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시민문화가 대안이다] 일본의 어린이극장, 소극장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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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문화활동으로 하나 된 지역사회(일본편)[기획연재] 문화도시로 가는 길, 시민문화가 대안이다 ⑤
일본의 고도모게기죠(어린이극장) 운동과 소극장 운동

장호영 기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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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호] 승인 2009.08.22  19:5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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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시민들의 삶은 팍팍해지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에도 불구, 시민들의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져가고 있다. 이에 따라 문화·예술활동을 하는 시민들의 동아리 모임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활동도 매우 활발하다.

하지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지원은 전문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에 국한된 것이 현실이다. 또한 문화의 불모지로 꼽히는 인천광역시와 부평구는 문화도시를 꿈꾸며 큰 규모의 축제를 열기도 하고 대규모의 예술회관을 짓기도 하지만, 여전히 문화도시로 가는 길은 더뎌 보일 뿐이다.

전문 예술인들에 대한 지원과 축제, 대규모 예술회관 등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시민들의 자발적 문화·예술활동에 주목해야한다. 이미 오래전 문화선진국들에서는 시민들의 문화·예술활동이 활발히 이뤄졌으며, 국가는 정책적으로 이를 지원해왔다. 다행히 한국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이번 기획보도를 통해 인천과 부평의 예술·문화 환경에 대해 점검하고, 국내 타 지역과 해외의 시민 문화·예술활동 사례들을 살펴, 향후 문화도시로 가기 위한 시민문화 활성화 방안을 그려보고자 한다.

<연재순서>
1. 현대사회에서 문화·예술활동의 의미
2. 인천·부평 문화도시, 어디까지 왔나?
3. 시민문화활동으로 하나 된 지역사회(국내편) 상
4. 시민문화활동으로 하나 된 지역사회(국내편) 하
5. 시민문화활동으로 하나 된 지역사회(일본편)
6. 시민문화활동을 넘어 문화단체로의 활성화(일본편)
7. 문화도시 만들기를 위한 시민문화 활성화

1. 일본 고도모게기죠(어린이극장) 운동

   
▲ 2009년 3월 1일 후쿠오카 이도시마고도모게기죠가 주최한 극단 가제노코 큐슈의 ‘난데망’ 공연 모습. 공연이 시작되기 전 고도모게기죠 아이들이 주인공의 옷을 입고 나와 공연 관람 전 주의사항을 이야기하고 있다.

일본어인 ‘고도모게기죠’를 한국어로 번역하면 ‘어린이극장’이다. 어린이극장이라 하면 동네에 어린이들의 전용극장이나 극단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겠지만, 고도모게기죠는 일본에서 40년이 넘게 문화수용자 운동을 해온 전국적인 단체다. 현재 회원 수만도 10만명이 넘는다.

고도모게기죠가 처음 시작된 것은 1966년 후쿠오카에서다. 당시 일본 전역으로 텔레비전이 많이 보급됐다. 텔레비전이 보급되자 어린이들은 밖에서 놀지 않고 하루 종일 텔레비전에 매달렸다. 이에 자녀를 둔 엄마들은 위기감을 느끼게 됐고, 큐슈대학생들과 후쿠오카 지역의 엄마들이 자녀에게 좋은 교육의 내용을 줄 수 있는 연극을 유치했던 것이 시초가 됐다.

당시 어린이들에게 좋은 공연을 찾던 사람들은 많은 극단을 섭외했으나 그중 유일하게 제안을 받아들인 극단이 바로 ‘극단 뿌끄’다. 극단 뿌끄는 고도모게기죠의 취지에 공감했고, 이에 전국에 사무실이 있던 뿌끄는 후쿠오카에 고도모게기죠가 생겼다는 것을 전국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면서 ‘극단 가제노코’도 함께 하는 등 함께하는 극단이 많아졌고 극단과 고도모게기죠가 긴밀한 관계도 유지한다.

활동이 점점 활성화되면서 후쿠오카에서 시작한 고도모게기죠는 전국적인 조직으로 발전해 전국의 모든 현과 시에 조직이 생겼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광역시·도에 해당하는 큐슈에만 130개의 고도모게기죠가 있으며, 시나 구에 해당하는 후쿠오카에만 23개(회원수는 2132명)가 있다. 고도모게기죠가 한참 활성화된 1990년대는 회원이 53만명에 달했지만, 지금은 많이 줄어 10만명 정도다.

회원들은 지역마다 다르긴 하지만 매달 1300~1500엔 정도의 회비를 낸다. 이 회비와 지역주민들의 후원금, 티켓 판매수익금 등을 모아 보통 1년에 3~4번씩 어린이들을 위한 좋은 공연을 지역에 유치한다. 지금은 예산의 어려움으로 공연 횟수가 줄었다. 고도모게기죠는 매년 전국에서 회원들이 모인 가운데 ‘기획설명회’를 열어 이듬해나 2년 후 계획을 잡는다. 이 설명회에 각 극단에서 참가해 자신들의 작품을 프리젠테이션해 선보인다.

고도모게기죠 활동을 하다 극단 가제노코 큐슈의 제작 일까지 하고 있는 야노 히토미(50)씨는 “고도모게기죠의 활동은 어린이들에게 단순히 좋은 어린이극을 무대에서 보여주는 것만이 아니라, 어린이들 스스로 활동을 결정하고 올바르게 자라도록 돕자는 의미로 출발했다”며 “고도모게기죠는 극장의 의미가 아니라 광장의 의미”라고 말했다.

문화수용자 운동과 지역공동체 운동 함께 펼쳐

   
▲ 2009년 6월 27일 고도모게기죠 동북지역 기획설명회 중 교류회의 모습. 참가극단과 고도모게기죠 회원들이 함께 식사를 하면서 극단의 공연과 회원들의 환영 공연을 감상하고 있다.

고도모게기죠는 단순히 어린이와 주민들이 원하는 극을 유치하는 문화수용자 운동을 넘어 극을 만드는 데도 함께한다. 공연이 유치되고 극단이 오면 회원들이 세팅을 도와주고 직접 분장실을 만들어주며, 배우들에게 직접 손으로 만든 간식을 가져다 대접한다. 공연이 끝나면 반드시 극단 사람들과 회원들이 모여 교류회를 진행하고 배우에 대해 꼼꼼하게 평가하기도 한다.

새롭게 유치하는 극이나 신작극의 경우는 고도모게기죠 회원들 앞에서 시연을 하기도 한다. 이 시연을 본 회원들은 극에 대해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의견을 제시하고 극단 관계자들은 이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기도 하는 등 극을 만드는 데도 적극 개입한다.

또한 공연을 유치하는 것 뿐 아니라, 전문극단과 연계해 초등 고학년이나 중·고등학생들이 공연을 만들어 발표하게도 하고 어린이들이 직접 티켓을 만들게 하거나 전단을 배포하는 일에 참여하게 하도록 한다. 그렇다 보니 어렸을 때 고도모게기죠 활동을 한 어린이가 커서 극단에 들어가 단원이 되는 경우도 있고, 히토미씨처럼 극단 제작 일에 참여하기도 한다. 어린시절부터 문화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꿈을 꾸고 실현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다.

고도모게기죠는 지역사회 내에서 다양한 지역공동체 활동도 전개한다. 지역사회 안에서 아이들을 올바로 키우고 사회를 바라보는 눈을 가지게 하기 위함이다. 20년 전에는 정부에서 극장에 세금을 물리려는 정책을 추진해 반대운동을 전개하기도 했으며, 우리나라의 학교운영위원회와 같은 학교위원회에 참여해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올바로 교육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 야노 히토미 극단 ‘가제노코 큐슈’ 제작자

아울러 고도모게기죠 안엔 아이들이나 부모들이 취미별로 활동하는 동아리를 두고 있다. 고도모게기죠의 영향을 받았던 청년들이 어린이들을 데리고 캠프를 가기도 하고, 행사에서 공연하는 동아리도 있다.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 정기적인 세미나를 진행하는 동아리도 있다.

히토미씨는 “예전에는 고도모게기죠 회원이 엄마와 아이만 있었는데 최근에는 젊은 엄마와 아빠들이 점점 늘고 있다”며 “세이부 고도모게기죠에는 ‘블랙쉐도우’라는 아빠모임이 있는 데, 고도모게기죠 행사에 몰래 가면을 쓰고 나타나 아이들을 위한 이벤트를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 고도모게기죠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키고 강화해 교육과 문화를 발전시키는 단체”라고 설명했다.

고도모게기죠는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아이들이 올바르게 자라는 것 뿐 아니라 아이에게 영향을 주는 사회의 일부인 극단에도 변화를 주고, 사회도 변화시키는 문화수용자 운동을 벌이며 시민문화 활동으로 하나 되는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활동하고 있다.

2. 일본 소극장 운동 ‘도쿄노비 레파토리 시어터’

   
▲ 도쿄 서쪽의 시모키타자와에 위치한 혼다극장. 이곳이 8개 소극장 중 30여년 전 처음 들어선 곳이다.

일본 도쿄도 서쪽에 위치한 시모키타자와에는 8개의 소극장이 모여 있는 거리가 있다. 이중 7개는 혼다상이라는 개인이 운영하는 극장이다.

이곳에 소극장이 들어선 것은 30여년 전이다. 혼다상이 처음 이 지역에 ‘혼다게기죠(혼다극장)’을 만들면서 소극장들이 들어섰다. 이들 소극장은 최소 26석에서 최고 380석까지 다양한 규모다.

가장 작은 규모인 26석을 보유한 극장을 운영 중인 ‘도쿄노비 레파토리 시어터’는 3개의 극단이 하나로 연합한 극단이다. ‘극단 경’, ‘베레지바니에 아트시어터’, ‘스튜디오 손츠에’ 등 3개 극단이 하나로 합했다. 단원은 총47명이다.

이 소극장은 주로 러시아의 고전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6~9월까지는 극장 문을 닫으며 시즌인 연말부터 5월까지 운영하고 있다. 작년에는 100회, 올해는 50회 정도 공연했다. 극장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없이 순수하게 극단의 공연을 통해 얻은 수익금으로 운영되다 보니 대다수 단원들은 공연이 있는 시즌을 제외하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적자가 나더라도 비싸면 보러오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관람금액은 3500엔 정도다. 또한 극을 짧게 상영할 경우 또 보고 싶은 사람이 와도 못 볼 수가 있기 때문에 장기 공연을 한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관객이 한번 와서 공연을 보고 그냥 끝나는 게 아니라, 작품을 여러 번 보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느끼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것을 좋아하는 팬들이 팬클럽을 만들기도 했다.

전문 연극인들이 시민들과 워크숍

   
▲ 히로시 오카자키 극단 이사장.

히로시 오카자키 극단 이사장은 “공연이 적자가 되면 공연 비용의 절반 정도를 지원하는 정책이 있긴 하지만, 극단이 워낙 많다보니 이마저도 지원받기가 쉽지 않다”며 “그렇다 하더라도 시민들과 함께하는 연극 관련한 워크숍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진행한 워크숍으로 올해는 50세 이상의 장년층이나 노인들로 구성된 ‘시니어 크라스’라는 극단이 새롭게 생겼다. 공부하면서 연극을 연습하는 사람도 있고 직장을 다니면서 연극을 하는 사람도 있다.

오카자키 이사장은 “원래 배우가 아니고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워크숍을 진행하면 극단이 더 활력소가 되고 재밌다”고 말했다.

이어 “연극은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작품이기에 관객들이 계속 우리 작품을 보길 바란다”며 “사실 관람석이 너무 적어 100석 규모의 극장을 찾고 있긴 하지만, 그럴 경우 경비가 또 더 들게 되고 그러려면 관객이 또 많이 들어야 되는 것이라 고민이 많다”고 덧붙였다.

* 이 기사의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이뤄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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