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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인문학]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11-28 15:40
조회
276

 

사람책을 통해 이웃을 만나다

wdb



권순정 / 마을n사람 대표

 

  가좌동에 위치한 청소년인문학도서관 느루(이하 느루)는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힘으로 만들어졌고 5년째 지속되고 있는 청소년공간입니다. 어른들이 고민을 먼저 시작했으나 청소년들에게 ‘함께 만들자’라는 제안을 하면서 청소년운영위원회가 만들어진 곳이기도 하지요. 그리고 <느루>의 장점은 책만 읽는 조용한 도서관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수다도 떨고, 게임도하고, 그림도 그리고, 댄스도 하면서 선후배가 멘토와 멘티가 되어 학습을 도와주고, 요리도 만들며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 자유로운 공간이지요.

 

  그런<느루>에 사람을 연결해주는 복덕방을 차렸습니다.

 

  예전의 복덕방은 지금의 부동산 중개소로, 부동산 중개소가 없던 시절의 복덕방은 그 동네에 오래 사신 어르신이 동네의 건물과 땅을 중개해 주시는 것은 물론 동네의 대소사와 고민거리를 듣고 상담도 해주던 공간이었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아쉬운 것이나 필요한 것이 있으면 이 복덕방을 찾아 상담도 하고 동네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랑방이자 소식통이었지요.

 

  그런데 <느루>에 차린 복덕방은 스스로 사람책이 되어 사람사이의 관계를 맺어가는 공간이지요. 자신이 함께 이야기 하고 싶은 주제와 시간을 적어두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대출을 신청합니다. 반대로 어떤 이야기가 궁금한 걸 적어두면 그걸 대답해줄 수 있는 사람책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때 대출 신청을 하면 시간을 맞추어 바로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요즘 세상엔 이웃과 커피한잔 하는 것도 어려운 세상입니다. 파주에서는 아파트 문을 ‘똑똑’ 두들기면 주인이 기다리고 있다가 이웃에게 책을 빌려주고 이를 매개로 이웃관계가 형성되는 도서관을 만들기도 했지요. 느루에서 하는 ‘사람책’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웃관계를 사람책을 통해 만나게 하는 것이지요. 단 한 명의 사람이라도 신청을 하면 이루어지는 것이 사람책의 최대 장점입니다.

 

  커피를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동네에서 바리스타를 만나고, 뜨개질하고 싶은 사람은 뜨개질 사람책을 찾고, 요리 배우고 싶은 사람은 마을의 작은 식당 사장님과 연결하고, 여행하는데 경로를 같이 짜고 싶은 사람은 동네에서 여행 좀 다닌 사람과 만나고, 하다못해 노트북 하나 사고 싶어도 인터넷이 아니라 기계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과 만나서 경험을 나눔으로써 관계가 형성이 되고 있습니다. <느루>는 2015년 한 해 동안 40여 명의 사람책으로 150여회 이상의 만남이 이루어졌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활동으로 확장이 되었는데 주민들이 듣고 싶은 특강을 함께 만들어 들었으며, 9개의 협력기관과 청년활동가 11명이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1년이 넘는 동안 거의 1,000여명의 주민들이 만나고 소통하는 장으로 사람책이 소용이 된 것입니다.

 

  지역 주민이 모두가 ‘사람책’입니다. 무언가 특별히 잘 하는 것이 없어도 ‘사람책’입니다. 각자가 가진 삶의 이력이 나누어질 때 그 경험이 누구에게는 삶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도 하니까요. <느루>는 계속 사람책을 통해 이웃과 만나고 사람과 만나 조금은 부족하지만 서로 따뜻하게 토닥이는 관계를 마을 안에서 만들어 나가려고 합니다.

 

(우) 22101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석정로 229, 제물포스마트타운 1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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