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주도의 저층주거지 관리사업, 실험은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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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주민 주도의 저층주거지 관리사업, 실험은 계속되어야 한다

유정복 시장의 일방적 결정 재고하고 제대로 살려나가야

14-08-24 14:26ㅣ 민운기 스페이스 빔 대표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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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 위기에 처한 저층주거지 관리사업

민선 5기 송영길 인천시정부 시절 시작하여 현재까지 진행되어 오고 있던 저층주거지 관리사업이 난파될 위기에 처해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813일 인천시가 인천시의회에 제출한 제1회 추경예산안 중 이 사업 관련 예산은 기존 328억 원에서 286천만 원만 남기고 모두 잘려 나갔다고 한다. 당초 예산 규모에서 10분의 1 규모로 축소하면서 올해 사업 추진구역으로 선정됐던 13곳 중 이미 교부금 전액을 집행한 3곳을 제외한 10곳의 예산을 모두 삭감하였다고 한다. 이 안이 시의회에 상정되어 원안대로 통과되면 이 사업 추진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결국은 폐기될 거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보도를 접하며 당혹감을 감출 수 없는 것은, 민선 6기 유정복 시정부가 들어서면서 유 시장이 시민 위주로 편성하는 방식으로 예산 운용의 기본 틀을 바꿔야 할 것이라며 추경예산 편성 과정에서 불요불급한 예산이나 비효율적인 예산은 과감하게 줄이겠다고 밝힌 내용을 접한 바 있어 재정 위기 속에서 나름 합리적인 예산 편성과 운용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 같아 나름 기대한 바가 있었는데, 그 대상에 저층주거지 관리사업이 포함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층주거지 관리사업 추진에 대한 의구심과 기대

이 사업은 2012년 말 원도심 활성화의 일환으로 추진하여 2013년부터 재개발 구역에서 해제된 지역을 우선 사업 대상으로 선정하여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시행하였다. 5명 이상의 주민이 연대서명을 통해 사업을 제안하고, 관할 기초자치단체장이 사업을 시행하는 방식으로, 해마다 대상지역과 사업내용을 선정(20138, 201413)하여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주거환경관리사업 내용을 논의하고 이를 계획수립용역에 반영해 진행해왔고 또 그럴 계획이었다. 인천시는 주민 제안에 따라 도로주차장공원 등 기반시설, 공부방놀이방마을회관공동작업장 등 공동이용시설, 마을벽화안전시설담장 허물기 등 기타 사업에 대해 예산을 지원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사업에 대해 당시 필자는 우호적인 입장은 아니었다. 인천시가 원도심 활성화를 내건 전후 사정을 살펴볼 때, 그것은 지금까지 도시 재생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전면철거 방식으로 이루어진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이 지닌 여러 심각한 문제점들에 대한 반성 위에서 어떤 패러다임의 전환을 도모하려는 것이 아니라 경제 위기와 부동산 경기 하락 등 여러 대내외적인 상황 변화와 여건으로 인해 더 이상 이를 진척시킬 수 없게 된 상황에서 그 동안 재산권 행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피해 의식이 팽배해 있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악화된 감정을 뒤늦게라도 달래기 위한 고육지책의 성격이 짙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송영길 전임 시장이 그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임기 초기부터 관심을 갖고 중장기 계획을 마련하여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준비를 해왔어야 했는데, 지방선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기에 구월동 종합터미널 부지를 팔아 마련한 돈으로 급작스레 추진하면서 선심성 논란도 제기되었고, 단기간에 성과를 보이기 위해 성급한 추진 일정을 잡아놓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의 필요성을 느낀 것은 시장의 의도 또는 목적대로 움직여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이렇게라도 해서라도 그 동안 도시 재생이라는 이름으로 해당 지역의 역사 문화적 자산을 파괴하고, 주민 공동체를 와해 또는 소멸시켜 왔던 전면철거 방식만이 아닌, 이를 잘 살려나가는 가운데 주거 환경의 개선은 물론 삶의 질 또한 높일 수 있는 사례를 만들어 그 가능성을 직접 확인하고 이를 곳곳에 파급시킬 수 있겠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더욱이 그 동안 위로부터 내려오는 행정의 대상으로만 머물렀던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어가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실질적인 수행 주체로 나설 수 있도록 조건을 붙인 것은 인천시에서는 전례가 없는 풀뿌리 주민자치 실험의 장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드러낸 사업

물론 실제 사업의 진행은 전 사업 구역이 이러한 기대처럼 움직여주지는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사업 구역에 따라 주민 참여율이나 주도성, 진행의 방식 및 사업 방향과 내용 면에서 적지 않은 편차가 있었다. 주민 참여가 잘 안 이루어져 회의 자체가 어려운 곳이 있었는가 하면, 적지 않은 참여 속에 사업 취지에 맞게 수차례에 걸쳐 회의를 하고, 타 지역의 사례도 확인해보고, 의견 차이가 생기면 별도 모임도 가져가면서 합의를 끌어낸 모범적인 곳도 있었다. 어떤 구역은 처음부터 행정이 이미 결정하거나 생각한 내용을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하면서 그 내용이 좋고 나쁨을 떠나 주민 동의를 끌어낸 곳이 있는가 하면, 역으로 극단적인 반발을 불러온 곳도 있었다. 또한 한 마을 내에서도 시기에 따라 굴곡을 보인 경우도 있었다.

필자가 참여했던 배다리구역의 경우 공영개발을 둘러싸고 주민들이 찬반으로 나뉘어 반목을 해온 지 오래된 상황에서 이 사업을 계기로 주민협의체를 구성하고 주 1회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얼굴을 맞대고 서로의 생각을 확인하는 기회가 마련되기도 하였다. 오랜 시간에 걸쳐 패인 골을 쉽사리 메우긴 어려웠지만 그래도 지속적인 만남을 이어간 결과 적지 않은 분들이 어려운 개발 여건을 인정하고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가는데 마음을 모으게 되었다. 또한 처음에는 개발이 무산된 데 따른 개별 가구에 대한 보상 차원의 사업인 줄 알고 나왔다가 아닌 것을 알고 더 이상 참여를 하지 않으며 속내를 드러낸 분들이 있는가 하면, 특정 개인의 사적 이익이 아닌 모두를 위한 사업이 되어야 한다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거나 넓힌 분들도 있었다.

이렇듯 작지만 소중한 변화가 이어지며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들과 우선순위를 정하는 결과를 만들어내었다. 그 와중에 어려웠던, 아니 도움이 안 되었던 측은 오히려 행정이었다. 주민들과의 논의나 합의 과정도 없이 워크숍을 행정적 근거로만 활용하려 하면서 미리 계획한 사업을 관철시키려 꼼수를 피우다 주민들의 반발에 직면하여 결국은 포기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일방적인 결정 재고하고 제대로 살려나가야

이렇듯 저층주거지 관리사업은 여러 한계와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새로운 가능성 또한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점에서 현명한 태도는 한계와 문제점만 보고 중단하거나 폐기하는 것이 아닌, 이를 우리의 현실을 냉정히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 보완해 나가는 가운데 가능성을 현실화시키는 일이라고 본다. 그 동안의 권위주의적, 하향적, 일방적 행정이 아닌, 주민 주도의 참여 자치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고, 우리가 가야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떻게 하든 잘 살려나가야 한다고 보며 이를 포기한다는 것은 과거로의 퇴행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혹여나 이 사업이 어려운 재정 속에서 불요불급한 예산이나 비효율적인 예산에 들어가는 것으로 생각하여 예산을 삭감했다면 이야말로 크나 큰 오산이다. 이를 진행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주민들이 체득한 경험은 그 어떤 비용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소중한 가치라고 보며, 실제로도 이 정도 비용으로 역사 문화적 자산과 정체성을 유지하고, 다양한 삶의 형태와 주거 조건에 대한 새로운 인식 및 공동체의 지속을 이룰 수 있다면 투입 대비 산출 효과가 이 만큼 높은 경우도 없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보다 더 좋은 방안이 있다면 취소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예산 삭감에 대한 반발이 일자 인천시 주거환경정책관실 관계자가 유 시장이 공약한 맞춤형 주거지원서비스 사업으로 전환해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다. 이는 주거환경관리사업과 소규모 임대주택 건립사업을 결합한 새로운 유형의 구도심 도시정비사업이라는 설명과 함께.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봐야 하겠지만 이는 도시 재생이나 활성화의 기본 철학도 없는 또 다른 개발사업에 불과하다는 판단이다. 그리고 이를 대안으로 내세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저층주거지 관리사업을 폐기한다면 이야말로 예산의 이중 낭비가 될 것이다.

그러나 더더욱 안타깝고 위험스럽기까지 한 것은 이러한 결정을 관련 주민은 물론 여러 관련 주체들과의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내렸다는 점이다. 도시공동체 구성원들의 다양한 입장과 욕망,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가운데 바람직한 도시 비전과 방향성을 함께 만들어가야 할 당사자가 점령군처럼 시민들 위에 군림하려 하고 지난 시정부의 사업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행태는 전근대적 유산일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수도 있다. “시민이 시장이다라는 인근 자치단체장의 말이 홍보성 구호가 아니라 진심을 담고 있고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지면서 많은 호응을 얻고 있음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결정을 다시 한 번 재고함은 물론,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해당 지역 주민들은 물론 지역사회와 협의하여 인천을 한 단계 성숙시키는 성공적인 민선 6기 시정부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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