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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편한 세상] 칠순 노모한테 마흔 넘은 아들 떠넘기는 사회

읽을거리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4-05-16 10:25
조회
427
칠순 노모한테 마흔 넘은 아들 떠넘기는 사회[기획연재] 장애인이 편한 세상은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 3. 장애인 복지정책
심혜진 기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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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6호] 승인 2012.05.01  16:4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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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아무개(46)씨는 지적장애 2급이다. 그는 지하철을 공짜로 타고 다니고, 핸드폰요금도 35% 감면 받는다. 전기세에 포함돼 부과되는 텔레비전 수신료도 면제 받고, 전기요금도 월 8000원 감액된다. 그가 감면받는 것은 대부분 철도청이나 이동통신회사, 한국전력 등 민간기관 자체 운영규정에 의한 것이다. 이외에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금액은 한 푼도 없다. 그와 함께 사는 노모가 생활비를 버는 데다 빌라 한 채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증장애 있어도 기초생활수급자 아니면 서비스 제공 못 받아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12년 장애인복지 사업 안내’ 책자를 보면, 장애인연금과 장애수당, 교육비 지원, 일자리 지원 등 각종 지원제도를 법률로 정해놓았다. 하지만 항목마다 장애인 등급과 소득인정액 등 선정기준이 있어 장애가 있어도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연금의 경우, 1~3급 중증장애인 가운데 소득인정액(본인과 배우자)이 단독가구는 55만 1000원, 부부가구는 88만 1600원 이하인 경우에만 장애인연금을 받을 수 있다. 장애인연금액은 기초생활수급권자, 차상위계층(최저생계비 120% 이하 소득자), 또는 차상위초과 계층인지에 따라 9만 1200원에서 15만 1200원 사이이다.

장애수당(2만~3만원)과 장애아동수당(2만~20만원) 역시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가정만 지원받을 수 있다. 장애인 자녀 교육비 또한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130% 이하인 가구를 대상으로, 1~3급 장애부모를 둔 취학대상 또는 장애인 본인에게만 지급한다.

이에 대해 사단법인 장애인자립선언(대표 문종권ㆍ이하 자립선언) 김경현 활동가는 “장애인복지제도의 문제점은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지원받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장애가 심하더라도, 웬만큼 가난하지 않고서는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실정”이라며 “사람들은 장애인들이 국가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는 것으로 알지만, 사각지대에 놓은 장애인들이 너무 많다. 그들은 소외되고 방치된 채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복지제도는 계속 보완돼야함이 분명하지만, 그에 앞서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를 폐지해야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있는 장애등급제

장애등급제는 일본과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로, 의료기관에서 장애진단서를 발급받아 시ㆍ군ㆍ구에 등록해 장애인으로 판정을 받는 장애등급심사 과정을 거친다. 보건복지부는 꼭 필요한 장애인이 좀 더 많은 서비스를 받게 하기 위해 장애등급제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2010년 ‘장애등급제의 문제점 진단과 복지전달체계 대안 모색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장애등급제는 장애인 지원의 폭을 제한하기 위한 장치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는 “장애를 가진 사람도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차별받지 않고 살아갈 권리가 있고, 국가는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장애인에게 필요한 사회서비스는 장애인의 보편적 권리로써 보장돼야한다”고 했다. 이어 “예산의 울타리 안으로 장애인의 권리를 제한하고 있는 우리나라 장애인복지는, 장애인을 등급으로 분류해 낙인을 찍어놓고 선별적이고 시혜적인 복지를 효율성과 형평성 논리로 은폐해왔다”고 했다.

2007년 이후 장애등급 판정기준도 엄격해져 2007년 4월부터 2010년 3월까지 3만 4000건 이상 장애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또한 판정 비용도 전액 본인부담이어서 저소득 장애인에게 큰 부담이 된다.

칠순 노모한테 마흔 넘은 아들을 부양하라고?

장애등급제와 함께 장애인의 발목을 쥐는 것은 바로 ‘부양의무자제도’이다. 부양의무자란 ‘수급권자를 부양할 책임이 있는 자’로 수급권자의 직계혈족과 그 배우자, 수급권자의 배우자 등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규정해놓았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기 위해선 소득인정액 뿐만 아니라 부양의무자 기준도 통과해야한다. 부양의무자의 수입과 재산으로 부양능력의 유무를 판정해, 부양능력이 있을 시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될 수 없다.

실제로 부부 모두 뇌병변 1급 장애를 갖고 있는 김아무개씨 부부의 경우, 한 달 수입이 총 70여만원으로 2인 가구 기준 최저생계비 94만 2197원에 미치지 못해 소득인정액 기준은 통과할 수 있다. 문제는 부모의 재산이다. 김씨 부모의 재산 때문에 기초생활수급권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하지만, 사실 김씨의 부모는 김씨 부부를 부양하고 있지 않다.

김씨는 “우리 부부는 나이도 많고 결혼해서 따로 살고 있다. 부모님이 일을 하셔서 몇 개월에 한 번씩 돈을 주시긴 하지만, 부모님들도 나이가 많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며 “어떻게 늙으신 부모에게 우리 생활비를 달라고 하느냐”고 호소했다.

김경현 활동가는 “부양의무제는 국가가 해야 할 일을 가족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는 예산 탓을 하지만 4대강 사업으로 쏟아 부은 22조원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동정과 시혜가 아닌, 장애를 가진 이도 사회의 일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이 마련돼야한다”며 “장애인만이 아닌 전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맞는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부양의무자제도나 장애등급제는 필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