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구소식

매일이 다른 배다리의 일상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5-11-02 10:54
조회
7
매일이 다른 배다리의 일상
날마다 달마다
  

하루가 다르다. 매일 같은 해가 떠도 바람이 다르고, 구름이 다르다. 그렇게 가을도 중심에 와있었다. 어쩐 일인지 내 하루만 매일 반복되는 것 같아 서글펐다. 일상의 도피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때, 배다리 길 위에서 답을 얻었다. 하루는 내가 서 있는 길 위에서야 특별해 질 수 있다고.

지난 23일부터 배다리 헌책방거리서 특별한 축제가 열린다. 11월 마지막 주까지 일정이 가득한 <날마다 달마다>는 일상의 작은 노력이 모여 만들어졌다. 배다리 생활문화공간, 달이네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인천문화재단 거점지원사업에 선정돼 진행됐다.



달이네 대표 청산별곡 권은숙


9월부터 한 달간 준비했다. 달이네 대표 청산별곡 권은숙(이하 청산)씨가 이번 사업의 기획자로 나섰다. “마을 공간 모두가 거점 역할을 하잖아요. 그걸 엮어서 개인거점사업이 아닌 마을거점사업으로 확대시켰어요.” 청산은 제작한 마을 달력을 가리키며 말을 잇는다. “마을에서 하던 일, 이번 사업을 계기로 기획한 일 모두 담았어요. 이걸 보면서 마을사람들끼리도 서로 뭘 하는지 알 수 있어요. 배다리 마을을 찾아오는 손님들도 이 달력을 보고 천천히 편하게 올 수 있었으면 해요.”



청산이 가리킨 달력에 한 달 반의 일정이 빼곡하다. 헌책방거리의 헌책방이나 문화공간들이 날마다 돌아가며 일정을 진행한다. 공연, 강좌,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하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이어지는 일부 프로그램도 있다. 마을 사람 모두가 큰 힘들이지 않고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는 생활밀착형 축제. 달력의 윗부분엔 ‘배다리, 안녕하세요!’가 초대장처럼 쓰여 있었다.



<날마다 달마다>는 삼성서림에서 준비한 ‘가을, 작은 음악회’로 시작했다. 해가 일찍 떨어진 7시. 삼성서림엔 의자가 여럿 깔렸다. 책 사이로 옹기종기 사람들이 모여 앉았다. 잠시 뒤 삼성서림 사장이 책 사이로 고개를 내밀었다. 마이크를 잡고 조금은 쑥스러운 듯 말을 이어가더니 기타를 들었다. 작은 앰프가 서점의 헌책들을 스치고 다가왔다.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이는 어르신도, 병아리색 모자를 쓴 젊은 청년도, 모두 다 같이 마을의 하루를 나누었다.
작은 음악회를 관람하던 김향란 (계양구)씨는 “배다리는 전통과 역사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와보면 많이 쓸쓸한 느낌이 들었어요. 이번 행사를 통해 다시 이곳의 이야기가 살아나는 것 같아 보기 좋아요”라고 말한다.



삼성서림의 무대엔 가족이 함께 올랐다. 사장이 기타를 치고, 이어 두 아들이 자작곡을 불렀다. 오카리나를 연주하는 친척도 무대에서 선율을 나누었다. 이렇듯 배다리의 축제는 소박하다. 그 속에 그들의 이야기가 자연스레 녹아있었다. 엄마가 준 전셋집 열쇠를 소재로 쓴 둘째 아들의 자작곡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내일은 또 어떤 프로그램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어 줄까, 궁금해졌다. 청산의 말이 떠올랐다.
“우린 날마다 마을에서 이렇게 살아요. 찬찬히 들여다보시고 천천히 놀러 오세요!”



한편, 축제기간(10월 23일~11월30일)동안 배다리 헌책방에서 3만 원 이상 책을 구매하면 천 원상당의 대안화폐를 준다. 대안화폐는 배다리머리방, 이발소, 개코막걸리 등에서 사용 가능하다.

차지은 I-View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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