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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인문학> 마을이 되고 싶은 도시의 마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4-05-23 15:30
조회
258

 


 


 




  마을은 주로 시골에서 여러 집이 모여 있는 곳을 의미합니다. 위성사진에서 한 지역을 비췄을 때, 녹색이나 흙빛이 넓게 펼쳐지고 그 중 일부에 사각진 집들이 여럿이 모여 있다면 그곳은 여러 가족들이 이웃이 되어 함께 살아가는 마을입니다.


  시골의 마을의 풍경은 사람들의 집들이 조금씩 떨어져 있고 주변엔 산과 강과 바다가 길과 논과 밭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주민들은 매일 자신의 집을 나서며 이웃들의 집을 바라보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가족과 이웃들과 함께 산과 강과 바다와 길과 논과 밭으로 나가 일하며 살아갑니다. 이곳에서는 어깨를 마주하고 살아가는 이웃들은 마주칠 때마다 인사하고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 대화하고 함께 일하며 갖은 것을 나누고 봄과 가을, 출생과 영면(永眠)을 마주하며 이렇게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기념하는 잔치를 열고 있을 것입니다.


  사람에게 집은 한 가족의 구성원들이 변화무쌍(變化無雙)한 자연과 외부로부터의 공격이라는 위협에 안전함을 느끼며 가족으로서의 깊은 사랑과 일상을 공유하는 공간입니다. 사람들에게 마을은 대자연속에서 먹고 사는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해 가는 오래된 집단적 생활방식이며 가족을 넘어 다른 인생을 만나고 삶의 환경과 공동의 일을 파악하며 확장된 사랑을 이해하고 실천하여 가는 빈번한 대면의 환경이 됩니다.


  마을은 결국 자연이라는 환경 속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모여 삶이 가능하도록 활동이 지속되는 곳입니다. 마을이라는 뜻이 이웃집에 놀러간다는 뜻도 지니고 있어 집과 집 사이를 오가며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지요.


 


 


  본래 시골에서 쓰이던 마을이라는 말을 이제 행정구역으로 표현하는 것이 익숙한 도시에서도 쓰려고 합니다. 이것은 우리 도시생활에 대한 반성이 들어있을 겁니다. 도시의 생활은 고독하고 답답하고 불안한 시간들을 축적시켜왔고 도시민들은 점차 이 패턴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것 같습니다.


  우리의 도시는 짧은 시간동안 너무 많은 집들을 쌓아 올렸고 각기 다른 곳에서 이주하여 온 너무 많은 사람들이 뒤섞여 살아야 했습니다. 함께 일하고 기념하는 공동된 마을의 기억은 사라져 가고 인생과 생활과 대화와 나눔이 결여된 소득활동과 소비활동이 생활의 전부가 되었는데도 고용과 소득의 안정성과 상대적 빈곤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으니까요.


  이제 중년이 된 많은 도시민들은 인생의 남은 시간을 또 그렇게 살아야 하나 싶을 겁니다. 이런 도시에서 태어나고 청년이 된 이들은 자유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찾고 싶어도 그렇게 살아가는 마을과 사회에 대한 경험의 부족으로 그런 삶을 상상하는 것은 매우 힘겨운 숙제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이런 도시에서는 존재하기 어려운 마을을 그래도 만들어가겠다면 도시를 해체하는 상상을 필요로 합니다. 도시의 해체는 공간적으로 주택의 밀집을 해소하고 자연공간을 늘려가야 합니다. 조금 떨어진 사이의 공간을 통해 주차와 소음 등의 갈등이 축소되고 서로를 바라볼 거리를 확보해야 합니다. 자연을 인식하고 공유된 공간속에서 존중과 배려를 통해 이웃들과 마주쳐야 반가운 인사와 다양한 생활적 대화가 가능할 것입니다. 소득이 줄어들더라도 산업노동의 시간을 축소함과 동시에 소득의 재분배와 부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분명히 할 때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생긴 가족은 양육에 집중할 수 있고 이웃들 간에 여가와 교육에 대한 대면과 나눔의 기회를 넓혀 갈 수 있습니다.


 


 


  전국민의 소득을 공개하고 부에 따라 벌금의 액수가 비례하여 적용되고 마을마다 사우나를 만들고 이웃들이 함께 평등하게 모여 대화를 이루는 핀란드나 월 1회 마을의 모든 주민들 나와 재활용 분리활동에 참여하여 함께 인사하고 마을의 공동소득을 만들어내는 일본의 미나마타의 사례들을 통해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마을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과 대안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도시에서 노인들의 거주지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들이 있고, 어른들은 이들이 무서워 얼굴을 돌려야 하는 우리의 마을에서 모두의 마음을 존중하고 위로할 길을 우리는 찾아보고 싶은 것이 아닐까요?


  베르롤드 브레히트의 ‘코카서스의 백묵원’에서 한 동네 가수가 부르는 노래는 우리가 찾으려는 마을 이전에 삶에 대한 지혜와 태도를 이야기해 줍니다.


 


‘어른들의 말씀을 명심하시구려,


아이는 넉넉한 엄마의 품을 만나야 행복하고,


자동차는 운전을 잘하는 사람을 만나야 잘 달리며,


시냇가 옆의 밭의 작물들은 물을 대주는 농부를 만나야 비로소 열매를 맺지’


 


 


  요즘 길 건너편에 ‘어려운 주민들을 위한 마을 텃밭’이라는 표지판이 붙은 텃밭에 작물들이 말라죽어갑니다. 내일은 내가 물을 주어야 겠습니다. 그렇게 살아오신 좋은 노인들처럼 말입니다.


 


 


 


 


글 , 사진 : 드라마고(생활문화협동조합 퍼포먼스 반지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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