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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항장창조도시와 인천역

신문News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5-11-26 10:12
조회
665
개항장창조도시와 인천역

[정치칼럼] 윤현위 / 자유기고가, 박사, 인문지리학전공

15-11-25 10:32ㅣ 윤현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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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역 일대의 개발을 두고 지역 내에서 계속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인선의 공사가 거의 완공된 시점에서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경인선의 시작점이었고 오늘도 여전히 끝이자 시작점인 인천역에 수인선이 연결되면서 이제 더 이상 표면상으로 시작점이 아닌 환승역이 될 예정이다.

그런데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있다. 바로 인천역의 역사이다. 역사를 새로 리모델링하자는 이야기는 사실 전에도 여러 번 나왔었다. 할아버지들이 하인천이라고 부르는 곳, 차이나타운의 입구, 서구 검단쪽에 살거나 부천생활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삼산동쪽에 사는 사람들은 사실 별 가볼 일이 없는 곳, 인천역이다. 허나 인천에 오래 살았던 사람들 특히나 중구, 동구, 남구에 살았던 사람들에게 그리고 오래된 인천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인천역은 실제 사용하지 않아도 그 존재가 여전히 소중할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인천역은 그냥 봐도, 오래된 건물이다. 아름답거나 화려하지 않다. 1960년에 만들어진 이 역사는 전후 복구의 산물이었을게다. 그래도 당시 상황을 고려한다면 인천이라는 지명을 달았으니 그래도 아주 작고 초라한 모양은 아니었을 것이다. 인천역 일대는 철도뿐만 아니라 인천의 출발점이다. 우리가 제물포라고 부르는 제물포역 에 있는 인천대학교 근처 말고 근대도시 인천이 출발하던 곳 말이다. 갑자기 들어온 외국사람들과 일본 사람이 지나간 자리에 인천역은 사람들과 물자들이 오가던 활발한 동네였을 것이다. 그러던 것이 수산물시장이 연안부두로 이전하고 중구청도 이전하면서 인천역은 인천사람들의 기억에서 조금씩 사라졌다.

그러나 여전히 인천역이 인천의 역사를 지켜보면서 나이를 먹었다는 사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학생들과 1년에 한번씩 인천의 구도심 답사를 한다. 처음 오는 학생들은 몇 번출구에서 모이냐고 하면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출구가 하나밖에 없어 앞에 광장에서 모이면 돼’라고 말이다. 인천역은 간이역의 모습을 하고 있다. 지금의 복합역사와 비교하면 무척 작다. 그러면서 역 앞에 시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공공간인 광장을 갖고 있다. 어찌보면 역설적이다.

시간이 더 지났다. 주인이 바뀐 1983년도에 문을 닫았던 공화춘은 다른 주인과 함께 새단장을 한 모습으로 돌아왔고, 차이나타운과 인천이 방치해두었던 옛날 조계지의 건물들이 사람들에 의해서 다시 발견되면서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인천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던 수인선의 공사가 시작되었고, 인천역은 이제 서울을 거치지 않아도 수원으로 달릴 수 있게 되었다. 개항장역사문화지구는 개항장창조도시가 되었고, 인천역에는 없었던 부역명인 차이나타운이 추가되었다. 쇠퇴하긴 했지만 오랜 역사가 반영된 덕에 독특한 경관과 분위기를 갖고 있는 이 지역에 사람들은 많은 관광객을 통해서 지역을 다시금 발전시키려고 하고 있다.

역 주변에 별다른 상업시설이나 판매시설이 없는 이 지역에 새로운 철도가 환승이 가능해지자, 인천역 부근에는 사용하지 않던 역세권이란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복합환승센터를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이미 수십년동안 민자역사를 봐오지 않았는가. 동인천역에 민자역사가 들어선 것이 1989년이다.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인천역과 동인천역은 사실 걸어가도 괜찮은 거리인데, 사람들은 동인천역이 겪은 모진 세월과 풍파는 잊은 모양이다. 아니면 떠올리기 싫거나. 아주 짧았던 인천백화점시기 말고 제대로 장사한번 해보지 못한 동인천역 민자역사를 보면서 느낀 것이 없는 것 같다.

지역을 재활성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민자역사나 큰 상업건물은 그렇게 효과적이지 못하다. 그럼에도 청량리역이나 왕십리역의 조감도를 본따 만든 그림을 여전히 그리고 있는 것 같다. 인천역 뒤에 있는 공장부지 일부가 새로운 역사개발에 사용되고 인천역 광장도 비어있는 공간에서 무언가가 채워질 것 같다. 인천역 광장의 소유주는 코레일이다. 인천역 일대는 용도지역상 주거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이러면 업무?판매시설이 들어오기 어렵다. 규제를 최소화하거나 용도를 바꿀 수 있는 권한은 시민들에게 없다. 용도를 바꿀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사람들과 개발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같은 사람들일 확률이 높다.

원래 주인이 주변환경 변화에 발맞춰 새롭게 개발하는 것이 무슨 문제냐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결국 철도를 포함한 부속시설은 철도청이 코레일이 되고 작은 정부, 혹은 효율성이니 신자유주의와 같은 말을 내밀어도 결국 시민들의 것이 맞다. 개발할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고 해서 이 지역의 장소적 특성이 변하는 것은 아닐게다. 그 자체로 역사가 될 만큼 나이가 먹은 인천역은 인천의 출발점을 떠올릴 때 꼭 필요한 진짜 역사이다. 구)인천우체국과 함께 오랜 역사속에서 박제되지 않고 현재에도 쓰이고 있는 건물이 전국에 그리고 인천에 얼마나 있는가?

복합환승센터가 개발되어 성공했다고 해도, 그 이익은 역 주변 주민들에게 오는걸까? 환승역이 되면 이용객이 더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 주변의 많은 민자역사처럼 엄청나게 큰 건물이 필요하진 않다는 건 지하철을 타본 사람들은 모두 안다. 엄청나게 커진 용산역은 그래서 철도를 이용하기 편리한가? 민자개발사업이 성공한다고 해도 인천역 역사가 사라지면 결국 이 지역의 역사도 사라지는 것이다. 우리는 인천역이 없으면 120년전 한국에 철도가 놓였던 상황도, 개항장이었던 제물포에 대한 기억도, 초기 인천의 역사도 상당 부분 잃게 될 것이다. 또한 도시의 공공성도 이 역사가 사라진 만큼 잃게 될 것이다. 이용객이 많이 오면 이용객이 이용할 만큼만 시설을 늘리면된다. 광장이라고 부를 만큼 크지도 않은 인천역 광장마저 사라지면 인천에는 정말 광장이 없다. 이렇게 작은 광장도 사라지는데 다른 곳에는 광장이 들어올 수 있겠는가? 역사가 파괴되고 공공성이 없는 300만 도시는 오히려 무섭기까지 하다.

인천역에 있는 장막을 내리자. 오래되면 보수하고 고쳐쓰면 된다. 도시에 켜켜히 쌓여 있는 역사는 당신들이 추구하는 작은 이익과는 비교할 수 없이 소중하다. 驛舍를 보전해야 歷史가 남는다.