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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공동체 미디어의 성과와 정책과제 - 서울 마을미디어를 중심으로

마을정책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01-25 17:32
조회
1315

마을공동체 미디어의 성과와 정책과제 - 서울 마을미디어를 중심으로

정은경 /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센터장

서울 마을미디어, 10년 만에 10배 늘어나


지난 2012년 겨울, 서울에 동네방송국이 새롭게 개국했다. 동작구에 동작 FM, 성북구에 와보숑, 종로구에 창신동 라디오 덤이 그곳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2012년 ‘우리 마을 미디어 문화 교실’이라는 서울시 프로젝트 지원으로 동네에서 지역주민들과 함께 미디어 교육을 진행한 주체들이라는 점이다.
교육을 마친 참여자들은 수료 기념 공개방송을 하더니 마을에 방송국을 세워버렸다. 방송국 이래봐야 어느 허름한 건물의 지하거나, 작은 교회 한 켠이거나에 믹서 한 대, 컴퓨터 한 대, 마이크와 헤드폰 몇 개를 둔 정도였다. 동네 역사를 소재로 한 방송, 아기를 안은 엄마가 앵커인 마을 뉴스, 봉제 노동자가 DJ인 방송이 그렇게 생겨났다.

10여 년을 지나오면서 중간에 활동을 접은 곳도 있는 등 부침이 있었지만, 현재 서울에는 50여 곳 정도의 마을미디어가 활동하고 있다. 2012년 이전까지 서울에서 지역주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미디어로는 공동체 라디오 관악 FM과 마포 FM, 은평 시민신문과 마을신문 금천in, 구로타임즈 정도의 지역신문 정도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10년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물론 누구나 쉽게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된 미디어 환경의 변화도 한몫했다. 마을미디어 활동 초기에는 팟캐스트가 대세였지만 유튜브가 새롭게 떠오르면서 마을미디어도 플랫폼을 옮겨갔고, 매체 형태도 오디오에서 비디오로 변해가고, 방송국의 장비 세팅도 그에 맞추는 중이다. 신문이나 잡지를 운영하는 곳도 영상을 겸하는 등 종합 매체로의 변화 양상을 보인다.
마을 방송, 마을신문 등의 매체를 세운 주민들은 교육을 통해 새로운 주민을 계속 모으고 사람을 남기기 위해 노력해왔다. 조직마다 여건은 다 달랐지만, 운영위원회 같은 공동 운영 조직을 꾸리기도 하고, 상근 활동가를 채용할 수 있는 재원 구조를 마련하기 위해 지원, 후원, 수익사업 등을 모색하기도 했다.

변화를 위한 도전, 마을공동체 미디어!

마을미디어 활동의 성과를 정리해보자면 제작, 교육, 활동 등 크게 세 가지 분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콘텐츠 제작 측면에서 가장 큰 의미는 ‘당사자성’이다. 마을미디어 이전에도 시민들은 미디어에 ‘참여’해왔다. 방송법에 근거해 KBS와 케이블 채널에서 내어주는 시간에 콘텐츠를 내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마을미디어는 다르다. 마을미디어는 ‘참여’를 넘어 ‘주체’가 되는 방식이다. 특히 난민, 이주민, 성 소수자, 장애인, 어르신 등 주류매체에서는 잘 등장시켜주지 않는 시민 당사자가 직접, 그것도 자신이 소유한 매체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이웃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전에 없던 변화이다.

미디어 교육 측면에서 마을미디어는 아주 작은 지역 단위의 미디어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 한 예로 서울 성북구 월곡동에 있는 밤골경로당은 마을미디어를 운영하며 동네 어르신들에게 스마트폰 미디어 교육을 해드린다. 이전에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었으나 겨우 통화기능만 사용하고 누군가 보내오는 유튜브 링크를 열어보는 수준에 그쳤다면, 지금은 어르신들이 직접 스마트폰으로 영상 편집까지 하신다고 한다. 서울 성북구에는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를 포함해 미디어센터가 3곳이나 있지만, 경로당 어르신들에게는 마을미디어가 제일 가까운 강사이다.
콘텐츠 제작과 미디어 교육을 넘어 다음은 지역연계 활동이다. 온라인 홈쇼핑 콘셉트로 마을바자회를 열기도 하고, 비대면 노래자랑을 열기도 한다. 2020년 상반기 코로나19 초기 상황에서 비대면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던 때에 이미 장비와 역량을 갖추고 있었던 마을미디어는 발 빠르게 지역사회에 필요한 활동을 할 수 있었다. ‘미디어’ 활동만 하는 건 아니고, 제때 한글을 배우지 못한 어르신들을 위한 검정고시 동아리를 운영한다든지, 기후 위기 관련 생활 속 실천을 캠페인으로 옮긴다든지 하는 커뮤니티 활동의 거점 역할을 하기도 한다.

주체의 임파워먼트를 목표로 하는 마을미디어 활동

마을미디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조직 내 구심을 잡을 중심 활동가, 조직을 함께 꾸려갈 거버넌스 참여자(적어도 셋 이상은 필요하다), 교육과 콘텐츠 제작, 지역주민들과의 소통 활동에 함께할 회원 참여자들 모두 ‘사람’이다. 마을미디어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이들 주체의 임파워먼트에 있다. 미디어 제작 역량은 물론이고 민주적인 소통 역량까지 활동에 참여하는 주체 개개인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일 것이다.
특히 장애가 있어서, 언어가 달라서, 경제적인 이유로, 사회적 소수자라서 등 다양한 이유로 상대적으로 소외된 주민 집단에 마을미디어는 주목한다. 지난 2022년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에서 개최한 ‘사회적 임팩트 사례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노원 FM은 시각장애인복지관과 연계해 노원구청 소식지를 읽어주는 방송을 제작하고 있다. 영등포구 마을미디어 너나들이는 발달장애아동 참여자와 함께한 미디어 역량 강화 활동으로 수상했다.

재난이 일상화된 사회, 소통 매체로서 마을미디어 필요

2022년 8월 8일, 서울에는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특히 피해는 서울 남부지역에 집중되었는데 동작 FM은 동작구 공식 재난 정보를 SNS를 통해 전파하고,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 기후 위기 심각성에 대한 공론화 등 역할을 했다. 금천구의 마을신문 금천in도 금천구 지역 피해 소식을 온라인신문과 SNS를 통해 전파했다. 전국단위 지상파 방송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지역주민들이 모여있는 단체카톡방이나 네이버 밴드 같은 커뮤니티를 통한 전파는 무시할 수 없다.

2021년 8월 방송통신위원회는 서울 서대문의 서대문공동체라디오를 포함한 전국 20곳에 신규 공동체 라디오를 허가했다. 이곳들은 FM 주파수를 보유한 지상파 방송이다. 앞으로 많은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소규모 국지적 지역 단위에서의 재난방송의 역할을 기대해볼 만 하다.
미디어를 매개로 공론장을 형성하고 있는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성북마을미디어네트워크는 ‘마을은지금’이라는 프로젝트에서 지역 내 찬반이 뚜렷한 이슈를 다루는 토론 프로그램으로 ‘미디어실천’ 상을 받았다. 수상은 못 했지만 도봉구 은행나루 마을방송국에서는 녹지연결로 이슈와 관련해 주민 시위 현장 기록, 공사 현장 드론 촬영 콘텐츠 제작, 환경전문가 인터뷰 진행, 뉴스프로그램 제작 등 공론장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기도 했다.
이런 임팩트 있는 활동이 가능했던 이유는 지역 내 훈련된 활동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찬반 양쪽의 민원을 받고도 다음 방송을 또 기획할 수 있는 뚝심이 있는 방송 책임자, 영상 촬영과 편집은 물론이고 지역 이슈와 주민 이해관계에도 빠삭한 활동가 등이 그들이다.

마을공동체 미디어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

지난 2020년 정부는 방송통신위원회,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유관 부처 합동으로 <디지털미디어 소통 역량 강화 종합계획>을 내면서 마을공동체 미디어와 미디어 교육의 중요성을 포함했다. 같은 해 방송통신위원회와 행정안전부가 마을미디어 활성화를 위한 협약을 맺기도 했었다.
마을미디어 활동은 도시재생, 생활문화, 일자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하게 확장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전국에 마을공동체 미디어 조례가 기초, 광역 자치단체 합쳐서 총 26곳에 제정되었다(2022년 12월 기준). 2016년 말 전북과 제주도에서 마을공동체 미디어 조례를 최초 제정한 뒤로 6년 만의 일이다. 물론 조례만 있고 실질적인 예산 편성이나 사업이 없는 경우가 많고 별도 사업이 있는 곳은 26곳 중 5~6곳에 불과하다. 조례의 내용도 꼼꼼히 따져보면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많아 개정도 필요하고, 전국적인 조례 제정 운동도 필요하다.
앞으로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어떤 새로운 방식으로 공동체의 의제를 발굴하고 해결할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관계법 제정 및 정비, 기금 개발 및 배분 방식 개선, 공공 플랫폼 필요성에 대한 검토 등도 필요하다.

참고 사진
무료 이미지(https://www.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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