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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극으로 마을에서 소통하기 <청소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4-09-30 10:45
조회
245

 


 


 



청소년과 소통하는 부모들의 모임


<청소부> 조미경 대표 인터뷰


 


  남동구 남촌·논현동은 공단에 인접한 다세대 주택과 신·구아파트 단지가 공존하는 지역이다. 이곳에는 한부모·조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 새터민/ 사할린 교포 등 다양한 주민들이 살고 있는데,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여 사는 만큼 여러 가지 이야기가 복작복작 생겨나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동네에는 학교와 가정에서 적응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늘 성적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건전한 놀이문화마저 부족한 요즘 청소년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청소년과 소통하려는 부모님들의 노력


  이곳 주민들 중에는 (어린이·청소년 책을 함께 읽고)학교나 도서관 등에서 책 읽어주기 활동을 하면서 이러한 청소년들과의 소통을 고민하는 부모 그룹이 있다. 그 밖에도 어린이도서연구회 소모임 활동을 하며 독후활동, 책 문화 활동을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노는 방식이 책과 관련이 없는 점이 아쉬워서 재미있고 부담 없이 책 관련 활동을 할 수 있는 컨텐츠를 늘 고민해 왔다"고 한다.


  이 모임에서는 올해 청소부(청소년과 소통하는 부모들의 모임)라는 공동체를 만들어 책의 내용을 가지고 ‘그림자극’을 만드는 활동을 시작했다. 그림자극은 독서의 방법적 측면에서 책과 친해지는 계기가 되고, 연극을 배우고 만드는 과정에서 또래 친구들·부모와 협력하며 ‘함께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등 긍정적인 관계를 만드는 데 역할을 한다.


  그밖에도 공연으로 표현되면서 구성원에겐 성취감과 자존감을 높이는 계기가 되는데, 관객에게는 다시 문화적 관심으로 재생산된다. 무엇보다 마을의 구성원들에 의해서 열악한 조건에 있는 청소년들의 복지여건에 기여한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


 



▲첫 그림자극 공연의 주연배우 학생들. 24명의 학생들이 각자 역할을 맡아 극을 완성시켰다.


 



아이들만으로 괜찮을까?


  9/3일은 논곡중학교 축제가 있는 날이었다. 그림자극 팀도 그동안 준비해온 공연을 축제 무대에서 선보였다. 내심 학교 축제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콘텐츠라 학생들이 낯설어 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공연 내내 ‘꺄르르’ 하는 웃음소리가 군데군데서 터져 나와 기우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아마 형식과는 상관없이 또래의 눈높이와 정서에 맞는 내용이라면 공감을 사기에 충분했던 듯하다.


 




▲ <일곱마리 눈먼 생쥐> : 7마리의 생쥐가 각각 자기가 본 사물의 단면을 표현하다가 나중엔 한 사물을 두고 모두가 다른 관점에서 바라봤음을 알게 된다는 내용. 부분이 아닌 전체를 볼 수 있어야 하고, 다른 이의 시선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하는지 알려주는 교훈적인 이야기


 



  그림자극을 통해서 책의 내용을 전달하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조미경 샘은 “형상을 통해서만 내용이 전달되니까 상상력이 배가되는 효과가 있어요. 상상력에 의해 내용을 구성해 나갈 수 있으니까 독자의 힘이 커지는 거죠.”라고 말한다.



 


  처음 그림자극 소모임을 구성할 때는 방학 기간 내에 모든 연습과 준비를 마쳐야 하는 상황이라 잘 진행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부득이 참석이 어려운 친구를 제외하고는 24명의 학생들이 성실하게 임해서 엄마들도 적잖이 놀랐다고 한다. “처음에는 잘 모르니까 한 발짝 뒤에 있다가, 나중엔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떨까요? 하며 제안도 하고, 심지어 애드리브를 연습해 오기도 하더라구요.(웃음) 시키는 대로 움직이다가 나중엔 적극적으로 변했어요.”


 



▲<뛰어라 메뚜기> : 바깥 세상에 대한 두려움으로 웅크려 있던 메뚜기가 세상을 향해 날아감으로 인해 세상과 만나고 자유로움을 얻게 된다는 내용


 


  “오히려 아이들에게 많이 배웠어요. 우리가 그림자극 인형을 만드는 방식은 아날로그적이었는데, 아이들은 아이디어가 많아서 순식간에 만들었거든요. 전공자도 아닌데 아마추어답지 않게 잘 만들었구요. 조금씩 조금씩 일취월장하는 모습에 뿌듯했어요. 진행하면서도 작품이 잘 나올까 걱정도 되고 전전긍긍했던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봤을 때 예상보다 훨씬 잘해서 대견해요.”


 




▲학교 축제에서 그림자극을 관람하고 있는 학생들. 무대 쪽으로 관심이 쏠려 있다.


 


아이들에게 찾아온 변화


  학생들이 어떻게 자발성을 갖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그림자극의 내용은 책 위주로 구성돼요. 책 선정, 대본/인형 제작 등 진행 과정 모두 아이들이 직접 제 힘으로 했어요. 어른들은 협력만 하구요. 나중에 배역(목소리, 음향, 조명)을 정하고 나서 주인의식이 생긴 것 같아요.  24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서로 손발을 맞추려면 협력이 필요하고, 어떨 땐 친구를 위해서 자기 역할을 잘 빼 주는 것들이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말하지 않아도 딱딱 맞더라구요. 협동과 책임이 생긴 결과인 것 같아요.”


  “공연 전날, 예상보다 무대가 좁아 그림자를 만들기에 어려운 조건이었어요. 리허설을 끝내자 아이들이 떨린다고 하더라구요. 이전에는 그런 적이 없었는데 말예요. 아마 동료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겠다는 마음이 생긴 거라고 봐요. 다행히 당일에는 감을 잡고 잘 했어요. 공연이 끝나고 나니 눈물이 핑 돌더라구요.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그런 데서 벅찬 느낌이 든 것 같아요. 학교생활을 하면서도 그런 경험이 쉽지 않잖아요.”


 


  그렇다면 학생들은 어떻게 느낄까? “시간에 쫒기는 터라 아이들과 소감을 나눌 기회가 많지는 않았어요.(웃음) 아이들이 청소년쯤 되면 표현을 잘 안하는 경향도 있구요. 엄마들 생각이긴 하지만, 어땠냐고 물으면 ‘색다른 경험이라 좋았다’고 말하곤 해요. 어쨌든 적극적으로 변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니 뿌듯했어요. 뺀질거리지 않고 연습하러 미리 와있고.(웃음)”


 


 


앞으로의 계획들


  “그림자극이라는 컨텐츠를 가지고 한 반의 학생들이 분담해서 30명 정도의 역할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 한 학기나 일 년 단위로 준비해서 ‘합창대회’같은 컨텐츠와 연결해볼 수도 있겠죠. 그러면 공연으로서도 풍부하고, 그림자극을 널리 확산시킬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남동구 산하에 새터민 학교, 한누리학교라는 곳이 있거든요. 공연 요청이 들어와 있는데 재능기부 차원에서 공연을 할 계획이에요.”


  청소부에서는 그림자극을 통해 부모와 자식 세대가 함께하는 활동을 진행한 다음, 연말에는 지역 주민들과 함께 ‘건강한 마을공동체 만들기’에 대한 공감을 넓히기 위해 공동체에 대한 강좌를 열 계획이라고 한다. 그렇게 마을이 이웃들의 든든한 언덕이 되어 줄 수 있는,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공동체 문화가 정착되는 마을을 꿈꾸고 있다.


 


 


글/사진 : 이광민(사업지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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