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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어울려 사는 마을, 큰나무 캠프힐에 가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5-20 14:17
조회
567


 



기존 장애인의 사회적 통합은 주류사회라고 자칭 이야기하는 비장애인 영역으로 주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장애인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가는 사회통합이 이뤄진 것 같으나 실질적 주류사회로의 진입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제 우리 사회는 다문화 세대가 주류를 이루는 글로벌 환경으로 변화해가고 있다. 미래는 상호의존적인 다양한 커뮤니티들이 동적이며 복잡한 체계를 이루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다르다는 것은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함의 일부를 뜻한다. 다르다는 이유가 그동안 장애인을 사회의 아웃사이더로 살아가게 했다면 이제는 그 다름이 가치를 인정받고 주류 사회로 진입할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인식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 가치를 발견하고 발달장애인이 중심이 되어 사회적 역통합이 이뤄지고 있는 큰나무캠프힐 공동체를 찾았다.







한국형 캠프힐

캠프힐은 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진 생활공동체로 1940년 영국 스코틀랜드 지방 에버딘에서 시작되어 세계 각국에서 100여 개가 운영되고 있다. 장애나 종교적 배경, 인종 등과 상관없이 각각의 인간은 정신적인 완전성을 가진다는 생각에 기초하여, 상호 보살핌과 존중을 바탕으로 건강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생활하고, 배우고, 일할 수 있는 공동체다.


큰나무캠프힐은 그 가치를 담아 한국적인 장애인 마을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곳이다.



때는 바야흐로 1996년 교회 장애부에서 만난 청년 8명이 의기투합하여 함께 가는 특수교육센터를 만들게 되었고, 교육의 근본을 찾아가며 발달장애인 대안학교인 큰나무 학교를 운영했다. 그때 3살이던 아이가 지금 27살의 청년이 되어 큰나무캠프힐에서 생활하고 있으니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자고 해서 된 곳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대안학교 과정을 마친 청년들이 주체적인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다. 너무 깊지도, 너무 조용하지도, 도심과 너무 동떨어지지도 않으면서 마을과 소통할 수 있는 곳! 강화군 양도면 도장리가 이들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이곳에 와서 비로소 알게 된 건 도심의 그 많은 소음과 현란한 빛과 빠른 생활이 발달장애인에게 얼마나 적합하지 않은 환경인지를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비장애인이라 말하는 일반인들이 경험하는 것을 모두 해봐야 한다는 그것 또한 결핍일 수 있다. 일반인들이 경험하고 살아가는 것도 모두 좋은 것은 아닐 수 있으니 말이다.






먹어주는 방식, 사주는 방식이 아닌

2017년 11월 문을 연 큰나무캠프힐은 문연상(손인실) 대표의 가족과 20~30대 발달장애인 청년 7명과 이들을 지원하는 교사들이 함께 지내고 있다. 정부의 지원 없이 베이커리 카페, 양봉, 농사, 산양유를 통한 치즈 생산(예정), 양계 등 그들의 몸을 주체적으로 사용하면서 삶의 중요한 기반을 스스로 해결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장애인이 만든다고 먹어주는 방식, 사주는 방식이 아닌 남들처럼 경쟁력을 갖추고 사람들이 오고 싶고 사고 싶은 제품을 만들고 있다. 그저 해보는 정도가 아닌 모두 그렇듯 제대로 일하고 적절한 임금을 나누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커피 한잔에 달콤한 케이크 한 조각이 아닌 조금은 거칠지만 건강한 발효 빵이 청년들의 아침 식사다. 문대표가 6개월간 양평에서 명인에게 배운 제빵기술은 공급이 부족할 정도로 빵 꾸러미 주문이 많아지고 있다.




처음 강화에 오자마자 하고 싶었던 양봉은 2년간 양봉조합원이 되어 배운 후 2019년부터 시작하여 지금은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꿀은 이미 판매 중이며 화분-프로폴리스-로열젤리까지 출시 예정이다. 어느덧 캠프힐은 산양과 닭까지 키우며 우유와 치즈, 달걀까지 자급자족의 모델로 건강하게 살고 있다.






공동의 가치를 위한 내어놓음

캠프힐에서 생활하는 7명 청년의 원가정 중 5가정도 마을로 이주했다. 그들은 도장리 주민이 되어 울타리가 되고 사회적 관계망의 외연을 확장시켜주고 있다. 손인실 교사는 캠프힐이 행복과 건강을 누리기 위해 공동체 내에서의 내어놓음이 있었다고 한다.

공동의 가치를 위해 부모님은 시간(노동), 가치(마음), 후원(재정)을 내어놓을 수 있는 마음이 있어야 하고, 지원하는 교사는 봉사와 헌신하는 마음을 내어놓고, 장애 청년들은 힘들고 어렵지만, 열심히 일하고 적응할 수 있는 품을 내어놓았을 때 공동체가 건강하고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서로가 흔들릴 때가 많기에 잘 조화를 이루어 갈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문 대표는 말한다.

다 같이, 함께, 끝까지, 이런 거창한 단어는 듣기에 참 좋다. 굉장히 선동적이어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곤 한다. 이런 단어를 넣어서 문장을 말하면 뭔가 있어 보이는 걸 넘어 대단하게까지 보일 거라고. 하지만 공동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사람들을 끈으로 묶어놓는 그런 식의 말들이 시간이 흐르고 상황이 바뀔 때 어떻게 변하는지 알기 때문에 이런 단어는 말로 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하는 거고 다른 사람한테 해야 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에게 해야 하는 거라고.






몸으로 말하는 캠프힐 가족들

캠프힐의 가족들은 모두 몸으로 말하고 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스스로 씻고 스스로 옷을 갈아입고, 먹고, 설거지하고, 청소하며 세탁기를 돌려 빨래를 널 수 있는 그런 생활들이 얼마나 귀중한 경험이고, 훈련이며 자산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이들은 6차산업을 하고 있다.

1차 산업으로 농사는 흙을 만지고 일이 단순반복이 아닌 다양한 일을 적성에 맞게 할 수 있다. 농업을 통해 단순반복이 아닌 성장 발육에 따라 계절마다 다양한 일을 적성에 맞게 반복적으로 하며 숙련되어 가고 있다.

2차 제조 가공과 포장을 통해 지루함 없이 능력에 맞게 일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방문자들을 위한 피아노 연주가 가능하고 지역 사회에 있는 ‘이웃사촌’ ‘진강산 교육공동체’ ‘국자와 주걱’을 비롯하여 마을주민들과 영화, 음악, 독서모임 등이 이뤄지고 있다.






캠프힐은 장애인 공동체의 미래가 되고 싶다

결국, 누구를 만나느냐가 중요하다.




장애 당사자와 그 가족들은 현실을 살아내기도 버거울 때가 있다. 이럴 때 그들의 삶을 위해 그림을 같이 그리고 삶을 함께 살아가고자 마음을 내어놓는 친구를 만날 때 우리는 희망을 품게 된다.




문연상, 손인실 대표 부부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후원해 주시는 후원자분들도, 큰 믿음으로 뒷받침해 주시는 부모님들도, 이들을 기꺼이 맞이해준 마을주민도 그리고 앞으로 만나게 될 많은 이웃사촌이 있기에 캠프힐은 장애인 공동체의 미래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아직 공적자금을 지원받고 있지는 않지만, 큰나무캠프힐의 자율과 자립하고자 하는 의지를 약화하는 일방적이고 순종을 요구하는 지원의 형식이 아닌 다양한 운영을 인정하고 그에 걸맞게 지원하는 방안들이 모색되었으면 한다.




이러한 공동체를 꿈꾸는 많은 장애인 가족들에게 손인실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일을 시키세요. 자기 일을 스스로 한다는 건 의지의 발현이자 엄숙한 행위입니다. 그리고 어린 시기부터 준비하시면 더 행복한 삶을 꾸려 나갈 수 있을 겁니다.”

                                             글 마을교육팀장 / 사진 '큰나무캠프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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