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월동 ‘동화마을’ 냉랭? 후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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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월동 ‘동화마을’ 냉랭? 후끈?

  • 전문가들은 “글쎄요” 주민들은 “좋아요”
  • 14-03-06 06:27ㅣ 이재은 기자 ([email protected])
  • 중구 월미관광특구 일원 송월동에 조성된 동화마을. 지난해 말 송월동 47번길은 헨델과 그레텔, 피노키오, 오즈의 마법사 등 동화 속 주인공이 뛰노는 공간으로 새롭게 옷을 갈아입었다.


    조성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타 부서의 예산을 끌어와 내부 행정절차도 제대로 밟지 않았다는 지적과 채용 특혜 논란 의혹 등이 있었다.(“중구 동화마을사업, 계획도 없이 왜 추진했나” 2013.12.15일자 기사 참고)


    동화마을이 ‘원도심 거주 주민들의 교육, 교통, 보건 분야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문제점도 있었다. 알록달록한 벽화는 주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관광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또 벽화’냐는 비난과 아쉬움이 새어나왔다. ‘소외된 지역 주민들의 정서적 빈곤을 해소하고 마을 환경을 개선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수단이 벽화 하나밖에 없느냐는 목소리였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의 인식 부족’과 ‘단기 실적주의’를 꼬집기도 했다.


    생활문화협동조합 ‘퍼포먼스 반지하’ 드라마고 대표는 송월동 동화마을에 대해 “그림도 주민생활 이미지와 맞지 않다”며 “관광객들이 돌아다니면 주민들이 문도 마음대로 못 연다. 집 사이사이에 포토존도 만들었던데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싸우자는 게 아니다. 그러나 목소리는 있어야 한다” 2014.2.16일자 기사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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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화마을 입구에 세워진 아치와 안내도 ⓒ 이재은



    – 전문가들은 “글쎄요”, 주민들은?


    상황이 이렇다면 주민 불편사항이 접수되지는 않았을까. 송월동 주민센터 송민주 실무관은 “주민센터로 들어온 민원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주민들이 동의서도 썼고, 구청에서 한 사업인 것도 알고 있다. 정식 민원이 접수된 것은 없다.”


    송월동 주민자치위원회 정경진 위원장은 “개개인의 소소한 불만은 있을 수 있겠지만 큰 불만은 들어보지 못했다. 못 사는 동네를 번듯하게 해줘서, 깨끗해져서 다들 좋아한다”고 했다. 주민자치위원회는 행자부 지침으로 꾸려진 단체로 송월동 마을 일을 총괄한다.


    정 위원장은 또, “현재 동화마을이 30% 정도 조성된 걸로 알고 있다. 지금 조성된 곳을 중심으로 양쪽 골목에도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마을공동체 작업장과 아이들이 비누를 만들거나 과자를 만드는 체험장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주제는 미정이지만, 3월 29일에는 마을 축제도 열린다. 현재 문화관광과와 상세일정 등을 협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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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터와 페인트가 칠해진 골목 일부 ⓒ 이재은


    동네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또 벽화라서 실망하고, 동화 일색이라 진부하고, 관광객이 많아서 시끄럽지는 않은지. 주민 동의 후에 진행됐다고는 하나 혹시 내 집 창문 밑에 칠해진 컬러색이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아닌지, 담장 위로 호랑이 발톱을 세운 것이 거슬리지는 않은지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 주민들은 “좋아요”


    조형물 앞에서 사진 찍는 청년들을 구경하고 있던 어르신에게 말을 걸었다. 사람들이 많이 와서 시끄럽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윤우섭(88) 할아버지는 “사람 사는 데 다 그렇지 뭐… 사람 사는 거 같고 쓸쓸하지 않아서 좋아. 그 전에는 이리로 사람이 안 다녔어. 골목도 컴컴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환해졌어. 길이 얼마나 넓어 봬는지 몰라.”라고 대답했다.


    재차, 싫어하는 분도 계시죠? 라고 물었다. “싫어하는 사람 못 봤어. 귀찮다는 얘기도 못 들었고. 동네 깨끗이 해주는데 뭐가 나빠.”


    2층 창으로 고개를 내밀고 거리를 내다보고 있던 어르신도 비슷한 대답을 했다. “괜찮아. 내 식구들도 놀러 다니고 그러는데 내 손주가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면 성가실 것도 없어. 시끌벅적하면 좋지.”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어르신도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기자가 불편하시죠?, 시끄러우시죠? 부정적으로 물었는데도 한결같이 “괜찮다”고 했다.


    한참을 골목에 머물렀다. 마을 주민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골목 안으로 할머니 한 분이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여기 사시냐고 확인한 뒤, 주말에는 사람들이 많이 와서 시끄럽겠다고 했다. 부정적 대답을 유도해보자는 심산이었다. 이갑주(83) 할머니는 “시끄럽긴 하지. 그러고 사는 거지 뭐. 토, 일요일은 길이 미어져. 우리 애들도 그러고 다닐 텐데.. 그래도 애들 보는 재미가 있어.” 말씀하셨다.


    날씨가 따듯해지면 더 북적일 텐데 괜찮으시겠냐고 해도, “괜찮아. 좋지 뭐. 사람 구경하고.”하며 웃었다.


    젊은 사람들은 벽화마을을 시시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아이와 함께 온 30대 여성에게 어떠냐고 묻자 “좋네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또 올 의사가 있느냐고 하니 “날이 풀리면 한 번 더 와야겠다”고 했다. “예전에는 차이나타운을 가장 먼저 찾았는데 요즘에는 동화마을이 어딘지 묻는 이가 많아졌다”며 “아이가 있는 부모는 꼭 방문한다”던 중구투어코디네이터 이현숙 씨의 말이 맞는 모양이었다.


    입구에 있는 상점 직원도 “주말에는 사람이 바글바글해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단체로 오기도 하고요. 경기도에서 찾아온 분들도 있어요”라고 귀뜸했다.



    – 추가조성 계획은?


    중구청 관광기획팀 이철식 실무관은 “추가 조성 구간이 확정된 건 아니다”며 “기본 계획 용역 후 어떤 지역에 조성하는 게 적합한지 점검해서 결정된다”고 했다. “대상지, 사업범위, 규모 등을 검토하고 전문가, 지역관계자와 상의 후에 상반기에 사업을 공모할 예정이다.”


    이 실무관은 또 “벽화는 관광팀 담당이지만 공동작업장은 건축과, 꽃밭은 도시개발과, 도로보수나 가로등은 건설과, 청소는 청소과에서 맡고 있다. 동화마을 조성 후 주민협의체가 구성됐다. 60여명 정도 되는데, 주민들이 스스로 뭔가 해야겠다는 얘기를 많이 하고, 체험 공간이나 카페를 만들자는 얘기도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잘 알려진 부산 감천마을, 통영 동피랑, 서울 삼청동 벽화골목을 포함, 민/관에 의해 조성된 국내 벽화마을은 100여 곳이 넘는다. 저마다의 사연으로 탄생해 소통과 편안의 보금자리로 남기 위해 노력 중이다. 벽화 사업을 성공과 실패의 잣대로 저울질하기보다 시민들의 염려와 사랑 속에서 자리 잡아가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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