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마을보다는, 사람이 사는 마을로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11-09 15:43
조회
37

협동조합 청풍 유명상
한국 사회에서 공동체적 경험과 활동이 마을에 남아 문화로 자리 잡는 것에는 큰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사는 공간, 집을 재산 가치에 따라 사고파는 재화일 뿐 삶의 터전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가꿔나가기보다 더 좋은 곳으로 떠나면 됩니다. 그리고 자라오면서 협력과 연대의 경험이 아니라 경쟁과 순위의 경험을 쌓아갑니다. 학교를 들어가는 순간부터 경쟁이 시작됩니다. 협력보다는 경쟁을 통해 좀 더 높은 자리를 쟁취하는 시스템 안에서 우리는 협력의 경험이 전무 합니다. 이렇게 초중고를 졸업하고 대학교, 직장 생활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어떤 협력을 찾을 수 있을까요?
게다가 이제 4차산업 시대를 맞이하여 사람과 만나는 일들은 점점 더 축소하고 있습니다. 무기명 속에서 버튼 하나로 음식을 주문하고, 배달받고, 먹고, 평가하는 과정 안에는 이제 사람 대 사람의 관계 아니라 소비자와 서비스제공자만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사람들의 삶의 질은 높아졌지만, 삶의 행복도는 올라갔는지와 편리한 마을은 정말 우리가 살기 좋은 곳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우리는 계속 삶의 질 향상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삶의 질만 향상된다고 사람은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서로 믿고 신뢰할 수 있는 환경, 사회적인 안전망, 관계와 교류가 있는 마을, 주변과의 조화, 환경, 가정의 안정 등이 오히려 사람의 행복을 더 가져다준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은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지만, 출산율은 0명대로 집입 한 OECD국가 중 꼴찌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경쟁적으로 삶의 질만 높이려고 하면 살아가기에 불안정감을 느끼고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없습니다.
살기 좋은 마을이 된다는 것은 경쟁력이 생기고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상호호혜의 기반으로 사회적 약자가 살기 좋은 곳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을정책 또한 경쟁과 평가의 방향이 아니라 어떻게 사회적 약자들이 편하고 쉽게 참여하고 함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향으로 전환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청소년, 노인, 여성들이 살기 좋은 마을은 그 누가 와도 살기 좋은 마을 된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몸 담고 있는 협동조합 청풍은 강화 지역 안에서 살기 좋은 마을이 되기 위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초등학생부터 시장 어르신까지 함께할 수 있는 축제나 퍼레이드, 문화활동 등을 만들어 통해 공통의 경험을 만들어갈 수 있게 하고, 위에 세대, 아래 세대를 연결하는 교두보 역할을 하면서 지역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문화를 지켜나가서, 지역만의 새로운 장점을 발견해나가고 있습니다.
예로, 얼마 전 강화 화문석 장인 서순임선생님, 사진가 서은미 선생님과 함께 화문석을 만드는 과정을 2년동안 기록한 사진집 ‘왕골’을 출판하였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화문석은 익히 들었었지만, 화문석 안에 있는 사람, 문화는 보지 못하였습니다. 화문석이 농사부터 시작되고, 수십만번의 손길이 닿아 만들어지는 과정을 책과 전시를 통해 알려서 화문석을 강화를 새롭게 보는 시선을 가질 수 있게 하였습니다. 이런 과정은 한순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마을을 오랫동안 바라보면서 존중하고 이해를 하며, 공통의 경험이 만들어졌을 때, 지역만의 마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의 문화를 지켜나거나 더 좋게 변화시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