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예산 100조 시대, 왜 ‘세 모녀’ 사건 등 계속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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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지예산 100조 시대, 왜 ‘세 모녀’ 사건 등 계속되나
  • 일시적 보도와 흥분 지양, 제도 적극 활용하고 빈틈 메워야
  • 14-04-20 23:01ㅣ 이재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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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4월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구 세 모녀’를 추모하는 49재가 열렸다. 마지막 집세, 공과금과 함께 “죄송합니다”라는 글귀를 남기고 자살한 세 모녀 사건은 우리 사회의 빈곤과 복지 문제를 다시 한번 화두로 떠오르게 했다.
     
    지난주에는 부모의 방치로 ‘쓰레기 더미’ 같은 집에서 생활한 ‘인천 계양구 네 남매’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져 파장을 일으켰다. 부모는 바쁘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돌보지 않았고, 집은 악취는 물론 바퀴벌레가 득실거릴만큼 더러웠다. 큰 딸(9)은 만성 변비, 작은 딸(7)은 심각한 영양실조, 작은 아들(13)은 지적 장애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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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계종 노동위원회와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공동행동은 석촌동 단독주택 지하방에서
    자살한 박모(60·여)씨와 두 딸의 죽음을 애도하고 빈곤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천도재를 열었다.” 
    ⓒ 연합뉴스 제공
     
    복지예산 100조원 시대에 왜 이러한 극빈층의 안타까운 사연들이 연이어 터져나올까. 복지국가를 부르짖지만 우리 사회 복지시스템에 큰 구멍이 뚫린 것은 아닐까.
     
    이성수 인천광역시자활센터 센터장은 “예전에는 어려운 사람이 내가 어렵다는 것을 일일이 증명해야 했다. 2000년도에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생긴 뒤 국가 전산망의 발달로 4대 보험망, 통장만 조회하면 한 사람의 경제활동 80~90%를 알 수 있다. 수급자신청서, 금융정보조회동의서에 사인만 하면 사회복지 공무원들이 검색해서 도와주게 돼있다. 검증절차를 나라에서 하는 거다”라며 “제도를 잘 알지 못해서 도움 받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는 또, “사람들이 여유가 없고 빠듯해서 이웃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른다. 사회복지 역시 행정업무에 매몰되기보다 현장 중심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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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지소외계층 전국 특별조사 실시’ 알림 현수막 ⓒ 이재은

     
    생활고를 비관한 동반자살 사건이 잇따르자 정부는 지차체에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된 사람들을 찾아내라고 지시했다. 지역의 각 구, 동은 지난달 초,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복지소외계층 전국 특별조사’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인천시 사회복지봉사과 송은주 주무관은 “해마다 동절기에 복지사각지대 일제조사를 하는데 그때보다 기간이 짧았던 특별조사 때 더 많은 건수가 접수됐다”면서 “직접 신청하신 분도 있지만 주변에서 해준 것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10일부터 올해 2월 말까지 실시한 일제조사 발굴지원 건수는 약 1,868건. 지난 3월 4일부터 31일까지 한 달여간 실시한 ‘복지소외계층 전국 특별조사’ 접수 건수는 약 2,879건이었다. 일제조사에 비해 기간이 짧았음에도 접수 비율이 54%가량 높았다. 소외계층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았음을 반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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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동구 ‘찾아가는 통합사례관리 및 긴급지원 사업 설명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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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수구 복지정책과 복지기획팀에서 홈페이지에 올린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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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구 희망복지지원단의 ‘현미경 복지’ 추진 홍보자료



    인천시는 지난달 16일, ‘복지 사각지대 발굴 추진단’을 구성하는 등 대대적인 행정개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행정기관 복지담당 공무원 외에 통반장,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자원봉사단체 등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들로 추진단을 구성해 단전 단수 단가스 가구나 최근 3개월 이내 기초생활수급자 탈락 가구 등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들을 중점적으로 살핀다는 계획이다. 또 홍보활동도 강화해 ‘긴급지원제도’ 같은 복지제도를 잘 몰라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긴급복지지원제도는 그동안 엄격하게 적용하던 복지 기준에 지자체의 재량권을 부여한 사업이다. 일시적 위기상황으로 긴급하게 지원이 필요한 자를 신속히 지원한다. 주 소득자의 사망, 가출, 행방불명 등으로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경우, 중한 질병이나 부상을 당했을 때, 학대, 이혼 등의 경우 긴급지원 대상자가 될 수 있으며 생계 및 의료, 주거, 교육 지원이 가능하다. 지원기간은 종류별로 상이하나 추가 연장도 할 수 있다. (희망의 전화 129 또는 주소지 군,구,동 주민센터로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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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급복지지원제도의 지원 분야와 지원액

    이성수 인천광역시자활센터 센터장은 “보육원, 아동 그룹홈의 80%는 한부모가정 자녀”라며 ‘낙인효과’를 우려해서 무리하게 자녀를 키우기보다 (제도가 잘 돼 있으니) 전문성 있는 기관에 맡기는 것이 낫다”고 강조했다. 또 “일시적 호기심이 아니라 배려와 애정으로 소외계층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전문기관이 자리매김 되고 다양해져서 부담 없이 위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세 모녀 자살사건’이나 ‘‘인천 계양구 쓰레기 네 남매’ 같은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복지제도를 적극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각 지자체에서는 기존 제도의 틈새로 방치돼 있는 분들을 직접 찾아나서고, 언론은 안타까운 사건이나 사연을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행태를 지양해야 한다. 국민들 역시 내 가족뿐만 아니라 내 이웃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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