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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편한 세상] 사소하게 지나치는 것이 큰 장벽 돼

읽을거리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4-05-16 10:28
조회
416
사소하게 지나치는 것이 큰 장벽이 돼[기획연재] 장애인이 편한 세상은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 8. 마무리
심혜진 기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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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호] 승인 2012.06.05  18:3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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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아무개(53ㆍ계산동)씨는 얼마 전까지 누군가 나이를 물으면 서른이라고 답했다. 왜 그랬는지 이유를 묻자 “정말 서른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는 50여년을 살면서 집 밖에 몇 번 나가지 못했다.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이 2층이어서 휠체어를 탄 전씨를 옮기기가 쉽지 않았던 것. 그런 그가 작년 3월 독립을 했다. 지금은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시장에서 장을 보고, 야학에서 공부도 한다. 이곳에서 친구를 사귀고, 장애인 관련 집회 등 사회활동에도 참여한다. 인터뷰를 위해 기자를 만난 날엔 곱게 화장도 했다.

전씨가 독립을 할 수 있었던 건 인천시에서 운영하는 ‘체험홈’ 덕분이다. 체험홈은 중증장애인이 지역사회에 나오기 전 준비단계로,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마련한 시설 지원정책이다. 전세금과 관리비를 지원해 한 집에 1~4인까지 공동생활을 한다. 그밖의 생활비는 체험홈에 입소한 장애인이 부담해야하지만, 돈을 벌어 목돈을 마련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인에겐 독립할 수 있는 큰 기반이 된다.

두 달 동안 7회에 걸쳐 장애인 실태를 보도했다. 전체 인구의 10%가 장애인이고, 장애인 인구의 90%가 후천적 장애인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실감하지 못한다. 장애인들이 사회로부터 고립돼 생활하기 때문이다. 고립된 만큼, 이들에 대한 편견도 커져 장애인을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되고, 이들을 장애인 시설이나 특수학급 등으로 분리해낸다. 따라서 장애인이 사회 속에 어우러져 살 수 있는 시설과 제도를 만들 필요를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분리되거나 고립된 장애인의 생활과 생계는 대부분 가족들이 감당한다. 노부모가 소유한 집 때문에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돼 장애인연금과 장애수당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장애가 있는 자녀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부부가 위장이혼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현 제도가 가족 해체까지 부추기는 것이다.

장애등록제와 등급제는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있는 제도이다. 다른 나라에 이 제도가 없는 이유는, 굳이 따로 등록을 하고 등급을 받지 않아도 개인별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제도와 장치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등록제와 등급제는 서비스를 법적으로 제한해 제공하려는 것으로, 많은 장애인들이 이 제도에 묶여 희생을 감수하고 있다.

2007년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제정돼 통합교육의 길이 열렸지만, 여전히 학교에서 장애인은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수교사의 수도 공무원 총정원제에 묶여 법정 정원 70%를 밑도는 수준이고, 교사들의 장애인식 수준 또한 보완이 더 필요하다. 또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은 도로와 시설 등이 장애인 이동권을 제한하고 있어, 휠체어를 탄 이들은 오늘도 차도와 인도에서 생명을 건 위험한 주행을 해야 한다.

장애인단체에서 일하는 이들은 장애인에게 반드시 필요한 세 가지를 강조한다. 이동권ㆍ주거ㆍ소득 보장이다. 민들레장애인야학에서 일하는 박상민씨는 “이동권은 태어나면서 누구나 바로 누리는 권리인데 장애인은 그동안 그 권리를 누리지 못했다”고 했다. 박씨는 활동보조제도로 많은 장애인들이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됐다며 이 제도가 더 많이 보완돼 현실적인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또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주택 제공도 시급하다. 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체험홈서비스는 장애인 1인 당 최장 2년만 제공하고 있어, 그 기간 안에 보증금을 마련해야한다. 하지만 중증장애인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없어 절반짜리 혜택에 불과하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소득 보장이다. 장애인이 지역에 나와 살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이다. 현재, 독립생활을 하는 이들은 대부분 수급권자인 경우가 많다. 경제적인 뒷받침이 있을 때 비로소 독립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장애인문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사소하게 지나치는 것들이 장애를 가진 이들에겐 큰 장벽이 될 수 있다. 한 사회의 장애인 정책 필요성을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조할 필요는 없다. 다만, 사회 속에서 당당한 개인으로서 생활을 영위해가는 것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임을 깨닫는 일이 남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