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펼쳐지는 장, 마을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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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펼쳐지는 장, 마을축제

청년문화기획 <하다보니> 이영은, 유진선, 유재현 인터뷰


청년문화기획 <하다보니>를 만든 건 가정동에서 자란 세 친구들이었다. 중학교 동창 셋이 학창시절 이야기를 할 때면 대화의 무대인 동네 에피소드가 빠지지 않았다. 어느덧 20대 후반, 동네는 왜 예전만큼 재미있는 곳이 아니게 되었을까? “동네에서 술만 마시지 말고 색다르게 만나서 놀고, 소통하고 싶었”던 이들은 어린 시절이면 나들이를 왔던 콜롬비아 공원에 그 장을 열었다. 올해 시작된 <콜롬비아공원 축제>는 가정동의 젊은 청년들, 주민들이 소소하게 시작한 마을 축제다. 이들은 “축제는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이 펼쳐지는 장”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동네에서 뭘 해볼까?” 하는 생각은 어떻게 현실이 됐나요?

이영은 : 문화재단에서 공동체 지원사업으로 <청년 동네를 상상하다>를 공고했다. 여기에 지원하기 위해 우리 셋이서 몇 주간 아이디어 회의를 했다. 무엇을 할지, 대상을 누구로 할지, 어디서 할지 등등. 만나서 놀 때처럼 이야기를 나눴다. 여기서 살았던 얘기, 노는 얘기, 동네에서 재밌었던 얘기,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등 이야기를 하다보니 콜롬비아공원에서 축제를 기획하게 되었다.

유진선 : 공모를 위해 석남동, 신현동, 가좌동 세 지역을 고민하고, 조사를 했다. 사실 어느 동네도 목표가 아니었고, 콜롬비아 공원이 목표인 것도 아니었다. 친구들끼리 이야기를 하다보니 재밌어서 아이디어가 됐고, 그게 이어지면서 과정 중에 만들어지게 된 거다.

유재현 : 공모사업명이 <동네를 상상하다>잖나. 말 그대로다. 우리가 평소 이야기하던 것들이 지원사업을 통해 동네에서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일들로 만들어질 수 있을 거라고 봤다. 그래서 사업을 제안하게 된 거고. 그러다가 풀어낼 어린 시절 이야기가 더 많고, 루원시티 개발로 인해 많은 것이 사라진 가정동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유진선 : 가정동이 철거되기 전에 작가들이 와서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했다고 하더라. 그런데 그 작가들은 동네에서 살아온 사람이 아니잖나. 외부에서 들어와 외부의 시각으로 동네를 바라본 것이기 때문에 자기 동네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거다. 우리가 우리 동네를 관심 있게 본다면, 새롭게 즐길 꺼리가 생겨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청년문화기획 하다보니’, 작명 속에 숨은 뜻이 있나요?

이영은 : 팀 이름을 지을 때 고민을 많이 했는데, 밥 먹고 술 마시던 중에 정해졌다. 여러 후보 중에서도 우리가 하는 일이 하다보니 이렇게 된 거라서 <하다보니>로 결정했다. 느낌도 좋고 예뻐서 마음에 든다.

유진선 : 친구들과 종종 문화재단이나 아트플랫폼 입주 작가 협업 프로그램을 보러 가곤 하는데, 그런 관심사가 있다 보니 개별적으로 관심을 나누다가 문화예술 기획을 하게 된 거다. 이걸 위해 공모사업을 시작한 것도 아니고, 전공자라서 한 것도 아니지만 하다보니 이렇게 된 거라는 뜻에서.

유재현 : 이름이 재미있는지 다들 좋아하시더라. 사실 우리가 정치를 하는 것도 아닌데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하는 것 보다는 즐겁게 하면서 재미있는 방향으로 일이 흘러가는 것이 좋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경쾌하게, 즐기면서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일이 잘 안 풀린다 해도 “하다 보니 이렇게 될 수도 있네”할 수 있고.

콜롬비아공원 축제에서 했던 일들은?

이영은 : 플리마켓에서는 안 쓰는 물건, 손수 만든 공예품을 들고 나와서 장터를 열었다. 1회 때는 쫄딱 망했다.(웃음) 플리마켓을 자주 다니는 분들이 셀러로 참여하셔서 고체향수나 악세서리를 내놓으셨는데, 장년층, 어르신들이 많이 오셔서인지 구매욕구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1회 참여자들이 2회 때는 오시지 않으셨다.(웃음) 2회 때는 품목도 더 적고, 10월이라 행사가 겹쳐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젊은 층이 많이 와서 그런지 셀러들이 거상이 되어 돌아갔다.

유진선 : 버스킹 공연 팀도 당황해 했다. 20~30대, 가족 단위가 가장 많을 거라고 하며 섭외했는데, 어르신들이 오셔서 조용필 노래 안하냐고 하니까 당황스러웠을 거다.(웃음) 2회 때는 젊은 가족 단위로 왔기 때문에 애기들이 좋아하는 스티커 종류도 잘 나가고, 방향제는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그분들은 내년에도 또 오고 싶다고 한 것 같다.(웃음)

유재현 : 커뮤니티 아트는 동네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내용, 동네를 재밌는 공간으로 재생시켜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동네 주민들이 참여하려면 무엇보다 쉬워야 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어야 참여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단 우리가 답사를 다니면서 길, 건물, 정류장, 표지판 등 동네 사진을 찍으러 다녔다. 그걸 인화해서 지도를 만들었다. 가정동은 경인고속도로를 기점으로 1~3동이 나뉜다. 지금 가좌3동은 아무것도 없는 벌판인데, 사람들이 그 위에다가 기억 속에 있는 동네(우리가 살던 집, 떡볶이 가게 등)를 그렸다. 어린아이들은 상상 속 앞으로의 동네를 그리고, 어른들은 추억을 그리고.

이영은 : 한 친구가 지금은 없어진 떡볶이 가게 이야기를 했는데, 잊고 있던 근처 산부인과, 빵집, 뷔페, 친구네 집, 봉수초등학교, 과일가게가 덩달아 생각이 나더라. 그렇게 지도가 기억 속에서 완성이 되었다. 사람들이 사진을 보며 추억을 되새기는 걸 보면서 쉽게 잊혀지는 것이 아니구나 싶었다.


친구들은 축제에 대해서 뭐라고 하던가요?

유재현 : 재미있어 한다. 이런 시도가 잘 없었으니까 호기심이 생겨서인 것 같다. 같이 하고 싶다면서 도움이 필요한 게 없는지 묻기도 한다. 뭐든 좋다며 막일이라도 시켜주면 하겠다고 하더라.(웃음) 친구들이 정말 많이 도와줬다.

이영은 : 1회 축제는 처음 해보는 거라 모두들 우왕좌왕했었는데 2회 때는 친구들도 한번 해봐서인지 역할분담이 착착 이루어졌다. 우리가 할 일이 없어서 놀고 있을 정도였다. 함께 만들었다는 느낌이 즐겁다.

콜롬비아 축제 준비팀을 꾸려서 진행했던데?

유진선 : 지인들이 아름아름 도와주기도 했지만, 페이스북에서도 크루를 모집했다. 그중 글만 보고 자발적으로 온 친구가 있다. 심지어 이 동네도 아니고 산곡동 쪽에 사는 친군데, 예전에 가좌동에서 살았던 기억 때문에 참여하고 싶었다고 하더라. 그렇게 모르는 사람들과도 만날 수 있다는 게 좋았고 신기했다.

이영은 : 축제 포스터를 붙이러 다닐 때, 동네 태권도 관장님이 관심을 가져 주시면서 만남이 생겼다. 그 계기로 미술학원에도 찾아가서 참여를 부탁하게 되는 등 학원들과 함께한 덕분에 동네 마을축제 같은 느낌이 됐다.

축제 홍보는 어떻게 하셨어요?

이영은 : 8월에는 350명 정도, 10월에는 400명도 넘게 오셨다. 준비팀에서 포스터를 붙이러 다니고, 전단지도 나누어 주고, SNS로 홍보를 했다. 그밖에 서구청 소식지에 구정 소식으로 실리기도 했다.

시장상인회 연락처를 물어물어 가며 상인회장님을 만나게 되었다. 우리가 어떤 것에 관심이 있고, 축제를 할 수 있게 된 자초지종을 소개해 드렸더니 너무 좋아하시더라. 시장 전광판에다 축제 소식을 띄워 주시기도 하고, 시장에서 진행되는 초등학생들 시장 견학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축제와 날짜를 맞춰 주셔서 시장 프로그램과 콜롬비아공원축제가 연계 코스로 진행될 수 있었다.

유재현 : 동네 가게에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다니던 헬스장이 친구가 직원으로 알바를 하는 곳이었다. 회원님들이 볼 수 있도록 게시판에 붙여 달라고 했는데, 그것도 홍보가 많이 됐다. 동네 밥집, 맥주집에 갈 때마다 다 먹고 난 다음 붙여놓고, 아는 카페에 붙이고. 포장마차에서 사람들에게 설명해 주고 그랬다. 특별히 칼국수집 사장님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동네에 관심이 많으신 분인데, 우리가 홍보할 때 “마침 동네가 재미없던 참이었다”며 적극적으로 포스터를 붙여 주시고, 리플렛을 나눠 주셨다.

이영은 : 8월 축제 때 생각보다 가족 관람객이 없고 어르신들이 많아서 고민이 있었다. 그런데 태권도 관장님과 아이들이 오니까 학부모들이 오시고, 그 아이들 친구들이 오면서 축제가 젊어졌다.

그리고 모교인 가좌여중에서 꿈을 키우고 있는 친구를 무대에 세워주고 싶었다. 그래서 공연예술고 진학을 희망하는 친구를 섭외해서 공연 무대를 마련했다. 그 친구가 알차게 20분을 짜 와서 혼자 멘트하고 공연을 했다. 그 친구의 친구들이 오게 됐고, 그래서 젊은 층의 참여가 많아졌다. 2회 때는 홍보물을 학교에 붙이고, 현수막도 학교 쪽으로 달았다.

상인회, 학원, 상점들과 우연한 협력들이 생겨났네요!

이영은 : 하다보니 그렇게 됐다.(웃음) 2회 축제를 준비할 때는 좀 힘들었다. 누가 도와줄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관장님과 연이 닿으면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자비로 현수막을 찍어서 홍보를 도와주시고..

유재현 : 관장님도 30대 초반 청년인데, 함께 밥도 먹고 술도 마시면서 이야기하다 보니 동네 아이들이 즐길꺼리가 부족해서 아쉬웠다고 한다. 태권도 학원 차원에서는 공간을 빌려서 발표회를 하기도 하잖나. 그런 걸 선보일 장이 필요하기도 했다더라. 아이들에게 무대에 서는 경험을 주고 싶으셨다고 한다.

직장을 다니는 와중에 준비하기가 녹록치 않았을 텐데.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어떠셨나요?

이영은 : 준비할 때는 힘들었는데, 하고 나서 생각해 보니 재밌게 잘 한 것 같다. 1회 축제가 끝나고 나선 흥분되서 잠을 못 잤다. “진짜 했구나, 사고없이 잘 끝났구나” 하는 마음이었다. 당일은 그런 묘한 기분에 지냈다. 축제 전날은 걱정 되서 잠을 못 잤는데, 엄마도 잠을 못 주무시더라. 새벽2시까지 잘한 일, 못한 일, 아쉬운 일, 앞으로 할 일들에 대해서 엄마랑 이야기를 나눴다.

행사 당일에는 우리 가족들도 다 오셔서 거들어 주시고 그랬다. 친구들은 우리가 뭔가 했다는 것도 신기한데 주체가 된 것도 신기해 했고, 무엇보다 사람이 생각보다 많이 와서 기뻤다. 처음엔 ‘백 명만 와도 만족스럽겠다.’, ‘친구들로만 채워져도 좋겠다’ 싶었는데. “대박!” 을 외치게 되었다.

유진선 : 축제가 끝나고 만족도 조사 설문을 했는데 사람들이 ‘하고 싶은 말’ 코너에 내년에도 또 했으면 좋겠다고, 재미있었다고 평가해 주셨다. 무엇보다 공원이 아예 없어졌다고 생각했던 분들이 많았는데, 축제를 통해 공원을 재발견한 분들이 있었다. 그것만 해도 충분히 좋은 일이었던 것 같다. 오프라인 홍보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그 공원 아직 있어요?” 였거든.

축제를 하면서 셋의 사이는 더 친해졌나요?

유진선 : 원래 셋 다 중학교 동창이라 알긴 아는 사이이긴 해도 놀때 만나는 친구들은 각자 달랐다. 이거 하면서 자주 만나게 되니 친해진 면이 있다. 이게 아니고서는 만나지 않았을 테니까. 회의하면서 자주 만나고. 밥도 먹고 술도 마시다 보니까 아무래도.(웃음)

이영은 : 관계는 좋아지는 쪽으로 간다. 다만 사업을 하면서 서로 다르다는 걸 정말 많이 깨달았다. 이래서 아이돌그룹이 깨지는구나 싶었다.(웃음) 13년간 친구였는데도 그동안 알고 지낼 때는 몰랐던 부분도 사업하면서 알게 되는 게 많았다. 시간이 지나면 훨씬 더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끈끈해질 거라 생각한다.

일하면서 서로 예민해질 때가 있었다. 혼자선 막 심각한데 피식피식 웃음이 나더라. ‘우리가 일 때문에 사이가 나빠질 필요가 없는데 갑자기 예민해지기도 하는구나.’ 냉랭해지기도 하는 게 너무 웃긴 거다. 일은 일이고 친구사인 친구사이지.

유진선 : 친구다 보니까 ‘좋은 게 좋은 거지’, ‘어련히 알아주겠지’ 싶은 마음으로 있곤 하는데 “뭐지? 왜 설명해주지 않지?” 하게 되는 것들이 사소한 부분에서 생긴다. 친구사이이기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생긴다.

이영은 : 정말? 내 경우에는 친구니까 부연설명을 더 안했는데. 일적인 관계에서는 설명을 많이 하는 편인데 친구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던 것 같아. 어쨌든 술 마시면서 얘기하고 풀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영은 : 일단 축제에 도움을 주신 분들과 모여서 평가회를 가지려 한다. 그리고 내년에도 사업에 공모할 계획인데, 지원을 받으면 어떻게 구성해 나갈지, 지원을 받지 않는다면 어떻게 준비할지를 정하려 한다.

개인적인 목표로는 축제가 과정 속에서 결과로 나왔으면 좋겠는데 아직은 경험이 없고 부족한 탓에 축제 전에 일상적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나 프로그램 없이 우리끼리 이벤트만 만든 거라서 아쉽다. 시장상인회 안에서, 혹은 청년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해 나가면 좋겠다. 정 콘텐츠가 없으면 공원에서 족구대회 피구대회를 열 수도 있다. 일상적인 프로그램 속에서 축제를 발견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이벤트가 아닌 일상이 쌓여서 펼쳐지는, 함께 만드는 장이길 바란다.

유재현 : 동네와 점점 친해지고 있는데, 이걸 마을 단위에서 같이 키워 나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모르는 친구들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청라보다 가정동에 20대가 더 많다고 하던데 다들 어디서 뭐하고 노는지 궁금하다. 청년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 네트워킹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홍보를 위해 페이스북을 돌아다니다 보니 인천 서구 이야기모임 페이지가 있더라. 사람들은 만나기를 원하고, 인연을 이어가고 싶어 하는데 정작 오프라인에서는 남남이다. 그런 것들이 실제 오프라인 만남으로 이어지면 즐겁지 않을까? 사람들은 집 앞에서 편하게 만날 수 있는 동네 친구. 그런 친구들을 원한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유진선 : 정치를 보면 지역 의원들 대부분이 이것저것 해주겠다고 출마해서 구의원, 시의원 등을 하고 있는데, 따지고 보면 완전 다른 지역에서 살다가 여의치 않으니까 오는 것 아닌가? 그것보다는 여기서 살면서 뭐가 필요한지, 뭘 해야 동네가 발전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들의 의견이 반영되고, 실현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떤 이익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의해서 좋은 동네 를 만들자는 취지이다.

유재현 : 축제를 준비하면서 “왜 서구에서 그런 걸 해?” 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서구에서 문화예술은 안될 거라는 인식이 바뀔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한 번의 축제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는 없지만, 공통의 경험을 거친 사람들 안에 갖게 된 무언가를 본다면, 가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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