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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우리동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5-02-27 15:28
조회
257

 


<호미마을> 유현자 통장 인터뷰


 



아파트 단지 사이에 있는 오래된 동네인 학익1동 일대는 개발 바람이 스쳐간 후 불편한 생활환경과 쓰레기 무단 투기로 몸살을 앓았다고 합니다. 지역문제를 자발적으로 해결하는데서 출발해 살기 좋은 동네, 사람들이 찾아오고 싶은 마을을 조성한다는 목표로 마을 이야기반, 마을환경반, 공가를 통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한 호미마을에 찾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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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에서 ‘마을’을 돌아보기까지


인천시내에 개발 대상지역이 아니었던 곳이 없었잖아요. 그러다 전부 무산되었고요. 이곳도 마찬가지였어요. 개발 예정지일 때는 외부에서 사람들이 들어와 집도 사놓고, 골목골목 왕래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백지화 되니까 말 그대로 동네가 폐허처럼 변했어요. 그전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젊은 사람들도 좀 있었어요. 아마 개발을 바라보고 있었을 거예요. 생활환경이 너무 열악했거든요. 우리 집 중심으로 오른편에 있는 집들은 예전에 피난민 난민주택이었어요. 50~60년 된 집들이 대부분이에요. 흙벽돌로 된 집을 실제로 보신 적 있으세요? 겉에서 볼 때는 콘크리트 같아도 그 안에는 다 흙벽돌로 되어 있어요. 아직도 연탄을 때는 집이 95% 이상이고, 겨울엔 전기·기름·가스 난방이란 난방은 다 때야 해요. 비용은 아파트의 배로 지출하는데도 춥게 살 수밖에 없는 구조에요. 살기 불편하니 떠날 수밖에 없죠. 지금 대부분의 주민들은 70~80대 어르신들이고, 50대만 조금 남아있어요. 아이들은 찾아볼 수가 없고요.


개발 당시 통장인 저는 동네에서 5년 가까이 추진위원장 역할을 했어요. 그때는 정말 될 것 같았어요. 우리 동네를 둘러싸고 고층 아파트들이 전부 들어서서 21C를 달려가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 동네만 50년대 풍경으로 남은 거예요. 그런데 이런 상황이 되자 주변 아파트에서 이 동네를 헐라고 민원을 넣는다는 풍문을 들었어요. 경관이나 집값 문제 때문이었겠죠? 사실인지 진심인지는 모르지만 그런 이야기가 도니까 너무 속상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지인이 사는 두산위브 아파트에 놀러 갔다가 무심코 베란다를 봤는데, 우와. 나 같아도 허물고 싶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더라고요.


원체 외관부터 장난이 아니기도 했지만, 개발된다고 하니까 집수리도 못하게 했었거든요. 그래서 지붕에 물이 새는 걸 막으려고 임기응변으로 갑바천(천막천)을 씌우고 그랬어요. 그런데 막상 집을 고친다고 해도 하수도 배관을 비롯한 모든 기반시설이 노후된 상태라서 대대적인 교체작업을 해야 하거든요. 아파트 수리처럼 일이천만원으로 끝날 일이 아닌 거예요. 제가 돌아다니면서 개발 동의서 받던 사람이잖아요. 그 책임감 때문인지 너무 미안한 거예요. “이건 안 되겠다. 마을을 가꾸는 작업을 해야겠다.”라고 마음먹게 되었죠.


 


 


당면한 문제부터 함께 해결하자!


주민들이 집 앞에 쓰레기/음식물쓰레기를 그냥 막 버리셨었어요. 제가 통장을 한지 거의 10년이 되어 가는데, 동네일을 하느라 직장을 저녁때 다니다 보니 여름날 퇴근할 때면 동네에 음식물 썩는 냄새가 진동을 하는 거예요. 하루 난리 피워가며 치우면 다음날 또 가져다 버리세요. 혼자서 매일 그걸 청소하다가 어느 날은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일반쓰레기로 엎어 버렸는데 가만 보니 주민 이름이 두 명이나 나온 거예요. 홧김에 과태료를 매겼어요. 근데 그랬더니 주민이랑 척을 지게 되더라고요. 과태료 4만원은 여기 어르신들께는 큰돈이거든요. 제가 참 나쁜 짓을 했지요.(웃음) 당신 말로는 처음 버렸다고 하셨는데, 늘 그 자리에 쓰레기가 있었거든요. 아무튼 골목마다 쓰레기 무단투기가 심했어요. 하루에 12톤의 쓰레기를 치운 날도 있을 정도니까요.


안되겠다는 생각에 동사무소에 찾아가 “팀장님, 우리 과태료로는 안 되겠고 주민들 마음을 한번 움직여봅시다.”라며 상의를 하기 시작했어요. 그때 아이디어가 “쓰레기 버리는 곳에 화단을 조성해보자.”였어요 설마 꽃이 있는 곳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으리란 마음에서였죠. 2014년 3월부터 동사무소 공익이고 봉사자고 뭐고 전부 불러서 한 주간 동네 청소를 했어요. 그 다음 주에는 틈새 공간에 화단을 조성하고, 한주 지나서 꽃을 심었지요. 그런데 꽃을 심으려니 돈이 필요하더라고요. 주민자치센터 팀장님이 저랑 성격이 비슷해요. 추진력이 있는 편이라서 “그럼 한번 해봅시다!” 하며 주민자치 기금을 활용해 꽃을 심었죠. 그밖엔 근처에 있는 동양화학 공장이나 OCI, 적십자회 등에 적극적으로 찾아가서 협조와 후원을 받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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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사업을 활용하다.


더 이상 주민자치 기금을 활용할 수 없게 되자, 팀장님이 구청에서 진행하는 공모사업을 활용해 보자고 제안하셨어요. 사업계획서를 쓰려고 보니 마을 이름을 적어야 하더라고요. 통영의 동피랑마을, 수원의 달팽이마을처럼 행정지명보다 더 잘 기억할 수 있는 이름으로 마을을 묶는 애칭이 필요했죠. 그런데 공모 기한이 바로 다음날 까지였고, 누구 하나 상의할 사람도 없었어요. 여기가 36·37통 두 통인데요. 제가 혼자 호미마을이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표현은 좀 촌스럽지만 정겹고, 앞으로 꽃을 심고 마을을 가꾸려면 호미를 계속 사용해야 하겠다 싶어서 정한 거예요. 야생화가 꽃피우는 동네가 되고자 했어요. 그리고 나중에 주민들과 회의를 통해 지역 유래를 담은 ‘노적산 호미마을’로 정정하게 됐어요. ‘노적’이란 말이 곡식단을 쌓아 놓은 모양을 뜻하는데, 마을의 풍요로운을 기원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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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남구청 평생학습과에서 동네를 방문해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8주간의 워크숍을 진행했어요. 평생학습과의 협력이 시작되면서부터 일이 체계적으로 진행됐어요. 워크숍이 끝나고 난 뒤부터 주민들께서 이제 마을가꾸기가 무엇인가를 느끼신 것 같아요. 참여도가 많지는 않았지만, 한 분이 동네의 공가를 제공해 주신 덕에 일부 리모델링을 거친 후 주민 대상 문화강좌를 진행하게 되었어요. 목공소도 들어와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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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꽃을 심었더니 배경이 되는 벽이 너무 시커멓게 방치되어 있으니까 페인트를 칠했어요. 환경이 눈에 띄게 변했죠. 페인트 벽만 두자니 밋밋한 감이 있어서 벽화 작업도 시작했어요. 2~3년 전부터 TV에 벽화마을이 한창 떠돌아서 한참 관심을 가지고 서울 시내부터 돌아다녔었거든요. 고등학생·대학생·직장인 일러스트레이터 봉사자들이 수고해 주셨어요. 호미마을 안에 마을 이야기반이 있어요. 작가 선생님들이 참여해 어르신들 이야기를 듣고 스토리텔링한 것을 소재로 ‘스토리가 이어지는 골목’을 구상 중이에요. 3월이면 마무리가 될 것 같아요. 예전에 여기는 피난민 난민촌이고, 동양화학까지 바닷물이 들어와 백합이 잡혔다고 해요. 그밖에는 곧 아파트 주민과 함께하는 호미장터를 열어볼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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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강좌는 작년 10월부터 시작해서 11월에 끝났어요. 5명 정도 어른들이 난롯불을 피워 놓고 모여서 진행했어요. 처음엔 모이는 것 자체가 너무너무 힘들었어요. 16강좌 정도 진행했고, 올해는 12강좌가 더 추가되어 진행될 예정이에요. ‘꽃차 덖기’, ‘POP·캘리그라피’, ‘떡 케이크 만들기’, ‘비누공예’, ‘재활용품을 활용한 액자, 습기제거제 만들기’, ‘손수건 염색, 야생화 식재수업’ 등을 해요.


 


올 초에는 남구 통두레 발표회 때 좋은 평가를 받았고, 안산에서 진행하는 전국 마을 관련 행사에 사업발표를 해서 동상을 받았어요. 그 덕에 마을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 같아요. 현재는 2020년까지 마을계획이 잡혀 있어요. 계획은 세워져 있지만 이제 시작이라 아직 많이 미흡해요. 주차공간이 없어 탐방객이 오기도 힘들고, 이 말은 소방도로가 없어 화재에 취약하다는 것과 맞물리기도 하고요, 마을 콘텐츠를 만들어 부가가치를 올리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주민이 주도할 수 있는 힘과 몸소 나설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요.


주민들 중에는 “저 통장 또 미친 짓 한다”고 손가락질하는 분들도 있었어요. “추진위원장 때도 그러더니 이제는 마을일에 꽂혀서 저런다.”고, “이런 동네에 꽃을 심는다고 무슨 변화가 있냐”는 욕을 많이 먹었죠. 가족들도 “개발 실패했으면 됐지, 일은 죽도록 하고 욕먹을 짓은 뭐하러 하느냐”고 걱정이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 사는 집이 아버지가 처음으로 지으신 집이거든요. 또 제가 학익초등학교 37회 졸업생이에요. 결혼 후 다른 곳에서 살다가 들어오긴 했지만, 동네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기에 계속 할 수밖에 없었어요.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마을일에 아무도 돌아봐주는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작년엔 정말 힘들어서 울고 싶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헛일 한다”는 식의 뒷말은 많이 나와요. 이제야 눈으로 보이는 형태의 변화가 생기고, 또 문화센터에서 나와 어르신들과 떡 케잌, 비누공예 등의 활동을 함께 하다 보니 그동안 저를 비판했던 분들께 “통장 하길 잘했다”는 소릴 듣기도 해요. 그래서 그나마 이렇게 버텨 나가고 있는데, 다시 봄이 되면 걱정이에요. 주민이 주도적으로 가야하는데, 다 어르신들이고, 지병까지 있으시면 몸으로 일할 사람이 잘 없거든요. 나 같은 몇 명의 활동가도 생업을 놓을 수는 없어요. 다행히 스케줄 조절이 가능해서 동네일을 살피고 있지만, 밤에 퇴근해서 꽃을 심을 수는 없잖아요. 인력이 굉장히 많이 필요해요. 엄한 동사무소 직원들만 고생하셨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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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활동들을 돌아보며


작년에 일하면서 기미가 턱밑까지 내려왔어요. 뜨거운 데서 쓰레기 치우고 꽃 심다 보니 그렇게 되더라고요. 일주일에 한 번씩 야생화를 심는데, 만들고 나니 등산객 등이 지나가는 길에 뽑아 가시는 거예요.(웃음) 그래서 꽃마다 가지고 있는 꽃말을 적어서 세우기로 했어요. 저녁에 퇴근해서 12시 넘어 푯말을 그리기 시작해서 방수처리까지 끝내고 걸었으니, 정말 작년에는 마을 일에 미친 듯이 살았네요. 회사일은 거의 재껴 놓은 터라 월급은 토막이 나서 괴롭고 힘들었던 부분도 있어요. 다만 이제 조금 결실이 조금씩 생기니까 좀 나은데요, 봄부터 마을일을 몸으로 해내려니 좀 무서워요. 언제 하지?(웃음)


2020년까지 계획을 세웠다고 이야기했는데, ‘지속가능’ 부분이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유지를 어떻게 해 나갈지 고민이에요. 맥이 한번 끊기면 걷잡을 수가 없어요. 끊긴 걸 다시 잇는 데는 처음에 공들인 것보다 따따블로 더 힘써야 해요. 연세들이 많다 보니 한번 뒤돌아서면 끝이에요. 어느 마을이던 지속 가능이 관건일 거예요. 주민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을 찾아내고 관심도를 높여 가는 게 리더의 자질이니 계속 소통을 해야죠. 내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가는 것이니까요. 그럴 땐 어떤 명분을 가지고 가는 거잖아요. 명분을 가지고 일을 벌이면 결과물이 분명히 나와야 해요. 그런데 우리가 이끌어가는 사업 단락 단락마다 그렇게 되게 하려니 부담이 돼요.


 


빨리 가는 속도에 아쉬움이 많아요.


남들은 이 동네가 개발된다고 투기목적으로 왔고, 동네 사람들도 대부분 포기하고 나갔어요. 하지만 저는 이곳이 멈춰 있어서 좋아요. 저는 빨리빨리 가는 속도에 아쉬움이 많은 사람인 것 같아요.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가 좋고, 편함보다는 지금의 불편함이 좋아요. 남들은 동네가 "냄새나서 싫다"고 하지만 저는 그래서 좋아요. 그런 곳에서 내 일을 찾을 수 있어서 더 좋고, 일을 하면 성취감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아요. 나고 자란 동네기도 하고요.


지금은 아파트가 분양이 안 되서 남아도는 처지인데, 누가 개발에 투자를 하겠어요. 혼자 가는 일이 아니고 주민들의 재산권을 가지고 가는 일이잖아요. 뭘 할 때마다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니까, 스스로의 만족도는 높아요. 다만 아무리 좋은 계획이라도 주민이 함께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겠죠.


 


 


글 : 이광민(사업지원팀)


사진 : 호미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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