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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친구 하나 없는 당신을 위해”, 커뮤니티펍 ‘0.4km’

신문News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4-12-24 11:00
조회
546

“동네에 친구 하나 없는 당신을 위해”, 커뮤니티펍 ‘0.4km’

서구 검암동 ‘우리동네사람들’이 꾸민 네트워크파티에 가다

14-12-23 17:14ㅣ 이재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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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디(33. 성배경) 씨는 2년 전부터 ‘우동사’에 산다. ‘우동사’는 서구 검암동 어딘가에 있는 청년주거공동체 ‘우리동네사람들’의 약자다. 단디 씨의 직업은 목수. 디자인을 전공하고 목공예 일을 하면서 여러 지역을 옮겨 다녔다. 남원에 살다가 서울에 직장을 잡고 살 집을 구하던 중 친구에게 ‘우동사’를 소개받았다. 일찌감치 주거공동체에 관심이 있었고 검암이라는 지역도 마음에 들었다. 2011년 6명으로 시작한 ‘우동사’는 현재 20명의 가족이 빌라 세 채에 함께 산다.

검암은 젊은 도시다. 도시계획으로 만들어진 도시이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고, 3-40대가 많이 살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다. 대중교통으로 ‘도시’ 홍대까지 30분 거리, 자가용을 타면 ‘시골’ 강화는 4-50분이면 간다. 3-40대 중간층을 끼고, 도시와 시골 중간쯤에 자리해서 웨이브를 타며 생기와 가능성을 뽐낸다.

커뮤니티펍 ‘0.4km’는 인천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우동사’ 가족 4명이 함께 꾸민 가게다. “먼 곳으로 출근하고 싶지 않다. 가까운 지역에서 뭔가를 해보자!”는 마음으로 작당 모의(?)한 결과다. 지난 10월 오픈했고, 주로 커피와 맥주를 판다.

“가게 이름이요? ‘우동사’에서 0.4킬로미터 떨어져있어서 이 이름으로 지었어요. 10개월 전에 직장을 그만뒀는데, 꼭 카페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고요, 공동주거 형태와는 또 다른 지역기반 활동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단디 씨의 말이다.

“검암에는 서울로 출퇴근하는 젊은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지역에서 청년들이 많은 활동을 하는 건 아니죠. 어쩌면 ‘잠만 자는 동네’ 같달까요. 공동체 생활을 하다 보니 함께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같이 사는 것을 확장해서 네트워크를 만들어 마을기반으로 연대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0.4km’는 4명이 공동사장(사진 왼쪽부터?조정훈, 박진순, 임정아, 성배경)으로 자본금을 출자하고 그밖에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만들어졌다. 수익은 이자의 3%를 현금으로 받거나 농사커뮤니티 이용권을 받는다.

이들 4명은 이달에 중국, 대만, 일본 등으로 약 50일 동안 배낭여행을 간다. ‘0.4km를 꾸리기 위한 단합여행 같은 건지’ 묻자 “일단은 여행을 가고 싶다는 게 가장 큰 이유고, 여행 가서 가게 운영이나 경제공동체에 대한 공부, 고민을 할 수도 있고요. 다른 나라의 맥주도 맛보고 새로운 메뉴도 개발하려고요.” 사장님이 없는 두 달여간은 낮 동안만 가게를 연다.

단디 씨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장기적으로는 시골에 내려가서 살고 싶어요. 도시가 싫다기보다... 그냥 시골이 더 좋은 거죠. 사람들로 북적이지 않고, 자연과 가깝게 지낼 수 있고요. 우동사에 오기 전에 혼자 시골에서 지낸 적이 있는데 외롭더라고요.(웃음) 같이 내려갈 친구를 만들어서 검암이 아닌 곳에서(강화도가 될 수도 있고 제주도가 될 수도 있겠죠) 네트워크를 만들며 살고 싶어요.”

지난 17일 ‘0.4km’에서는 ‘안녕? 검암!’이라는 타이틀의 네트워크파티가 열렸다.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와 인천마을공동체지원센터가 함께 한 ‘지역기반 문화예술교육 기획사업’ 일환으로, 검암 마을을 탐색한 작가들의 전시와 작가와의 대화, 내년 활동 계획 등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신운섭 작가는 낭만적인 느낌의 밝은 사진으로, 권미영 작가는 검암의 구석구석을 돌아본 뒤 과거와 현재를 잇는 둘레길을 구상했다. 단디 작가는 검암에 사는 30대 청년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텍스트적 이미지로 꾸몄다.

‘0.4km’ 공동사장이기도 한 사회자 박진순 씨는 “예술은 삶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여겼다. 이번 작업을 통해 일상 속에서 낯섦, 비일상성을 찾아내는 게 예술가적 관점 아닌가, 그게 우리 주변의 예술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단디:동네에 친구가 있어요?
청년:친구라고 할 만한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단디:그럼 아는 사람은?
청년:부동산 아주머니?


단디 작가는 “검암에 약 4만명이 산다고 하는데 그 중 1만명이 30대다. 길에서 비슷한 또래를 많이 보는데 그들은 어떻게 사나 궁금했다. ‘우동사’에 살며서 관계에 부족함을 느끼지 못했지만 공간을 ‘검암’으로 확대하면 아는 사람이(친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런 것처럼 다른 사람도 그렇지 않을까? 어쩌면 1만명이나 되는 30대 모두가 그런 것 아닐까? 하는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고 했다.

“새로운 지역에 와서 살 때 부동산 사장님을 가장 먼저 만나잖아요. 이분과 관계를 맺고 금전적인 처리가 끝나면 누구와 관계 맺지 않아도 살 수 있는 게 도시구나. 참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매일 아침 수영장에서 만나 인사하는 2명이 나랑 친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요.”

‘0.4km’는 이번 네트워크파티를 스타트로 내년에는 3월부터 10월까지 열 번의 모임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시, 영화제, 사람책, 공동 연극, 라면경연대회, 한여름밤의 음악제, 시낭송회 등을 정해진 주체 없이 ‘매번 새롭게 만들어지고 해체되는 조직’으로 꾸려나갈 생각이다.

이날 파티에서는 신운섭 작가의 진행으로 립덥(립싱크+더빙. 일종의 뮤직비디오로 가수의 노래를 동작(입모양)으로 따라하는 영상)을 녹음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인천독립영화협회 여백 대표가 현장 스케치는 물론 립덥 촬영도 도맡아 수고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