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구소식

부평 벽돌말(벽돌공장마을)의 기억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5-11-02 10:24
조회
620
부평 벽돌말(벽돌공장마을)의 기억
영희의 도시이야기 展
  

눈을 감았다. 어두컴컴한 그림자만 드리워졌다. 내가 서있는 이곳은 어디일까 아무것도 보지 못할 때, 내 기억 속에 뛰어놀던 아직 작은 내가 번뜩였다. 내가 서있던 그 곳은 고향이었을까.

화두를 던진 건 강영희 (이하 강)씨였다. 배다리에서 강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그는 사진으로 마을일 기록하는 일을 하고 있다. 마을사진관 ‘다행’과 갤러리 ‘한 점으로부터’를 운영 중인 강이 부평에 대한 사진전을 연다고 전해왔다. 강은 고향에 대한 말로 이야길 시작했다.
“부평에서도 못 사는 동네, 부개동이라고 거기가 내 고향이에요. 태어난 곳이죠. 그런데 고향이라고 하면 할머니 댁을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게 이상한 거죠. 내가 태어난 고향인데, 어째서일까. 고향은 무엇일까. 도시는 고향이 될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어요. 그렇다면 내 고향은 어떤 곳이고 어떤 이야기가 있는 곳일까. 배다리에서 그렇게 사진을 찍었으면서 내가 태어나서 지금껏 살고 있는 부평을 찍은 일은 많지 않았죠. 그래서 작업을 시작했어요.”




봄부터 시작한 작업은 6개월간 이어졌다. 그동안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찾아 인터뷰를 하고, 사진을 모았다. 부평 역사박물관에 자료를 신청했지만 돌아온 건 두 장의 사진, 그것도 아주 일부였다. 하지만 그 외에 자료를 모두 찾기가 어려웠다. 의지할 것은 마을 사람들의 기억뿐이었다.



부평연와. 30년대 세워진 부평의 거대한 벽돌공장이 동네의 중심이었다. 당시 부평연화 인근으로 노동자가 몰리고, 다른 공장들도 하나, 둘 들어섰다. 현 웅진플레이도시 앞 6단지 정거장 인근. 부개여고 앞 부내초등학교가 영희 씨의 옛 집 터다. 그곳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40년 넘게 지속된 동네 친목회 어르신들의 기억을 빌려 강의 기억도 되살아났다. 당시 동네 반장, 통장, 공장장이던 사람들을 찾아 인터뷰를 시작했다. 기억 속의 마을을 지도로 그렸고, 어르신들도 동참했다. 강의 22살 조카는 또래의 젊은 친구들을 인터뷰해 젊은 사람이 기억하는 마을의 모습을 남겼다.
7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동네의 지도가 전시장에 나란히 걸렸다. 개인이 기억하는 마을의 모습을 모두 모아보니 그림은 제각각이었지만 겹쳐지는 부분은 분명했다.
“우리 기록은 우리가 남겨야지 아무도 대신 남겨주지 않아요. 개인의 기억이 모여 사실이 객관화 되고, 그렇게 역사가 되는 거죠. 사진을 찍을 때도 전 공간을 남겨요. 언제, 어디서, 누구와 함께 있었는 지가 기록될 수 있도록. 그게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도시는 계속해서 변화한다. 재개발이 한창이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마을은 이미 아파트 단지로 변해버렸다. 강의 전시장에서 거대한 질문이 던져졌다. ‘도시가 고향이 될 수 있을까?’ ‘인천 하면 떠오르는 것은?’ ‘고향의 조건은 무엇인가요?’ 등 다양한 질문 아래 방문객의 대답이 쌓인다.
고향의 조건에 대한 대답 중 강의 눈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다. ‘추억, 공간, 이웃’
“결국엔 사람, 공간, 시간이 있는 곳이 고향이라는 거 아니겠어요? 그런데 도시개발로 공간은 사라지고 사람들은 떠나가요. 변화해 가는 도시를 고향으로 삼고 살아갈 수 있을까. 전 아직도 모르겠어요.”
개발 없이 유지만 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모두가 똑같은 도시의 모습을 자각하고 마을이 가진 색과 이야기를 탄탄히 다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은 말한다.
“기초를 탄탄히 해서 꾸준히 이어질 수 있는 공간이 돼야죠. 기록을 남기는 것, 역사를 찾는 것이 지금 제가 할 수 일이라고 생각해요.”
역사를 잃어버린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마을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작은 기록이 마을을 지키고, 사회를 지킬 수 있다. 강은 오늘도 기록자로서 카메라를 든다.



<인천_도시, 영희의 고향이야기 展>
굴포갤러리 10월 23일 ~ 11월 1일
부평동중학교 외벽 11/7~11/16일
한점갤러리 11/20~ 11월 30일

차지은 I-View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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