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서 마을을 상상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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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서 마을을 상상할 수 있을까?

작전동 코오롱아파트

이장훈 입주자대표회장, 김찬생 관리소장 인터뷰


그 어디보다

이웃들이 가깝게 살아가는 곳

480세대가 함께 사는 코오롱아파트는 작전역과 가깝고, 인천과 서울 모두 교통이 편리해 맞벌이 부부가 많이 산다. 그래서 초·중학생 아이들도 많다. 분양한지 27년이 지났기에 그 시간만큼이나 오래 살아온 어르신들도 많다. 여러 세대가 어우러져 살아가는 이곳을 두고 김찬생 관리소장은 “인정 많고 착한 보통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고 말한다.

아파트는 그 어느 곳보다 이웃들이 가깝게 사는 장소이면서도 그만큼 친하게 지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이장훈 입주자대표회장은 늘 이 점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인사를 나누는 분들이 있고, 아닌 분들도 있잖아요. 그러다 어느 순간 이사를 가 버리면 영영 만나지 못하고요. 개인적으로는 꼬맹이 때부터 인사하고 지내던 아이들도 중학생만 되면 인사를 안 하게 되는 걸 보면서 이웃과 인사할 수 있는 관계로 지내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 “요즘 어린이놀이터에는 고무판을 많이 깔아 두는데, 그것보다는 모래를 고수하고 있어요. 넘어졌을 때 찰과상도, 떨어졌을 때 충격이 적어서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모래를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모래를 뒤집으면서 소독을 하는 과정은 아파트 환경에 기여하는 것이니까 보람되고, 주민들이 나와서 같이 하는 활동이 되니까 좋죠.”

등잔 밑이 어둡다?

등잔 밑을 들추다!

과거 놀이터 관련 일을 했던 이장훈 회장은 놀이터 흙 속에 철근, 애완동물의 배설물 등 온갖 것들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아 위생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놀이터 흙을 뒤집는 것만으로도 햇빛에 의한 살균효과가 있거든요. 아이들에게 훨씬 나은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는 동네 사람들에게 취지를 전달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만나서 함께 흙을 뒤집는 일을 하게 되었다.

작업 때 만난 사람들은 이후 마주치더라도 인사하는 사이가 됐다. “모래를 뒤집는 일은 아이들을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시작한 것이기도 했어요. 당장 돈을 들여서 무언가를 시작하긴 어려우니 작은 일부터 시작해보게 된 거죠.” 아파트 입주자들과 어울려서 지내고 싶다는 바람은 2013년, 마을공동체만들기 시범사업을 활용하게 되면서 다양한 주민활동으로 확대되었다.


동네에서 해결하고 싶었던 문제

“어린이 놀이터는 밤이 되면 청소년들이 와서 음주, 흡연을 하기도 하고, 외부인들이 벤치에서 술을 마시거나 애정행각을 해서 주민들이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어요. 어린이들이 안전하고 편안한 놀이터 환경, 주민들이 자주 찾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자고 마음을 모았죠.” 그렇게 가 만들어졌다. 협의회에서는 지난 3년간 어린이 놀이터 모래 뒤집기, 꽃밭·텃밭 가꾸기, 지렁이로 음식물쓰레기 친환경적으로 처리하기, 아파트 도서관 만들기, 아파트 옹벽 벽화그리기, 주민축제 등을 진행해 왔다.



 

 

▲“2013년 당시 완공 25년이 경과된 아파트 옹벽은 미관상 좋지 않고, 주민들도 별로 눈길을 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웃, 가족, 친구와 함께 벽화를 그리면서 환경을 바꾸어 나가기로 했죠. 사업의 내용은 벽화지만 목적은 친구, 이웃, 가족 간 교류의 기회를 만드는 거였어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동네 사람들이 어찌나 열심이던지 정말 놀랐어요. 아이들은 근처를 지나갈 때 그림을 일일이 짚어 가면서 ”사슴, 북극곰, 토끼“ 하며 읽어보고 엄마한테 ”저거 뭐야?“ 라고 묻는 등 장소에 관심을 갖게 됐고, 대화가 생겨났어요. 주민 손으로 하나하나 완성해 나간 덕에 애착도 더 있었던 것 같아요.

 

▲“일산에서 지렁이를 이용한 음식물 쓰레기 처리 교육을 받았습니다. 지렁이의 특성, 배양 방법 등을 배우고 현장실습을 한 다음 돌아와서는 지렁이를 구입했죠. 그다음 통을 제작해 지렁이 입주식을 했어요. 이후 간이 안 된 야채나 과일껍질 등의 음식물 쓰레기는 친환경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었죠.”

 

▲“2014년에는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한 자도 안 되는 아파트 담벼락에 막힌 소통을 뚫어보자는 거였죠. 위의 활동을 함께 하며 이웃 간 교류가 만들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함께 아이를 키우며 소통하는 공간으로 도서관을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옛날 시골에 살 때 아웃들이 모이는 마을회관 같은 장소로 도서관을 떠올린 거죠.”


▲도서관에서 진행한 , , , 사진. “아이들 기르는 어머니들은 고 또래 어머님들과의 모임이 있어요. 항상 어린이집 보내는 시간이 되면 아파트 곳곳에 모여 계시죠. 아무래도 그런 분들이 이야기를 나눌 공간이 따로 있었는데, 도서관을 만들자는 제안을 하니까 같이 해주셨죠.”



▲아파트 사람들 사이에 교류가 생기자 지역 소식이나 정보를 나누는 일, 육아에 관한 이야기, 수다 떠는 일이 자연스럽게 오고 가기 시작했다. 이후 도서관 공간을 활용해 자체 강좌를 운영하면서 주민리더가 발굴되기도 했다. 학습 과정을 통해 마을일을 할 역량이 생긴 것이기도 했지만,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사람들 마음속에 있던 열정이 발견된 것이 더 컸다.


 

▲한 뼘 꽃밭 만들기는 단지 중앙에 있는 버려진 공간에 객토를 하고, 조경석으로 주위를 단장한 후 작은 꽃밭 27개를 만들어서 주민에게 분양한 프로그램이다. 꽃을 직접 기르면서 이웃과 만나고 소통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스팔트 콘크리트 속 도시생활에서도 이웃과 정담을 나눌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소중한 장소로 남게 되었다.

“꽃밭을 분양할 때 규칙을 정했어요. 가족과, 이웃과 함께 기르고, 화단 전체에 조화되는 꽃을 기르며, 예쁜 종자는 나누자고요. 가족과 이웃이 함께 기르자는 규칙은 사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도록 만드는 게 사업의 주목적이기 때문이에요. 버려진 공간에 꽃이 피어나니 일단 단지가 아름다워졌어요. 어린이들에겐 가꾸고 관찰하는 과정에서 교육적인 효과가 있었고요. 아파트 내에서 꽃을 가꾸고, 꽃씨를 나누고, 교류하는 장소가 만들어지니 어른과 아이들 사이에 소통이 생겼죠.”



▲어린이 놀이터 바로 옆에는 노인정이 있는데, 그 사이에 ‘할머니와 함께하는 채소밭’을 만들었다. 기르고 가꾸는 건 어르신들이, 어린이들은 보고 관찰하면서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 어르신들도 노인정에서 심심해 하셨는데 소일거리가 생겨 좋아하신다고.


  

▲고구마와 옥수수 밭에 지렁이 양식장 흙을 사용하다 보니 작물이 잘 자란다고 한다. “저 표정 보이시죠? 저 표정에서 다 드러나는 것 같아요. 서로 모이면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참여해서 즐거운 것들이 표정으로 드러나는 거죠. 보는 것만으로도 재밌고, 행사야 하루면 끝나지만 시끌벅적했던 그 날의 일들이 기억 속에 남는 거죠.”

▲어린이축제 준비위원회 회의 모습. “축제 홍보를 할 때 이왕이면 단지 바깥쪽에서 볼 수 있도록, 학교 쪽에서 보도록 현수막을 설치했어요. 주변 연립주택, 단독주택과도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홍보를 했죠.”

    

▲①10/4일에 열린 어린이 축제는 놀이터 흙을 고르는 일부터 시작됐다. ②이어서 어린이 그림그리기 대회가 열렸고, 놀이터에서 전시를 했다. ③단지 내 대추나무 등 유실수가 많아서 열매를 따서 나누어 갖기도 했다. ④이어서 3시부터 9시까지 진행된 바비큐 파티에서는 떡, 소시지, 수확한 고구마, 대추, 밤 등이 불판 위에서 먹음직스럽게 익어갔다. ⑤주민들이 자원봉사로 나와서 돕고, 또 함께 즐겼다. ⑥떡메치기 체험을 하며 만들어진 떡을 나누어 먹기도 했다. ⑦해질녘 열린 놀이터 영화제는 학교 친구들과 함께 즐겼다고. 이런 문화가 생겨나자 놀이터에서의 불건전한 일들이 사라졌다고 한다.

옛날 시골 마을처럼

관계가 살아있는 아파트

김찬생 소장 : 어린이가 많다 보니 어린이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어린이들에게 안전하고 생태적인 환경을 만들어주다 보니 주민들 간에 교류하는 기회도 증가했어요. 놀이터에서 노는 것 자체도 활발해졌지만 이웃끼리 인사하는 것도 좋아졌거든요.

사업을 통해 옛날 동네에서 사는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인데, 점차 그쪽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는 주민들의 재능을 찾아내고, 다른 마을의 사례도 배워 가면서 지속적으로 마을공동체 만들기를 하고 싶습니다.

이장훈 회장 : 마을 일에 대한 관심은 누구나 갖고 있는 것 같아요. 다만 장이 펼쳐지지 않아서 선뜻 나서지 못할 뿐인 거죠. 실제로 주민들이 밖에 나오면 누가 부탁하지 않아도 다들 자기 일을 찾아서 하시거든요. 아파트 일은 아무래도 입대위에서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편이니까 제안을 먼저 하게 된 거지, 모든 것은 사람들 한명 한명의 마음이 연결되면서 만들어진 거예요.

무엇보다 이미 아파트 내에 이미 끼리끼리 만나는 모임들이 있었어요. 일이 추진되면서 “아파트에 이런 거 한 대. 우리도 같이 할까?” 하면서 참여하게 되고, 끼리끼리에서 우리로 확장된 거죠. 그리고 일을 준비할 때 관리소장님과 직원분이 행정적인 역할을 맡아서 해 주셨고요. 그런 게 다 잘 맞아서 된 것 같아요.

처음부터 모든 사람들에게 잘한다는 소리를 들은 건 아니에요. 처음에는 “개인 꽃밭에 물주는 걸 왜 아파트 공동수도로 쓰냐”며 지적하신 분들도 있었어요. 꽃밭에 물 주는데 물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간혹 못마땅하게 느끼실 수도 있잖아요. 그런 소리도 들어가면서 계속 하다 보니 나중엔 긍정적으로 지켜봐 주시게 됐어요. 소장님, 위원회, 이웃들이 모두 함께해 주셔서 잘 할 수 있었지, “이런 걸 왜 하냐”는 말만 들었으면 어려웠을 거예요.


공모사업, 힘든 점은 없었을까?

김찬생 소장 : 공모사업 진행시 제출해야 할 서류가 너무 많아요. 결과보고서 대부분은 회계보고이고 나머지는 사진처리인데요. 국가 예산을 썼으니 그에 준하는 증빙을 제출하는 게 맞지만, 사업의 목적에 비추어 보았을 때는 적절하게 조절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장훈 회장 : 시에서는 예산 때문에 어쩔 수 없었겠지만, 상반기가 지나간 다음에 공모가 시작되다 보니 사실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줄어들어요. 농장 가꾸기의 경우 이른 봄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공모사업에 선정이 되어도 정작 예산을 활용할 수가 없게 되거든요. 앞으로는 12월에 공고를 해서 1월동안 신청을 받고, 2월에 선정해서 3월에 예산을 배정하면 좋겠어요. 7월부터 12월까지 사업을 마무리하려니 쉽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아파트에서 마을을 상상할 수 있을까?

김찬생 소장 : 아파트 세대 간 칸막이는 자기 구역 외에는 ‘남의 구역’이라는 구분을 짓게 하는 것 같아요. 각자의 영역이 나누어져 있다고 몸과 마음을 닫고 사는 것이 아니라, 이웃끼리 만나고, 교류하는 기회를 늘리고, 단합하게 되는 경험이 쌓여 가면서 아파트에서도 마을공동체의 모습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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