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미래를 여는 대안공동체] 소통과 공감의 마을공동체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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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공감의 마을공동체를 위하여[기획연재] 지역에서 일구는 대안의 삶, 스스로 서서 미래를 만드는 대안공동체 ⑥

박혜연ㆍ이승희 기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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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호] 승인 2008.09.23  21: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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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순│서
1. 대안 공동체 운동, 왜 필요한가?
2. 제도권 학교 안과 밖에서 대안의 교육을 키우다
3. 인간과 자연을 살리는 대안 식생활운동
4. 소유가 아닌 나눔 중심의 생활운동, 지역화폐
5.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생태마을공동체
6. 소통과 공감의 마을공동체를 위하여
   

   
▲ 성미산마을에는 교육과 먹거리, 생활협동조합 등 건강한 공동체를 위한 다양한 시설들이 주민 스스로의 힘으로 마련되어 있다.

추석 등 명절이 다가오면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마을에 있는 ‘차(車)병원’은 분주해진다. 안전한 귀향길을 위해 차량점검을 받고자 이곳을 찾는 주민들이 부쩍 늘기 때문이다.

간혹 자신의 차례가 오기까지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할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다른 정비소를 찾을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곳은 ‘안심하고 자동차를 맡길 수 있는’ 정비소이자, 자신이 가입한 조합이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의 조합형 자동차정비업소인 성미산 차병원. 그동안 자동차를 수리하거나 정비하면서 혹 불필요한 부품을 교체하는 것은 아닌지, ‘바가지 쓰는’ 것은 아닌지 걱정과 불신감을 가졌던 이 마을 남성들은 우연한 자리에서 ‘우리가 직접 카센터를 만들어볼까?’ 하는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렇게 시작했던 이야기는 뜻에 동감하는 주민들이 10만원에서 500만원까지 공동출자를 하고 주민 중 한 명이 직장을 그만두고 차병원의 운영을 책임지기로 하면서 주치의처럼 마을의 자동차를 관리해주는 자동차정비업소로 탄생했다.

현재 차병원의 조합원 수는 약 130가구. 조합원은 정기 점검을 받을 수 있고 출자비율에 따라 이익배당도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자신의 차처럼 관리해주는 자동차 병원’에 만족한다.

물론 차병원을 통해 느끼는 공유와 공감은 마을공동체 의식을 단단하게 하는 데 한몫 톡톡히 하고 있다.

도시속 마을공동체 1. – 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공동체’

서울특별시 마포구 도심의 성미산 부근 성산동, 망원동, 연남동, 서교동 일대 주민들은 자신들이 사는 곳을 ‘성미산마을공동체’라고 부른다.

이는 주민들이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다양한 마을자치 기구를 일컫는 동시에 이곳의 삶의 모습을 상징하는 이름이다.

성미산마을공동체는 취학 전 유아들을 위해 만든 ‘우리·참나무·성미산·토바기’ 등 4개의 어린이집과 초중고를 통합한 ‘성미산 대안학교’, ‘풀잎새와 도토리’ 방과 후 학교 등에서  아이들을 함께 키워내고 있다.

또 유기농 농산물을 직거래하는 ‘두레생활협동조합’과 유기농 농산물로 만든 반찬을 파는 반찬가게 ‘동네부엌’으로 건강하고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대안을 함께 공유한다.

뿐만 아니라 재활용품을 나누고 교환하는 ‘되살림가게’와 마을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전달하는 소출력 라디오 방송국 ‘마포 FM’도 주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성미산마을공동체가 처음부터 이런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곳 주민들이 ‘성미산마을공동체’라고 자연스럽게 말하기까지는 10년을 넘는 과정과 역사가 있다.

지난 1994년 육아를 고민하던 몇몇 부모들이 직접 출자를 통해 공동육아시설을 세우기 시작하면서 마을공동체의 단초를 마련했다.

‘내 아이’에서 ‘우리 아이’로 함께 키우자 여기저기서 자녀를 맡기기 위해 일부러 이사를 오는 사람들이 늘었고, 늘어난 아이들을 위해 새로 만든 어린이집이 4곳에 이르렀다.

이러한 공동육아의 경험은 2004년 ‘아이들이 입시교육이 아니라 자유롭게 자신을 서게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뜻을 모아 12년제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를 세우는 데까지 이어졌다. 이렇게 아이들을 함께 키우다보니 아이들의 건강한 먹을거리를 보장하기 위해 생활협동조합을 만든 것은 당연한 과정이었다. 

이 와중에 지난 2001년 마을 역사를 이루는 중대한 사건이 발생하는데, 바로 ‘성미산 살리기 운동’이 그것이다.

성미산을 깎아 배수지를 건설하려던 서울시에 맞서 2년 가까이 싸움을 계속하면서 결국 마을 주민들은 힘을 모아 이겼고, 이를 계기로 마을 사람들은 서로 이웃을 느끼고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때 앞장에 서서 싸움을 벌였던 이들이 바로 소통과 공동체를 경험한 공동육아 교사들과 조합원들이었고, 이들의 열성적이고 끈질긴 싸움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이 마을에 살던 이른바 ‘토박이’들과 만나게 되면서 성미산을 지키는 결정적인 힘으로, 이후 마을공동체를 위한 많은 활동으로 펼쳐졌다. 

성미산을 지키는 싸움에서 동질감과 신뢰감을 가지게 된 동네 주민들은 매년 성미산 마을축제를 열었으며, 마을공동체를 마포 전 지역으로 넓히기 위해 ‘참여와 자치를 위한 마포연대’를 탄생시켰다. 마포연대는 지역현안 조사와 구정감시, 성미산 생태공원화와 지역 환경연구, 주민복지 등의 사업을 펼쳐가고 있다.

또 2006년에는 그동안 만든 다양한 동네 시설과 단체를 연계하는 사단법인 ‘사람과마을’을 설립했으며, 지난해부터는 행정을 통한 주민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활동을 시도하고 있다.

마포연대 이경란 상임이사는 “성미산마을공동체가 가능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나와 우리가족이 사는 이곳이 우리의 터전이고 마을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 주민들의 자발성”이라며 “마을공동체는 서로 살아가면서 계속 일상적으로 만들어가는 그림으로, 항상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현재진행형”이라고 설명한다.

마을은 공동실천이 가능한 기초단위   

   
▲ 성미산학교에서 바라본 성미산마을의 일부 모습.

이렇듯 성미산마을공동체는 공동육아 과정에서 얻은 소통의 경험을 바탕으로 마을에서 서로가 필요한 것을 힘을 모아 하나하나 해결해 온 과정이다. 성미산 자락의 마을 사람들은 서울이라는 도심에서 자신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주는 따뜻한 이웃을 만났으며, 각자 태어난 곳은 다르지만 또 하나의 고향을 얻었다. 이러한 공동체의식은 주민 스스로가 생활과 문화를 생산하고 향유하는 풍요로운 삶으로 이끌고 있다.

마을은 사람들이 거주해 살아가는 가장 기초가 되는 단위다. 또 마을에서 거주자는 한 명 한 명 인간적 척도로 파악되고, 주민 합의로 책임 있는 공동실천이 가능한 규모이기도 하다. 특히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본주의 산업화가 가속화되면서 마을이나 동네가 사람들의 정겨운 삶터가 아니라,  기본 생활을 위한 기능에 머물거나 혹은 재산을 증식시키는 수단의 하나로 변질되고 있다.

성미산 사람들처럼 마을공동체를 실천하는 이들은 도심 속의 마을에서도 교육, 먹을거리, 환경, 경제 등에서 ‘서로를 살리는 대안’을 고민하고 하나씩 필요에 의해 일궈나가는 공동실천을 통해 자연과 인간을 배려한 마을 공간을 조성하고 공동체가 회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또 이러한 마을은 아이들에게 하나의 지식을 주는 것보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공감과 참여를 통한 성장기회를 주는 가장 직접적이고 생활적인 장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반송동사람들’도 그렇게 믿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마을공동체다.

도시속 마을공동체 2.- 부산 반송동마을공동체

   
▲ 매년 5월 5일 열리는 반송동 어린이 날 잔치에는 1만명의 마을주민이 참여한다.

윗 반송(2동)과 아랫 반송(1·3동)으로 불리는 부산시 해운대구 반송동은 1968년 다른 곳에서 강제철거로 이주해 온 사람들과 90년대에 세워진 임대아파트 주민들이 어울려 사는 마을이다. 이곳은 철거민집단촌으로 불리며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인식돼, 이곳에 사는 주민들도 ‘되도록 빨리 탈출하고 싶은’ 마을이었다.

그러던 반송동에 1998년 주민 15명이 ‘반송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작은 단체를 만들어 마을공동체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한다.

주축은 반송동에서 자라 마을에 의원을 개업한 고창권(현 구의원)씨와 김혜정(희망세상-옛 반송을사랑하는사람들-사무국장)씨 등으로, 이들은 남들이 탈출하고 싶은 가난한 동네 반송동을 ‘함께 나누는 정감 있는 마을’로 만들고 싶었다.

이들이 가장 먼저 힘을 쏟은 것은 주민들과 얼굴을 트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다양한 모임을 만드는 것.

주부글쓰기를 비롯해 영화보기 모임, 인형극반, 자녀교육반, 퀴트반 등 작은 모임을 열었고, 처음에는 낯설어했던 주민들이 조금씩 관심을 가지며 가입하는 회원이 점차 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마을신문인 ‘반송사람들’은 주민과의 만남에 중요한 구실이 됐다. 주민들이 매달 직접 만들어 집집마다 배달하는 신문으로 동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어떤 행사가 계획돼 있는지, 누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등 마을의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담겨 있으며, 지금도 꾸준히 발간되고 있다. 

어린이날에는 마을 어린이들을 위한 ‘반송동 놀이한마당’을 벌이는데, 마을 주민들이 얼마씩 돈을 내어 행사를 직접 준비하고, 준비하느라 회사에 월차휴가를 내는 사람도 있는 등 어렵게 열리곤 했다. 하지만, 올해로 10회를 맞이한 어린이날 행사는 마을주민 약 5만명 중 1만 명이 참여하는 큰 잔치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공동체 활동은 2005년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가 선정한 최우수 주민자치대상을 받기도 했다.

‘반송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더 큰 공동체를 꿈꾸며 ‘희망세상’으로 변모해 지역 주민들과 함께 마을 벽화 그리기, 하천 가꾸기, 야생화학습장, 어린이민주시민학교, 주민기행 등 마을공동체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개관한 느티나무도서관은 마을 주민들의 뜻과 정성, 힘이 한 데 모아진 자랑스러운 곳이다.

‘우리 지역에도 아이들이 맘껏 책 읽고 놀 수 있는 도서관이 있으면 좋겠다’는 주민들의 바람을 실현하기 위해 시민단체와 언론사, 기업이 벌인 ‘희망의 작은도서관’ 에 공모, 1억 8000만원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도서관을 지을 땅. 토지 매입을 위해 고심하던 반송동 사람들은 도서관 건립 모금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기로 하고 약 6개월 동안의 거리모금, 저금통 분양 등을 통해 약 3000명의 주민들이 모은 1억 3000만원을 합쳐 도서관을 건립했다.  

   
▲ 느티나무도서관 입구에는 모금운동에 참여한 반송동 주민 3000여명의 이름이 적혀있다.

외부에서 보기에 반송동은 특이한 마을이라고 한다. 보통 마을 안에서 ‘희망세상’과 같은 단체와 기존 자생단체와는 대립되거나 관계개선이 어렵기 마련인데, 이곳에서는 서로 잘 지내기 때문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그러면서 서로 존중해주고 마을의 큰 행사는 함께 준비하는 모습은 반송동만의 공동체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초기에는 ‘자기들만 반송동을 사랑하냐’며 거들떠보지 않고 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5년 이상 마을공동체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회원으로 가입하고 함께 하는 부분이 부쩍 늘어났다.

김혜정 사무국장은 “마을공동체는 반송동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마을공동체는 그곳에 살면서 ‘내 터전’을 위해 필요한 것을 이웃과 함께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과정이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이제 더 이상 ‘떠나야 하는, 떠나고 싶은 마을’이 아니라, 자랑스러운 자긍심을 갖게 되는 마을. 고층아파트에 살지 않아도, 주변에 백화점이 즐비하지 않아도, 집값이 오르지 않아도 만족하고 풍요한 ‘내 마을’이 되고 있는 성미산과 반송동 마을공동체는 다른 무엇보다 이기심과 갈등을 사랑과 협동, 나눔으로 바꾸는 방법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이 기사의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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