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일을 만드는 청년들] 소양강과 남이섬 말고도 춘천에 볼 거 많아요

0
27

소양강과 남이섬 말고도 춘천에 볼 거 많아요[기획연재] 스스로 일을 만드는 청년들⑧ 공정여행 청년사회적기업 ‘동네방네’

심혜진 기자  |  [email protected]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496호] 승인 2013.07.18  10:49:38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청년실업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구직자들은 취업이 힘들고, 막상 취업에 어렵게 성공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불행 끝 행복 시작’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최근, 경쟁적인 취업시장을 벗어나 스스로 일자리를 만드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일을 선택하는데 자신의 적성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 창출을 꾀하는 점에서, 이익과 매출을 강조하는 일반 창업과 확연히 다르다. 일자리의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청년들의 사례를 소개한다.<편집자 주>

*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휴일이면 관광지로 향하는 전국의 고속도로는 자동차로 뒤덮인다. 여행지 주변 맛집 정보는 간판이 있든 없든 인터넷 검색 몇 번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아무리 낯선 길이라도 문 앞까지 친절하게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이 있으니 초행길도 두렵지 않다. 바야흐로 ‘정보’가 여행의 시작과 끝을 결정하는 시대가 됐다. ‘여행정보’는 ‘소비’와 곧바로 연결된다.

이런 흐름에 물음표를 던지는 이들이 있다. 공정여행 청년사회적기업 ‘동네방네’(강원도 춘천시 죽림동)는 구경만 하고 떠나는 ‘소비의 여행’이 아닌 만남과 나눔이 살아 있는 ‘관계의 여행’을 만들겠다고 나선다. 조한솔(28) 동네방네 대표를 5일 춘천에서 만났다.

반나절 걸으며 춘천 속이야기 들어볼래?

   
▲ 조한솔 ‘동네방네’ 대표가 낭만시장 골목에 그려진 만화 벽화를 설명하고 있다.

장마전선이 오락가락하던 아침, 용산역에서 춘천으로 가는 아이티엑스(ITX)청춘열차를 탔다. 한참을 달리자 드디어 기다리던 경치가 눈앞에 나타났다. 기찻길과 나란히 흐르는 북한강은 언제 봐도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오후 1시, 열차가 춘천역에 도착했다. 조 대표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취재를 오기 전 동네방네 여행 상품인 ‘반나절여행팩2’를 신청해둔 터였다. ‘반나절여행팩’은 가이드를 따라 동네방네가 마련한 코스를 걸으며 장소에 대한 설명을 듣는 프로그램이다.

동네방네에선 가이드를 ‘코디네이터’라 부른다. 신청자가 두 명 이상이 되면, 여행자가 원하는 시간에 맞춰 코디네이터가 역으로 마중을 나온다. 가격은 1인당 1만원이다. 현재 운영하는 여행코스는 두 시간 동안 춘천역에서 낭만시장, 약사리고개, 구불구불아리랑길 등을 돌아보는 것이다. 취재를 한다는 말에 조 대표가 직접 코디네이터로 나섰다.

“오늘 갈 곳은 춘천역 근처 원도심 지역이에요. 미군부대의 영향을 많이 받은 곳이죠” 그가 출발 전 간단히 오늘 갈 곳을 소개했다. 춘천이 ‘호반의 도시’인 줄만 알았지 미군부대가 주둔했던 곳인 줄은 처음 알았다. 춘천역 건너편 너른 터에 천막들이 잔뜩 들어서있다. 춘천닭갈비ㆍ막국수축제가 한창이다.

“춘천이 한국전쟁 초기 격전지였대요. 전쟁 후에는 미군기지인 캠프페이지가 들어섰죠. 이곳이 다 미군기지였던 곳이에요. 지난달에 시민들에게 처음으로 개방했어요. 반환된 미군기지 가운데 전면 개방이 이뤄진 곳은 전국에서 여기가 처음이라고 하더군요. 그 기념으로 닭갈비ㆍ막국수축제를 이곳에서 열고 있어요”

그의 설명을 들으며 길을 걸었다. 미군부대에서 나온 구제용품을 파는 가게도 지났다. ‘진아의 집’은 수제 햄버거로 유명한 곳이란다. “이곳은 예전 ‘춘천의 명동’이라 불리던, 최고의 상권이었죠. 미군이 주둔하며 상권이 형성됐는데, 미군기지가 철수하면서 예전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지 않아요. 문 닫는 가게도 많고요”

닭갈비골목을 지나 낭만시장에 들어섰다. ‘양키시장’이라 불리다 3년 전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을 진행하며 낭만시장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조 대표가 시장 안 ‘여행카페 궁금한 이층집’으로 안내했다. 작년 5월부터 동네방네가 운영하는 카페다. 시장 상인들이나 시장에 들른 주민들이 자유롭게 쉬어갈 수 있는 곳이다. 여행자에게는 프로그램 안내를 하고 동아리 모임도 한다. 조 대표는 “주로 지역 청년들이 모여 노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날이 덥다는 핑계로, 코스를 돌다 말고 카페모카를 마시며 조 대표에게 동네방네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여행사는 왜 타 지역 여행상품만 만들까

조 대표는 춘천 소재 대학에서 사회복지학과를 전공했다. 학과의 영향으로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사회적 경제를 배우기 위해 2010년 프랑스의 한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떠났다. 그는 학과 과정 틈틈이 프랑스의 작은 마을로 여행을 다녔다. 여행길에서 그는 문화적 충격과 맞닥뜨렸다. 작은 동네임에도 마을을 소개하는 안내책자가 있었고, 지역의 여러 요소와 연계한 관광 시스템이 마련돼 있었던 것이다.

“여행코스가 잘 짜여 있고, 여러 가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패키지도 잘 구성돼 있었어요. 그 지역 상권과도 세밀하게 연결돼 있었죠. 예를 들면 박물관 입장권이 있으면 그 동네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살 때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해놓았더라고요. 큰 관광지만이 아니라 그냥 작은 동네에도 이런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는 게 참 놀라웠어요”

그는 귀국 후 같은 과 친구들과 함께 사회적경제와 지역, 그리고 여행을 주제로 한 스터디를 시작했다.
“공부를 한다기보다는 취업하기 싫은 친구들이 모인 것 같아요.(웃음)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면 대부분 복지관에 취업을 하는데, 언제든 갈 수 있잖아요. 하지만 이런 공부는 지금 아니면 못 할 것 같았어요”

친구 네 명과 스터디를 하는 과정에서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최한 ‘청년 등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을 알게 됐다. 여행으로 춘천의 원도심을 활성화한다는 내용의 사업기획안을 꾸려 신청서를 제출했다.

“춘천 인구가 27만 명인데, 한 해 동안 춘천을 다녀가는 관광객은 1천만 명에 육박해요. 춘천에 등록된 관광지는 100군데가 넘지만 방문객의 70% 이상은 청평사나 소양강댐, 강촌, 남이섬 등 몇 개 관광지역으로 몰린다고 하더군요. 구경만 하고 가는 것보다는, ‘춘천은 이런 곳’이란 걸 알게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어요” 결과는 합격. 하지만 ‘여행이 좋아서’ 시작한 사업은 시작부터 만만치 않았다. 여행상품으로 이윤을 남기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것이다.

“여행비용에서 10~15%가 기획비예요. 10만원짜리 상품을 만들면 실비를 제외하고 1만원 정도가 이윤으로 남는 거죠. 이걸 10명에게 팔아야 10만원이 남는데, 가이드 한 명 당 매주 열 명의 관광객을 받는다고 해도 한 달에 겨우 40만원 버는 거예요. 또 관광객이 그만큼 올지도 장담할 수 없고요. 이에 비해 해외여행은 전체 여행경비가 많이 들어가니 그만큼 이윤도 많이 남죠. 이런 현실을 사업을 시작하고서야 알게 된 거죠”

조 대표는 춘천 여행 프로그램을 계속 고민하는 한편, 사업 방향을 조금 더 안정적인 쪽으로 틀었다. 사업대상을 춘천 지역 학생들로 넓힌 것이다.

“춘천에 살면서도 우리 지역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이 많아요. 그래서 교육복지 대상 아동들과 함께 지역 곳곳을 돌아보고 재밌는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공정여행이나 환경, 올바른 소비에 관한 내용도 프로그램 안에 담으려고 노력하죠”

현재 직원 세 명이 두 개 학교에서 4~6학년을 대상으로 주말마다 여행을 떠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방치된 여관을 게스트하우스로 만들면 어떨까?

   
▲ 춘천 닭갈비 골목. 미군부대의 영향을 받아 상권이 형성됐다.

그는 현 여행시장의 문제점으로, 여행사가 위치한 그 지역을 기반으로 한 여행상품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제가 파리에 있는 여행사에 들어가면 파리 지역을 돌 수 있는 여행상품이 있어요. 그런데 춘천에 있는 여행사에 가면 해외나 제주도, 부산 등 타 지역 여행상품이 거의 전부에요. 저희는, 이곳에서 춘천 여행상품을 만들어 외부 손님에게 소개하고 싶어요. 여행수수료를 과다청구하지 않는다는 공정여행의 가치도 물론 담아야죠”

그는 자신들이 하는 일에 또 다른 의미도 부여했다. “여행상품이 잘 되면 지역 상권에 분명 도움이 될 거에요. 게다가 저희가 다 춘천에 살고 있잖아요. 우리에게 생긴 이윤은 모두 춘천에서 소비를 할 테니 외부로 빠져나가는 돈이 없어요. 지역경제 순환에도 도움이 되죠. (웃음)”

어찌 보면 ‘돈’이 될 듯, 한편으론 갸우뚱 하기도 한 사업을 설명하던 그가 새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예전엔 버스터미널이 이 근처에 있었어요. 그래서 여관도 많았죠. 터미널을 다른 곳으로 옮긴 후 장사가 안 돼 여관들이 방치돼 있어요. 이곳을 게스트하우스로 변경해 운영하면 어떨까 싶어요”

그는 춘천 숙박시설이 펜션 아니면 모텔로 양분화 돼있어, 저렴한 비용으로 여행을 하는 젊은 층을 수용할 숙박시설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여관 건물주들도 그의 의견을 반겼다. 문제는 여관을 게스트하우스로 변경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건물주와 투자와 수익을 어떻게 나눌지 논의하고 있어요. 잘 되면 게스트하우스를 중심으로 새로운 여행상품도 만들 수 있을 거예요”

그는 “지역에 관심을 갖고 일을 하다 보니 새로운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거라고 했다. 춘천에서 새로운 여행의 흐름을 만들어 낼 이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