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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시작, 마을 의제 세우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5-10-26 18:17
조회
241



민주주의의 시작, 마을 의제 세우기

<가좌2동 주민자치위원회> 정을순 위원장, 민창숙 실장 인터뷰



서구 가좌2동은 2004년부터 자치센터를 기반으로 민관협동의 자치활동을 지속해온 곳이다. 10년 전, 주민자치위원회는 동네가 가진 환경적 요인 때문에 이주하는 이웃들을 보며 “이사를 가지 않아도 되는 살기 좋은 마을”을 고민하게 되었는데,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행정과 만나면서 협력하며 일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었다.

살기 좋은 마을을 위해 필요한 일들을 찾는 과정은 다양한 단위(자생단체·아파트 자치기구·학교·아동복지센터·재래시장 등)와 만나며 오랜 시간 동안 생각을 공유하고 나누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사회 그물망이 만들어지고, 해야 할 일들이 구체화되었다. 주민들은 구체화된 내용을 토대로 마을계획을 수립했고, 마을계획에 따라 일이 진행되면서 동네는 성장과 변화의 경험을 갖게 되었다. 중간 중간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이러한 과정 속에서 사람들 사이에는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관계가 형성되었다. 그러한 신뢰 속에서 마을일을 해 나갈 사람이 발견되고, 재생산되었다.

주민자치센터를 기반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마을의제를 찾고 실천하면서 지역사회가 연결되는 일,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일은 많은 사람의 노력과 긴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정을순 위원장, 민창숙 실장과 만나 주민자치위원회가 구심점이 되어 마을 일을 진행했던 과정과 마을의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동안 주민자치는 자치센터에서 문화프로그램 몇 가지 이용하는 일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일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주민자치란 무엇인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정을순 : 주민자치가 무엇인지는 쓰인 표현 그대로 이해하면 된다. 주민 스스로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기 위한 일들을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처음 주민자치위원회 일을 시작할 때는 대부분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대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좋아서, 문화프로그램을 수강하러 왔다가 인연이 닿아 위원회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그래서 주민자치에 대한 이해가 질문한 내용처럼 세워지곤 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동네 일거리를 알게 되고, 지역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관점이 달라진다. 내 경우에는 애향심이라고 해야 하나?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그러다 보니 일을 할수록 열정을 갖게 되고, 노하우도 생겼다.


주민 스스로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요소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가좌2동은 어떤 계기들이 있었나요?

정을순 : 위원들이 체계적으로 일을 하게끔 기틀을 잡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우리 동네에는 이쪽 방면에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일할 수 있게끔 방법을 소개한다던가, 학습을 한다거나, 다른 동에 벤치마킹을 가도록 제안을 많이 했다. 아마 목표 없이 일하고 무슨 일을 해야 될지 몰랐다면 친목회 식으로 만나서 밥이나 먹었을 가능성이 높다.(웃음) 그런 측면에선 사람들에게 목표를 가지고 일을 하게끔 만들어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민창숙 : 행정의 역할도 중요했다. 주민자치위원회가 자리를 잡게 되었던 것은 당시 새로 부임했던 동장님의 적극적인 지지 덕분이기도 하다. 동장님의 의지 하에 행정과의 협력이 긴밀해졌고, 그 덕에 의욕을 갖고 적극적으로 일하는 주민자치위원회를 만들게 되었다.

가좌2동의 경우 10년 단위로 마을의 의제를 정해서 체계적으로 일을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자랑거리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기 마을의제를 진행했고, 2015년에는 2024년까지의 마을 의제를 새로 선정했다.

1기 마을의제 10년 과정이 지나고 2기에 접어든 지금, 위원들의 경험과 역량도 많이 쌓여서 이제는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방법을 많이 알고 있다. 처음에야 제안해주는 사람의 역할이 컸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는 모두가 “주민과 함께, 더디 가더라도 천천히 함께 가자”는 생각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앞으로의 10년을 향해서 차곡차곡 한 가지씩 만들어 나갈 생각이다.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시작으로, 주민자치위원회는 마을의제 발굴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이를 위해 동네를 돌며 사진을 찍고, 자치위원회 기초토론, 주민토론회와 마을의제 선정을 위한 주민워크숍을 거쳐 의제를 설정했다. 이후에는 연도별 집중 추진사업을 선정/추진하고, 점검과 신규사업 발굴을 꾸준히 진행했다. 이는 동네 직능단체와 연계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1기 마을의제(2005~2014)는 다음과 같다. 1)문화와 예술이 숨 쉬는 마을, 2)어려운 이웃과 소통하는 마을, 3)나무와 풀, 사람이 어우러지는 마을, 4)주민토론의 광장이 있는 마을, 5)평생교육이 가능한 마을, 6)어린이 체험학습이 지속적인 마을, 7)재래시장을 보호 육성하는 마을

2004~2006년은 준비기간으로, 2004년에 자치위원회를 재구성하고, 마을소식지 편집위원회를 구성하고, 푸른샘도서관 추진위원회 가동과 함께 마을의제팀을 구성했다. 2005년에는 1년여의 준비 끝에 푸른샘도서관을 개관했다. 2007년부터 2014년까지는 실천 단계로, 구체적인 사업을 진행해 왔다.


가좌2동의 마을의제를 소개해 주신다면?

정을순 : 1기 때는 7가지 마을의제가 있었다. 2기 때는 1기 때 남겨진 과제와 새로운 의제를 포함해 9가지 의제가 선정되었다. 의제를 만들기 위해 강의, 주민토론회, 워크숍, 견학 등을 여섯 차례 진행했고, 29개 의제, 123개 안건 중 주민투표를 거쳐 9개 의제를 최종 확정해서 의제 선포식을 가졌다.

처음에는 구지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싶었다. 꼭 일일이 과정을 밟아가면서 하나하나 만들어 나가야 하나? 그냥 자치위원들이나 대표들끼리 머리를 맞대어 가며 일할 거리를 구상하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참여한 주민들이 “아무것도 모르고 나왔는데 의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많이 배웠다.”, “주민자치위원회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게 되었다.”, “마을의 계획을 내가 세울 수 있어서 보람 있었다.”, “주민자치위원은 아니지만 앞으로 동네 일이 있으면 도와주겠다.”고 하셔서 많은 것을 느꼈다. 특히 여러 사람이 참여해 만들었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낀다. 

 

 
 

2기(2015~2024) 마을의제 실천을 위한 주민토론은 <2014년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을 활용해서 5차례 토론회와 한차례 견학, 한차례 워크숍으로 진행되었다. 그 결과 주민자치위원회, 학부모, 노인, 유아 부모님을 토론 대상으로 123건의 의제를 얻게 되었다. 이를 토론 끝에 단기 중기 장기 사업으로 나누게 되었고, 결과자료집을 발간했다.

제2기 마을의제는 새로운 6개 의제와 기존의 3개 의제로 구성되었다. 1) 주민토론의 광장이 있는 마을, 2) 나무와 풀 사람이 어우러지는 마을, 3) 재래시장을 보호 육성하는 마을에 더하여 4) 어르신들의 건강과 즐거움이 있는 마을, 5) 엄마들이 함께 아이를 키우는 좋은 마을, 6) 마을 테마를 지속적으로 만드는 마을, 7) 이웃 어른들과 아이가 어울리는 안전한 마을, 8) 꿈꾸는 도서관이 있는 마을, 9) 마을 사람들이 어울려 즐기는 마을로 정해졌다.


지난한 과정일 수도 있는 이런 일들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동네가 가진 남다른 비결이라도 있었기 때문인가요?

정을순 : 가좌2동은 면적은 넓지 않지만 인구 2만 3천 명 정도, 80%정도가 아파트로 이루어진 동네다. 2004년부터 민관협력형 주민자치위원회로 출발하면서 1년여에 걸쳐 주민공청회, 토론회, 심의안건 상정을 통해 2005년에 푸른샘 도서관을 개관했다. 지금도 주민들의 삶이 풍요롭게 하는 가좌시장과 네트워크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 가좌2동에는 10개의 직능단체가 있는데, 서로에게 도움을 주려는 풍토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 관내에는 10개의 초중고 학교가 있어서 학교 선택의 폭이 넓다. 청소년 인문학도서관 느루도 주민이 주도해서 2011년에 만든 도서관이다. 참여예산위원회는 민관협력형으로 2012년 시작되었고, 여러 리더들이 요소요소에서 잘 활동하고 있다.

가좌2동은 “더디 가더라도 천천히, 주민과 함께 의견을 나누면서 지속하는 마을”을 정체성으로 가지고 있다. 마을활동의 열쇳말은 ‘무엇보다도 사람’, ‘더디 가자’,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하자’다. 이중에서도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마을 일은 모두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하는 일이기에, 성과에 집착하기 보다는 마을에서 살아가자는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민자치위원회에 함께하시는 분들은 몇 분이신가요?

정을순 : 위원들은 27명 정도다. 가좌2동에는 문화사회분과, 체육분과, 기획분과, 복지분과 이렇게 네 개 분과가 있다. 분과별로 분과장님,, 임원들, 간사님, 고문까지 같이 회의를 한다. 임원회의 때는 자치센터 담당 실무자와 담당 공무원이 함께 회의를 한다.

복지분과는 매달 한 번씩 음식을 만들어 스무 가정에 전해 주고 있다. 대부분 고정적인 위원회 활동은 다른 곳들과 마찬가지고, 푸른샘 어린이도서관과 인문학도서관을 주민 조직에서 운영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그밖엔 가좌2동에 벤치마킹을 많이 오는데, 우리 내용을 참고해서 접목시키는 동네가 꽤 많다. 그러다 보니 하는 일은 거의 비슷하다.



주민자치위원으로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민창숙 : 자치위원회 구성과는 별도로, 자치센터 실무를 담당하는 실무자가 있다. 가좌2동에서는 내가 담당하고 있다. 실무자는 행정과 주민 사이의 중간 역할을 잘 해야 한다.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조절을 잘 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실무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누가 실무자가 되더라도 주민자치센터가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나는 이 일 자체를 좋아한다. 일 자체가 재미있고 나와 잘 맞는다. 실무자 혼자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모든 걸 다 신경 쓰려면 일이 밀릴 때도 있지만, 처음에 비하면 이제는 일의 체계가 잘 잡히게 되어서 좋다.


앞으로 가좌2동이 어떤 동네가 되길 바라시나요?

민창숙 : 주민자치위원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결과보다는 과정을 지향하기'이다. 한명의 리더도 중요하지만 중간리더, 새로운 리더 등 사람이 재생산되는 과정을 여러 요소요소에서 만들어 내고 있다. 두 번째는 '지역사회 네트워크'이다. 주민자치위원회가 13년째 활동하면서 가좌시장, 학교, 작은도서관 등과 함께 서로 협동하는 풍토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리더의 역할은 커뮤니티 공간을 주민이 운영하면서 생기는 이웃들과의 관계와 만남 속에서 마을활동가를 재생산하여 자치활동을 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의식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일이다. 나의 이야기로 출발해서 마을의 이야기를 변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이야기를 수다로 풀고, 그 안에서 역할을 찾고 분담하는 작은 실천을 이루는 일이 중요하다. 아마 결과 중심으로 움직였다면 이미 지쳤을 것이다.

민주적 의사 결정 구조는 지속적인 회의에 있다. 주민자치위원회 회의, 민간회의, 느루 청소년 운영위원회 회의, 푸른샘도서관 운영위원회 회의, 참여예산 회의 등이 꾸준히 열린다. 또, 수평적 민관 파트너십으로 인해 주민과 행정의 협력을 위한 역할분담이 잘 되어있다. 2017년부터는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회로 바뀌는데, 사업계획서 작성, 예산을 세우고 집행하는 과정의 권한을 지방자치법상 갖게 된다. 가좌 2동은 잘 해 나가고 있다. 한번 시작하면 오래 하는 것이 장점이자 저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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