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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특성과 정서 담은 영화 만들고 싶다”

신문News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4-02-26 10:48
조회
321

http://www.bp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26781

 

“인천의 특성과 정서 담은 영화 만들고 싶다”[문화&사람] 권칠인 ‘관능의 법칙’ 감독

김영숙 기자  |  [email protected]
 

‘며칠 있으면 난 서른이다. 서른 살이 되기 전에 인생의 숙제 둘 중 하나는 해결될 줄 알았다. 일에 성공하거나 결혼하거나. 지금 난 여전히 일에 성공하지 못한 싱글이다. 그럼 어때? 마흔 살 즈음에는 뭔가 이루어지겠지 뭐. 아님 말고’

2003년 개봉한 영화 ‘싱글즈’ 여주인공의 마지막 대사다. 11년 만에 그녀들이 40대가 돼 돌아왔다. 그녀들은 여전히 ‘쿨’하고 당당했다.

‘우리가 또 우아한 맛은 있지. 맞아 우린 농염해. 그럼! 우린 치명적인 매력이 있으니깐’

13일 개봉한 영화 ‘관능의 법칙’의 마지막 대사다. 두 영화 모두 권칠인(사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여성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권 감독을 개봉 전날 경인전철 백운역 근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제가 만든 영화 중에 개봉 전 반응이 가장 뜨거워요. 인터뷰와 시사회로 바쁘게 보내고 있고 이번 주부터 전국적으로 개봉관 무대인사를 하러 다녀야죠”

영화인들이 인천으로 무대인사를 오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서울 근거리에 위치한 애매모호함이 이유인데, 권 감독은 개봉 첫 주 토요일 저녁, 구월동 롯데시네마에 올 계획을 세웠다. 인천을 향한 그의 마음이다.

“백운역 근처 산곡동 현대아파트에 부모님이 살고 계세요. 저는 지금 용인에 살지만 강화도에서 태어나 서른 살까지 인천에서 살았어요”

권 감독은 인천 사람이다. 그 인연이 3년 전 인천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의 자리로 이어졌다.

“영상위 역할은 영화 전문가들이 행정과 영화산업을 연결하는 것입니다. 충무로 영화산업 주체들을 인천으로 유인하고, 인천의 자생적 영상산업을 육성하는 일을 하죠”

권 감독에게는 문화에 대한 분명한 철학이 있다. ‘문화는 복지’라는 것이다.

“문화라는 게 그 도시의 수준을 평가하는 척도인데, 인천은 서울이 흡수하는 게 많아서 상대적으로 척박해요. 6대 시의회에서 상임위원회 이름을 ‘문화복지위원회’로 바꿨어요. 괜찮은 발상이죠. 문화도 복지라는 개념이 형성돼야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문화향유권을 확대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영화진흥위원회에서 7개 특별ㆍ광역시를 상대로 인구 1인당 1년에 보는 영화 편수 통계 결과를 발표했는데, 인천이 제일 낮았다.

“먹고 살기 힘들어서 그래요. 저축은 쓰고 남을 걸 하기도 하지만 일정 정도 먼저 떼기도 하잖아요. 인천은 먹고 사는 문제로 문화가 우선순위에서 뒤처지고 있죠”

인천 고유 정서 담은 영화 만들고 싶어

  
▲ 권칠인 ‘관능의 법칙’ 감독

인천을 남달리 생각하는 권 감독은 특히 중구 신포동에 애정이 많다.

“인사동보다 더 재밌는 곳이 거기예요. 인천의 지역적 특성과 정서를 살리면 상인들과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이 있겠죠. 아직도 40년 전 선술집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있는 곳도 있고요”

뿐만 아니라, 인천은 영화 찍기 좋은 동네라는 걸 강조한다.

“인천에서 많은 영상이 촬영되고 있어요. 조건이 좋아요. 공항과 항만을 찍으려면 인천에 와야 되죠. 또한 도서지역도 있고 미래도시인 송도도 있죠. 구도심은 과거의 모델로 좋고요. 다양한 배경이 있어요. 인천은 생활자체가 세트장입니다. 이런 곳에서 인천의 고유 정서를 담을 수 있는 영화를 찍고 싶어요”

그가 말하는 ‘인천의 고유 정서’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변두리 정서죠. 제가 초등학교 때 60만명이었는데 외부에서 유입된 인구의 증가로 지금은 300만명에 육박해요. 예전에는 충청도와 호남에서 배를 타고 인천에 왔어요. 서울로 곧장 가지 못하고 머물러 있다가 주저앉게 된 거죠”

지금은 서울에서 밀려난 사람이 모이는 곳이 인천이라는 말도 있다. 서울의 집 값 상승으로 부천으로 밀려나고, 더 어려워지면 인천으로 온다는 뜻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인천이 이런 곳이었던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문화의 선도적인, 상징적인 곳이기도 했다.

중구 경동 238번지에 위치한 애관극장은 올해로 116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극장이다. 1907년 종로에서 개관한 단성사보다 무려 12년이나 앞서 지어졌다. 1895년 협률사(協律舍)라는 이름으로 개관했는데 이후 1921년에 ‘보는 것을 사랑한다’는 뜻의 애관(愛觀)이란 이름으로 바뀌었다.

지속가능한 영화생태계를 위해

개봉 다음날 본 ‘관능의 법칙’은 재미있었다. 적절한 판타지와 현실 사이를 오갔으며 질펀한 성(性)을 소스로 가미해 맛있는 음식으로 만들었다.

“영화는 대중예술이에요. 무조건 재밌어야죠. 한 사람한테 열 개를 주는 것보다 열 사람한테 하나씩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미를 주는 데 성공한 이 영화는 그 외에도 몇 가지 의미가 더 있다. 2012년 제1회 롯데엔터테인먼트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14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선된 시나리오로 만들어졌다.

“공모전에 당선된 영화가 잘 되면 시나리오 작가들이 안정적으로 창작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11년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가 생활고로 사망하자, 이 사건을 계기로 2011년 11월 17일 ‘예술인복지법’ 이른바 ‘최고은법’이 제정, 시행됐다. 예술인들의 열악한 환경에 최소한의 보장 장치지만, 현실을 바꾸는 건 요원하다.

“두 번째는 표준계약서가 처음으로 적용된 영화라는 것입니다. 앞으로 갈 길은 멀지만 스텝들에게 최저생계비가 적용되고 지속가능한 영화생태계를 정착시키는 데 조금 빨리 나갈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4대 보험 적용과 12시간 이상 촬영 안 하기, 촬영을 더 하려면 합의해야하고 촬영이 끝나면 12시간 휴식하기, 일주일에 하루 유급휴가 등 기본적인 것이라고 하지만 엄청난 발전이다.

“그리고 또 하나 있어요. 작년에는 강한 남성들의 이야기가 많았죠. 사는 게 힘들어지니까 자극적인 게 필요했다고 봐요. 제 기억으로는 40대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미드나잇’이 개봉됐다. ‘비포 3부작’의 최신작이다. 감독은 1995년 ‘비포 선라이즈’를 시작으로 2003년 ‘비포 선셋’에 이어 이번 영화를 만들었는데, 줄리델피와 에단호크의 멋있게 나이 들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인 영화다. 권 감독에게 ‘싱글즈 3부작’을 부탁했다.

“그나마 엄정화 같은 배우가 있으니까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거죠. 예전에는 여배우의 수명이 짧았잖아요. 이 배우는 독보적인 존재예요. 이런 류의 영화가 헐리우드에서는 가능하죠. 영화시장이 넓고 다양한 영화의 매니아층이 두터워 제작비를 뽑을 수 있지만 우리는 쉽지 않죠”

영화로 소통의 즐거움을 맛보다

권 감독은 영화를 만들면서 ‘소통’의 즐거움을 최고로 뽑는다.

“처음에는 영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다른데, 만들면서 그림을 맞춰요. 영화는 의사소통이 중요한 집단지성의 산물입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발견과 즐거움이 영화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적용되고요. 통하는 느낌은 1980년대 거리에서 스크럼하며 연대할 때의 즐거움이라고나 할까요. 전율이 느껴지죠”

마지막으로 영화의 길을 꿈꾸는 이들에게 해줄 한마디를 부탁했다.

“영화는 아주 쉬워요. 꿈꾸지 말고 그냥 하면 돼요. 요새는 핸드폰으로 촬영하고, 제작비 300만원으로 베를린(영화제)에 가는 세상이에요. 영화를 만들면서 재밌으면 계속하고, 싫증나면 그만하면 되지요. 소설가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은 소설을 쓰는 거예요.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생각하면 그냥 영화를 만들면 돼요”

권칠인 감독과 ‘우리 언니들’이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올 로케이션 장소가 인천이면 금상첨화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