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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져가는 ‘화수 자유시장’에 불을 밝히는 사람들

신문News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5-10-01 11:54
조회
596
“변함없는 손맛이 시장을 지키는 힘이죠.”
꺼져가는 ‘화수 자유시장’에 불을 밝히는 사람들
  

삶의 활기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시장은 상인들의 뜨거운 열정을 만나는 터전이다. 그곳에는 생동감 넘치는 소리가 있고 소박하지만 살갑고 넉넉한 나눔의 정이 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다양한 물건을 한곳에서 판매하는 대형 상점에 밀려 북적북적하던 시장의 풍경들은 어느덧 우리의 기억과 현실 속에서 조금씩 멀어져 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시장이 ‘화수 자유시장(이하, 시장)’이 아닐까?
동인천 화수동에 위치한 화수 자유시장에 들어서면 70년대로 들어온 느낌에 조금은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아직도 이런 곳이 있나... 과연 이곳이 시장이 맞나 할 정도로 적막감마저 흐른다. 그러나 입소문에 힘입어 맛집으로 이름난 곳이 있다. 한번 찾은 사람은 꾸준히 찾게 된다는 숨겨진 맛집은 바로 ‘경찬 엄마 김치’와 ‘화수 방앗간’이다. 



38년간 한 자리에서 맛을 지키는 ‘경찬엄마 김치’
“예전에는 얼마나 장사가 잘됐는지 몰라요. 인근 공장에 다니는 직장인들이 주로 사갔어요. 반찬이 없어서 못 팔았지요. 지금도 오래된 단골손님들이 주문하고 사가세요.” 상인 최애임 씨(65, 동구 화수동)는 이 시장에서 38년 동안 반찬과 김치를 만들어서 파는 터줏대감이다.
간판도 없는 이곳에서 사람들에게는 ‘경찬 엄마’로 통한다.
“경찬이가 지금은 41살 이예요. 세월이 너무 빨라...등에 업고 장사를 했는데...”고추를 다듬는 최 씨의 손길이 빠르게 움직인다.
“태양초를 직접 말리고 젓갈도 끓여서 걸러 사용하니까 김치가 맛있어요. 그래서 손님들이 주문하고 가져가요. 고추 색깔 좀 보세요. 태양초라 다르죠? 올해 벌써 20Kg씩 100상자를 말렸어요. 이렇게 좋은 재료를 아끼지 않고 하니까 손님들이 알아줘요.”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지만 손맛 김치를 찾는다며 웃는다.
최 씨의 김치솜씨는 인근에서는 오래전부터 유명하다. 근처 부두에서 고사를 지낼 때도 ‘경찬 엄마’김치를 주문한단다.
“잘하는 것도 없는데...김치하고 밑반찬만 잘해요. 처음부터 38년 동안 김치랑 반찬만 만들어서 이 자리에서 팔았거든요.”




말린 고추를 손질하는 자리에 이웃 어르신들이 하나둘 나와서 자리를 잡는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이 이웃사촌이 따로 없다.
“오가다 사람들이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이렇게 도와주고 가세요. 이렇게 인심도 좋고 정이 있어서 떠나지를 못해요.”
경찬엄마 최 씨는 바쁘다. 주문전화와 주문받은 목록을 확인하면서 김치를 담그고 또 다른 김치를 담그는 준비도 한다.
“명절이라서 더 바빴어요. 많은 종류의 김치를 해야 하는데 요즘에는 겉절이 주문이 많이 들어오네요.”
국내산 재료만을 사용하는 최 씨는 모든 김치 양념을 직접 만들어서 사용한다. 연안부두에서 구입한 새우젓도 직접 담그고, 김치에 사용하는 황석어젓과 멸치젓은 끓여서 양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조미료를 쓰지 않아도 맛이 난다. 한 번 김치 맛을 본 손님들이 단골이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단골 김순덕 어르신(80)은 “15년 단골이에요. 이렇게 양념을 다 만들어서 쓰니까 맛있지요. 김치가 구수하고 칼칼해요. 배에 고사지내는 김치도 여기서 사간다우. 예나 지금이나 맛이 변함이 없어요. 손맛이 좋더라고요.”라며 김치를 주문한다.
“제가 담근 김치를 드시고 손님들이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시장이 예전처럼 다시 살아나기를 바랍니다.”
시장이 다시 살아나기를 소망하며 담은 김치가 냉장고로 들어간다.
(주문문의 : 032-773-6900)



42년 전통의 ‘화수 떡 방앗간’
화수 자유시장에는 찹쌀떡과 송편으로 이름난 방앗간이 있다. 바로 ‘화수 떡 방앗간’이다.
이 시장에서 42년 동안 떡 장사를 했다는 정남순 씨(71)의 솜씨는 3대째 찾아오는 손님이 떡 맛을 대신 말해준다. 벽 한쪽에 걸린 보드 판에 떡 주문 목록이 빼곡하게 적혀있다.
“소문 듣고 이 구석까지 찾아오니까 고맙지요. 3대가 오는 집도 여럿 있어요.”
이날은 추석 떡을 만드느라 손이 바쁘게 움직인다.
“제가 손뼈마디가 아파서 송편을 못 빚어요, 그랬더니 손님들이 찹쌀떡을 이렇게 주문하세요. 우리 집 찹쌀떡이 맛있다고 찾아오시네요.”




정씨가 떡에 사용하는 콩가루와 쌀 등은 국내산 재료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맛이 좋단다.
떡을 주문하러 온 손님이 위생장갑을 끼고 찹쌀떡에 들어가는 팥소를 동그랗게 뭉쳐 놓는다.
“떡 사러 왔다가 일할 것이 있으면 도와주게 돼요. 손님이지만 서로 도우며 사는 거지요. 손님과 주인이 따로 없어요.” 박준순 어르신(73)은 40년 된 손님이란다.
“찹쌀떡이 달지 않고 맛있어서 단골이 됐어요. 가족들도 이집 떡을 좋아해요. 미리 사서 냉동실에 넣었다가 추석에 써야지요.” 김도순 어르신(75)도 위생장갑을 끼며 팥소를 뭉친다.
퉁퉁 부은 손으로 떡을 포장하는 주인 정씨의 미소가 보름달처럼 환하다.
(주문문의 : 032-773-6466)

시장도 상인도 늙어가고 있다. 하지만 변함없는 손맛을 기억하고 찾아오는 손님들의 발길이 있기에 오늘도 화수 자유시장에 불이 켜진다.

박영희 I-View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