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온마을처럼 책문화마을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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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온마을처럼 책문화마을을 만들고 싶다.”

[김영숙 기자의 인천이야기] ②강화 바람숲그림책도서관

15-09-22 14:27ㅣ 김영숙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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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숲그림책도서관 입구>

밤새도록 그림책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얼마나 신날까. 휴대폰을 내려놓고 숲속 바람과 나무와 풀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상상만으로도 인생에서 푸진 행운일 것이다.
 

강화군 불은면 신현리(불은면 덕진로 159번길 66-34) ‘바람숲그림책도서관’. 2014년 2월에 문을 열어 1년 반 남짓 되었다. 큰길에서 이정표를 따라 구불구불 한참 들어가지만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깨끗한 바람과 숲, 수많은 그림책, 넉넉한 사람들이 있어서다.
 

지난 19일(토) 오후 4시, 바람숲도서관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태어난 지 백일쯤 돼보이는 갓난아이부터 60대 젊은노인들까지 북콘서트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멀리 황금들녘이 넓게 펼쳐져 있었고, 도서관 바로 옆에서는 속노랑고구마를 거둬들이고 있었다. 도서관에서는 <너, 강화도에 있니>(이상교 글, 김용철 그림) 북콘서트가 열렸다. 강화 온수리에 있는 길상초등학교 37회 졸업생인 글작가, 그림작가가 강화도 이야기를 담은 터라 의미가 더했다. 전등사 옆에 있는 길상초등학교는 1920년에 문을 열었으니 다섯 해 있으면 100년이 된다. 이들이 학교 다닐 때는 전교생이 1200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200여명이다.

<<너, 강화도에 있니>(이상교 글, 김용철 그림) 북콘서트 모습>

바람숲그림책도서관에서는 두세 달에 한 번씩 행사가 있다. 개관하고 얼마 안 돼서 인형극(그림자극)을 할 때는 신청을 받지 않았는데 그때는 100명을 넘었다. 최지혜 관장은 “강화도에 아직 문화행사가 많지 않아서인지 많이들 오신다. 토요일에 참석한 분들 가운데 3분의 2가 강화도 분이다. 읍에 사는 분들이 많이 알고 오신다. 양도면, 불은면에 사는 어머니들이 아이들 손을 잡고 온다. 주말에는 인천, 일산, 서울에서 찾아오신다”고 전했다.
 

바람숲그림책도서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도서관에서 하룻밤 자기, 일일캠프, 계절별로 테마 그림책과 함께 자연을 노래하는 책놀이 등. 매주 목요일은 강화도에 있는 유치원 어린이들이 와서 책놀이를 한다. 지난주에는 <솔이의 추석 이야기> 그림책 읽고 함께 송편만들기를 했다. 주변에서 솔잎을 따서 송편을 쪄먹었다. 바람숲그림책도서관에서 하는 일은 뭐든지 그림책으로 시작한다. 책을 보고, 마음으로 깊이 생각하고, 자연 속에서 체험해보는데 아이들이 참 좋아한다. 최 관장은 어릴 때 체험이 평생 간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이 나중에 커서, 아 나도 그런 것을 해봤지 하면 인생이 얼마나 풍부해질까 생각합니다. 그런 연결매체 역할은 중요하고 아름답지 않을까요.”
 

주말에는 책놀이를 하지 않는다. 온전하게 조용히 책을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또 9월부터 예약제로 바꾸었다. 그림책과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에게 소중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하였다. 블로그(http://blog.naver.com/baramsupai)에 댓글을 달거나 전화로(010-7521-3125) 예약하면 된다. 수요일~일요일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연다.

<도서관을 꾸려가는 신안나 국장(왼쪽)과 최지혜 관장(오른쪽)>

도서관은 최지혜 관장과 신안나 국장이 오랫동안 계획을 세워 만들었다. 최 관장은 2006년 부평 ‘기적의 도서관’ 초대관장이고, 신안나 국장은 환경교육센터에서 오랫동안 팀장으로 일을 했다. 최 관장은 “우리는 좀 철이 없는 사람들이다.(웃음) 월급 받는 생활을 접고 온전히 책을 좋아하는 분들과 지내고 싶었다. 20년 넘게 숲속에 그림책도서관을 만들고 싶었다. 강원도 양양, 충북 괴산, 지리산 쪽 등 많이 다니는데 누군가 강화도를 추천해주셨다. 눈 오는 날, 신 국장과 여기 왔을 때 주변이 참 예쁘더라. 넓게 펼쳐진 논과 탁 트인 시야, 옆으로 야트막한 산도 있고… 벌써 겨울을 두 번째 맞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겨울에는 몹시 춥다. 1층 한쪽엔 나무난로를 놓고, 책이 많은 1,2층에는 전기로 난방을 한다. 벌써부터 겨울을 어떻게 날까 걱정이지만, 다들 강화도가 원래 추운 줄 알고 오시니까 특별히 문제삼지 않으시더라”고 덧붙였다.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을 이용하는 데는 별로 돈이 들지 않는다. 귀한 그림책을 맘껏 보는 데도, 문화행사도 다 무료다. 맛좋은 원두커피는 2000원에 마실 수 있다. 운영에 문제가 없을까. 최 관장과 신 국장은 “어차피 온전히 책문화를 퍼뜨리고 싶어서 들어왔으니 그렇게 해야 한다. 월급 받고 일할 때는 도서관을 만드는 게 무지개 같은 꿈이었다. 막상 꿈을 실현하고 운영하다 보니 ‘도서관 일은 역시 밑 빠진 독이구나’ 싶다. 하지만 후원하는 분들이 계시고, 둘이 외부 강의를 나가 돈을 벌어 운영하고 있다. 후원회원은 현재 40명 정도. 그 분들이 정말 아름다운 마음으로 후원해주시고 계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후원해주시는 마음이 다 소중하고 고맙다고 전했다. “신 국장이나 나나 후원해달라는 말을 못한다.(웃음) 어떤 분은 아이가 18개월인데 다달이 2만원씩 20년 후원을 신청하셨다. 어릴 때 어머니가 도서관에 일주일에 한 번 데리고 다닌 좋은 기억이 있는 분이었다. 불은면에 작은도서관이 생겨 반가운 마음으로 왔다면서 도서관이 오랫동안 있어야 한다면서 후원해주셨다. 정말 고마운 일이다.”
 

북스테이(Book stay). 복잡하고 스트레스 심한 일상에서 벗어나 하룻밤 그림책을 볼 수 있다. 그것도 숲속 바람, 벌레, 나무와 풀이 있는 나무로 지어진 도서관이라면 얼마나 낭만적이고 실속 있나. 바람숲그림책도서관에서 유일하게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대관하는 프로그램이다. 도서관은 펜션식으로 돼있어서 끼니도 간단히 해결할 수 있고, 밖에서 고기도 구워먹을 수도 있다. 정리하는 건 기본이다. 1인 기준으로 하룻밤 머무는 데 5만원이고, 한 사람 늘어날 때마다 만원을 더 내면 된다. 6명이 10만원에 머물 수 있다. 도서관 바로 옆에 있는 산에는 해먹이 두 개 있어 해먹에 누워 책을 볼 수도 있다. 마을 주민이 산 주인인데, 있는 산인데 쓰라고 해서 쓰고 있다. 덕분에 아이들이 즐겁게 놀 수 있다. 북스테이는 그림책 관련 편집자나, 책 동아리 모임이 워크숍이나 세미나를 할 때 이용한다. 얼마 전에는 한 가족이 아이 생일선물로 다녀갔다. 음식을 마련해 와서 먹고, 밤새 책을 읽다, 자다, 이야기를 나누었다.
 

도서관에는 그림책과 관련한 그림책을 포함해서 3000권 있다. 이 가운데 2500권이 그림책이다. <도서관 할아버지>를 포함해 그림책을 네 권 출간한 그림책작가이기도 한 최 관장은 블로그에 일주일에 한 권씩 카드 형식으로 그림책을 소개하고 있다. 그 코너를 보고 출판사나 작가들이 신간을 기증해주고 있어 큰 도움이 된다. 최 관장은 신 국장과 자신을 비롯해, 자원봉사해 주는 선생님들이 있어 재정적으로는 힘들지만 나름 즐겁게 굴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재미있게 하는 편이다. 어떨 때 과부하가 오면 빨리 정리하기도 한다. 현재는 괜찮다. 계속 운영할 수 있는 경제적인 부분이 가장 아쉽고 절실하지만 잘되면 좋겠다.”
 

그는 또 “강화도가 역사적인 공간이니까 공장이나 건물이 들어서는 것보다 책문화가 제대로 자리잡히면 좋겠다. 영국의 헤이온마을이나 프랑스 브뤼셀에 있는 오래된 책마을처럼 만들고 싶다. 책 보수하는 집, 책 파는 집, 가죽 책도 만들고 책장도 짜고… 아주 조용하면서도 책이 중심이 되는 마을을 꿈꾸고 있다. 10월 16일 일본 기조마을을 방문한다. 책문화마을이 어떻게 운영되나, 접목이 가능한가 보러 간다. 급하진 않고 느림보 거북이처럼 천천히 만들어갈 것이다.”
 

 

바람숲그림책도서관

전화: 070-4109-6280/ 블로그(http://blog.naver.com/baramsupai)

주소: 인천시 강화군 불은면 신현리 534-3번지(불은면 덕진로 159번길 66-34)

<북콘서트가 열리는 날이면 도서관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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