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 아이가 밥 굶는 것은 참을 수 없다?
청주의 한 학교. 학교 급식조리원들이 처우 개선 등의 이유로 파업을 했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밥을 못 먹는다는 사실만으로 협박 등 인간적인 모멸감을 주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서 몇 년 째 요리를 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불안정한 고용관계를 해결하기 위해 벌인 단 한번의 파업을 (단지 점심 한 끼 정도인데) 참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친환경, 유기농 급식을 한다고 한들 정작 만드는 사람이 당사자를 생각할 때 행복하지 않은 상태에서 만드는 음식이 좋은 음식일 수 있을까? 이 난장판을 지켜보는 학생들은 과연 어떤 생각이 들까?
#2. 취업했어요. 하지만 비밀로 해주세요
청주의 공부방에서 함께 지내던 아이들 중 몇몇은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공장으로 취업했다. 공장에 취업한 아이들의 반응은 언제나 똑같다. "선생님, 저 ㅇㅇ공장에 취업했어요. 하지만 다른 아이들에게는 비밀로 해주세요." 대학에 가지 않고 취업한 것이, 그것도 공장 생산직으로 취업한 것이 아이들에겐 창피한 일이 되었다. 왤까?
#3. 너희 아버지 뭐 하시니?
내가 가르친 아이들 중 부모님이 폐지 줍는 일을 하시는 자녀들이 있다. 아이는 한 번도 부모님 직업을 말한 적이 없고, 부모님도 자기 일을 주변에 이야기하지 않는다. 부모님이 식당 주방에서 일하는 아이들 중에는 지인들이 그 식당에 가는 일을 부끄러워하는 경우도 있다.
#4. 우리 아이들의 꿈은 무엇일까?
충남 서산에서 마을조사작업을 할 때 중.고등학생들의 면접조사에서 아이들이 장차 하고 싶은 직업 선호도 1위가 '부동산 기획자'였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유는 "일은 안하고 돈은 많이 벌 수 있다는 것"이었다.
충남 예산에서 청소년 대상 마을 캠프를 진행할 때, 아이들 중 가녹 농사를 짓고 싶어하는 아이가 있었는데 부모들의 대부분은 자녀가 농민, 노동자로 살아가길 바라지 않는다고 답했다. 모든 부모와 아이들의 꿈은 노동하지 않고 돈 많이 버는 직업을 갖는 것인가?
#5. 우리 아파트 경비아저씨는 우리마을 주민이 아니에요.
아파트 경비 아저씨는 24시간 우리 아파트에 있지만 우리 마을 주민이 아니다. 반대로 아저씨는 절대로 자신이 거주하는 마을에서 경비를 서지 않는다. 이웃 주민들이 경비 일을 업신여기기 때문이다. 최근 한 경비원이 분신하는 사고로 인해 세간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1. 마을의 경계는 어디인가?
생활구역을 중심으로 한 지리적 경계, 혈연이나 지연 등 관계에 의한 심리적 관계가 설정되어 있는 것이 공동체의 기본 속성이다. 우리는 어느 선까지 공동체의 경계라고 말하고 있는가? 도시는 지역이 넓고, 경계가 불분명하고, 장기 거주자 뿐 아니라 다양한 세입자들, 체류자들, 유목민처럼 이동하는 사람들이 혼재되어 있다.
#2. 누구를 위한 마을만들기인가?
다양한 지역에서 수행되고 있는 마을만들기 사업은 대개 지역과 상관없이 대동소이한 경우가 많다.(벽화 등의 환경개선, 교육사업 등) 기획력의 부재라기보단 사업의 대상이 매우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가 행복한 마을을 꿈꾸지만, 비슷한 마을사업으로 모두가 행복한 마을을 만들 수 있을까?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대상 간에 의견이 상충될 때에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마을인가?
#3. 살기좋은 마을에 꼭 필요한 노동은 무엇인가? 누가 일하는 것인가?
장애인 시설이나 노인세대를 위한 치유시설이 동네에 들어서는 것을 부동산과 연관지어 반대하는 주민들이 있다. 또한 환자/노인/장애인 가족을 둔 주민들이 있다. 이들이 한데 어울려 사는 공동체가 마을공동체라고 할 수 있을까? 만약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필요한 공적 서비스를 외부에서 가져와 적용하고 수행된 다음에는 마을 밖에 가도록 하는 것이 제대로 된 것일까? 또한 그러한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는 함께 사는것이 아닌 외래인으로서 방문하는 방식이어야 하는 것일까?
1) 마을의 모습은 낮과 밤에 따라 달라진다. 실제로 사람들에 따라 활동 시간대가 다르다.
2) 공동체의 긍정성과 부정성을 동시에 인식할 필요가 있다. 공동체라고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완고하고, 편협하고, 공격적일 때가 있다.
3) 마을만들기는 이웃이라는 관계와 마을이라는 장소에 대한 인식과 관심에서 출발해 태도의 변화를 갖기 위한 움직임이다. 이러한 세계관의 변화를 조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4) 마을공동체 복원은 프로그램 도입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지역의 문제발견->문제제기->해결을 위한 학습->조직화의 단계를 밟아나가야 한다. 결국 공통 문제에 관련된 거주자 뿐 아니라 제반 노동에 참여하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시작되고 완결되어야 한다.
5)공동체에 소속감을 갖지 않는 외부자는 어떤 존재인가?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기본 방식인 문제제기-학습-조직화라는 지난한 대화 과정에 함께하고 기다리고, 들어주며 같이 움직이는 조력자가 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