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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청년의 자립, 마을에서 답을 찾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5-20 13:18
조회
426

2013년, 서구 석남2동에 서구민중의집이 문을 열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지역에 뿌리내리며 살고 있는 사람들과 같이 밥을 먹는 것이었다. 이른바 금요밥상. 시작은 따듯한 밥 한 끼 나눠먹으며 서로 친해지는데 중점을 두었다. 회차를 거듭하면서 자연스럽게 동네에 필요한 것들, 하고 싶은 일들이 쏟아져 나왔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구지부의 한 부모님이 발달장애 청소년들을 위한 맞춤형 미술프로그램을 제안했다. 바로 동네 화가를 연결해 수업을 열었다. 6년여간 이어오며 청소년들은 어엿한 청년이 되었고 그곳에서 만난 부모들의 관계에도 켜가 쌓였다.

마을탐방인터뷰 5월은 ‘한길공동체’ 가재순 대표, ‘서구 민중의집’ 이애향 공동대표와 ‘장애&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마을’을 주제로 인터뷰했다.


<2019 발달장애인 가족, 부모 길찾기 워크숍 >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마을은 한데 뒤섞여있고 모든 걸 품고 있듯 우리도 교육, 쉼, 문화, 경제 등 필요한 것들은 다 하는 것 같다. 부모들은 아이들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알던 사이였다. 오며가며 얼굴만 알던 사이가 보다 가까워진 건 미술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풍물도 함께 배웠고 각종 대회에서 상도 받았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부모들은 ‘자립’에 방향을 두고 활동을 이어가게 됐다. 우리동네 목공방협동조합을 만드는데 함께 했고 현재 발달장애 청년 2명이 주 3회 근무하고 있다.

발달장애 청년의 ‘자립’이 말이 쉽지, 실현해 가는 일이 만만치 않다. 동네에서 공동체로 살아가기 위한 부모교육도 꾸준히 하고 있고 가족들이 벤치마킹을 가기도 했다. 작년(2019)에는 발달장애인 생활공동체 강화 ‘꿈나무캠프힐 카페’와 ‘예닮베이커리’를 탐방했다. 또 발달장애인의 교육, 치료, 취업이 모두 한 마을에서 이뤄지는 대구 안심마을의 윤문주 대표를 초대해 교육을 했었다.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실현되는 이야기를 들으니 막연한 꿈, 안 될거라는 단정이 가능성과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자녀의 학령기와 이후는 어떤 변화가 있나

많은 변화가 있다. 학교에 다닐 때와 졸업 이후를 상상하면 된다. 하교 이후에는 방과 후 지원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다. 교육청과 보건복지부등 공공기관 테두리 안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가 스무 살이 되는 순간 온전히 개인의 몫이 된다. 월 30만원씩 연금이 지원되는데 1,2급만 대상이지 3급부터는 그마저도 해당이 안된다. 프로그램 두세 번 들으면 끝이다. 복지관도 무료가 아니다보니 막상 그 연금으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지원도 달라지지만 가장 큰 건 소속감이다. 학교에서 지원해줬던 것도 부족한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어딘가에 속해있다는 안정적인 느낌이 있었다. 갈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의 양이 적다보니 어떻게 보면 선택을 하기보다 선택을 받는 입장이 된다. 상당한 부담감이 가족들을 위축되게 만든다.



<2019 강화꿈나무캠프힐 마을탐방 >






공동체 활동으로 마을에 어떤 변화가 일었는지 궁금하다.


동네 사람들과 우리아이들이 서로 익숙해졌다. 슈퍼에 가서 아이가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을 가지고 오면 동네 슈퍼 아저씨는 메모해두고 나중에 부모에게 값을 치른다. 가게 안을 몇 번 돌아다녀도 개의치 않는다. ‘아는 사이’의 눈길로 아이들을 지켜봐준다. 발달장애 아이들에게 익숙함은 중요하다. 곧 안정감으로 연결된다. 그런데 그 동네가 아이에게 안정감을 준다. 곧 동네 가게마다 발달장애인이 이용하는 스티커를 부착하는 캠페인을 한다고 하더라.

내 딸 아이가 목공방에서 일하고 있는데 지금은 적응이 되었지만 초반에는 주말에도 출근을 하려고 하더라. 그 일자리와 공간, 사람이 싫었으면 안 간다고 했을 텐데 주말에도 가려고 하는 걸 보면 곁에서 지켜보니 좋은 것 같더라.

그래서 공간이 중요하군요?

동네에 장애인이든 누구든 편히 쉬었다가 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서울에서는 장애인 부모들이 의기투합해서 돌봄공간 지원사업에 신청을 했다. 선정되어 공간을 내고 부모들이 순번제로 아이들을 돌본다. 언제든 쉬었다가 갈 수 있고 부모들이 급한 일이 생겼을 때 맡기면서 품앗이 한다. 그 경험으로 부모들이 출자해서 협동조합 만들었고 자립할 때까지 일정적으로 시에서는 보증금을 빌려줬다. 지금은 역사 주변으로 옮겨서 돌봄과 프로그램을 같이 한다고 한다.

인천시 마을공동체 지원센터, 공모사업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공모사업의 유형이 많아졌으면 한다.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활동에는 활동비 지원, 공간 임대료 지원, 학습(국내외 모델)지원이 필요하다. 그렇게 된다면 300만 인구, 광역시 규모에 맞는 ‘모두의 마을’을 실현하는데 커다란 한걸음이 되지 않을까.


<우리동네목공방협동조합 활동가(왼쪽부터 민식씨, 지윤씨)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미술, 풍물, 목공 등 프로그램에서 익힌 재능을 일자리 창출로 확대할 수 있도록 전문가에 제품개발 컨설팅을 받아보려고 한다. 몇 년 전부터 참여해왔던 주민축제나 나눔장터에 부스를 운영하면서 제품의 상품가치를 평가받고 발달장애인들의 자립을 홍보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꿈이 있다. 조금만 도움을 받는다면 어엿하게 일을 할 수도 있다. 올해는 *동네 청년들과 발달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과 차별을 바꿔보는 캠페인과 포럼을 열 계획이다. 동네에 함께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것이 다양성을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2019 석남어울림한마당, 목공예 작품들>


* 동네 청년들과 함께하는 마을프로그램




어떤 마을을 꿈꾸나?

아이들이 멀리 차타고 다니지 않고 동네 구석구석 편안한 옷차림으로 다닐 수 있는 마을이었으면 좋겠다. 이웃집에 놀러갈 때 편안한 마음으로 간편한 옷차림으로 가지 않나. 공동체마다 활동이 다르지만 결론적으로 모두 다 한마을에 사는 이웃이다. 공동체가 활동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서로 만나고 친해지고 신뢰하는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인터뷰를 준비하며 질문을 생각하고 나의 태도를 고민하던 차에 어떤 시인의 말이 생각이 났다. “모른다는 사실에 충실하고, 모른다는 사실에 성실하고, 모른다는 사실에 진실하자. 그때 비로소 깊은 생각이 담긴 아름다운 글을 쓸 수 있다." 나의 모름을 포장하지 않고, 툭 내려놓고 한길공동체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자 인터뷰는 수다가 되었다. 마을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사는 것의 시작도 마찬가지 아닐까. 한길공동체는 인터뷰에 함께 실을 사진을 같이 골랐고 홍보가 널리 되어도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 인천의 발달장애인 가족 공동체를 비롯해 다양한 공동체와 네트워크 할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그 깨어있는 생각과 커다란 한 걸음의 용기를 응원한다.


글 교육담당
사진 한길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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