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시민문화가 대안이다] 시민문화활동으로 하나된 지역사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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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문화활동으로 하나 된 지역사회(국내편 상)[기획연재] 문화도시로 가는 길, 시민문화가 대안이다 ③
큰들문화예술센터와 첨단골열린음악회

장호영 기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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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호] 승인 2009.08.01  17: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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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시민들의 삶은 팍팍해지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에도 불구, 시민들의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져가고 있다. 이에 따라 문화·예술활동을 하는 시민들의 동아리 모임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활동도 매우 활발하다.

하지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지원은 전문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에 국한된 것이 현실이다. 또한 문화의 불모지로 꼽히는 인천광역시와 부평구는 문화도시를 꿈꾸며 큰 규모의 축제를 열기도 하고 대규모의 예술회관을 짓기도 하지만, 여전히 문화도시로 가는 길은 더뎌 보일 뿐이다.

전문 예술인들에 대한 지원과 축제, 대규모 예술회관 등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시민들의 자발적 문화·예술활동에 주목해야한다. 이미 오래전 문화선진국들에서는 시민들의 문화·예술활동이 활발히 이뤄졌으며, 국가는 정책적으로 이를 지원해왔다. 다행히 한국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이번 기획보도를 통해 인천과 부평의 예술·문화 환경에 대해 점검하고, 국내 타 지역과 해외의 시민 문화·예술활동 사례들을 살펴, 향후 문화도시로 가기 위한 시민문화 활성화 방안을 그려보고자 한다.

<연재순서> 
1. 현대사회에서 문화·예술활동의 의미
2. 인천·부평 문화도시, 어디까지 왔나?
3. 시민문화활동으로 하나 된 지역사회(국내편) 상
4. 시민문화활동으로 하나 된 지역사회(국내편) 하
5. 시민문화활동으로 하나 된 지역사회(일본편)
6. 시민문화활동을 넘어 문화단체로의 활성화(일본편)
7. 문화도시 만들기를 위한 시민문화 활성화

1. ‘큰들문화예술센터’

문화·예술 공동체 삶 스스로 살며, 지역주민에게 전파

   
▲ 문화·예술 공동체 삶을 사는 ‘큰들문화예술센터’ 단원들.

전국적으로 마당극에서 가장 눈에 띄는 활동을 펼치고 있는 ‘큰들문화예술센터(이하 큰들)’. 큰들은 ‘논개’, ‘허준’, ‘흥부네 박 터졌네’, ‘밥상을 엎어라’ 등 모두 11 작품의 마당극을 연간 120회 이상 공연하고 있는 전문예술단체다.

큰들의 활동은 1984년 경상대학교 학생들이 전통문화를 살리자는 의미로 경상남도 진주에 사무실을 차리고 ‘물놀이패’라는 풍물단을 창단하면서 시작됐다. 풍물단으로 활동을 하다가 1996년부터는 전문 마당극단으로 전환했으며, 단체의 무한한 투자와 단원들의 노력 덕분에 다른 단체의 경우 20년 정도는 걸려서 갖출 수 있는 역량을 4~5년 만에 갖췄다는 것이 단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큰들은 현재 경상남도 사천시 곤명면에 본부큰들(사무실·기숙사)과 극단큰들(연습실·소품의상실), 진주시 봉곡동에 진주큰들, 창원시 용호동에 창원큰들, 산청군 산청읍에 산청큰들 등으로 나뉘어있다.

34명의 단원이 중심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530명의 진주큰들 풍물단 회원, 15명의 창원큰들 풍물단 회원, 매달 후원금을 내고 있는 700여명의 후원회원으로 구성돼있다.

큰들은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평화세상, 통일세상, 평등세상, 아름답고 살맛나는 세상을 만드는 데 작은 보탬이 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배려와 감동, 인정에 기반을 둔 단원들의 화합과 친목을 원천으로 문화·예술 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융화한다.

단원들은 공동 기숙사에서 가족처럼 살기도 하고, 시내에서 따로 살기도 하고, 인근 시골마을에 집을 구해 살기도 한다. 단원들은 최소한의 생활비를 나눠 쓰고 공연 등의 수익금 대부분은 더 큰 사업과 활동을 위해 투자하거나 저금하는 방식으로 재정을 운영한다. 하지만, 단원들의 주택과 난방연료비, 의료비, 2세 교육비는 공동으로 책임지는 형태를 제도화해 단원들이 재정적으로 전혀 어려워하지 않는다.

130명 시민풍물단으로 참여 예술 승화

   
▲ 2007년 ‘진주큰들 창립기념공연’ 무대에 선 130명 시민풍물단. <사진제공·큰들>

큰들은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지역주민들과 호흡한다. 주로 풍물교육이다. 지난 24년 동안 진주시와 서부경남지역의 주민 2만명 이상이 큰들의 전문 풍물강사들에게 교육을 받았다. 지금은 진주시 37개 읍·면·동마다 풍물패가 생겼으며, 진주시와 인근 서부경남지역 초·중·고등학교에는 풍물동아리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매년 10월 10일 ‘진주시민의 날’ 축제에는 1000명의 풍물패가 모여 신명나는 마당을 펼쳐 보인다.

지금도 큰들은 한 달에 지역주민 250~550명에게 풍물을 가르치고 있다. 이들 중 130명을 뽑아 매해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진주큰들 창립기념 공연’ 무대에 올린다. 문화·예술 활동은 단순히 ‘관람하는 예술’이 아니라, ‘참여하는 예술’일 때 빛을 발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8년 전 큰들의 풍물강습을 받은 후 계속 ‘130명 풍물단 공연’에 참가했던 양병원(50)씨는 “어렸을 때부터 풍물을 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4명의 식구가 큰들 강습을 받으면서 풍물을 시작했다”며 “공연에 참가하는 것도 보람이 있고, 작년에 친구들과 풍물단을 만들어 고등학교 30주년 졸업 기념행사에서 공연했던 것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풍물로 인해 가족애도 깊어지고 즐겁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주민들과 마을축제 만들어 소통

큰들은 2004년 사천시 곤명면으로 극단 연습실을 옮기면서 지역주민들과 소통이 더욱 커졌다. 마을 풍물패를 만들었고, 2007년 가을에는 5일장에 맞춰 마당극을 하고 주변의 뜻있는 주민들이 500장의 식권을 마련해 공연을 본 사람들에게 나눠줬던 일이 확대돼 지금은 ‘밝은땅 다솔 축제’라는 마을축제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100여명의 지역인사들이 추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큰들이 주축이 돼 행사를 기획하고 지역주민들이 출연자·진행자가 돼 축제를 만들고 있다.

큰들 관계자는 “축제 이외에도 연습실 앞에서 지역주민들과 땀을 뻘뻘 흘리며 풍물을 치고 노래방기기를 틀어놓고 놀기도 하는 데 그럴 때마다 주민들이 ‘살맛이 난다’고 말한다”고 들려줬다. 또한 “그로 인해 200포기가 넘는 김장을 담글 때 마을주민들이 도움을 주기도 하고 아침에 몰래 과일과 채소를 쌓아놓고 가는 주민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2005년 설립된 창원큰들에는 지역주민 15명으로 구성된 풍물단이 있다. 이들은 전문 풍물단은 아니지만, 1주일에 한 번 이상씩 꼭 모여서 연습을 하고 기량을 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역에 풍물을 전파하기 위해 지역에서 행사가 열릴 때 요청이 있으면 공연을 나가기도 하고, 2명의 풍물강사가 강습을 나간다.

김영란 풍물단장은 “풍물단에 들어올 때 기량은 중요하지 않다. 좋은 문화·예술로 사람들에게 좋은 것을 전해줬으면 한다는 것에 동의하는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문화·예술 활동을 한다는 것에 동의하는 사람이면 환영한다”고 말했다.

‘130명 풍물공연’으로 인연이 돼 단원이 된 송정화(31)씨는 “동아리 활동으로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많이 하고 고민들을 나눌 수 있어 정말 좋다”며 “사회생활을 하는 데 활력소가 되는 단체”라고 말했다.

창원큰들은 단원 100명을 꿈꾸고 있다. 더불어 지역에서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는 시민문화 활동이 더 활발히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다.

끝으로 전민규 큰들 대표는 말했다.

“지역주민들의 문화·예술 활동은 살맛나는 세상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된다. 지역주민들이 우리에게 보내는 신뢰와 마음의 정을 확인할 때는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자부심이 커지고 우리 또한 즐겁게 일할 수 있다”

2. 첨단골 열린음악회

6년 동안 정기공연만 160회

   
▲ 7월 26일 오후7시 광주 광산구 쌍암공원에서 열린 160회 ‘첨단골열린음악회’. 공원 인근 피아노학원장들의 ‘모듬북공연’.

광주광역시 광산구 쌍암동의 한가운데 있는 넓은 호수공원, 쌍암공원. 쌍암공원 월드컵 광장 무대에선 매주 일요일 저녁마다 시민들의 공연이 펼쳐진다. 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너나없이 이 공연을 즐기며 공연이 끝날 때마다 큰 박수를 보낸다.

이 지역에서 피아노학원을 운영하는 원장들이 무대에 올라 ‘모듬북 국악공연’을 선보이고, 얼마 전 음반을 내기도 한 인근 은행의 지점장이 무대에 올라 트로트를 한곡 뽑는다. 이 무대에는 공연을 구경하던 사람들도 언제든 올라가 노래를 한 자락 할 수 있다. 노래를 잘하든 못하든 큰 박수가 쏟아진다.

이렇게 매주 일요일 오후 7시 쌍암공원 월드컵 광장 무대에서 시민들과 전문·아마추어 예술인들이 공연을 한지도 6년째다. 지난 7월 26일이 160회 ‘첨단골열린음악회’가 열린 날이었다.

‘첨단골열린음악회’는 단체의 이름이기도 하고 공연의 이름이기도 하다. 2004년 9월 5일 쌍암공원 입구에서 첫 공연을 시작으로 계속 이어오고 있다. 이 단체는 정기공연뿐 아니라, 같은 장소에서 ▲2월 정월대보름맞이 민속축제 ▲6월 광산구민통일한마당 ▲한여름 밤의 호수음악축제 ▲별밤가요제 ▲가을 청소년 문화축제 ▲12월 시민문화동아리 한마당 등 기획행사도 지속하고 있다. 또한 한겨울같이 야외공연이 어려운 경우에는 병원이나 소외계층 등을 찾아가서 공연을 하는 ‘찾아가는 음악회’도 1년에 20회 정도 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공연을 개최한 횟수가 300회를 넘는다.

시민들이 스스로 만든 문화단체

‘첨단골열린음악회’는 시민들이 스스로 만든 문화단체다. 쌍암공원이 아닌 다른 공원에서 기타치고 노래를 부르는 한 가수가 있었는데, 공원에서 공연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이곳 상업지역 상조회와 연결돼 쌍암공원에서 공연한 것이 ‘첨단골열린음악회’의 시초다.

그러다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운영위원회를 구성했다. 조직이 점점 갖춰지면서 공연기술팀·홍보기획팀·총무팀·문화사업단 등 분과와 팀을 꾸려 운영위원들이 역할을 분담했다. 그러면서 매주 다른 내용으로 공연을 할 수 있었고, 운영위원 30명·자문위원 20명으로 조직도 커졌다.

첨단골열린음악회에 대해 소정호 운영위원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열린음악회는 관객과 출연자 구분이 없는 음악회다. 시민들이 주체가 돼서 음악회를 만들고 시민들이 그것을 스스럼없이 즐기는 것이다. 그래서 음악회에는 섭외된 출연진들도 있지만,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반드시 집어넣고 있다. 공연프로그램을 보면 섭외를 하는 것이 반, 참여하겠다는 요청에 의한 것이 반이다. 인근 주민들로 구성된 시민문화·예술 동아리들이 참가신청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개인이나 시민동아리 등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는 곳만 250여곳이 넘는다. 그렇다보니 매주 공연내용이 바뀔 수 있다. 올해로 3년째 하고 있는 주민노래자랑인 별밤가요제도 보면 매우 실력이 좋은 주민들이 참가한다. 여기에서 발굴된 주민들이 전문예술인으로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 음악회의 예산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20%, 운영위원들의 회비 10%를 제외하곤 주변 상가나 공단, 개인 후원 등으로 마련한다. 주민들의 힘으로 음악회를 지속적으로 열어오고 있는 것이다”

열린음악회 첫 회부터 지속적으로 후원을 했던 ‘첨단 공원 국밥집’의 이헌일 사장은 “지역주민들을 위해 열성적으로 봉사하는 운영위원들의 모습에 반해 후원하고 있다”며 “다른 지역에선 이런 음악회를 본적이 없다. 지역주민들이 출연해 호응이 좋다. 지역주민들을 위한 행사이기에 조금이라도 보태야겠다는 마음으로 지속적으로 후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제 발굴·여론 형성에도 기여

   
▲ 첨단골열린음악회 공연을 보며 즐거워하는 주민들.

열린음악회의 꾸준한 공연활동은 지역사회의 문화역량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공동체 활성화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소 위원장은 말했다.

“90% 이상이 아파트인 지역이라 주민 간에 폐쇄되고 개인화되는 모습이 있었다. 하지만 열린음악회가 한 장소에서 꾸준히 공연을 해오면서 이곳에 광장문화가 조성됐다. 시민들이 자신의 문화적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된 것이다. 지역주민 간에 소통할 수 있는 장소가 생기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게 된 것이다. 처음 이곳에서 공연할 때만 해도 공원의 잔디밭은 ‘출입금지’라는 팻말로 막혀있었고, 공원은 그냥 산책만을 즐기는 공간일 뿐이었다.

지금은 구청에서도 여기서 공연을 하고 싶다고 찾아가면 열린음악회와 상의를 하라고 한다. 운영위에는 자영업자·치과의사·직장인 등 다양한 지역주민들이 모여 있다. 우리는 지역의 의제를 발굴하고 좋은 동네를 만들기 위해 몸소 실천하기도 한다. 자동차 적게 타고 자전거 많이 타기 운동,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의 소통로 만들기, 지역주민들에게 개방이 안 된 공간들을 개방하도록 만드는 운동 등을 펼치며 지역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지역여론을 형성하는 일도 함께 하고 있다”

열린음악회는 지역의 활동을 바탕으로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광주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표방하고 있지만, 음악의전당이나 예술회관을 많이 짓는 관람위주의 문화정책으로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문화도시는 사람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도시라는 생각으로 첨단골열린음악회 같은 공연이 광주 곳곳에서 열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한 대구의 열린음악예술단과 교류활동도 2년째 하며, 서로의 문화유산을 같이 나누고 있다.

소 위원장은 “열린음악회가 광주 전역으로 퍼지는 꿈을 꾸고 있다. 또한 광주에 문화재단을 만들고, 열린음악회를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주민들이 참여하는 문화가 실질적으로 문화도시를 발전시킨다는 꿈을 꾸는 첨단골열린음악회. 소 위원장의 마지막 말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돈이 없어서 스타마케팅을 하지는 못하지만, 시민들은 자기와 같은 사람이 무대에 서는 모습을 보고 정말 즐거워한다. 관중 속에 전문가가 다 있다. 무대에 오르는 사람들에게 항상 이런 이야기를 한다”

*이 기사의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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