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웃은 돈으로 살 수 없다 – 마을공동체 지원센터장 인터뷰 [인천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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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이웃은 돈으로 살 수 없다”
  • 인천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 박종열 센터장을 만나다
  • 14-06-11 22:17ㅣ 이재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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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 부를 좇아 달려가면 언젠가 행복하게 웃을 날이 올까. 마을재생, 개발, 공동체 같은 말이 낯설고 어렵다면 그건 ‘바로 내가’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인천에서도 함께 잘 사는 동네, 더불어 사는 마을,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움직임들이 있다. 이기적이고 돈밖에 모르는 사회를 훈훈한 이웃이 있는 사회로 만들어가는 노력. 지난해 12월 중구에 오픈한 인천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 박종열 센터장을 만나 따듯한 마을 만들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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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천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 박종열 센터장(68)



    – 인천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는 지난해 12월에 오픈했습니다. 이제 6개월 정도 되었는데요, 마을공동체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타 지역에 비해 인천의 지원센터 개설은 다소 늦은 편인 것 같습니다. 어떤가요.


    -> 서울은 재개발, 뉴타운 건설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인식하고 마을만들기 활동을 시작해 공동육아, 마을 학교, 문화 등을 성공적 케이스로 이끌어냈어요. 여러 가구가 모여 사는 코어 하우징도 3호까지 만들어졌어요. 도봉구에 4호가 준비 중이고요.


    인천에서도 계양구 계양산 아래 지역주민이 코어 하우징 모임을 만들어 스터디를 하고 있어요. 공동체지원센터에서 마을 주민들이 공동체 꾸리는 것을 돕고, 준비가 잘 돼 가는지 체크합니다.


    마을사업은 단순히 주거환경 관리만 하는 게 아니라 재정착할 수 있게 개발해야 합니다. 서울에는 ‘주민참여형도시재생사업 매뉴얼’도 있어요. 인천도 ‘관리’에서 ‘재생사업’으로 변화해 성공사례를 만들어야 해요. 서구 가좌동의 ‘늘푸른 도서관’, 인문학 도서관 ‘느루’, 부평의 ‘동네야 놀자’, 연수동의 ‘마을과 이웃’, 동구 배다리 지역 등이 꾸준히 마을공동체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그동안 어떤 일을 해오셨나요. 특별히 어려운 점이 있다면요.


    -> 지원센터의 힘으로만은 안 되고 민관이 협력해야 해요. 자치센터가 마을사업의 중심이 될 필요가 있습니다. 공무원이 함께 나서야 해요. 통장도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극, 교육을 해서 활동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의 과제예요.


    서울은 구별로 컨설팅을 해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150-200만원 정도 지원이 돼요. 인천은 예산이 많이 부족해요. 공모사업이나 센터 운영비로도 빠듯합니다. 교육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돼요. 현재 찾아가는 마을 컨설팅, 인문대학, 집담회를 하고 있는데 컨설팅 양성교육은 진행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 직원이 5명인데 각각의 역할과 자리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총괄자로서 센터장님은 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 이전에는 목회활동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 달동네라고 불렸던 송림6동에서 사랑방교회를 운영했습니다. 재개발이 결정되자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2년 동안 투쟁했어요. 2004년에 조합을 만들어 건설사와 합의를 이뤄냈어요. 합의내용이 조합원의 분양가는 올리지 말고 일반인의 분양은 적당한 가격을 매기자는 거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원래 동네에 살던 사람들이 조금 싼 값에 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현재 그 아파트 노인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습니다.


    송림동에 있던 교회를 판 돈으로 도화동에 건물을 사서 1층에는 외국인노동자 센터를 두고 2층에는 교회를 지었어요. 몇 년간 목회활동을 하고 지금은 후배가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서구 같은 경우 안정된 지역이라 주민이 이웃을 돌보고, 환경을 깨끗이 하는 마을 운동이 필요합니다. 반면에 소외지역은 가난한 자가 쫓겨나지 않고 같이 살면서 마을 재생을 위해 힘쓰는 움직임이 필요해요. 지역마다 이슈, 상황의 차이가 있습니다. 제가 경험이 많으니 전체 흐름 속에서 선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마을’은 어떤 지역을 대상으로 쓰이는 말인가요. 아파트 단지는 마을이 될 수 없나요.


    -> 지금 시골이라고 불리는 곳…, 예전에는 차 없이 드나들 수 있는 이웃이 모여 있는 곳이 마을이었어요. 좀 더 큰 마을은 학교, 시장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역을 뜻했죠. 마을은 동네보다 큰 개념입니다. 읍, 면 단위로 교육과 문화가 함께 하는 것이 마을이죠.


    송림동을 예로 들면 풍림아이원이나 휴먼시아 같은 아파트 단지가 작은 마을이고, 시장, 학교 중심으로, 송림 로터리를 경계로 하면 큰 단위가 됩니다.


    도시는 공동체가 중첩돼요. 동네라는 개념이 남아있지 않으니까요. 요즘에는 차로 어디든 갈 수 있어서 공동체 개념이 사라졌어요. 싸게 살 수만 있으면 옆 마을에 있는 마트에 가면 되고, 집에서 인터넷으로 주문할 수도 있고요. 동네에 있는 상점을 이용하면서 동네가 살아나고 마을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함께 먹고 사는 나눔의 공간이 돼야 합니다.



    – 마을공동체 사업이 가장 잘된 모범 지역이나 벤치마킹하는 사례가 있다면요.


    -> 경기도 안산, 시흥, 수원이 잘 돼 있어요.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제정구 선생님은 철거민들을 데리고 신천리에 와 집을 만들고 빈민운동을 했습니다. ‘작은자리’라는 사회복지관도 만들고 장애인복지관, 시니어클럽 등 지역과 연계된 일을 많이 했어요. 그때 마을 운동했던 사람들이 시장도 되고, 구의원도 되고, 국회의원도 됐어요. 네트워크가 그만큼 강했던 겁니다.


    수원 화성시 주변에는 화가출신들이 들어가 살면서 유명해졌어요. 시민 운동했던 분들이 마을 르네상스를 만든 거죠. 요즘도 화성에서 축제를 하면 관광객이 100만 명 이상 옵니다. 유네스코로 지정된 화성의 역사를 보존하려는 목적도 있죠.


    서울은 봉천동, 신림동, 도봉구, 은평구 중심으로 빈민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지역의 재생을 돕고 주거복지에 관심을 갖습니다. 은평구의 ‘두꺼비하우징’은 주민과 함께 하는 대표적인 주택개량사업입니다.


    올 1월에 최저주거법이 통과됐어요. 사회복지 차원에서 주택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거죠. 생활소득, 주거 상태를 파악해서 기초생계비에 주거비를 따로 분리해서 계산하겠다는 거예요. 형식적인 행정에 그치고 않았으면 합니다.



    – ‘마을 만들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사회생활에서도 인간관계가 가장 어렵듯이 ‘사람을 포용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뜬구름 잡는 식의 구호가 아니라 생활 속으로 들어가 사람과 사람을 잇는 방법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 새마을운동을 하던 시절에는 정부 지시로 길도 생기고 지붕도 만들어 주고 했어요. 지금은 마을이 해체돼 있습니다. 황량한 채로 우범지역으로 변한 곳도 많아요. 아파트가 생기면서 개인밖에 모르는 사회가 된 거죠. 저층주거지에서는 살인도 일어나곤 합니다.


    공동체는 협력과 협동, 보살핌이 있어야 합니다. 사람의 공동체, 차별 없는 공동체가 돼야 해요. 브랜드 아파트와 임대 아파트 사이에 담이 있어서는 안 되죠. 장애인, 외국인노동자와 어울리려 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기심을 극복하려는 가치관이 필요합니다. 돈이 있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뚝딱뚝딱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죠.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고 희망을 줄 수 있는 활동가가 많아져야 합니다. 가치관의 공유를 통해 사람들에게 자극을 주고요. 지원센터에서 공모사업도 하고,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혈관이 막히지 않도록 정부가 행정적으로 도움을 줘야 해요. 그게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일입니다.



    인천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www.incheonmaeul.org)

    마을 관련 소식, 집담회 일정, 지원사업 등을 확인할 수 있고, 활동가들의 인터뷰가 실린 ‘웹진’도 구경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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