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일을 만드는 청년들] 청년기업 대표들 창의적 아이템으로 손꼽은 꿈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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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기업 대표들 창의적 아이템으로 손꼽은 ‘꿈 사업’[기획연재] 스스로 일을 만드는 청년들⑪ 모티브하우스

심혜진 기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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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9호] 승인 2013.08.13  13:5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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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구직자들은 취업이 힘들고, 막상 취업에 어렵게 성공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불행 끝 행복 시작’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최근, 경쟁적인 취업시장을 벗어나 스스로 일자리를 만드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일을 선택하는 데 자신의 적성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 창출을 꾀하는 점에서, 이익과 매출을 강조하는 일반 창업과 확연히 다르다. 일자리의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청년들의 사례를 소개한다.<편집자 주>
*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꿈을 기획한다’ 청년기업 ‘모티브하우스’(대표 서동효)가 내건 문구다. 지난 5월부터 만난 청년기업 대표들에게서 모티브하우스의 이야기를 간간이 들었다. 저마다 독특하고 자신들의 꿈을 당당하게 펼치는 그들조차, 모티브하우스의 ‘꿈 사업’을 독특하고 창의적인 아이템으로 꼽았다.

수도권 일대에 국지성 소나기가 쏟아지던 지난 6일, 많은 궁금증과 기대를 안고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에 있는 모티브하우스 사무실에서 서동효(31) 대표를 만났다. 모티브하우스는 청소년과 청년에게 자신의 꿈을 찾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회사로 2011년 문을 열었다.

대학 안 갔다고 국토대장정도 못 가다니

“저는 대학을 가지 않았어요. 공부를 진짜 못했어요.(웃음) 공부에 그다지 신경 안 쓰는 실업계 고등학교를 다녔는데도 학교생활에 적응이 안 되더라고요. 가만히 자리에 앉아있지 못하고, 거의 주의력결핍장애를 넘어서는 수준이었죠”

어떻게 사업을 하게 됐느냐는 질문에, 서 대표는 이 이야기부터 꺼냈다. 뭔가 중요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 계속 이야기를 들었다.

“대학 진학률이 80%가 넘는다는데, 그 안에서 상위권에 들 수는 없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대신 나머지 20% 중에서 너무 밑으로 쳐지지만 않으면 먹고는 살겠다는 생각을 했어요.(웃음) 그래서 대학을 안 갔어요”

이 결정을 내릴 때만 해도 그는 어느 정도 살아갈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순간, 모든 게 달라졌다. “졸업 후 대학에 안 가고 취직도 안 하니, 갑자기 제가 아무 것도 아닌, 이 세상에서 아무런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 돼버리더군요. 20대 초ㆍ중반을 위한 프로그램은 대부분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어요. 이것 저것 해보고 싶은 게 많았는데,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설마?’ 하는 표정으로 서 대표를 바라보자, 그가 정말이라는 듯 말했다.

“(고등학교) 졸업하면 (자양강장제 이름을 내건) 국토대장정에 정말 참가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대학생이 아닌 저는 지원 자격조차 없더라고요. 아니, 내가 우리나라 국토 한번 걸어보겠다는데 대학을 안 가서 못 한다니, ‘진짜 거지같은 나라구나’ 하는 생각밖엔 안 들었어요”

“저는 대학엔 가지 않았지만…”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그에겐 제대로 된 아르바이트 자리도 돌아오지 않았다.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답답함과 함께 분노감도 생겼다.

“어차피 가진 것도 없고 잃을 것도 없으니 그냥 과감하게 부딪쳐보기로 했어요. 그래서 고졸인 상태로 여기저기 입사지원서를 냈어요. 면접 기회가 주어지면 ‘저는 대학엔 가지 않았지만’으로 말을 시작했어요.(웃음) 그리고 제가 겪은 대로, 사회 비판을 막 했어요. 신기하게도 이게 먹히더라고요”

그는 세 차례에 걸친 면접을 통과한 끝에 대기업이 운영하는 놀이공원에 정직원으로 입사했다. 하지만 직장생활은 그리 길지 않았다.

“쉽게 입사를 하니 쉽게 그만 두게 되더라고요. 어느 정도 일을 배웠다 싶으면 다른 직장으로 옮기기를 몇 번 반복했어요. 뭘 해도 행복하지가 않은 거예요. 저한테 맞는 일이 뭔지도 잘 모르겠고, 미래를 위해서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며 살고 싶지도 않았어요. 직장에 다녀도 불안은 끊이질 않았죠”

   
▲ ‘모티브하우스’ 직원들. 왼쪽부터 곽수경·박은지씨, 그리고 서동효 대표.

서른인데도 여전히 불안 “나만이 아니었구나”

그는 자신의 고민을 주변 친구들에게 털어놓았다. 20대 중반을 막 넘어선 친구들은 그의 고민에 공감했다. “20대 중ㆍ후반이면, 대학도 졸업하고 군대도 다녀와 사회에 정착해야할 시기라 생각하기 쉬운데, 의외로 많은 친구들이 저처럼 불안해했어요. 직장생활을 해도 이게 뭔지 모르겠고, 만족도가 낮아 늘 이직을 생각하고, 대학에 계속 머물러 있거나 고시원에서 힘든 생활을 이어가거나, 대부분이 그랬어요. 텔레비전에는 성공한 인생을 이야기하는 청년들이 나오지만 그건 정말 일부고, 대다수는 혼란 속에 방황을 하는 거죠”

그는 이런 고민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었다. 2009년, 무작정 인터넷 카페에 ‘우리의 꿈과 고민을 모여서 이야기해보자’는 글을 올렸다. 그리고 모임공간을 제공하는 곳을 물색했다. 첫 모임부터 30명이 넘게 참석했다. 직장인이 가장 많았다. 돈ㆍ독서ㆍ인맥ㆍ시간관리 등 매달 다른 주제를 정해 이야기를 나눴다. 모임은 점점 활기를 띠었다.

“나 혼자만 뒤처지는 낙오자 같고 세상에 나갈 용기가 안 나던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용기가 생겼어요. 또 일반적인 행복과는 조금 다르게 자기만 의 행복을 추구하는 이들이 많다는 걸 서로 느낀 것 같아요”

무엇보다 그는 모임을 주선하고 대화를 이끄는 일을 스스로 즐기고 있음을 깨달았다. “1년 정도 모임을 하고나자, 이걸 직업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임을 만들고,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질문을 던지는, 이런 일을 사업으로 해보자는 생각을 했죠”

전문성 없는데, 과연 경쟁이 될까?

모임을 함께 하던 몇몇 동료들과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서른이 넘어서도 갈 길을 못 찾고 헤매는 이유는 뭔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분석을 해보았다. 그는 십대 진로교육에 문
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학교 진로교육이 너무 획일화돼있어요. 흔히, 아이에게 ‘너 뭐 될래?’ 하고 물어보고 대답을 하면 ‘그게 되려면 이 고등학교에 가서, 이 과를 가야되고, 그 과를 가려면 이 대학을 가야하니까 수능은 몇 등급을 받아야 돼. 그래서 오늘 너는 영어단어 50개를 외워야 해’ 이런 식으로 계획이 세워지잖아요. 이건 여러 면에서 문제가 있어요. 우선 어떤 삶을 살지에 대한 고민이 없어요. 그리고 인생은 변화가 많은데, 십대 때 인생 전체를 설계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잖아요. 게다가 막상 그것을 이루고 난 뒤 ‘이게 아니다’란 생각이 들면 그땐 얼마나 막막하겠어요?”

문제가 드러났으니 이를 해결하는 일만 남았다. 책을 읽고 토론을 하며 프로그램을 하나씩 완성해나갔다. 하지만 두려움이 뒤따랐다.

“현재 전문적인 적성검사프로그램이 많은데, 이것과 우리 프로그램이 과연 경쟁이 될지, 진로교육 전문 집단과 우리가 상대가 될지, 걱정이 됐어요”

그는 주위 청소년들을 만나 진로교육시간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기 시작했다.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아이들은 전문 집단이 하는 진로교육시간에도 특별한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관심 자체가 없다는 데 많이 놀랐어요. 그래서 어차피 우린 전문성이 없으니, 좀 재밌는 진로교육을 해보자고 결심했죠”

   
▲ 청소년들에게 꿈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ㆍ모티브하우스>

외교관은 직업일 뿐, 꿈은 아냐

그들은 전략적으로, ‘놀이’가 중심이 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놀이로 기본적인 욕구를 표현하게 한 것이다. ‘뭐가 될래?’라는 질문 이전에 무엇을 먹고 싶은지, 어디에 가고 싶은지, 누구를 만나고 싶은지,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무엇을 갖고 싶고 무엇을 나누고 싶은지를 놀이로 표현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대답이 나오게 된다.

프로그램의 얼개를 짠 후, 청소년센터나 방과후 공부방 등을 찾아다니며 재능기부 형식으로 실습을 했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5~6개월 동안 실습한 끝에 그들만의 노하우도 생겼다. 프로그램
은 점점 형식을 갖춰갔다.

“꿈이 외교관인 아이가 있었어요. ‘외교관이 돼서 뭘 하고 싶어?’ 하고 물었어요. 한참 고민을 하더니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를 되찾고 싶다’고 대답하더군요. 그 아이는 ‘문화재를 되찾기 위해’ 외교관이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이지, 외교관 자체가 꿈은 아닌 거예요. 그러니 나중에 외교관이 안 되더라도 전혀 실망할 필요가 없어요. 문화재 반환은 외교관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우리 프로그램은 이렇게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뭔지, 깨달을 수 있는 질문을 던져요. 꿈을 발견하는 것도,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도, 모두 스스로 해야 한다는 걸 일깨우는 거죠. 설사 꿈이 바뀌더라도 괜찮아요. 꿈을 찾아본 경험으로,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요”

“사업 키우자”는 대기업 제안 모두 거절해

이들이 선보인 새로운 방식의 진로교육은 아이들의 큰 호응에 감동한 교사들의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퍼져나갔다. 서 대표는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로 “아이들에겐 꿈이 없다는 것조차 열등감이 돼요.
그런 아이들에게 지금 우리가 느끼고 있는 불안과 혼란을 솔직하게 이야기하죠. ‘무엇을 해야 할지, 너희만 모르는 게 아니야. 어른인 나도 사실 잘 모르겠고, 지금도 꿈을 향해 가는 중이야’라고 했더니, 한 아이는 ‘선생님, 하다보면 다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괜찮아요’라고 위로를 하더라고요. 이런 점이 아이들의 공감을 산 것 같아요”라고 귀띔했다.

지난해부터 불붙기 시작한 이들의 인기는 지금도 여전하다. 여기저기서 밀려들어오는 강의ㆍ워크숍ㆍ캠프 등 세 종류의 프로그램을 직원 네 명이서 진행하느라 여름휴가는 꿈도 못 꿀 지경이다. 서 대표를 찾는 이들은 또 있다. 여러 업체에서 그에게 함께하자고 제안해온 것.

“‘사업이 좋으니 투자를 받아 확대하자, 너희는 너무 느리다, 뜰 때 확 돈을 벌어야 한다’며 여기저기서 제안을 했어요. 대기업에서도 연락이 왔고요. 그런데 저는, 기업이 성장할 시간만큼 내부 사람들도 성장하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회사가 좀 컸다고 자본 투입하고 대기업과 협약해 배 불리고, 심지어 다른 기업에 넘기고, 능력 있는 사람으로 직원 고용하면, 청년들은 성장을 못하고 늘 이정도 수준의 일밖에 할 수 없게 되잖아요”

그래도 사업을 확장하고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니었을까?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언급하며) 그 대기업은 크고 좋은 회사지만, 과연 그 기업을 도덕적이고 윤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 기업을 사랑하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요? 우리도 시스템을 갖추려 노력은 해야겠지만, 지금 기업들이 하는 방식은 되풀이하지 않으려고요. 큰 성공을 거두지는 않아도 사람들 마음속에 ‘모티브하우스는 건강한 기업, 해야 할 일을 하는 기업’으로 기억되면 좋겠어요. 이게 제 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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