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를 꿈꾼다] 철수한 르노자동차, 들어선 사회적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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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한 르노자동차, 들어선 사회적기업[기획연재] 위기의 시대, 사회적 경제를 꿈꾼다 ④ 유럽피언들이 꿈꾸는 세상<하>프랑스-1

김갑봉 기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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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호] 승인 2009.11.30  03: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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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모두들 위기의 시대라고 말한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돌입했다고 했지만, 그 이면에는 양극화·청년실업·지역경제 붕괴 등 암울한 현실이 존재하고 있다. 이 위기의 시대를 넘어서기 위해 국내외에서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라고 하는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어느덧 우리에게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협동조합’ 등의 말로 성큼 다가온 ‘사회적 경제’를 실천하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위기의 시대를 넘어서고자 하는 국내외 사회적 경제의 현 주소와 그들이 그리는 새로운 미래의 모습을 여섯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사회적 경제, 프랑스 경제활동인구의 8.7%

   
▲ 에스빠스 앞에 있는 도심 속 공원. 이 공원은 원래 르노자동차 공장부지였으나 생태복원 공사를 통해 공원으로 재탄생했다. 지라르끌로(사진 오른쪽 두번 째) 부의장이 공사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사회적 경제를 사회연대경제(이하 사회적 경제)라고 부르는데, 그 영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자활사업과 관련된 곳만 무려 4000군데가 넘고 사회적 기업의 수만 무려 80만여 개를 넘는다.

프랑스에선 사회적 기업과 더불어 협동조합, 민간단체(association) 등의 비영리기구도 경제적 목적을 추구하면 사회적 기업으로 보는데, 유럽 사회적 경제의 핵심 영역인 협동조합․공제조합․민간단체․사회적 기업 등이 프랑스에서도 매우 활발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사회적 경제 영역에 종사하고 있는 종사자는 1800만여명으로 프랑스 경제활동인구의 8.7%를 차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사회적 경제와 관련해 가장 활발한 실천을 하고 있는 곳은 벨기에와 접경해 있는 프랑스 북부의 릴(Lille)시다. 릴시는 인구 27만의 도시로 프랑스 8대 도시 가운데 하나이며, 릴시를 포함한 릴 메트로폴(=Lille Metropole: 한국으로 하면 전주시와 인접한 몇 군데 시군을 합한 광역기초단체협의체이나 한국과 달리 고유의 권한과 재정을 가진 지자체 단위임, 이하 편의상 광역릴시)의 경우 100만 규모에 이른다.

그러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실천 경제조직이라고 하는 명분에도 불구, 현재 프랑스에서도 사회적 경제 주체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통이 강한 협동조합이나 공제조합 등과 달리 최근 등장한 사회적 기업 부문은 좌파와 우파 모두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 것.

우파는 ‘일반 영리기업보다 효율성과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고 비판하는 반면 좌파는 ‘저임금 일자리를 양산해 일자리 양극화를 고착시킨다’고 비판한다. 사실상 사회적 경제라는 영역이 아직까지 프랑스에서도 비주류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벨기에 리에쥬대학 엄형식 사회적 경제 연구원(박사 과정)은 “유럽에선 공화정이라고 하는 역사가 깊어서 국가와 개인 사이에 어떤 새로운 형태의 질서가 자리 잡는 것을 아직 용인하지 않는 것 같다”며 “그럼에도 불구, 릴시(시장이 사회당 당수)의 경우는 지자체가 사회적 경제에 적극적인데, 프랑스도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아뻬스, “사회적 경제는 사람중심의 경제”

   
▲ 에스빠스를 방문한 한 실직자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에스빠스의 직원들로부터 상담을 받고 있다.

아뻬스(APES)는 릴시를 포함한 광역릴시에서 사회적 경제 활동을 하고 있는 사회적 경제조직들의 네트워크로 법적으로는 민간단체 지위를 갖고 있다.

지난 2001년 광역릴시에서 로컬푸드 운동ㆍ자유소프트웨어(=카피레프트)운동ㆍ노동통합기업(=노동통합-실업자나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기업)ㆍ대안금융ㆍ공정무역ㆍ대인서비스ㆍ문화(=여행객도 사회적 경제에 기여할 수 있게 하는 투어개발, 크리스마스 선물은 사회적 경제조직에서 구매) 등의 활동을 하고 있는 사회적 경제조직들이 서로 연대하고 힘을 모으기 위해 설립했다.

아뻬스에 속한 사회적 경제조직들은 각자 영역에서 사회적 경제활동을 하고 있으며, 아뻬스는 네트워크에 속한 조직들을 지원하면서 아뻬스 자체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아뻬스에는 5명이 일하고 있으며 예산은 20만유로로 1/3은 기초의회, 1/3은 광역의회, 1/3은 지자체가 재원을 부담한다.

베로니끄 브랑제(=Veronique Branger) 아뻬스 사무국장은 “설립 당시 (취지에 공감한) 300여명의 시민들이 ‘사회적 경제를 위한 호소’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했다. 훗날 호소는 ‘사회적 경제 헌장’으로 탄생했는데 현재 여기에 서명한 260개 단체가 아뻬스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뻬스는 크게 세 가지 활동을 벌인다. 우선 사회적 경제의 실천이다. 아뻬스에 속한 단체들은 ‘사회적 경제의 발전’과 연결된 보육ㆍ교통ㆍ먹을거리ㆍ주거ㆍ일자리 등의 문제를 직접 해결해 가고 있다. 지자체와 협력이 필요할 경우 오찬 모임 등 간담회를 열고, 버스를 타고 지자체 의원들이 각 사회적 경제 단체들을 방문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두 번째 역할은 현장의 사회적 경제조직을 컨설팅을 중심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다양한 조직이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어 시민들은 어디에 어떤 영역이 있는지 모를 수 있기 때문에 인터넷사이트 ‘시민시장’을 통해 유기농산물, 공정무역 상품 등 어느 상점에 어떤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또한 지자체가 구매자로서 사회적 경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실제 구매에도 영향력을 행사한다. 나아가 매년 주제를 정해 한 영역을 특화시켜 활성화하고 있다. 2007년에는 주거 영역을, 2008녀에는 양질의 먹을거리, 그리고 2009에는 대안금융과 지역화폐 영역을 선정해 활성화하고 있다.

아뻬스의 세 번째 역할은 사람(대중)들에게 사회적 경제의 가치를 널리는 알리는 일이다. 기본적으로 사이트를 운영하고 소식지를 발간하는 것 외에도 학교교육 등에 참여하고 포럼을 여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최근에는 대안화폐(=포인트 카드)시스템을 만들어 시작했다.

최근 아뻬스는 내년 3월에 있을 지방선거(프랑스는 지방정부도 의원내각제)를 앞두고 각 정당과 토론회를 열고 있다. 토론회의 주요 내용은 ‘각 정당 정책에 사회적 경제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와 프랑스도 최근 해고가 많아짐에 따라 ‘해고된 자들이 어떻게 하면 일자를 마련할 수 있는가’다.

브랑제 사무국장은 “아뻬스는 4가지 축을 가지고 사회적 경제를 실천한다. 그것은 사람중심의 경제를 실천하는 것이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며 지역에서는 상호협력하고 노동의 질을 담보해야한다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사회적 경제를 실현하고 있고, 지방선거 역시 그런 차원에서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는 떠났지만 ‘강’에서 일자리 창출

   
▲ 아뻬스 브랑제(사진 오른쪽) 사무국장과 벨기에 리에쥬대학 엄형식 연구원이 아뻬스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파리를 통과한 센강이 남서쪽으로 좀 더 흘러가면 만날 수 있는 곳, 오드센(=Hauts-de-Seine)데파트르망(道)의 뫼동(=Meudon)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기적이 이곳 센강과 둑에서 일어났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에스빠스(Espaces)는 15년 역사를 자랑하는 ‘생태적인 도심 재생’분야 사회적 기업이다. 법적 지위는 민간단체(association)이며 주로 도심의 생태를 생태적으로 복원하는 일을 하고 있고 이 일을 통해 자활사업을 펼치고 있다.

2003년 에스빠스는 한국의 정부(환경부)ㆍ환경단체ㆍ자활단체와 공동으로 서울 양재천의 생태하천 복원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에스빠스는 주로 일드프랑스 레지옹(州)에 속한 오드센 데파르트망의 발드센과 낭떼르 등의 지역에서 생태적인 도시재생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에스빠스 사무실은 원래 르노공장의 한 부속 건물이었고, 지금 공장은 사라지고 흔적만 남아 센강만이 조용히 그곳을 감싸고 흐를 뿐이다. 공장 일부는 생태공원으로 조성됐고 일부는 조성 중이며, 일부는 아직 남았다.

에스빠스가 이처럼 생태적인 도심재생사업에 나서게 된 것은 르노의 철수와 맞물려 있다. 1991년, 르노자동차 공장이 빠져나가자 부동산 투기를 염려한 지역의 환경단체가 센강 주변에서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자리도 문제였다.

그러다 그들은 깨끗한 강둑을 원하는 사람들과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들을 만났고 그렇게 만난 사람들이 그 두 가지를 해결하기 위해 에스빠스를 만든 것.

에스빠스의 기술감독이자 일드프랑스의 사회적 경제협의체 부의장인 다니엘 지라르끌로(Daniel Girardclos)씨는 “에스빠스는 지역에서 생태적인 재생사업을 벌여 돈도 벌고 일자리도 만든다”며 “여기(=뫼동시 센강변)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에스빠스(기술부)가 디자인한 대로 조경공사를 통해 강둑의 생태계를 복원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태적인 지역재생 사업기관이자 자활기관이기도 한 에스빠스는 현장에서 일하는 33명을 포함한 48명의 실무자(유급)를 고용하고 있으며 이와 별도로 자활사업에 105명의 정원을 두고 있다. 주된 사업 공급자는 환경부를 비롯한 공공기관과 고용과 관련한 공공기관ㆍ단체들로, 에스빠스는 현재 센강 8㎞에 걸친 1300㏊유역에서 생태 복원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에스빠스의 자활 성공률은 50%에 이른다. 단순하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실업자나 이주민 등이 일을 구하기 위해 찾아오면 사회복지ㆍ의료ㆍ주거ㆍ교육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그 사람이 안고 있는 문제를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그 뒤 방안을 마련해 무너진 건강과 주거, 가정파탄 등의 삶을 복원하고 있다. 때문에 에스빠스는 취약계층 중에서도 특히 어려운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크게, 멀리, 길게 내다보는 안목 필요”

에스빠스의 특징은 각급 기관의 중층적인 협력모델을 만들어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과 멀리 길게 내다보고 사업을 펼친다는 것이다.

일례로 에스빠스의 연간 재정은 약 300만유로인데, 이중 60~65%를 정부ㆍ주정부ㆍ광역정부ㆍ기초정부ㆍ철도청 등 공공부문 60개 계정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 나머지는 경제활동을 통해 직접 조달한다.

센강이 흐르는 지역이 많다 보니 기초정부나 광역정부도 참여하게 되지만, 사실상 에스빠스가 제시하는 협력모델과 취지를 프랑스 각 지방정부나 공공기관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모델은 유럽연합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라르끌로 부의장은 “센강을 사업 대상으로 한 파리와 일드프랑스 지역의 일자리 창출과 생태복원 사업에는 에스빠스(6곳) 외에도 다른 사회적 기업(20곳)도 참여하고 있다”며 “환경에는 경계가 없다. 강이나 숲 등의 환경은 공적인 것 아닌가. 공적인 일에 여러 공공기관이나 단체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럽연합 차원에서 철도주변의 재생사업을 계획 중에 있고, 우선 일드프랑스 주정부와 프랑스 철도청 등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그러나 급하게 추진하지 않는다. 사람은 배우며 일할 수 있는 안정적인 자리가 필요하다. 크게 멀리 내다보고 이를 추진해야한다. 철도청과 12년 프로젝트사업인 문화유산과 생태보존을 위한사업이 2010년 마무리되면 다시 3년 계획을 세워 지속적으로 일자리도 만들고 생태도 복원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고: 프랑스의 행정체계는 레지옹(주ㆍ州)-데파르트망(도ㆍ道)-코뮌(시ㆍ군ㆍ구)으로 이뤄져있다. 프랑스의 수도인 파리는 일드프랑스주의 주도이자 그 자체로 데파르트망이며 코뮌이다.
 
※ 이 기사의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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