이곳에 살다 잠시 떠나 있던 주민들을 재입주시킴은 물론, 나머지 구역의 세대들 중 기초생활수급자 등 가장 열악한 상황에 놓인 대상자들부터 우선적으로 입주시키는 방식을 택하였다. 그러나 임대주택 대상지에 살던 44세대 중 28세대만이 이곳에 재입주를 했으며, 나머지 구역의 세대들 중 임대주택의 남은 세대에 입주를 하며 떠나가게 된 20~30 가구의 집들은 공ㆍ폐가가 되었다.

임대주택에 들어간 주민들은 사업을 담당했던 행정이 말하는 대로 ‘쾌적하고 안락한’ 주거 조건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동안 열악하지만 서로 부대끼고 정을 나누며 살아왔던 과거와는 달리 칸칸이 나누어진 단절된 주거 구조로 인해 외롭고 아파도 돌봐줄 이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나머지 구역은 그렇지 않아도 빈 집이 적지 않던 상황에서 추가로 (임대주택 입주로 인해) 비워지게 됨으로써 오랫동안 이어온 이웃들과의 돈독한 관계들은 더 이상 유지되지 못하고 흩어지게 된 것이다. 앞서 소개한 할머니의 사연은 바로 이렇게 변해버린 상황이 만들어 낸 것이다.
 


완공된 임대주택 전경
이와 더불어 이날 사업지인 마을 둘러보기를 통해 확인한 바로는 “주민 소득 창출”을 위해 건립한 ‘희망키움터’ 내 자활공동작업장에서는 어르신들의 볼펜심 끼우기 작업 정도 밖에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하며, 북카페‘콩이네’ 또한 주민들은 물론 외지인의 이용이 드물다고 한다. 옛 괭이부리마을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사진들을 전시해놓은 ‘우리곳방’ 또한 찾는 사람이 드물며, 그러다보니 문이 닫혀 있는 날이 많다고 하는데, 이날도 그랬다. 그리고 마을과 맞닿아 있는 (주)두산인프라코어 담장의 도색과 화분, 텃밭상자 등은 그 색채나 모양이 획일적인 것으로 보아서 마을 주민들에게 그 기회를 주어 꾸미고 가꾸는 ‘주민참여형’이 아니라 특정 업체에게 내맡겼다는 사실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더불어 다수의 주민들이 떠나간 마을을 살리려면 다시 주민들이 들어와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임에도 빈 집들은 허물어 버리고 그 자리에는 흔한 방식인 주차장이나 소공원, 텃밭 등을 만들었다. 물론 이러한 시설이 일정 부분 필요하기도 하지만 그러나 이 또한 주변 환경이나 마을 특성, 주민들의 활용도 또는 입장에 대한 세심한 고려 없이 ‘만들어주어’ 생경하게 끼어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기존 주택 또는 골목과 전혀 어울리지 않게 이물감이 느껴지는 것은 도로 포장도 마찬가지며, 누수 방지를 위한 기존 집의 지붕 덧씌우기는 빨강과 파랑 일색으로 괭이부리마을만의 경관과 정취는 건드리는 것마다 하나씩 깨어지고 사라져버렸다. 또 한 가지 “주민의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대를 통한 삶의 질 향상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전국 최초로 지자체, 지역기업, 주민이 참여한 사업”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한 김치공장은 지난 해 12월 창업식 테이프를 끊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판로 확보가 여의치 않아 하루 생산량도 줄고 그나마 가동을 멈추는 날이 더 많단다. 이날도 공장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결국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시작한 지 4년 만에 괭이부리마을은 외관 또는 물리적 환경뿐만 아니라 주민들 상호간의 공동체 관계도 갈갈이 찢겨져 누더기가 되어버렸다. “원주민 100% 재정착”이라는 공언은 허언이 되었으며, 마을 내에서의 이동과 부침(浮沈)도 많아진데다 임대주택 착공 때부터 최근까지 “임대주택지 이외 지역 주민들이 인천시에 주택의 매입보상과 임대주택 건설을 요구하기도” 하면서 “수십 년 간 이어 온 마을의 공동체성이 무관심과 반목으로 부서지기 시작했다“고 만석신문 임종연 편집장은 이날 열린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포럼 발제를 통해 전했다.

 
주민을 대상화한 행정 주도와 욕심의 결과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을까. 아마도 역사에 대한 얄팍한 인식, 도시 재생에 대한 철학의 부재, 주민 삶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행정이 주도한 결과가 이렇게 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주민 참여”나 ‘민ㆍ관 협의”는 말뿐으로, 민ㆍ관ㆍ전문가가 참여하는 ‘지역추진협의체’도 처음 몇 차례 진행하다 주민 및 전문가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용을 하지 않음은 물론, 미리 정해진 계획을 진척시키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자 아무런 통보도 없이 더 이상 소집을 하지 않았고, 이어서 구성한 ‘주민협의체’ 또한 더 이상의 신뢰를 보이지 않는 주민들의 참여 없이 행정의 말단 조직이랄 수 있는 통ㆍ반장 위주로 꾸려오며 주민 의견 반영이라는 근거를 마련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렇다고 실질적인 사업 과정과 내용 속에 주민 참여가 이루어졌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그들은 함께 상의하고 참여할 파트너 또는 주체가 아니라 행정이 만들어 놓은 사업의 결과물을 사후적으로 이용하거나 그 혜택을 받는 ‘대상’일 뿐이었다. “주민을 위(爲)한” 사업이라는 공공연한 표현이 이를 말해준다. 그러나 그 ‘주민’은 구체적이지 않고 막연했고, 주민‘들’ 개개인과 주민‘들과의’의 보이지 않는 관계 또한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한 채 막연한 ‘보여주기’식, ‘생색내기’식 사업으로 일관되어 왔다. 결국 행정에게 있어 주민 참여는 요식 행위나 대외적인 선전용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고, 처음부터 자기 사업 및 성과로 가져가려는 욕심을 버리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그 결과를 두고 자화자찬의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이면에는 하나의 사안을 두고 필자의 역사 문화 공동체적 관점과 행정이 지닌 편의주의적 사고와 시선에서 극명한 차이가 드러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인천시가 만든 괭이부리마을 주거환경개선사업 홍보 동영상을 보면 마을의 오래된 집을 두고 ‘흉물’이라고 표현한 점이다.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그러한 집들은 하루 속히 철거해야 할 대상일 뿐이지 그 집에 숨겨진 또 다른 가치나 의미는 눈에 들어오지 않을 뿐더러 그러다 보니 이를 고쳐 살려내거나 그 매력을 더할 방안은 더더욱 떠올리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듯 괭이부리마을 주거환경개선사업은 이러한 그들의 편협한 사고와 안목이 그대로 적용되었으며, 그들이 생각하는 수준만큼 만들어놓았으니 무엇이 잘못인지도 모른 채 “우수사례 선정”이니 하며 주민들을 또 한 번 속이고 있는 것이다.
 
 
반성과 교훈을 찾지 못하는 여전한 우려와 위험 속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의 적극적인 대응 활동 기대

 
결국 만석동 괭이부리마을 주거환경개선사업은 4년에 걸쳐 진행해오며 동구와 인천시가 참여하고 두 사람의 기초자치단체장이 관여하게 되는 상황을 거치면서 만든 합작품이다. 그야말로 행정의 현 수준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사례이자 행정과 지자체장이 독단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경우 한 마을을 얼마나 어떻게 망가뜨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이고도 상징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이 성공한 것처럼 소개된 이면에는 행정의 일방적인 보도(자료 배포)와 이를 확인도,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듣지도 않고 ‘받아쓰기’식 보도를 한 언론 모두에 책임이 있다.

그런데 여전한 문제는 이러한 부분에 대한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여 무엇이, 왜 잘못되었는지 되짚어보며 교훈을 찾고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괭이부리마을이 계속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고 답답한 소식이 들려온다. 동구청(장)이 이곳에 ‘괭이부리 문화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동구청이 보도자료를 배포할 때마다 이곳이 베스트셀러가 된 김중미의 소설집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이라는 사실을 언급하고 있는 것을 보면 여기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이는데, 정작 당사자의 의견을 묻지도 동의도 얻지 않은 채, 아니 당사자가 불쾌해하는 이러한 사업을 벌이겠다고 나선 것이다. 또한 빈집 여러 채를 사들여 게스트하우스를 ‘만들겠다’고 한다. 이 또한 주민들이 떠나간 빈 자리에 말이다.

이러한 계획은 최근 동구청장이 모 신문 칼럼에 쓴 다음과 같은 표현들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우려를 넘어 위험스럽게까지 느껴진다.
 
“(부산의 감천마을을 다녀온 후) 여기에서 얻은 교훈은, 오래되고 보잘것없는 마을도 머리를 잘 쓰면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무자가 올린 계획서를 보니 ‘동구를 팔아묵자’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었다. 의욕이 읽혔다. 아무튼 동구가 발전할 길을 찾아야 하고 지역의 가치를 높이고 주민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해야 한다.”
 
이러한 사고는 주민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하겠다는 사명감(?)에 불탄 섣부른 관광상품화 사업으로, 이는 지금까지의 과오를 인정하고 개선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 연장선상에서 이러한 문제를 괭이부리마을만이 아닌 동구 전체로 더욱 심화 확대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이는 중구청(장)의 개항장 일대 ‘짝퉁’ 거리 조성 사업에 이어 동구까지 가세함으로써 원도심 전역이 천박한 관광지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음을 말해준다.

얼마나 망가져봐야 정신을 차리고 역사와 시대에 죄를 짓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을까. 이러한 답답함과 안타까움은 이날 발족식을 마친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의 인문학에 바탕을 둔 향후 적극적이고도 지속적인 대응과 대안 제시 활동이 필요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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