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마저 자산으로 존중받는 사회를 꿈꾸다[시사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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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마저 자산으로 존중받는 사회를 꿈꾸다[문화&사람] 유명상 ‘신포살롱’ 대표

김영숙 기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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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0호] 승인 2014.06.05  15:5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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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강정과 만두가 유명한 동네. 지금은 몇몇 맛집의 이름으로 기억되지만, 과거에는 유행과 패션의 대명사로 ‘인천의 명동’이라 불린 곳. 바로 중구 신포동이다.

중구에 있던 인천시 청사가 1990년대 남동구 구월동으로 이전하면서 신포동은 유행의 중심지에서 추억의 장소로 바뀌었다. 동네를 뛰어다니던 꼬마들은 어엿한 청년으로 자랐고, 이 곳 사람들은 점점 낙후돼가는 동네의 모습을 안타까워했다.

신포동에 남은 인천 토박이 청년 몇몇은 안타까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포동 일대를 되살리자고 의기투합했다. 그리고 신포동 지역민을 위한 문화 공간 ‘신포살롱’을 만들었다. 2011년 5월의 일이다. 신포살롱의 대표 유명상(31ㆍ사진)씨는 이곳에서 ‘유 마담’으로 불리기도 한다. 부평시장로터리 지하상가 활성화를 위한 부평구의 청년 창업 지원 사업에 참가해 요즘 한창 바쁜 유 대표를 5월 27일 만났다.

괴물하고 싸워 괴물이 되는 사회

   
▲ 유명상 ‘신포살롱’ 대표

“중구와 동구에서 초ㆍ중ㆍ고등학교를 다녔어요. 1984년생인데 또래와 비슷하게 평범하게 살아왔어요. 1997년 아이엠에프(IMF: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위기 때 중학교를 다녔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장에 다녔어요. 그런데 삶의 선택 폭이 너무 좁은 거예요”

유 대표는 그 길로 대학 광고디자인과에 입학했다. 졸업하고 취직을 했는데 사장이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하는 바람에 퇴사했다.

“사장처럼은 절대 살지 말아야지라고 다짐을 하고 친구들과 웹 디자인 회사를 차렸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청년들이 만난 세상은, 그들을 맞이할 아무런 준비가 없어보였다. 사장과 같은 삶은 살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나도 그렇게 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괴물과 싸우려다 괴물이 되고 있는’ 자신을 자각한 것이다.

“지역화폐라는 것을 책에서 봤어요. 그리고 지역에 관심을 갖고 뭔가를 하려는 청년들을 자연스레 만나면서 일을 벌인 거죠”

그렇게 ‘신포살롱’을 만들었다. 그 후 1년간 하고 싶은 건 다 해봤다고 했다. 다양한 공연과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청년모임도 만들었다.

낚시대를 사주는 게 아니라 생태계를 만들어야

청년창업지원센터가 있는 지역이 많다. 정부 차원에서 나름 ‘청년창업’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창업하라고 여기저기서 얘기하지만 비현실적이에요. 비유적으로 말하면 낚시하라고 고가의 낚시대를 사주기는 하는데 작은 호숫가에서 낚시하라는 거죠. 말로는 ‘너희 마음껏 물고기 낚으면서 살아라’ 하죠. 생태계가 형성돼있지 않은데, 장비(=창업 지원금)만 백날 줘봤자 실패할 수밖에 없어요”

유 대표는 청년창업 지원의 허상을 자각한 후, 뜻이 맞는 친구들을 모았다. 어릴 때 동네에서 재밌게 놀았던 기억을 되살려 동네를 그렇게 만들고 싶었다. 지역을 활성화하고 경제성도 있겠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함께 한 친구들이 하나둘 떠났다. 죽어있는 신포동과 상권을 살리자고 했지만 몇 명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생태계’라는 단어를 ‘어느 환경 안에서 사는 생물군과 그 생물들을 제어하는 제반 요인을 포함한 복합체계’라고 정의했다.

“좋은 창업 지원이란 단순하게 창업에 국한한 게 아니라 전반적인 것에 대한 지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청년들이 이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죠. 예를 들어 창업에 비유하자면, 사업자등록증이 나오면 그걸 창업이라고 정부는 말해요. 하지만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죠. 이후에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가 중요하잖아요. 하지만 정부는 몇 개 창업했고 등록증이 나왔고 식의 수량화를 중요시해요. 보여주기 식 행정의 대표적 모습이죠. 취업도 마찬가지고요. 취업률의 수치가 아니라 청년들이 무엇을 하며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의 철학적 문제예요”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

신포살롱을 만들고 다양한 사업을 하면서 유 대표는 무엇을 느꼈을까. 그는, 누군가 혼자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문제라고 했다. 재밌고 즐거워야,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그 안에 들어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단순한 이벤트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시행착오를 겪은 1년이라고 생각해요. 재밌게 동네에서 놀자고 했지만 저도 기성세대와 똑같이 우선 일을 하고, 즐기는 건 나중에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아녜요. 즐거워야 돼요. 청년세대에는 끌리고 재밌어야 참여하고 만들 수 있어요. 신포살롱이 나아갈 방향을 고민했어요”

고민이 깊어질 무렵, 유 대표는 친구들을 만났다. 그는 ‘좋은 친구들’이라고 표현했다. 그들과 함께 일이 우선이 아니라 뒷일을 생각하지 말고 재밌게 지내보자고 결심했다. 그리고 프로젝트 ‘2012년 좋아요 인천’ 페스티벌을 진행했는데, 주변의 평가도 좋았지만 참여한 친구들이 재밌어 했다.

유 대표는 인터뷰 내내 ‘생태계’와 ‘재밌게’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고, 강조했다. 새삼 ‘재미’라는 단어가 모호하게 느껴져 되물었다.

‘열심히 하는 걸 넘어서 푹 빠져 사는 것’이라고 옆에 있던 유 대표의 동료가 말했고, 그 말을 유 대표가 받아 이었다.

“자기가 주체적으로 만들어갈 가능성이 있어야 재밌지 않을까요? 수동적이면 재미가 없잖아요. 인천에서 청년들이 주체적으로 할 가능성이 있나요? 전 없다고 봐요. 그러니 재미없어서 참여를 안 하죠. 기성세대들은 젊은 친구들의 참여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반대로 이 친구들이 재미가 없으니까 참여를 안 하죠”

젊은이들은 아직 주판알을 튕기면서 손익계산을 분석하기보다 가능성과 주체적인 활동을 원한다. 그러나 그런 생태계가 형성이 안 돼, 젊은이들이 도시를 떠나 부유하고 있다.

청년과 지역의 접점을 찾다

   
▲ 부평시장로터리 지하상가에 입주할 청년 창업가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유 대표도 학교와 직장을 다니면서는 지역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고 했다.

“청년과 지역이 만나는 접점이 없었죠. 살면서 집과 학교외에는 시선이 없었는데 축제를 통해 주변을 돌아보는 시야가 생겼고, 그런 활동으로 지역을 만나는 접점이 생기고 지역에서 즐길 것들을 만들었어요”

그러나 생계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주변을 돌아보니 청년들이 모두 비슷하게 ‘평범’했다. 더 이상 평범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가정 불화, 비정규직 문제, 학벌 문제, 대출금 문제 등 청년세대들이 같은 문제로 다람쥐 쳇바퀴를 돌리며 살아가고 있어요. 빠져나가고 싶어 하지만 지역에 그런 생태계가 없어요”

부평구는 부평시장로터리 지하상가를 활성화하기 위해 이곳을 거점으로 창업활동을 수행할 청년들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 3월부터 신청자를 공모해 16개 팀을 선발했고, 올해 말까지 지하상가 점포를 무료로 임대하고 팀별 창업자금 300만원을 지원했다. 수제 케이크ㆍ홈 베이킹 교육, 마술용품ㆍ이벤트 상품 판매, 독립영화관, 셀프네일바, 문화예술 공연이 어우러지는 커피숍과 같은 창의적이면서 고객 유입이 가능한 팀들이 선정됐다.

“저는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어요. 가게를 내서 창업하는 게 아니라, 이 친구들이 지역에서 문화 활동을 하며 생계기반을 마련하게 중간 지원조직의 역할을 하는 거죠. 이에 동의하는 마인드와 문화 콘텐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모집했어요”

지하상가에서 버스킹(=길거리에서 연주와 노래를 하는 행위)도 할 예정이라는데, 기존 상인들이 싫어하지 않을까 걱정돼 물었다.

“상인회 회장님과 충분히 상의했어요. 상권을 살릴 수 있는 취지라 저희들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세요. 청년들이 들어온 것에 대해 기대도 많이 하시고요”

유 대표는 작년 1년 동안 강화도에 머물렀다. 강화 풍물시장에도 협동조합 형식으로 화덕피자 가게와 족욕 카페를 운영하는 청년들이 있다고 들려줬다.

“축제도 하고, 시장에서 어머니들과 섞이면서 지내다보니 우리가 자식같이 느껴지나 봐요. 그리고 예전에는 시장 사람들끼리 한번 싸우면 피 터질 정도였다고 하는데, 우리가 들어오고 나서 신기하게 그런 게 없어졌다고 해요. 저희도 어머니들한테 보호받고 어머니들도 우리한테 젊은 기운을 받는 거, 그게 마을이고 지역이 아닐까요?”

유 대표는 그것을 ‘엄마 인큐베이팅’이라 명명했다. 지역에서 녹아들며 정착하기 위해서는 ‘퍼주는 사랑’인 엄마의 사랑이 필요하며, 특히 젊은이들에겐 더욱 절실할지도 모른다.

실패해도 계속 도전할 수 있는 사회 꿈꿔

유 대표의 외모는 범상치 않았다. 한 올도 남기지 않고 시원하게 깎은 머리칼과 안경 너머 매섭게 보이면서도 따뜻한 눈동자, 달변보다는 진심이 느껴지는 대화를 하는 그는 사회에 길들여지지 않은 사람 같아 보였다. ‘어떤 사람이냐’는 밑도 끝도 없는 질문에 종잡을 수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남미에 가고 싶어요. 그런데 돈이 없어요. 통장 잔고가 마이너스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하니까 돈이 안 모여요. 목표를 수정해야할 것 같아요. 남미에 가서 바다도 보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싶어요”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청년들은 모든 게 막연해 포기하고 순응하는 삶이 익숙하다고 한다. 그런 청년들을 위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재밌게 살 수 있는, 그가 말하는 생태계를 만드는데 일조하는 삶을 살겠다는 유 대표. 그는 “실패해도 계속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잃지 않고 실패마저 재산으로 존중 받을 수 있는 분위기, 그런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라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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