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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계획의 필요성과 수립과정의 의미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7-27 13:35
조회
476

이왕기(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마을’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민간차원의 자발적이고 자생적이었던 작은 움직임들이 90년대 이후 마을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정책의 도입과 함께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마을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정책은 대부분 공모사업 방식으로 추진하게 되고 공모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사업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사업계획의 내용과 형태는 공모사업의 주제와 규모에 따라 다르다. 단기적 또는 단일 사안을 중심으로 작성하기도 하고 마을 전체를 대상으로 종합적이며 장기적인 사업계획(마을계획)을 수립하기도 한다.

인천시에서도 도시재생사업과 관련하여 도시재생 뉴딜사업, 더불어마을사업, 더불어마을 희망지사업, 새뜰마을사업, 소규모재생사업은 물론 광역 및 기초단위에서 운영하는 마을공동체 공모사업 등에서도 다양한 방식의 ‘마을계획’ 수립을 필요로 하고 있다. 특히, 2022년까지 인천시 전체 읍면동 대상의 주민자치회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민자치회가 수립해야 하는 자치계획이 인천에서는 대표적인 ‘마을계획’ 유형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마을계획의 수립 주체인 ‘마을사람’ 또는 ‘마을공동체’ 대부분은 마을계획이 무엇인지, 왜 수립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하다. 단지 공모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기 때문에, 아니면 본인의 의지는 크게 없지만 공모사업에 선정되었기 때문에 억지로 과정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마을계획 수립 의도와는 다르게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마을의 미래를 객관적인 시각에서 진지하게 바라보는 과정, 마을사람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모습은 마을계획 수립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공모사업 선정이 목적인 소수의 적극적 의지를 가진 참여자가 마을계획을 수립할 경우 본연의 마을계획보다는 선택받기 위한 특정 사업에만 집중하게 된다. 또는 마을사람들은 크게 관심이 없거나 잘 모르는 상태인데 갑자기 공공에서 재정지원을 해 줄 테니 마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하면, 지극히 수동적인 자세로 참여하거나 지원금에만 관심을 갖기 때문에 마을계획 수립은 일회성으로 끝날 수 있다.



하지만 마을계획은 마을의 미래를 구상하고 준비한다는 점에서 일회성 사업이 아니다. 마을사람 모두 공감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마을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내용이 담겨져야 한다는 점에서 마을계획 수립의 필요성과 의미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요구된다. 마을계획의 필요성과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3가지 측면의 접근이 중요하다. 첫째, 마을계획이 마을에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리고 둘째, 마을계획이 담아야 할 내용은 무엇이고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마을에서의 합의도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마을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하는 주체가 마을사람, 마을공동체이기 때문에 이들이 마을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함께 이해하고 공감하는 방식이 매우 중요하다.

첫째, 마을계획 수립은 마을자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단기적 필요에 의한 개별 현안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마을의 성장이 지속할 수 없다. 지금 당장 마을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먼저 해결해야 하는 일들은 무엇인지를 찾아냄과 동시에 미래시점에서의 마을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마을이 가야할 길은 어느 방향인지를 알 수 있다면 마을의 성장을 지속시키는 방법도 찾을 수 있다. 마을계획이 필요한 이유다.

마을계획은 마을이 가야 할 단계별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을계획에서 정한 의제들을 하나씩 해결하고 이루어간다면 마을의 성장은 지속할 수 있다. 마을계획은 마을의 성장을 지속시킬 수 있는 토대이면서 기반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마을계획이 만들어지면 마을사람들 간의 관계가 더욱 깊어질 수 있다. 마을계획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이웃 간의 만남과 소통 기회가 늘어나지만, 마을계획에서 제시한 마을사업을 실천하는 과정에서도 이웃 간의 소통이 확대된다. 이는 마을사람들 간의 새로운 관계 형성은 물론 기존 관계를 더욱 깊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마을사람들이 함께 직접 마을계획을 수립하게 되면 마을을 아끼고 이해하는 마음이 깊고 넓어진다. 마을의 비전과 의제를 결정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마을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다는 믿음과 나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커지면서 마을자치 역량도 키워나갈 수 있다.

둘째, 마을사람 모두가 이해하고 공감하는 마을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마을계획의 구체적인 내용과 형식을 따로 규정할 수 없다. 마을마다 가지고 있는 마을의 자원과 환경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마을에 맞는 미래를 계획하면 된다. 물론 마을계획에서 지켜야 할 원칙은 있다. 누가 어떠한 과정에서 무엇을 담아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 원칙과 방향에 대한 이해는 필요하다.

마을계획 수립을 위하여 가장 중요하면서 선행되어야 하는 과정은 마을의 자원과 잠재력, 마을의 아픔과 부족함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물론 마을의 특성을 이해하는 방식은 마을사람 모두가 동일하지 않다. 마을을 바라보는 시각과 판단기준이 다르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마을계획은 미래를 봐야하는 중장기 계획이다. 지금 당장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마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좋은 요소와 나쁜 요소는 무엇인지를 명확히 찾아내는 작업이 먼저 진행되어야 한다.

마을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해하게 되면 마을의 미래상을 정할 수 있다. 미래상은 마을사람들이 소망하는 마을은 미래 모습이다. 마을의 미래상은 무엇이어도 좋다. 단, 마을사람 모두가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을의 미래상 실현을 위해서는 목표를 정하고, 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크고 작은 구체적인 분야별 실천사업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는 마을계획에서 제시한 개별 사업의 실천방안이 있어야 한다. 누가, 언제, 어떻게, 무엇을 가지고 할 것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여기에선 무엇보다도 마을사람들의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 마을에서 직접 할 수 없는 역할에 대해서는 시나 군·구의 지원과 관련 단체 등의 역할도 사전협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

셋째, 마을계획 수립과정에서 공동체 의식과 자치력 강화가 가능하다.

수립된 마을계획과 실천과정은 마을과 공동체 성장의 중요한 기반이 된다. 그런데 마을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마을사람들의 충분한 공감을 얻지 못한다면 마을계획의 결과는 물론 실천 과정 또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마을계획 수립 주체이자 실천 주체가 마을사람, 마을공동체이기 때문이다.

마을계획 수립의 시작은 마을을 이해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다른 사람의 시각을 들어보고 나의 생각과 시선을 전달하는 과정, 그리고 마을에 대한 인식 공유가 필요하다. 마을을 바라보는 시선은 마을사람들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인식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공동체성이 강화될 수 있다. 또한 마을의제를 도출하고 실행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참여자들 간의 관계성이 깊어지고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처럼 마을공동체에 대한 이해는 물론 공동체적 의식과 역량이 강화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마을계획에서는 미래상과 목표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유형의 크고 작은 사업수단을 만들어내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실천방안까지 제시한다. 마을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마을에서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마을자치의 필요성을 인지함과 동시에 자치역량 또한 확장시킬 수 있다.

마을계획의 수립은 물론 실행하는 과정에 마을사람과 마을공동체가 주도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마을사람과 공동체가 마을계획 수립과 실천과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마을 구성원 간의 교류와 소통이 활발해지고 마을에 대한 관심과 애착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마을계획 수립은 단순히 마을에서 발생한 현안을 해결하는 수단보다는 마을 안에서의 공동체 의식 강화와 마을을 스스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자치력 확대에 있다. 공동체 의식은 지역 갈등을 완화시키고, 자치력은 마을 성장의 토대가 된다. 마을계획 수립은 공동체성을 강화시키고 자치력을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인천시 마을공동체만들기 지원센터에서도 마을계획의 필요성과 수립과정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2017년 3개 마을을 대상으로 ‘인천 마을공동체 도시대학’ 운영을 시작하였다. 마을계획 수립과정을 경험한 마을공동체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2018년에는 지역으로 찾아가는 방식의 마을과 밀착된 마을계획 수립과정으로 전환하였고, 2019년까지 진행하였다. 2020년에는 인천시 공동체협치담당관실에서 직접 ‘마을, 내일을 그리다’라는 주제로 10개 공동체를 대상으로 진행 중에 있다.

인천시 마을공동체의 성장과 확산을 위해서는 마을계획의 필요성과 마을계획 수립과정의 중요성을 충분히 알리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지속해서 제공되어야 하며, 확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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